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anced CSR & ESG

노동 영역의 두가지 CSR 빅 이슈!! 어서와요 노동존중 CSR..

Mr Yoo 2018. 3. 24. 21:49



노동영역의 두가지 CSR 빅이슈!!



그 책 값으로 주식을 샀으면...


주말에 책정리를 하면서 또 이백권이 넘는 책을 버리거나 중고서점에 내다 팔았습니다. 연초 책 정리를 한지 겨우 두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얼추 계산해봐도 그 책들을 구입하는데 족히 이백만원은 들었을 것입니다. "책 좀 그만사!!" 라는 아내의 구박에도 불구하고 점심시간 서점 산책을 멈출 수 없고, 퇴근 길에 동네 중고서점을 들리지 않으면 하루를 제대로 마쳤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그동안 그 책 값을 주식에 투자했으면 아파트 한채는 충분히 샀겠다" 라고 충고한(전세값이 또 올라서 곧 이사를 해야한다는 저의 걱정에 대한) 증권사 다니는 대학원 동기의 조언을 지금부터라도 따라야 하나.. 라는 고민을 제법 심각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봐야 할 책은 꼭 봐야 하는 거죠!!  CSR 또는 기업사회공헌실무자라면 "어서와요 노동존중 CSR(박명준외/2017년/해피스토리)" 은 꼭 사서 읽어 봐야할 책입니다^^;;. 



(이 사진은 본문의 내용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노동과 관련된 두가지 CSR 빅이슈!!


꼭 읽어봐야 할 '어서와요 노동존중 CSR'에는 CSR 담당자가 인지, 인식하고 있어야 할 노동권 영역에서의 CSR 주요 이슈들을 심도 깊게 다루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글이 교수님들이 쓴 소논문이기 때문에 지독한 불면증에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하지만(그리고, 어떤 글은 기업현장에는 아무 쓸모없는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꾹 참고 다 읽고 나면 노동과 CSR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 지에 대한 큰 그림을 대략 보았다는 뿌듯함이 남습니다. 더불어 CSR담당자로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많겠구나 하는 결기도 생깁니다.



   

빅이슈 1. 착한 기업의 첫번째 책임은 '일자리'


얼마전 모대학 경영학과 교수님과 저녁식사를 같이하면서 앞으로 국내 CSR영역에서 제일 큰 이슈가 무엇이 되겠는가에 대한 짧은 토론을 했습니다. 인권, 윤리경영, 환경경영, 기업사회공헌, 기업지배구조, 소비자 보호와 같은 이슈는 이슈자체의 특징이 사회 발전과 궤를 같이 하기 때문에, 우리사회의 법과 제도의 개선, 글로벌 CSR 환경의 변화, 시민과 소비자의 사회의식향상에 따라 어느정도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긍정적인 의견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런데, '일자리 문제'에 대해선 한참을 얘기해도 뭔가 분명한 그림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들 잘 알겠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 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책임은 '경제적 책임'입니다. 기업의 경제적 책임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냄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그 과정에서 일자리와 납세를 비롯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영리(營利)창출 과정에서 경제를 돌리는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업의 고용창출은 현대 산업국가에서 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국가경제를 유지하는 가장 큰 버팀목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기술이 발전하면 발전 할 수록 생산방식이 고도화되면 고도화 될 수록  '고용없는 영리창출'이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미 문이 열린 4차 산업혁명의 경우 가장 중요한 개념이 '인간 노동자가 필요없는 생산방식으로의 혁신' 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4차 산업혁명의 출발점을 살게 될 우리세대는 아직 일자리 감소문제에 대한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또 다른 형태의 일자리가 생기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와 '기본소득'과 같은 실행이 굉장히 어렵고 오래걸리는 해결책에 기대고 있을 뿐입니다. 실례로 지난 해 아디다스는 생산공장이 (기업의 본사가 위치한) 독일을 떠난지 23년만에 다시 독일에 공장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중국 아디다스 공장에서 600명이 일하던 생산라인이 '스마트 팩토리' 라는 인공지능로봇 생산방식으로 바뀌면서 독일 공장에서는 단 10명만이 일하게 되었습니다. 


주주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인건비를 절감하는 스마트팩토리가 이익을 많이 내는 구조가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일자리를 잃은 600명의 노동자와 가족, 공장이 있던 지역사회의 소비자를 잃게 되는 결과를 낮게 된 것입니다. 이제 이런 일들이 전세계 여러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제조업 기준으로 로봇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으며 그 비율은 점점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비단 제조공장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며칠전 동네 롯데리아에 갔는데 '어서오세요. 롯데리아입니다' 라고 힘차게 외치던 아르바이트 직원들은 다 사라지고 큰 TV 같이 생긴 주문 단말기만 덩그라니 서 있더군요. 주유소, 극장 등과 같은 서비스 업종도 마찬가지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이젠 학생들이 학비와 용돈을 벌 아르바이트 자리도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이 책에도 일자리 감소문제에 대한 쪽집게 같은 해답은 없습니다. 단지 노동자, 기업, 정부.. 노사정위원회 3주체가 최저임금 문제에 올인하지 말고 일자리 감소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를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과제만 던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사회적 대화'를 통한 공동 거버넌스 방식의 문제해결은 이상적이긴 하지만 그 실행방법을 충분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CSR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더더욱) 개별 기업 혼자서만 결코 실행할 수 없으며, 정부, 지역사회, NGO, 노동자 단체, 다른 기업과 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얼마나 잘 소통하고 잘 협력하느냐에 따라 성공이 판가름 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현재 갈등중심관계에 있는 우리나라 노동계와 기업계가 향후 다가오는 일자리 감소의 거센 폭풍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갈등이 아니라 긴밀한 협력의 관계로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사람 노동자의 일자리가 급속히 사라져 가는 4차 산업혁명시대엔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많이 만들어내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가장 잘하는 기업으로 주목받을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빅이슈 2. 글로벌 공급사슬망의 노동환경 개선


노동영역의 두번째 CSR 빅이슈는 글로벌 공급사슬망의 노동환경 개선입니다. 2013년 4월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 인근에 있는 8층짜리 상가 겸 공장건물 '라나 플라자'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천여명이 넘는 노동자가 사망하고 이천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희생자 대부분은 여성이거나 미성년 노동자들이었습니다. 희생자가 발생한 업체 대부분은 H&M, 토미힐피거, 캘빈클라인, 월마트, 테스코 등에 의류를 납품하는 영세 하청업체들이었습니다. 이 사고가 보도되면서 서구의 의류브랜드들이 언론과 시민단체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1998년 나이키의 아동노동보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조용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들 글로벌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생산하는 제3세계 하청공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조건에 대해 알고 있었나하는 것과 이 문제와 관련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것입니다.




의류업체 뿐만 아니라 전자제품이나 IT업체도 사정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글로벌 전자제품업체들의 공장이 있는 중국에선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에 적잖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사고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뉴스가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2010년을 전후로 애플의 아이폰을 납품하던 중국기업 폭스콘 노동자들의 연쇄적인 자살 소식은 의류업체뿐만 아니라 최첨단 제품을 만드는 IT기업과 전자제품 하청업체들의 노동환경 또한 좋은 상황이 아님을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더 빨리 더 싸게 더 좋게" .... 마치 올림픽 구호를 연상시키는 원청업체들의 무리한 요구는 더 싼 인건비, 더 강도높은 노동, 더 강압적인 기업문화를 하청업체들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하청업체의 노동환경이 문제가 되자 거기에 더해서 "더 좋은 노동 환경" 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책 '어서와요 노동존중 CSR' 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경영을 외치는 글로벌 거대기업들이 그들의 평판을 지키기 위해 제3세계 하청업체들에 어떤 무리하고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 그것이 하청업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결과 노동자 개개인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까발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요? 뒷짐지고 남의 나라 걱정할 형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세계 초일류기업이라고 자랑하는 삼성은 반도체 생산노동자들의 백혈병문제에 대해 계속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그동안 쉬쉬했던 직장내 성희롱, 성폭력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터져나오고 있으며 1차 협력업체 노동환경에 대한 관리를 시작했지만 2차, 3차, 4차 하청업체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선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기업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닌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법과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의 근로조건과 노동환경, 인권보호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역으로 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한국에서와 똑같은 방식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하다가 큰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종종발생하고 있습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새는 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점점 증가하고 있는 농촌의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법적관리와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임금체불, 열악한 노동/생활환경, 여성노동자에 대한 성폭행, 인권유린 등의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있는 상황입니다.   




또 하나,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의 극단적 양극화 현상은 현재 국내 대기업 CSR의 주요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갑을관계에서 오는 "갑질"의 피해를 넘어서 중소, 중견기업의 열악한 상황이 앞으로 지속될 경우 반드시 그 피해가 부메랑처럼 대기업에게도 돌아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 동반성장을 지속가능보고서, 언론보도와 MOU협약만으로 대충 떼우는 대기업들의 사례를 너무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의 건전성과 지속성이 과연 개선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서와요 노동존중 CSR' 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난 기업사회공헌 담당자니까.. 노동환경 쪽은 잘 몰라도 되겠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함께 일하는 직원, 우리회사의 물건을 만들어 주는 협력업체의 직원들에게 나쁘게 구는 회사가 회사 밖 사람들에게 사회공헌을 잘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건 마치 집안에서는 폭력을 휘두르면서 밖에서는 인자한 사회복지시설 대표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위선자의 모습과 다를게 뭐가 있겠습니까? 기업사회공헌을 어떻게 잘할까 고민하기 이전에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협력하는 중견, 중소업체들 부터 챙기는 것이 더 우선되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CSR, 기업의 사회적책임의 가장 기본은 '경제적 책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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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러나 저러나 봄이 오고 있습니다. 올봄엔 좋은 책과 함께~~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