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anced CSR & ESG

컨퍼런스에 참가하는 기업사회공헌실무자의 자세

Mr Yoo 2017. 6. 3. 11:55



컨퍼런스에 참가하는 기업사회공헌실무자의 자세



오늘은 컨퍼런스에 참가하는 기업사회공헌실무자(..저..)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재활용박스에 버림을 당하지 않고 책꽂이에 꽂혀있는 컨퍼런스 자료집을 보니 작년에 대략 7번, 올해 5월까지 4번의 컨펀런스에 참가한 것 같습니다. 얼추 짐작해보니 서울에서 열리는 CSR 관련 컨퍼런스가 1년에 20회 안팎 인 것 같습니다. 모두 가보고 싶기는 하지만 현업에 있는 실무자가 업무시간 중에 컨퍼런스에 참석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오늘은 제 나름대로 생각하는 컨퍼런스 참석기준과 컨퍼런스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어떤 컨퍼런스에 참석할 것인가?


업무상, 일정상 모든 컨퍼런스에 참석할 수 없다면, 자기 나름대로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저의 컨퍼런스 참석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제목보다는 발표자


컨퍼런스의 제목이나 주제는 굉장히 시의적절하고 뭔가 새로운 것이 있을 것 같은데, 막상 가보면 제목이나 주제와는 영 딴판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해에 어떤 CSR 국제컨퍼런스의 주제가 '한국사회의 위기와 CSR' 이었는데, 실상 내용은 '기업 내부의 CSR관련 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컨퍼런스 주제와는 완전 반대방향으로 갔습니다.


그래서, 전 제목이나 주제도 참고하긴 하지만, 컨퍼런스의 메인 발표자가 누구인지를 제일 먼저 살펴봅니다. CSR과 관련된 국제기구의 회장이나 주요 임원, 인사인 경우에는 최대한 참석하려고 노력합니다. 또.. CSR 분야에서 글로벌 TOP 수준에 있는 회사의 CSR 실무책임자가 발표하는 경우에도 꼭 참석하려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이런 컨퍼런스가 아니면 다시 만날 기회가 없을 뿐더러, 개인적으로는 찾아가도 만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발표는 CSR분야의 최신 글로벌 이슈와 트렌드, 향후 비전과 발전방향에 대한 키워드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열일 제쳐두고 꼭 참석하려고 합니다. 


2. 특정 주제에 집중된 컨퍼런스


특별히 주최측으로부터 개인적인 초청을 받은 경우가 아니면 잘 가지 않는 컨퍼런스들이 있는데, 주제들이 두리뭉실한 컨퍼런스들입니다. '21세기 기업사회공헌의 발전방향'.. '기업사회공헌과 CSV' .. ' 사회적 경제와 CSR' ..'4차 산업혁명과 CSR'... 이렇게 굉장히 광범위한 주제를 가지고 컨퍼런스를 열면.. 발표들의 초점도 없고 맥락도 없고 발표 후 토론도 뒤죽 박죽입니다. 대개의 컨퍼런스들이 반나절 정도 진행되는데, 그 짧은 시간을 가지고 광범위한 주제를 다룬다는 것은 특별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저는 집중된 주제를 컴팩트하게 제시하는 컨퍼런스에 우선적으로 참석하려고 합니다. 지난 4월에 있었던 비콥 국제컨퍼런스는 그런 의미에서 참 좋았던 컨퍼런스였습니다.


3. 지속적으로 개최되는 컨퍼런스


서울에서 개최되는 CSR관련 컨퍼런스들 중에 한번하고 끝나는 컨퍼런스들이 있습니다. 정부나 기업, 연구재단으로부터 사업비를 받아서, 그 사업비를 소진하기 위해 여는 컨퍼런스들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런데는 안갑니다. 컨퍼런스 발표자의 대부분이 컨퍼런스를 주최하는 학교나 단체와 관련된 교수님들, 후원한 기업의 임원, 관련 정부부처의 책임자들인데.. 이런 분들은 CSR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컨퍼런스 발표자로 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표자들이 이 분야에 대해 잘 알지못하니까.. 여기저기에서 짜집기한 자료나.. 발표자 본인이 아니라 대학원생, 직원들이 만들어 준  자료를 가지고 나와서 발표하는데 당연히 수준이 많이 떨어집니다.


저는 적어도 3년이상 이 분야에 대한 비전과 전문성을 가지고 꾸준히 CSR 관련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학교, 단체들의 컨퍼런스에는 갑니다. 주제도 잘 잡고, 발표자도 검증된 사람들이고, 컨퍼런스를 운영하는 노하우도 어느정도 쌓여서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줍니다. 이런면에서 보면 여섯번째를 넘긴 KOSRI의 대한민국 CSR 국제 컨퍼런스의 앞날이 기대됩니다.





컨퍼런스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겨우 4~5시간.. 반나절에 걸친 컨퍼런스에 너무 많은 기대를 가지고 가는 것은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국제 컨퍼런스의 경우 통역기를 통해 걸러져 나오는 맥락을 알 수 없는 통역을 통해 발표를 들어야 하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너무 큰 기대는 오히려 참가자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적절한 기대와 내가 얻을 것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 트렌드, 인사이트, 키워드


CSR과 관련된 컨퍼런스에서 대부분의 발표자들은 30분 남짓 발표를 합니다. 길게해도 50분을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무슨 말씀인가 하면... 아무리 좋은 주제를 잡았고, 발표준비를 잘 했다고 하더라도.. 30~40분 강의를 통해 CSR과 관련된 특정한 주제의 정보나 지식을 충분히 전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책임의 시대'의 저자 웨인비서가 몇해전 서울에서 열린 국제 CSR 컨퍼런스에 참석해 강연말미에 이런 말을 한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 제가 이 자리에서 발표한 내용은 제가 쓴 책임의 시대의 서문 중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 궁금하신 내용은 제 책을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


실상 반나절 정도의 컨퍼런스에 가서 양질의 지식이나 고급 정보를 '배워온다'는 기대를 하는 것 자체가 좀 무리라고 봅니다. 다만.. 현재 CSR의 국제적인 흐름, 즉 '트렌드'를 '감지'해 보고...  우리회사 CSR 실행방향이나 CSR관련 실무자인 나에게 뭔가 신선한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키워드'를 들었다고 한다면 컨퍼런스에 참석한 성과물은 그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컨퍼런스에서 웨인비서가 직접 사인해 준 책(은근 자랑질) -



2. 자료집만 챙기면 무슨 소용


컨퍼런스에 와서 자료집만 챙기고 발표하는 내내 밖에서 사람들과 수다만 떨거나 전화 통화만 하고, 혹은 발표는 듣지 않고 스마트 폰으로 SNS만 하다가 중간에 쑥 나가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꼭.. 회사에 돌아가서 윗분이 '컨퍼런스 어땠어?' 라고 물으면...'생각보다 별로 였어요..' 라고 말합니다. 


발표에 집중을 안했으니.. 당연히 '별로' 일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물론 답답한 회사 사무실을 벗어나 공식적으로 땡땡이를 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니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그 마음도 이해하지만, 저도 그럴때가 가끔있지만.. 기왕에 컨퍼런스에 왔으면 기조연설부터, 마지막 토론까지 잘 듣고 뭔가 하나라도 얻어가는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열심히 컨퍼런스를 준비한 주최측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구요..  


'나중에 자료집 보면 알겠지' 하고... 자료집을 잘 챙겨가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컨펀런스 자료집... 나중에 꼼꼼히 다시 챙겨보시나요? 대부분 책상이나 책꽂이 구석에 먼지 뒤집어 쓰고 있는 경우가 태반일겁니다. 고백하건데.. 저 또한 그렇습니다. 


3. 사람....  컨퍼런스는 끝난 후가 재밌다.


같은 분야에 일하면서도 다른 회사의 CSR 실무자들을 만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공개적으로 열리는 컨퍼런스가 얼굴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컨퍼런스가 열리면 SNS나 메일, 전화를 통해 평소 만나고 싶었던 다른 회사의 CSR 담당자들에게 같이 가자고 연락하고.. 실제로 컨퍼런스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간식도 서로 챙겨주고, 컨퍼런스를 마친 후에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한잔 하기도 합니다.


'컨퍼런스에 가면 아는 사람 만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나... '만나면 이야기 좀 하지뭐...' 하는 안일한 생각만으로 컨퍼런스에 참석하면 생각보다 만나기 쉽지 않고, 아는 사람들이 컨퍼런스 왔다고 해도, 휴식시간이 짧을 뿐만 아니라 따로 만날 시간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연락해서 컨퍼런스 후에 잠깐 얼굴 좀 보자고 약속해 놓는 것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컨퍼런스에 와서 혼자 쭈볏쭈볏하지 말고, 주변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인사도 하고 명함도 나누고.. 그리고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그곳에 가서 인사 시켜달라고 하기도 하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CSR 컨퍼런스에 온 사람들이면 동종 업계 사람들인데 인사나누고 알아두면 다 살이되고 피가 되지 않겠습니까?



- 간식을 푸짐하게 내놓는 컨퍼런스, 사랑합니다  -



4. 동료나 선배들에게 물어봅시다.


컨퍼런스 중간 중간에 잘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잘 알만한 선배나 동료들에게 물어보고, 간단한 즉석 토론을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국제 컨퍼런스의 경우 통역이 발표내용을 100%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동료가 있다고 하면 '무슨 소리야..?' 라고 물어보는 방법도 있고, 알만한 선배나 사람들에게 터놓고 '저는 이 부분이 이해가 잘 안가던데.. 무슨 의미인가요?' 라고 이야기를 건넨다면 즉석에서 좋은 토론의 자리가 마련될 수 있다고 봅니다.



5. 간단한 리뷰를 남깁시다.


마흔 중반에 들어서니.. 제가 스스로의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메모나 리뷰를 남겨놓지 않으면.. 금방 까먹어 버리거나 기억이 왜곡되어 버립니다. 컨퍼런스에 참석해서 자료집 구석구석에 발표내용을 메모해 놓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이후에 자료집을 다시 꺼내보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참석한 컨퍼런스에 대한 간단한 리뷰를 남겨 두는 것이 본인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됩니다.


회사에 따라서는 업무시간 중에 외부 행사에 참석하면, 간단히 참석보고서를 작성해서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라면 그걸로 리뷰를 대신해도 좋습니다만... 그런 것이 없다고 한다면 개인적으로라도 리뷰를 작성해서 잘 보관하고 있으면, 나중에 업무를 하거나 필요한 자료를 찾을 때 큰 도움이 됩니다. 저의 경우는 컨퍼런스에서 공부와 논문에 관련된 새로운 키워드를 종종 얻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컨퍼런스 중에 발견하기 보다는 나중에 리뷰를 쓰면서, 찾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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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벌써 6월입니다. 2017년도 상반기가 한달 밖에 안남았습니다. 별로 한일도 없는데 절반 가까이 시간을 보내고 나니 허무하기도 하고, 세월이 야속하기도 합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감사드리며,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