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CSR 유럽투어 후기(3)_ 디아지오의 전략적 CSR
2017 CSR 유럽투어 후기(3)
디아지오의 전략적 CSR
CSR의 쓸모..
기업들은 왜 CSR을 잘 하려고 할까요? 물론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들은 CSR을 기업사회공헌정도로 알고 있지만... CSR을 기업사회공헌으로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기업사회공헌을 잘 하려고 하는 기업들도 포함해서... 왜 기업들은 CSR을 잘 하려고 할까요? 제 생각엔, 기업사회공헌이든, CSR이든 기업에게 뭔가 쓸모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9월, 영국과 스위스에 기업들을 방문하면서, CSR의 쓸모에 대한 확신을 가졌습니다. 물론 좀 잘한다는 기업들을 방문해서 잘하는 모습만 봤기 때문일 수 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2년전에 방문했을 때 보다, 확실히 CSR의 효용성을 기업들이 잘 파악하고 잘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CSR을 전략적으로 쓸모있게 잘 활용하고 있는 '디아지오' 방문기를 올려봅니다. 디아지오는 9월12일 방문했습니다.
디아지오 런던 사무실에서 만난 CSR매니저 ..
디아지오 본사는 런던시내 중심가에서 한시간 넘게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이날 미팅은 런던 중심가 피카디리 서커스 근처에 위치한 디아지오 런던 사무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우리를 반갑게 맞아 준 디아지오 CSR매니저 Amanda Smith..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다 2년여 전에 CSR 부서로 이동하여 현재 디아지오 그룹의 CSR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블로그 글은 아만다 매니저의 PT 슬라이드가 주된내용입니다. Thank you Amanda!!
디아지오는 세계 No 1. 주류기업
디아지오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 텐데... 위에 보이는 술 브랜드들이 모두 디아지오의 세계 NO1 브랜드들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기네스도 디아지오의 맥주구요.. 우리회사 상무님이 좋아하는 중국 고량주 '수정방'도 디아지오 것입니다. 이 외에도 전세계 180개국에서 판매되는 200여개의 주류 브랜드가 디아지오 그룹의 브랜드입니다.
글로벌 브랜드의 균형전략
디아지오는 전세계를 지역별로 24개 그룹으로 나누어 시장전략을 세우고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지역별 전략과 전세계를 아우르는 통합전략을 균형있게 펼쳐가고 있었습니다. 한국에도 디아지오 코리아가 있습니다. (클릭 ☞ 홈페이지 바로가기) 전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공통점은 전세계를 통합하는 큰 그림과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세밀한 지역화 전략이 굉장히 균형있고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글로벌 브랜드 나이키나 코카콜라의 경우 사람들은 전세계 어느 곳이나 똑같은 디자인과 맛의 제품을 판매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다른 나라에 가보면 각 국가의 나이키 판매점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디자인이나 색깔, 주요 기능이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의 일관성은 가져가되 지역별 국가별 환경과 기후, 소비자의 선호도나 취향, 경제적 수준에 따라 다른 방식의 판매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코카콜라의 맛도 전세계 어디서나 똑같을 것 같지만,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많이 다녀 본 분들에 의하면 나라마다 약간씩 맛이 다르다고 합니다. 저 또한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CSR이나 기업사회공헌도 기업전략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룹의 전체적인 큰 그림과 발전방향은 지켜나가되 해당 국가와 지역에 따라 필요한 사업과 현지의 문화와 방식, 지역사회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펼쳐나가고, 이 두 가지가 최적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글로벌 기업의 CSR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에 본사를 두고 지방 여러곳에 사업장에 있는 기업들도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아지오의 경영목적
디아지오의 경영목적은 뭘까요? CELEBRATING LIFE, EVERY DAY, EVERYWHERE... 주류 기업에 잘 맞아떨어지는 기업의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축하하고 기뻐할 일이 많은 인생이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디아지오의 CEO IVAN MENEZES는 '지역사회, 임직원, 주주를 위해 공유가치를 창출할 책임이 있으며, 이것이 디아지오의 비즈니스를 성장할 수 있게한다' 고 말합니다. 즉, 디아지오는 이해관계자가 만족하는 경영을 하겠다는 말입니다. CEO가 이해관계자의 범위를 명확히 인식하고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의 필요와 요구를 균형있게 조절하며 경영을 펼쳐나가는 것이 현대 지속가능경영의 가장 기본적인 전략입니다. 디아지오는 그 부분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디아지오의 CSR 전략... So Cool!!
디아지오와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의 CSR 전략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나타낸 이 슬라이드가 저는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리회사의 CSR전략도 이렇게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재..작업중에 있습니다^^!!
디아지오의 큰 뜻 (Ambition = 큰 그림)은 이해관계자(비즈니스, 지역사회, 파트너)들의 만족을 위한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것이고, 그것을 실현하는 주요 장소는 공급망, 제조과정, 영업판매망이며, 이를 위해 다른 기업, 지역사회, 고객들과 협력할 것이며,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문제)는 알코올과 관련된 사회문제와 우리의 비즈니스와 관련된 지역사회를 번성(성장)하게 하는 것, 그리고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는 것입니다.
심플하면서도 누가보더라도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So Cool!!
전략의 시작은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목표를 시각화 하는 것..
보기 좋고 이해하기 좋은 전략의 뒤에는 반드시 정확한 현실파악이 존재합니다. 책상이나 회의실 탁자에 앉아 몇시간 머리만 굴려서 나온 전략은 모호하고 차별성도 없고, 뭘 하겠다는 것인지도 불분명합니다. 누구든 이해하기 쉽고 간결한 목표를 정하고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 회사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하고, 또한 우리가 도달해야 할 목표가 어디인지를 명확히 시각화 하는 것입니다.
디아지오는 주요 이해관계자별로 중요한 이슈(이것을 지속가능보고서에서는 중대성 평가라고 합니다)를 정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현재 상황과 앞으로 달성해야할 목표를 좌표화했습니다. 위 그림이 작아서 잘 안보이겠지만, 이해관계자별로 어떻게 공유가치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이슈별 목표좌표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슈와 목표를 시각화 한 것으로, 사업을 추진하기에도 직관적으로 편하고 의사결정자인 윗 사람들을 설득하기에도 유용한 형태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 그림은 2020년까지의 달성목표를 나타낸 것이고, 아래그림은 2030년까지 달성목표를 나타낸 것입니다. 전략적 CSR의 4가지 필수구성요소 중 기업의 중장기 발전계획과 CSR을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 있는데, 디아지오는 그렇게 하고 있었습니다. CSR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는 되어 있다는 말씀입니다.
CSR의 실행은 비즈니스 가치사슬에 따라..
전략적 CSR을 실행하는 방식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기업의 비즈니스 가치사슬 단계별로 CSR을 결합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부분 CSR과 기업의 비즈니스 가치사슬이 따로 놀고 있어서 문제입니다만, 앞으로는 점점 더 이 부분을 고려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디아지오는 비즈니스 가치사슬을 3단계로 간략히 구분했습니다. 원재료, 제조, 판매... 대부분의 제조 기업들이 가치사슬을 이렇게 3단계로 구분합니다.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습니다.
디아지오는 원재료 공급단계에서 주류의 원재료인 곡물을 생산하는 제3세계 농업지역의 경제발전과 지역개발, 교육기회제공을 돕고 있습니다. 공정무역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불어 아프리카 지역의 경우 물부족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물부족문제와 깨끗한 생활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조단계에서는 환경오염과 화석에너지 소비를 최소하는 하는 방식으로 제조하고, 주류 병과 용기를 최대한 재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 판매와 영업, 소비의 단계에서는 건전한 음주문화를 정착시키고 술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많이 모자라고 허점 투성이인 연구논문입니다만.. 파타고니아의 사례를 들어 '비즈니스 가치사슬과 CSR의 결합'이란 주제로 논문을 하나 썼습니다. 이 부분에 관심 있으면 한번 읽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논문은 SK행복나눔재단 서진석팀장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서진석팀장님 감사합니다!!
CSR의 실행은 이해관계자에 따라..
디아지오 런던 사무실, PT룸에 앉아 아만다 매니저의 PT를 듣고 보면서 '디아지오의 CSR은 정말 교과서적이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CSR을 잘하는 방법은 첫째, 기업의 전략과 CSR을 결합하는 것, 둘째, 비즈니스의 가치사슬과 CSR을 결합하는 것, 셋째, 이해관계자와 CSR을 결합하는 것, 넷째, 기업의 중장기 발전계획과 성과목표에 CSR을 결합하는 것 입니다. 대부분의 CSR과 관련된 교과서와 책에 기본으로 나오는 내용입니다.
디아지오도 이해관계자를 회사, 지역사회, 고객으로 삼단 구분하고 이에 따라 CSR을 각각 적용,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디아지오처럼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는 크게 1.내부 이해관계자, 2. 경제적 이해관계자, 3. 사회적 이해관계자로 구분합니다. 내부 이해관계자는 기업의 임직원을 말하고, 경제적 이해관계자는 거래, 협력업체, 투자자, 고객 등을 의미합니다. 사회적 이해관계자는 국가, 정부, 지역사회, NGO, 언론 등입니다.
디아지오도 내부 임직원의 고용안정과 능력개발, 복지를 위한 정책과 제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사회적 이해관계자인 지역사회, 특히 원재료 공급망인 제3세계 농업지역에 대한 개발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고객들에게 디아지오가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기업임을 어필하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과 프로그램으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류업체들이 항상 CSR을 열심히 하면서도 취약점으로 여기고 있는 음주로 발생하는 사회문제, 특히 세계적으로 심각한 상황인 '음주운전'에 대해 디아지오는 영국의 F1 그랑프리 선수들과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맥라렌과 함께 음주운전을 하지 말자는 캠페인도 하고 있구요.
주류업체나 음료수, 생수업체들이 환경단체로부터 항상 공격받고 있는 지하수 고갈문제, 식수오염, 수자원 남용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생활용수가 모자란 아프리카 지역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사회공헌사업을 하고 있다고 어필합니다.
또한 주류회사가 지역사회, NGO로부터 비난받고 있는 사회문제 중에 하나가 젊은이들이 술 때문에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하고 실업자나 사회에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디아지오는 바텐더나 호텔, 레스토랑 서비스, 요리 등 지역사회 젊은이들이 디아지오의 비즈니스와 연관된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직업훈련과 실습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거나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위에 사진은 멕시코에서 디아지오의 데낄라 브랜드를 가지고 바텐더와 칵테일 직업교육과 경연대회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철딱서니 없이 술 좋아하는 남편을 둔 아내들이 술 회사를 좋아할리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남성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술 소비도 많이 늘었습니다. 디아지오가 지원하는 여성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사회공헌사업은 알콜릭 남자들로 인해 피해를 입는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활동임과 동시에 향후 성장하게 될 여성 소비자를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이해됩니다.
또한 비즈니스 가치사슬에서 보면 원재료 공급망에 해당하는 제3세계 낙후된 농업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법도 될 것입니다. 제3세계 농업지역에서 여성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그 지역의 경제를 살리는 가장 효과,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것이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되었으니까요. 어쨌거나 CSR이라는 것이 이렇게 기업의 비즈니스에 다방면으로 쓸모가 많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는 겁니다.
술을 만들기 위한 곡물을 생산하는 제3세계 농업지역의 안정적인 발전과 번영이 결국 디오지아의 지속가능경영과도 직접 연결되는 것입니다.
제조업체들이 제조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줄이고, 출고된 생산품에 대한 재활용율을 높이는 것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상식인일입니다.
디아지오의 생산공장 모습입니다. 생산공정을 개선하고 생산시설의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하여 에너지를 절감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질이나 CO2 배출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2020년까지 CSR의 각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그림이 작아서 잘 안보이실 텐데, 디오지아의 홈페이지에 가면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클릭 ☞ 디아지오 홈페이지)
그리고, 다시한번 디아지오 CSR의 전체적인 프레임과 맵을 위의 그림과 같이 정리해서 보여주었습니다. 깔끔합니다. 이런 건 좀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디아지오는 비즈니스 가치사슬과 이해관계자라는 두가지 기본 프레임과 CSR을 결합하는 아주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전략을 가지고 CSR을 실행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디아지오는 비즈니스에 CSR을 어떻게 쓸모있게 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전략적 고민과 노력을 많이 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브랜딩과 마케팅 측면에서 매우 세련되게 CSR을 활용하고 있었고, 어떤 부분이 디아지오 비즈니스의 약점인지도 잘 파악하여, 그 약점이 있는 적재적소에 CSR과 사회공헌프로그램을 잘 배치하고 있었습니다.
진정성과 선의를 중요시하는 사회공헌사업만 잘하면 되는 시대는 급속히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업경영에 어떻게 CSR과 사회공헌을 쓸모있게 결합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CSR 투어는 그것을 다시한번 명확히 확인시켜 준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연휴 마무리 잘하시고, 저는 다음 주에 CSR 유럽투어 네번째 후기로 뵙겠습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