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회공헌 원칙과 전략(1) _ 기업사회공헌 전략 키워드 "SIX"
기업사회공헌 원칙과 전략(1)
Strategies on Principles
기업사회공헌 전략 키워드 "6"
CSR말고 사회공헌 얘기를...
주구장창 CSR에 대한 이야기만 계속하고 있으니 사회공헌 실무자인 독자께서 사회공헌에 대한 얘기도 좀 해달라고 하신다. 기업사회공헌이 CSR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CSR이 포괄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사회공헌 실무에 세밀하게 적용하기 어려우니 사회공헌에 대한 내용도 좀 다뤄줬으면 하는 바람을 메일로 보내셨다.
그래서, 이번 주와 다음 주는 기업사회공헌전략에 대한 내용을 올리기로 한다. 아주 기본적인 내용들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분들은 스킵하셔도 된다. 뜬금없이 왜 사회공헌 전략이냐고 하면, 올해는 CSR 체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고, 당연히 기업사회공헌 전략도 CSR 체계내에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에 코로나-19와 콜렉티브 임팩트를 엮어서 사회공헌 전략에 대한 글을 쓰긴 했는데 좀 끼워맞춘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부디 너른 마음으로 양해해 주시기를....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우리나라 기업들 중에 CSR을 '포괄적 의미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이해하고 그 업무를 위한 별도의 조직과 담당자를 두는 기업은 채 100개도 되지 않을 것이다. 30개쯤 되려나? 여전히 국내 기업의 CSR은 기업사회공헌과 동일한 의미로 이해되고 있고, CSR팀이나 담당자의 주요업무는 사회공헌이다. 그런데, 이 블로그에서 맨날 CSR의 스펙트럼이 확장되고 비즈니스와 결합되고, 지속가능경영이 어떻고 이러고 있으니.. 저 머나먼 달나라 이야기로만 들릴 것이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공헌 원칙과 전략..
여기서 질문!! "여러분이 일하고 있는 기업에 사회공헌 원칙과 전략이 있나요? 있으면 손!!".. 기업사회공헌을 잘한다고하는 몇몇 기업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무 썰듯이 반듯하고 보기 좋게 나와 있지는 않지만 대략 사회공헌의 원칙과 전략에 대해 이런 단어들을 쓰고 있었다. '행복, 나눔, 꿈, 희망, 빛과 소금, 상생, 협력, 공동체, 이해관계자, 업의 특성을 살린, 기업의 장점을 활용한, 임직원의 참여..' 좋은 말들이 참 많았다. 홈페이지용으로는 좋지만 실무에 적용하기는 구체성이 조금 떨어지는 단어들이다.
잘 알다시피, '원칙(原則, Pronciple)'은 어떤 일을 할때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 이다. 또, '전략(戰略, Strategy)'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을 의미한다.
좋은 전략은 좋은 원칙에 뿌리를 두고 좋은 원칙은 좋은 철학에 뿌리를 둔다. 철학은 존재와 행위의 이유(why)이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기업의 여러 활동 중에 하나이다. 따라서 기업사회공헌 전략은 기업의 경영 원칙에 뿌리를 두고 경영 원칙은 경영 철학에 뿌리를 둔다. 즉, 좋은 사회공헌 전략은 그 기업의 좋은 경영 철학으로부터 나온다는 얘기다. 어쩌면 좋은 사회공헌 전략을 세우는 일은 실무자의 몫이 아니라 경영자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공헌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건 실무자의 역량이 떨어져서 그런게 아니라 경영 철학과 원칙이 모호해서 그런것이니 너무 상심하지 마시라는 의미에서 드리는 말씀이다.
이윤추구는 원칙도 전략도 아닌 결과일 뿐..
예전에 사회공헌 전략을 얘기하는 자리에서 어떤 실무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우리 회사는 모든게 이윤 중심이라서 사회공헌도 뭔가 회사에 이익이 되지 않으면 의사결정을 안해줘요. 어쩌면 좋죠?" .... 이런 어려움을 겪는 사회공헌 실무자.. 손!!... 수많은 손들이 보인다. 심심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 "힘내십시오!!"
실무자 입장에서 보면 이윤추구가 원칙과 전략처럼 보여서 기업이 이윤만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여도, 따지고 보면 그 이윤은 '고객가치'라는 부분에서 창출되기 때문에 기업은 이익을 쫓아간다기 보다는 보다 높은 고객가치 창출을 위해 좋은 상품,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원칙과 전략이 된다. 뭔 소리냐고?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 할아버지는 1953년 '경영의 실제'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윤은 고객가치 창출의 결과물일 뿐이다. 기업의 경영 원칙과 전략은 모두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데에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
한편, CSV(공유가치창출=기업적가치+사회적가치)를 잘못이해하면서 '기업사회공헌의 전략도 이젠 이윤추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건 CSV를 주장한 마이클 포터가 들어도 놀라 자빠질 일이다. CSV에서 창출되는 기업적 가치는 비즈니스 가치사슬상의 사회,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즉, 사회적 가치 활동)을 통해 결과적으로 비즈니스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사회공헌의 전략을 이윤창출로 바꾸거나 돈버는 사회공헌을 하라는 얘기가 아니었다. 경영학 얘기는 여기까지..
기업사회공헌의 원칙...
이제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경영철학 → 경영원칙 → CSR(사회공헌포함)원칙" 의 순서가 된다. 경영 원칙과 사회공헌의 원칙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말을 하기 위해 서론이 무척 길었다. 같은 원리로 사회공헌의 원칙이 따로 없다고 하더라도 경영원칙을 사회공헌의 원칙으로 사용하면 된다.
일반적인 기업들의 경영원칙은 위 그림의 네가지를 대부분 포함하고 있다. "준법", "윤리", "인권", "환경" .. 기업을 포함한 모든 조직의 사회적 책임 가이드 라인인 ISO26000에도 이 네가지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사회공헌도 이 원칙을 따르면 된다. 너무 당연한 거 아니냐고? 뭘.. 이런 걸 블로그 글로 쓰면서 잘난척하느냐고 할 수 도 있겠지만, 원칙이라는 것은 원래 당연한 거다. 새롭고 낯설게 들리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다. 그런데..
이 당연한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사회공헌을 하면서 법을 어긴적은 없는가? 윤리적인 문제는 없었는가? 인권은 잘 보호했는가? 사회공헌을 한답시고 환경오염을 일으킨 적은 없는가?
나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있다".. 사소하지만 법을 어긴 적도 있고, 윤리적인 문제에 눈을 감은 적도 있고, 협력 단체에 무리한 갑을 관계를 요구한 적도 있었다.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한 사업을 한 적도 있었고 대상자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은 언론 자료 배포도 당연히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사회공헌행사를 한답시고 쓰레기만 잔뜩 만들어 놓은 경우도 있다.
네가지 원칙, 지키는 것이 당연하고 쉬운 것 같지만 일을 하다보면 목표 달성과 성과에 눈이 멀어 이 원칙들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종종있다. 기업 문화가 목표 달성이 우선이고 원칙을 지키는 것은 후순위라고 한다면 사회공헌에서도 그럴 확률이 매우 높다. 지난 20년 동안 4개의 기업과 3개의 비영리 단체를 거쳐오면서 알게 되었다. 비즈니스에서 원칙을 잘 지키는 기업이 사회공헌에서도 원칙을 잘 지킨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기업사회공헌 전략의 핵심 키워드 "6"
사회공헌의 원칙은 경영원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사회공헌 전략은 어떨까? 마찬가지다. 위 그림에 제시한 6개의 키워드는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발간한 "CSR 핸드북"에서 제시하고 있는 CSR 전략 키워드들이다. 가만히 보면 기업경영전략 키워드와 다르지 않다.
Keyword 1_리더십 : 모든 기업 전략의 기초이며 가장 중요한 전략은 '훌륭하고 뛰어난 리더십'이다. 리더십이 엉망이면 기업은 망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오너십과 리더십을 분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경영은 경영을 가장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뛰어난 경영 전략이다. 오너가 경영까지 잘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는게 이제까지의 연구 결과다.
사회공헌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리더십이 사회공헌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방향을 가지고 있을때 사회공헌을 잘 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공헌을 잘하기 원한다면 실무자는 경영자가 사회공헌의 가치와 내용을 잘 알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며 경영자가 사회공헌에서 솔선수범을 보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솔직히 이것만 되면 게임 끝이다.
Keyword 2_ 비즈니스 벨류 체인 : 기업의 핵심 역량과 차별성을 가지기 위한 토대이자 전략 수립의 기본 체계는 비즈니스 벨류 체인이다. 비즈니스 벨류 체인의 경쟁력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다. 기업의 사회공헌도 비즈니스 벨류 체인이라는 기본 프레임을 가지고 그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CSV가 바로 이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기업의 오너가 자기 몫으로 돌아온 이윤을 가지고 별도의 공익 재단을 설립하고 종교 단체에 헌금을 하고 취미 활동으로 사회공헌을 할 수 있지만, 기업의 공식적인 비용을 가지고 하는 기업 사회공헌은 어떻게든 벨류 체인과 연계, 결합을 해야한다. 그래야 뒤에 나오는 키워드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Keyword 3_이해관계자 : 피터 드러커 할아버지는 기업의 유일한 경영 목적은 '고객가치창출'이라고 했다. CSR과 사회공헌의 목적은 '이해관계자 가치창출'이다. 고객가치창출이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과 서비스로 이루어진다면, 이해관계자 가치창출은 '커뮤니케이션'과 '사회참여활동'으로 이루어진다. 커뮤니케이션이 4번째 키워드인 이유이자 미국과 유럽의 CSR을 좀 잘한다는 기업들의 CSR팀이 커뮤니케이션 부문에 속해있는 이유이다.
그리고, 사회참여활동이 바로 사회공헌이다. 사회공헌은 기업이 속한 사회의 가치를 높이는 활동이다. 사회의 가치를 높이면 사회의 구성원인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은 좋아한다. 사회의 가치를 높이는 기업은 좋은 평판을 얻게 된다 . 하지만 기업이 사회공헌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높이는 일은 어렵다. 따라서, 이해관계자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우선순위에 맞게 사회공헌 전략을 수립하는 일이 필요하다.
Keyword 4_커뮤니케이션 : 비즈니스에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상품과 서비스"다. 상품과 서비스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 되지 못하고 광고나 PR이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자리를 차지하면 일을 거꾸로 하는 것이다. 내 말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의 대가 '필립 코틀러'가 한 말이다.
사회공헌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언론 보도자료 배포가 아니라 '이해관계자 가치 창출, 사회적 가치 창출'이다. 이게 되면 PR과 홍보는 저절로 이루어진다. 거금을 주고 신문사의 지면을 사고 방송국 프로그램을 따올 이유가 없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잘하면 신문 기자들과 방송국 PD들이 그리고 유튜버들이 알아서 찾아오고 알아서 컨텐츠를 만들어 준다.
Keyword 5_사회적 가치 : 2020년이 되면서 기업과 비즈니스의 목적이 "이윤창출" 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조금 촌스러운 얘기가 되어 버렸다.. (솔직히 촌놈인 내 입장에서 이 말이 맘에 들진 않지만 세상 돌아가는 일을 잘 모른다는 의미에서 적절한 말이다) .. '기업과 비즈니스의 목적은 이윤창출만이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창출이다.' 라고 올해 1월에 열린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결론을 냈다. "이해관계자 경영"이 바로 올해 다보스 포럼의 핵심 주제였다. 코로나-19가 아니였으면 "이해관계자 경영"이 핫 이슈였을텐데 코로나-19에 묻혀 버렸다.
다보스 포럼에서 얘기한 이해관계자 경영의 핵심은 사회가치 창출이다. 그리고 사회가치 창출의 핵심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UN SDGs는 바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목표와 지표들이다. 사회공헌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이 늘 핵심이고 우선인 것 같지만 실상 그렇지 않을때가 많다. 특히, 홍보가 앞설때 그렇다. 올해는 사회적 가치 창출이 최우선인 사회공헌을 해보자.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 기업들의 사회공헌이 딱 그렇게 잘하고 있다. 이대로만 하면 된다.
Keyword 6_기업적 가치 : 이윤창출이 더 이상 기업적 가치에 대한 독점적 위치를 고수하지 못하게 되면서 경영 전략가들은 잠시 혼란에 빠졌지만 금새 다른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역시 전략가들 답다. 이제 이윤창출이 경영전략의 최우선 목표가 아니라 "지속가능성"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세계적인 경영전략 컨설팅기업인 독일의 '롤랜드 버거'는 다보스 포럼에서 이해관계자 경영이 핵심 주제로 선정되면서 '이제는 단기 이윤이 아닌 장기 지속성'이 경영전략의 타겟이 되었다는 짧은 논평을 냈다.
그렇다면 기업의 사회공헌이 추구해야 할 기업적 가치도 단기적 이익이 아니라 '기업의 장기 지속성' 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회사가 망하지 않고 오래도록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는데 보탬이 되려면 사회공헌을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것이 사회공헌 전략을 수립할때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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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기업사회공헌의 원칙과 전략에 대한 얘기를 했다. 요약하자면 경영철학과 경영원칙이 사회공헌의 원칙과 전략의 뿌리이기 때문에 경영철학, 경영원칙을 잘 세우고 잘 지킨다면 사회공헌도 그렇게 된다는 것이고, 사회공헌 전략의 키워드 또한 경영전략의 키워드와 다르지 않다는 얘기를 했다. 다음 주는 이 여섯개의 키워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회공헌 전략의 형태를 띠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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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건강이 최우선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주만 잘 해냅시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기업사회공헌 아카데미 10기는 코로나-19가 어느정도 해소된 다음에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Balanced CSR 유승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