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_ CSR 유럽투어 후기(4)_ HCD_ 기업사회공헌과 시민단체 파트너십
2017 _ CSR 유럽투어 후기(4)
HCD
(기업사회공헌과 시민단체의 파트너십)
기업사회공헌과 시민단체와의 관계
기업사회공헌영역에서 기업은 비영리단체(NPO), 비정부단체(NGO)등 시민단체들과의 관계를 왜? 어떻게 가지고 싶어할까요? 지난 9월 영국 런던에 위치한 HCD(Hackney Co-operative Development)와 Stonewall을 방문하면서 이 질문에 대한 런던식 해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 주의 : 오늘 글은 서론이 무척깁니다. 앞부분은 Skip 하셔도 됩니다.
오늘 이야기하는 HCD는 엄밀히 말해 NPO는 아니고 지역협동조합형태의 사회적 기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가치창출을 최우선순위에 둔 조직이라는 점에서 영리기업보다는 비영리 시민단체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저는 HCD와 Stonewall 방문을 통해 얻은 생각들을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래 두장의 그림으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첫번째 그림은 기업사회공헌과 시민단체 협력의 상호 필요성에 관한 그림입니다.
우선, 기업사회공헌 입장에서 시민단체들과 협력하는 이유는 첫째, 시민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시민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대중적 신뢰의 후광을 얻고 싶어서입니다. 기업사회공헌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우리회사는 돈만 밝히는 놀부 같은 곳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해 좋은 일도 하는 괜찮은 회사야' 라는 이미지를 얻고 싶어하는데, 그것을 시민들이 신뢰하는 공익단체들과 함께 한다면 기업사회공헌의 신뢰성이 높아지고 기업의 이미지도 좋아진다는 생각입니다.
둘째, 기업사회공헌사업의 효과,성과를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기업은 사회공헌을 실행하기 위한 전문성, 인력, 네트워크 등의 역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분야에서 오래동안 일해 온 시민단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사회공헌사업을 성공시키고자하는 욕구와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기업 PR을 위한 컨텐츠의 생산을 위해서입니다. 기업이 스스로 우리는 이렇게 사회공헌을 잘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은 참 낯부끄러운 일이고, 잘난체 하는 것을 싫어하는 우리네 정서상 시민들이나 고객들이 별로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신뢰성있는 시민단체가 '이 기업은 참 좋은 일을 많이해요' 라고 칭찬해주거나, 어떤 시민단체의 사업이나 행사에 후원기업, 협력기업으로 기업의 로고가 들어가고 그것이 언론이나 SNS등의 매체를 통해 홍보가 되면 기업입장에서는 좋은 겁니다.
넷째, 임직원의 만족을 위해서입니다.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은 특히 임직원의 참여와 봉사를 많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임직원들이 사회공헌활동에 강제로 '동원'되는 일이 무척 자주 있습니다. 게다가 소액이지만 기부금을 강요하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당연히 기업사회공헌에 대한 임직원들의 내적 불만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럴때 시민단체의 역할은 사회공헌활동, 기부에 참여한 임직원들에게 '당신들이 지금하고 있는 봉사활동과 기부가 얼마나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일인가'에 대해 잘 알려주는 것이고, 이것이 임직원들의 불만을 만족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NGO, NPO 입장에서 기업사회공헌과 협력하는 이유는 첫째, 단체의 미션과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원이 필요하고, 그 자원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집단인 기업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둘째,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단체의 사업수행역량을 키울 수 있으며, 기업이 가지고 있는 전문지식이나 기술 등을 습득 할 수 있습니다. 셋째, 기업이 알아서 막대한 돈을 들여 언론홍보와 홍보 이벤트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단체의 홍보도 덩달아 같이 됩니다. 넷째, 운영상 재정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기업의 후원이나 지원, 사회공헌 프로젝트 대행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기업과 시민단체의 협력은 상호 필요성을 채워주는 역할도 하지만, 이런 협력이 계속 반복, 누적되고 긍정적인 성과가 확산되다 보면 지역사회 문제해결과 발전이 이루어지고, 이것은 기업이 비즈니스를 펼치고 사업이 성장발전하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안정적인 지역사회와 시장의 형성, 활성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즉, 기업사회공헌을 통한 기업과 시민단체의 협력은 지역사회와 기업이 동반성장하게 되는 선순환 효과를 발생시킵니다.... 물론 이것은 아주 이상적인 모형입니다.
두번째 그림은 기업사회공헌과 시민단체의 협력형태입니다. 편의상 파트너십 1.0 / 2.0 / 3.0으로 이름을 붙여봤습니다. 그림은 순차적으로 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반드시 순차적인 것도 아니며, 세가지 형태가 혼합되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첫째, 파트너십 1.0은 기업사회공헌과 시민단체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가장 많이 협력하고 있는 형태로 '기부(Donation)'방식의 협력입니다. 기업과 시민단체의 영역과 역할구분이 가장 명확한 것으로, 기업은 자원(돈, 물품, 공간, 기술, 장비, 임직원봉사 등)을 시민단체가 하는 일에 기부하는 것이고, 시민단체는 그 자원을 받아 단체들의 고유목적사업에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자원사용의 주도권은 시민단체에 있고, 기업은 시민단체의 자원사용에 대해 독립성을 인정해줍니다. 일반적으로 시민단체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라 볼 수 있습니다.
둘째, 파트너십 2.0은 프로젝트 대행(Project Agencies)방식입니다. 기업사회공헌에 대한 기업의 주도성이 점점 강력해지는 형태로, 기업사회공헌 초창기에는 사회공헌에 대한 전문성도 없고 역량도 없다보니,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성이 높은 시민단체에게 기부금주고 전달식하고 사진찍고 박수치는 정도의 역할로 만족했는데, 기업사회공헌을 몇년하다보면 어느정도 알게되고 사회공헌팀이나 전담자가 자리잡게 되면서, 기업에 입맛에 맞춘 사회공헌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 시민단체를 섭외하거나 공모를 통해 선정해서 프로젝트 실행을 맡기게 됩니다.
CSR 2.0 전략적 CSR에서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으로, 기업입장에서는 좋지만 실제 시민단체입장에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형태의 파트너십입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재정 안정성, 자립성이 높은 단체의 경우 이런 형태의 파트너십을 맺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재정상태가 취약한 소규모 단체들이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런 형태의 파트너십을 가져가게 됩니다. 이런 형태의 파트너십에서 기업사회공헌이 '갑질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파트너십 방식자체가 갑질을 유도하게 되어있습니다.
셋째, 파트너십 3.0은 협력플랫폼(Cooperation Platform)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협력해서 사회적 변화 또는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최근에는 Collective Impact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파트너십 3.0은 어떤 사회문제나 발전과제가 있으면 그것을 해결하고 더 나은 상태로 개선, 발전시키기 위해 그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힘을 모으고 협력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여기서 플랫폼 운영의 주도권은 정부, 지자체, 국제단체, 시민단체, 기업 등 어디나 가능합니다.
파트너십 3.0의 가장 중요한 기본전제는 플랫폼의 참여자 모두가 플랫폼의 운영목적에 동의해야 하고, 문제나 과제의 해결방식,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 등에 대한 민주적인 거버넌스가 만들어져야 하며, 힘을 합칠 때 서로간의 균형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명절날 음식이 가득 차려진 큰 밥상을 옮길 때, 밥상 네 귀퉁이를 잡은 식구들이 모두 같은 힘으로 같은 타이밍에 상을 들고 이동해서 내려놓아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상적이긴 하지만, 파트너십 3.0 모델, 즉, 협력 플랫폼 방식이 앞으로 기업과 시민단체가 가져가야 할 협력의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역사회문제해결과 발전을 위한 사회적 기업 플랫폼 구축모델 _ HCD
지난 9월12일 오후 런던시내 북서부 달스턴(Dalston)에 위치한 HCD(Hackey Co-operative Development)를 방문했습니다. HCD는 지역재생사업과 지역개발 사회적기업모델로서 이미 국내의 많은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찾아갔고 소개된 곳입니다. 그래서, 단체와 사업에 대한 소개는 제가 정리하는 것 보다 관련기사 중에 잘 정리된 것이 있어서 링크를 거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오마이 뉴스 HCD 관련기사 바로가기 ☞ 클릭)
기사 읽고 오셨죠? 저는 기사에 다루지 않은 HCD의 기업 파트너십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우리 일행은 HCD 상임대표에게 기업과 파트너십 중에 가장 성공적인 사례를 이야기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UBS와의 협력 플랫폼인 Pioneering Social Enterprise in Hackney 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UBS는 스위스가 본사인 금융그룹으로 자산투자와 소매금융분야에서 유럽내 두번째로 큰 회사입니다. HCD는 UBS런던지사와 협력하여 HCD의 지원을 받고 있는 사회적 기업가들의 경영역량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Pioneering Social Enterprise in Hackney 란 프로그램으로 위의 사진은 그 과정을 수료한 사회적 기업들이 수료증을 들고 찍은 사진입니다.
HCD가 UBS와 협력한 이유에 대해서 묻자, HCD 상임대표는 "첫째, UBS 런던사무실이 HCD와 가까이 있다(웃음). 둘째, 첫번째 이유보다 더 중요한 것인데, HCD가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가들은 기업경영에 대한 경험이나 노하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비싼 학비를 내고 MBA를 다닐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랜동안 실업상태였거나, 안정적이지 못한 신분인 이민자, 노숙자, 마약중독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젊은 친구들도 있다. 아무튼, 이들에게 사회적 기업을 창업할 수 있는 저렴한 임대공간과 얼마간의 창업자금은 HCD에서 지원할 수 있겠지만, 단기간의 지원이 끝난 이후에도 망하지 않고 기업을 계속 운영하려면, 경영에 대한 기본 지식과 운영노하우가 필요하다. 이것을 UBS가 가르쳐준다"
Pioneering Social Enterprise in Hackney 에 참여한 사회적 기업가들은 UBS의 임직원들로부터 기업경영에 대한 재무, 자산관리, 절세,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구성, 인력채용 및 관리, 부동산임대 등의 다양한 경영지식과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습니다. 위에 사진을 보면, 검은 양복을 입은 UBS 임직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사회적 기업가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주제에 따라 강의방식으로도 진행되지만, 대개의 경우 UBS의 각 분야 전문부서 직원들과 사회적 기업가들이 함께하는 집단 워크숍 형태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회적 기업가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으며, 무엇보다 UBS 임직원들이 이 프로그램의 강사, 컨설턴트, 카운셀러의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과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UBS 임직원들 중에는 공식 프로그램 시간외에도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어 본인이 컨설팅한 사회적 기업을 찾아 현장 상담이나 경영지도를 해주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일행은 HCD 상임대표에게 또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대개의 경우 NGO들은 기업의 기부금을 받는 것을 선호하고, 기업들이 직접 NGO 사업에 관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데, HCD는 어떻게 UBS의 직접적인 참여를 생각하게 되었나?" 이에 대해 HCD 상임대표는 "당연히 사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이다. 물론 HCD는 지역 기업들로부터 기부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기부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특히 단순한 자선사업이 아닌 사회적 기업 영역에서는 기업경영을 위한 전문성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 기업의 성공은 선한 의도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열정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면에서 UBS로부터 기부금을 받는 것이 훨씬 간편하고 쉬울 수 도 있었지만, HCD는 UBS에게 좀더 발전된 형태의 파트너십을 요구했다."
"물론 UBS도 처음에는 기부금을 주는 방식을 선호했다. 그것이 간편하고 단기적인 PR에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HCD는 몇년간에 걸쳐 UBS를 설득했고, UBS가 HCD의 사업을 이해하고 지역재생과 발전이라는 목적에 동의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 UBS와 지금과 같은 플랫폼 방식의 파트너십을 만드는데 대략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
"Pioneering Social Enterprise in Hackney 는 사회적 기업가를 육성하는 공동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열려있는 상태이다. UBS가 UBS의 핵심역량인 기업경영과 자산관리, 재무관리에 관한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이 플랫폼에 제공하고, 지역의 다른 기업들은 그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다른 자원들을 내놓는다. HCD는 이 플랫폼에 다양한 참여자들이 참여하기를 원한다. 이런 열린 플랫폼 방식의 공동참여전략이 지난 30년간 HCD가 런던에서 가장 낙후되고 범죄율이 높았던 달스턴 지역을 사회적 기업과 거리문화의 중심지로 만든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에서 지역개발 및 지역재생사업과 관련해 민감한 이슈이자 고질적인 문제인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 대해 HCD상임대표는 "HCD는 이문제를 HCD가 직접 건물을 소유하거나 지자체로부터 장기임대하는 방식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개인이나 영리기업이 건물을 소유하고 그것을 영리목적으로 단기임대하는 지역에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특성상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다. HCD는 이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30년간 달스톤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공동목표를 앞세워서 지자체를 설득했고, 건물이나 땅을 가진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거나 건물주 개인과 협상하여 아주 저렴한 가격에 건물을 매입하거나 수십년이상 장기임대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가들이 적어도 10년 정도는 앞을 내다보고 기업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임대료가 필수라고 본다." 고 답했습니다.
HCD에서 배운 기업과 시민단체(또는 사회적 기업)의 협력 성공방정식은 무엇보다 1.장기적 관점을 갖는 것, 그리고 2.사회적 가치와 목표에 대한 공동의 합의를 충분히 이루는 것, 마지막으로 3.다양한 참여자들의 협업이 가능한 열린 플랫폼 방식을 만드는 것.. 이었습니다.
* 본문 중 일부 사진은 HCD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HCD 홈페이지 바로가기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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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사회적으로 합의가 덜 이루어진 LGBT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Stonewall 방문기와 함께 해보겠습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