Balanced CSR & ESG

기업사회공헌 담당자의 자기개발

Mr Yoo 2012. 12. 6. 22:33

 

 

기업사회공헌 담당자의 자기개발

A rolling stone gathers no moss.

 

2007년 가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배분사업 기획과 관리업무를 맞고 있던 나는.. 업무상 커다란 벽에 부딪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공동모금회는 국민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이웃돕기성금으로 제도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불우이웃과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모아지는 성금에 비해, 그 성금을 효과적,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2007년의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니 배분팀의 실무자 한사람이 담당하게 되는 사업이 적게는 5~6개에서 많게는 10개가 넘고, 그 사업비만 해도 일년에 수십억에서 수백억에 이르게 되었다. 실무자 한사람의 판단착오와 업무미숙으로 인해 많은 성금과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사용 될 위험성이 매우 높았다. 나 또한 그런 과중한 업무 앞에서 많은 판단착오와 실수를 범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학원에서 배운 사회사업실천이론만 가지고는 그 많은 사업들을 제대로 관리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무슨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서점에서 Project Management 라는 외국서적을 발견했다. 짧은 영어로 선자리에서 한참을 읽었다. 정확한 번역은 할 수 없었지만, 복잡하고 많은 프로젝트들을 말그대로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다. 귀가 트이고 눈이 번쩍하는 복음이었다. 그리고 그책을 비롯하여 프로젝트매니지먼트(PM)와 관련 된 몇권의 책을 사서 탐독을 했는데, 혼자 책보고 공부하는 것에는 역시 한계가 있었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본 결과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PM을 제대로 가르쳐주는 대학원은 단 두곳, 한양대학교와 숭실대학교, 한양대학교는 공과중심의 산업공학 PM이 주전공이라 Pass... 숭실대학교는 경영학 PM으로 이것이 맞겠다 싶었다. (그 당시 숭실대학교에 PM대학원은 국제통상대학원에 소속되어있었는데, 재작년부터 경영대학원으로 옮겼다.)

 

이미 사회사업으로 대학원을 졸업한 나에게 있어서, 상급과정인 박사과정도 아니고, 석사과정을 한번 더 한다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어리석은 일처럼 보였을 것이다. 거기다 학비도 만만치 않고 말이다. 아내도 반대했고, 주변의 지인들도 그리 찬성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많지 않은 월급으로 학비를 대기는 어려워서, 직장에 장학금을 신청했고(계약기간보다 빨리 퇴사해서.. 퇴직금으로 반환 ㅠㅠ;;), 죽기살기로 공부하면 학교에서 성적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2년이 지나 2009년에 PM전공 경영학 석사학위를 얻었다.

 

경영학석사학위는 모금회에서 기업사회공헌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 더욱 빛을 발했다. 기업을  잘 모르는 사회복지사가 기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고, 오히려 기업의 다른 부서사람들이 원래 우리회사사람이 아니었냐고 물을 정도로 기업조직과 커뮤니테이션 방식에 빠른 적응을 할 수 있었다.

 

 

 

     

A rolling stone gathers no moss.

 

고등학교 1학년 중간고사 영어과목 주관식 1번 문제였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서양속담을 영작하시오. 정답은 A rolling stone gathers no moss...... 틀렸다. 그래서 지금도 이 문제와 답을 기억하고 있다. 아마 moss라는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 틀렸던 것 같다.  앞서.. 주구장창.. 가방끈 길다고 내자랑을 늘어논 이유는 오늘 쓰고 있는 글의 주제가, 기업사회공헌 담당자의 자기개발이기 때문이다.

 

무한경쟁시대.. 적자생존의 직장..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불안한 직장인은 기업사회공헌담당자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45세가 되어 부장으로 승진하지 못하거나, 50세가 되어 임원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인건비가 싸고 업무효율성이 높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살아가는 샐러리맨의 어쩔 수 없는 비애를 기업의 사회공헌담당자가 어찌 피해갈 수 있겠는가!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업무성과를 내고, 회사에 충성하고,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을 하고, 적어도 아들 대학보낼 때 까지만 이라도 월급을 받을 수 있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하는 것과 동시에 본인의 업무역량과 전문성을 키워야 하는 것, 이것 또한 모든 샐러리맨들에게 닥친 공통적인 숙제인 동시에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사회공헌담당자 또한 한 사람의 회사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의 자기개발은 어떻게 해야할까?  5년.. 10년을  앞서.. 기업사회공헌담당자로 일을 하시고 계신 선배님들을 쫓아다니며 물어보고, 옆에서 곁눈질해 본 결과 몇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1. 가방끈도 가늘고 길게, 직장생활도 가늘고 길게..

기업사회공헌담당자로 오래 자리보전을 하고 계신 선배님들의 공통점은 가방끈이 길다는 것.. 석사는 물론이고, 어지간하면 박사수료정도는 하신 상태이다. 학위가 뭐.. 그렇게 중요한가? 대학원에서 배우는 게 뭐 있다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학원에서 배우는 지식의 양, 그자체 보다는 그 시간과 열정, 돈을 배움에 투자한다는 그 자세...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그 자세가 결국 업무로 연결되고, 그렇게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수고로움을 감내하는 지독한 인내심이 직장생활을 오래도록 할 수 있게 하는 근본적인 삶의 태도로 자리잡게 된다고 생각한다.

 

2. 책욕심... 읽지 않더라도 일단 사놓고 본다.

기업사회공헌업무를 오래도록 담당하고 계신 선배님들 주변에는 늘 좋은 책들이 놓여져 있다. 그리고 그분들의 말씀 속에서 언제나 최신 지식과  글로벌 트랜드 찾을 수 있다. 그만큼 많은 책과 자료를 늘 가까이 하고 읽고 자료화해서 자신의 업무지식으로 활용하고 계신 것이다. 기업사회공헌담당자는 적어도 두 가지 책은 항상 곁에 있어야 한다. 기업의 경영과 관련된 책, 그리고 사회공헌과 관련된 책...

 

3. 영어.. 그리고 글로벌 마인드

토익점수는 입사할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회사에서 승진 할 때도 필요하고, 외국 현지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할 때도 필요하고, 외국인이 참여하는 사회공헌세미나에서도 필요하고, 외국의 기업사회공헌 사례를 파악하기 위해 외국기업사이트를 검색할 때도 필요하다. 기업사회공헌담당자가 아니더라도 외국어 실력이 좋은 사람들이 회사에 오래 붙어 있는다. 단순히 어학뿐만 아니라 글로벌 마인드도 중요하다. 기업사회공헌분야라는 것이 우리나라만 놓고 보면, 벤치마킹할 기업도 많지 않고, 딱히 앞서 나가는 사례도 많지 않기 때문에, 시각을 국외로 넓힐 수 밖에 없다. 결국 글로벌 시각과 마인드를 가지고 해외자료를 찾고, 연구하고.. 실제로 가보고..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 또 요즘은 우리나라의 어지간한 기업들이 해외진출이 다 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외국어 못하고 해외출장 못가면, 기업사회공헌담당자라고 해서 해외출장 가는데 특별히 돈들여서 통역을 붙여 줄 것 같은가?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4. 현장학습... 네트워킹..

이건 선배들의 예도 있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자기개발 방법이다. 나 또한 사회복지현장에서 사회복지일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사회복지현장이 얼마나 빠르고 변화무쌍하게 돌아가는 지... 현장에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잘 모른다. 책상에 앉아서 네이버 검색만으로 사업기획을 하다보면, 실제로 현장에 필요한 사업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사업 아이템을 찾는 것 부터 현장에서 시작해야 한다. 일주일에 두번 이상 오후 시간에는 끊임없이 사회복지현장을 찾아가고, 기관과 단체의 실무자들을 만나는 일은... 기업사회공헌담당자, 특히 사회복지사업을 주로 하는 담당자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자기개발과 업무관리라고 생각한다.

 

정리하자면, 직장생활을 오래하고, 승진하고, 연봉을 많이 받기 위해서, 자기개발을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기업사회공헌담당자에게는 이것보다 중요한 자기개발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본인이 열심히 자기개발을 하고 업무역량과 전문성을 높이면, 그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더욱 잘 할 수 있게 되고, 그만큼 어려운 이웃, 소외된 이웃이 도움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