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세계경제포럼 가이드 라인 리뷰(2)_ 거버넌스
ESG, 세계경제포럼 가이드 라인 리뷰(2)_거버넌스
ESG 평가를 잘 받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죠?
'좋은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하면 되죠?' 와 '좋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죠?' 는 다른 질문이다. 'ESG 경영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요?' 와 '어떻게 하면 ESG 평가를 잘 받을 수 있을까요?' 도 역시 다른 질문이다.
올 해 들어 ESG가 경영계의 핫 토픽으로 등장한 배경에는 'ESG 경영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요' 보다는 '어떻게 하면 ESG 평가를 잘 받을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블랙록을 필두로 세계 거대 투자사들이 기업투자에 ESG 평가를 점점 더 강화하겠다는 발표가 연초부터 이어지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KB, 신한, 한화, 미래에셋 등 국내 투자 큰 손들도 ESG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연일 발표를 하니 기업들 입장에서는 ESG 평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국내외 투자사들이 ESG 평가 비중을 높이겠다고 한 이유는 지구 온난화, 빈부 격차의 양극화, COVID-19와 같은 예상하지 못한 바이러스의 창궐 등 점점 더 심각해져가는 지구촌의 사회, 환경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겠다는 선한 의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언론보도에는 ESG 투자 명분을 그렇게 밝히고 있지만, 실제 더 현실적인 이유는 투자의 장기 안전성 때문이다.
2017년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UBS 본사를 찾았을때 UBS의 CSR팀 시니어 매니저는 ESG 투자 증가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지만 연기금 등 장기투자가 필요한 기관은 투자처의 단기 수익률보다는 장기 안정성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기업의 장기 리스크는 대부분 ESG 영역에서 발생합니다. 또한, ESG는 어느정도 기업 규모가 되고 중장기 계획을 안정적으로 수립하고 실행 할 수 있는 기업이 잘 관리하기 때문에 ESG 투자 대상은 대부분 우리에게 잘 알려진 글로벌 다국적기업이나 대기업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서두에서 제시한 아리송한 질문에 지극히 상식적인 대답을 하자면... ESG 경영을 잘하면 ESG 평가를 잘 받을 수 있다.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으면 좋은 사람이 되면 된다. 그런데, 안타까운 부분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ESG 경영을 제대로 잘하려고 하기 보다는 단지, ESG 평가만 잘 받기를 원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요즘 ESG 평가 컨설팅을 한다는 곳들이 우후죽순처럼 막 생겨나고 있다. 역시!! 우리나라는 참 대단한 나라다.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평가에 관해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잘 대응한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ESG 평가 또한 비싼 컨설팅 회사를 쓰면 다 해결되는 시점이 곧 올것이다.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보다 고액 과외를 받는 학생이 더 좋은 대학에 갈 확률이 높은 우리 교육 현실과 같은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진짜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 ESG 경영을 제대로 하는 회사는 '바보'라 불릴 것이고 돈 써서 ESG 평가를 쉽게 잘 받는 회사가 전략적으로 경영을 잘하는 회사로 인정 받을 것이다. 일 잘하는 CSR팀은 회사가 지속가능경영을 잘하게 만드는 팀이 아니라 ESG 평가를 잘받게 해주는 컨설팅회사를 제때 제값주고 계약하는 팀이 될 것이다.
ESG 평가는 평가하는 투자기관, 투자회사마다 제각기 다른 지표를 사용한다. 우리나라에 가장 잘 알려진 ESG 평가지수인 DJSI(다우존스지속가능지수)는 미국 투자평가회사 S&P Dow Jones Indices LLC 와 스위스의 투자평가 회사RobecoSAM이 1999년에 합작해서 만든 평가지수이다. DJSI는 매년마다 평가 항목을 조정, 개선하고 있다. DJSI 지수 또한 관련 컨설팅 회사에 비싼 용역을 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평가지표별로 어떤 결과물을 어떤 방식으로 제출하면 되는지 어떤 가중치가 있는지에 대해 컨설팅을 받아야만 알려주니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컨설팅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참고로, DJSI외에도 지속가능경영, ESG를 평가하는 지표는 많다.
우리나라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자체 개발한 ESG 평가지표와 평가결과가 2011년부터 매년 공개되고 있다. 국민연금, KB, 신한, 한화, 미래에셋 등 국내 주요 투자 기관과 회사들은 각자 사용하는 ESG 평가지표를 가지고 있지만 KCGS의 평가 결과 또한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ESG 평가의 허상...
언제나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ESG 전문가 한 분은 "ESG 평가를 잘 받으려고 노력하다보면 ESG 경영도 진짜로 잘하는 날이 오지 않겠어요." 라고 말한다. 희망을 걸어볼만한 말이지만 나는 회의적이다. DJSI에서 몇 년 연속 월드 클래스에 들었다고 언론을 통해 자랑하는 회사들의 실상을 보면 ESG 평가를 잘 받는 회사들이 정말 ESG 경영을 잘하고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직원들이 과로와 사고로 죽어나가는 일이 반복되고, 정직원과 계약직 직원에 대한 차별이 계속되고,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과 횡포가 끊이지 않으며, 회사 대표와 임원들은 뇌물과 부정행위로 실형을 선고 받고, 사내 성희롱 문제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며, 정당한 노조행위는 회사의 집요한 방해 공작에 시달리고, 납품 받는 제3세계 농장과 공장에서 아동노동, 안전사고, 노사분쟁의 문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니..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ESG 평가를 잘 받는거냐고, 어떻게 DJSI 월드 클래스에 들 수 있냐고... 물으신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좋은 결과만 보여주고 좋지 않은 결과는 감추면 된다. 평가회사들도 주요 언론기사 등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된 자료만 보기 때문에 비공개된 자료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알다시피 회사 홍보팀의 주된 역할은 회사가 잘하는 것을 홍보하는 일이 아니라 회사가 잘못한 일이 언론에 나는 것을 막는 일이다. 경언유착(經言癒着)이 괜히나온 말이 아니다.
무엇보다 ESG 평가에 기본 참고 자료로 사용되는 것이 회사들이 자체 발간한 '지속가능보고서'이다. 이 지속가능보고서라는 것 또한 비싼 돈 주고 컨설팅회사에 맡기면 ESG 평가를 잘 받을 수 있도록 꾸며준다. 돈 주고 대리시험 치는 꼴이다.
결론은 ESG평가와 실제 ESG경영은 많이 다를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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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 ESG 평가의 시작점 _ 거버넌스
아무튼, 오늘은 ESG 평가에서 거버넌스에 대한 내용을 소개한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지난 9월에 내놓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공통 평가지표』의 4대 영역 중 첫 번째가 '거버넌스'이다. 거버넌스를 보통 '지배구조'로 번역하는데 나는 '의사결정구조'라는 말을 더 선호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ESG 평가 중에 대체로 낮은 평가를 받는 영역이 바로 '거버넌스' 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의사결정을 오너 또는 대표이사가 독단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업의 의사결정을 오너나 대표이사가 독단적으로 하면 안된다는 것이 ESG 거버넌스의 평가 원칙이다.
WEF의 거버넌스 원칙
WEF가 제시하는 거버넌스 원칙에는 5가지가 있다. 첫 번째 원칙은 '거버넌스 구축의 목적'이다. 즉, 기업이 의사결정의 목적을 어디에다 둘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WEF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대해 "기업의 목적은 주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WEF의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목적을 오너나 대표, 또는 주주의 이익이 아닌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변경하고 이를 회사의 경영목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두 번째 원칙은 '의사결정구조 구성요건' 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 및 위원회에 경제, 환경, 사회와 관련된 역량을 갖춘 외부 전문가가 정식 구성원으로 참여해야 한다. 즉, 기업의 이사회에 경영 전문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환경 분야의 전문가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구성된 이사회는 이사 각 개인의 의사결정 독립성과 임기를 보장하여야하며 성별이나 인종, 자격에 대한 차별이 없어야 한다. 또한 기업의 주요 이해관계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세 번째 원칙은 '이해관계자의 참여'이다. 이 원칙은 의사결정구조에 주요 이해관계자가 참여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것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각 기업의 주요한 이해관계의 주제가 파악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주요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 식별해야하며 주요 이해관계자의 리스트가 작성되어있어야 한다. 또한 주요 이해관계자의 의사가 어떠한 방식으로 어떻게 의사결정에 반영되었는지에 대해서도 관리하고 보고하여야 한다.
네 번째 원칙은 '윤리적 행동' 이다. 윤리적 행동은 '반부패'와 '보호된 윤리적 조언 및 보고 매커니즘' 으로 구분된다. 반부패의 경우 부패와 관련된 사건의 수와 성격을 외부에 공개해야하며, 보호된 윤리적 조언 및 보고 매커니즘은 회사 내외부에서 회사의 비윤리적인 경영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거나 제보, 고발을 할 수 있는 보호된 의사소통 장치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 원칙은 '위험과 기회에 대한 관리 감독' 이다. 이 부분은 기업이 기존에 해왔던것처럼 재무적 위험과 기회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관리 감독해서는 안되며 환경과 사회영역의 위험과 기회에 대해서도 관리 감독을 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기후변화 및 개인 정보에 관한 관리 감독을 강조하고 있다. WEF는 재무, 사회, 환경 영역의 위험과 기회 관리를 하나로 통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세계 1등 유니레버의 사례...
ESG 거버넌스의 원칙을 개념으로만 설명하면 이해가 잘 안된다. ESG는 사례로 이해해야 한다. 지속가능경영, ESG 평가에서 지난 10년간 늘 Top of the Top을 기록하고 있는 영국의 유니레버 사례를 살펴보자.
1. 지속가능경영이 우리의 가치와 원칙이라는 것을 공표한다.
유니레버는 2010년 기업의 경영목표와 지속가능경영목표를 통합했다. 그리고 기업의 비전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만든다"로 정했다. WEF의 거버넌스 첫번째 원칙에서 제시한 것 처럼 기업의 경영목표가 이윤추구가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유익, 즉 지속가능한 삶으로 정한 것이다.
2. 거버넌스의 원칙을 정하고 이를 공개한다.
유니레버는 Code of Business Principles and Code Policies (비즈니스의 원칙 및 강령과 정책)를 정하고 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이 원칙은 기업의 의사결정 원칙이다. 이 원칙에는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유니레버의 가치, 비즈니스 원칙, 정책 강령이 명시되어 있다.
가치의 예를 살펴보면 유니레버는 "우리의 가치는 성실, 존중, 책임 그리고 개척이다. 이것이 우리를 나타내주는 가장 간단한 명제이다. 이런 가치들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결정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3. 주요한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 그들과 어떻게 관계하고 있는지 공개한다.
유니레버는 주요한 이해관계자를 임직원, 고객, 주주, 비즈니스 파트너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각각의 이해관계자와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그들의 의사를 거버넌스에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공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고객 영역의 경우 "유니레버는 고객이 구매하고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과 가격, 품질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고객 서비스 채널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제품 라벨과 광고로 고객에게 제품과 서비스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라고 명시하고 있다.
4. 윤리적 행동에 대한 원칙을 만들고 공개한다.
유니레버는 윤리경영에 대한 원칙을 만들고 이를 공개하고 있다. 이해상충방지, 뇌물방지, 선물 및 접대 원칙, 정확한 기록과 보고 및 회계원칙, 자금세탁금지 등이 윤리경영 원칙에 포함되어 있다.
선물과 접대의 예를 들면 유니레버의 임직원들은 사전승인 없이 공무원이나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선물이나 접대를 해서는 안되며, 비즈니스와 거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물과 접대는 주거나 받아서도 안되고, 현금성(복권, 상품권, 티켓, 바우처, 주식 , 대출 등) 선물을 주고 받는 것도 안되며, 해외여행이나 하룻 밤 이상 체류하는 출장을 제공 받아서도 안된다. 또한 현지법을 어기거나 현지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선물이나 접대도 금지한다.
5. 재무적, 비재무적 리스크에 대한 관리원칙을 정하고 이를 공개한다.
유니레버는 재무적 리스크에 대한 대응 원칙 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리스크인 사회, 환경 리스크에 대한 대응원칙도 정하고 이를 공개하고 있다. 리스크 대응 주요 영역은 공정거래, 공정소싱, 공정협력, 공정경쟁, 고객정보보호, 마케팅, 언론, 정치권력 영역 등이다.
6. ESG를 고려한 이사회 구성
마지막으로 유니레버 이사회의 구성이다. WEF에서는 지속가능성 영역의 전문가를 이사회 멤버로 두어야하며 성별, 인종, 자격 등에 대한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유니레버의 이사회 멤버들은 글로벌 다국적 기업답게 다양한 인종과 국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23명의 이사회 멤버 중 9명이 여성으로 절반에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사외이사는 총 9명이고 이중 재미교포 한인도 있다. 하버드 경영 대학원 문영미교수는 2016년 유니레버의 사외이사로 선임되었으며 2018년에는 유니레버 부회장(사외이사직)으로 선출되었다.
공개된 사외이사의 경력을 참고하면 지속가능성 부분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은 Feike Sijbesma로 그는 월드뱅크의 기후변화그룹 리더, 유럽생명공학협회 화학분야 리더, 세계경제포럼 글로벌 아젠더 리더, 네덜란드 식품 사슬 지속가능성재단 의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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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소개한 유니레버 거버넌스 사례는 아주 작은 일부분에 해당한다. 유니레버의 지속가능경영과 관련된 자료는 정말 방대해서 소개할때마다 숨이 막힌다. 그래서 이 블로그 글만 읽지말고 위에 첨부된 Code of Business Principles and Code Policies 파일을 꼭 다운 받아서 읽어보시길 바란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주는 환경(Planet)에 관한 내용이다.
Balanced CSR 유승권
WEF의 ESG 공통지표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강독회에 참여하시면 된다.
#2. ESG OneTop. 세계경제포럼 ESG 공통지표 강독
과정목표
지속가능경영의 핵심지표 ESG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글로벌 가이드라인 강독 세미나
2020년 9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ESG 공통지표에 대한 설명과 적용방안 제시
교육대상
기업 ESG 실무자
일정 및 모집인원
1회차 : 2020년 11월12일(목) 13시~18시 / 10명 이내
2회차 : 2020년 11월26일(목) 13시~18시 / 10명 이내
장소
안국동 오감 (종로구 북촌로 1길 30-32)
교육과정
강사
유승권 / 이노소셜랩 이사
경영학박사, CSR전략 전공
한양대, 성균관대 겸임교수
NEXT-CSR 파타고니아(공저)
참가비
1인 11만원(VAT포함)
신청 및 접수는 아래 링크에서 가능합니다. (개인별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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