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anced CSR & ESG

ESG, 돈 벌이가 시작되었다.

Mr Yoo 2021. 1. 16. 13:15

https://www.mk.co.kr/news

 

ESG, 돈 벌이가 시작되었다.

 

 

※ 주의 : 이 글은 산전수전 다 겪은 CSR 팀장님들은 패스하세요. 다 아는 얘기니까요.

 

남에게 속아 온 사람은 진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추스르지만 속임의 구조가 내면화한 사람은 좀처럼 정신을 추스르기 어렵다.  - 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 中  / 김규항 -  

 

 

* 유팀장, H신문에서 전화왔던데, 연락해봐.

 

모기업 CSR팀장으로 일할때의 일이다. 홍보부 담당 임원인 P상무에게 전화가 왔다. "네, 상무님.. 말씀하십시오.".. "어, 유팀장.. H신문 K부장한테서 전화가 왔어, 우리회사가 사회공헌 잘한다고 상준다고 하나봐... 연락 한 번 해봐.. 전화번호가.. 010-0000-0000 이야, K부장이 고등학교 후배거든, 잘 얘기해보라고, 상 받으면 좋잖아 ".. "네, 연락해 보겠습니다."

 

"K부장님, S기업 CSR팀 유승권팀장입니다. 오늘 아침, 저희 P상무님과 통화하셨다는 말씀들었습니다." .. "아! 그래요. 반갑습니다. 아이고... S기업이 사회공헌을 너무 잘하셔서 항상 지켜보고 잘 배우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OOOO부와 매년 '사회공헌대상' 하고 있는 거 잘 아시죠? 올해가 10년째인데, 10년을 기념해서 특별히 정말 잘하는 기업들을 추천해서 상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S기업을 대상 후보로하고 싶은데, 유팀장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예, 저희야.. 상을 주시면 회사입장에서 좋죠." , "그렇죠. 기업사회공헌이 일정부분 홍보적인 측면도 있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저희가 시상식을 운영하고 S기업 사회공헌활동을 지면에 특별기사 형태로 내려면 비용이 들어요. 신문사도 돈 없이 할 수 있는 그런 재주는 없거든요. 그래서.. 전화상으로 말씀드리기는 뭐하고, 메일을 하나 보내드릴텐데... 유팀장님이랑 P상무님이랑 잘 상의하셔서 결정해주시면 좋겠어요. 무슨 말씀인지는 자세히 설명을 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거라 믿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전화를 끊고 1분만에 메일이 왔다. 메일의 내용은 이랬다. H신문 '국민이 사랑하는 사회공헌 기업대상' 리스트 및 홍보비, 대상(OO부 장관상) 홍보비(시상식 및 특별기사) 5,000만원 / 최우수상(H신문 사장상) 3,000만원.....

 

나는 그 메일을 영구삭제했다. 실상 그런 메일이 H신문사에서만 온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날라왔기 때문이다. 며칠 뒤 P상무가 찾는다는 연락이 왔다. P상무방으로 갔다.

 

"상무님, 찾으셨습니까?" ...  "어, 유팀장... 며칠 전에 내가 말한 H신문 K부장이랑 통화해봤어?" ... "네, 통화했습니다. 사회공헌대상을 주는데 홍보비가 5천만원이 필요하다는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 "그래, 그래서... 유팀장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  "네, 상무님도 잘 알다시피 우리회사 사회공헌 예산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5천만원이란 큰 돈을 상 받는데 쓸 여유가 없습니다. 저희팀 예산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외람된 말씀이오나, 언론사에 돈 주고 받는 상이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으흠.... 참....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되나.. 유팀장, 회사 생활 몇 년차지?" ... "예, 우리회사에서는 3년째고 다 합치면 15년 쯤 됩니다." ... "그래.. 그정도면 아직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유팀장이 아직 기업을 잘 모르는 것 같아... 기업사회공헌을 왜 하는 것 같아... 좋은 일 하려고... 그렇지 좋은 일 하려고 하는거지... 그런데, 회사입장에서는 홍보가 안되면 말짱 꽝이야.... 유팀장이 열심히 사회공헌 해놓고 아무도 모르면 뭐해, 우리만 알면 뭐해... 다른 기업들은 돈 주고서라도 상을 받는데, 우리만 점잖빼면 무슨 소용이야.... 유팀장 마음은 잘 알겠는데, 너무 그렇게만 생각하면 회사생활 힘들어.... 5천 중에 2천을 홍보팀 예산으로 할테니, 3천을 사회공헌팀에서 만들어봐.. 알았지?" 

 

"...... " ... "유팀장! 알았냐고...?"  ...  "....."  ...  "허... 이 친구보게나.... 내가 알아듣게 잘 설명해줬잖아... 그리고, H신문은 우리 회장님께서 꼭 챙겨보는 신문이라고... 알아?" ....  "넵, 무슨 말씀인지는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연말에 계획된 사회공헌 사업들이 있어서, 사회공헌팀 예산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예산 증액도 지금은 힘듭니다. 이 점 상무님께서 잘 헤아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P상무의 방을 얼른 빠져나왔다.

 

결국, H신문사 사회공헌대상은 받지 않았다. 나는 이후 P상무로부터 자주 까임을 당했다.

 

 

 

* CSR팀을 CSV팀으로 바꿀 계획을 세워서 가지고 와봐

 

역시 모기업 CSR팀장으로 일할때다. 월요일 오전마다 열리는 팀장회의에 참석했다. 회의에 리더인 K전무가 평소에 찾지도 않던 나를 불렀다.

 

"유팀장, CSV가 뭔지 아나?"... "네, 2011년 초에 하버드 대학 마이클 포터 교수가 사회나 환경문제 해결을 새로운 기업의 혁신전략으로 삼아야 한다는 아티클을 발표했습니다. 사회, 환경문제도 해결하고 기업의 이익도 실현하는 공유가치창출이라는 개념입니다. 그 아티클을 읽어 봤습니다." ... "그래, 잘 알고 있구만.. 그래서 말인데, K컨설팅 회사에서 제안서가 하나 들어왔어, 한 번 읽어보고 어떻게 할지 금주내로 보고해".. "네, 알겠습니다."

 

K컨설팅 회사에서 보낸 컨설팅의 개요는 이랬다. '이제 CSR의 시대가 가고 CSV의 시대가 왔다. 돈을 쓰는 사회공헌이 아니라 돈을 버는 CSV를 해야한다. 사회공헌 조직을 CSV조직으로 바꾸고 CSV를 기업 PR의 핵심 전략 키워드로 내세워야 한다' 였다. 

 

나는 '컨설팅 제안서 검토 보고서'를 간략하게 작성했다.  내용은 이랬다. '마이클 포터교수의 CSV 전략은 사회공헌을 CSV로 대체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을 사회,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져가란 의미이며, 따라서 CSR팀의 업무중 사회공헌을 CSV방식으로 변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신상품개발이나 신사업전략부서의 업무에 CSV개념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  보고서를 들고 K전무방으로 갔다.

 

보고서를 읽는 K전무의 표정이 떨떠름했다. 

 

"유팀장, 나는 말이야... CSR팀을 어떻게 CSV팀으로 만들것인가에 대한 계획.. 그리고, 컨설팅 제안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가져오라고 했단 말이야... 유팀장에게 CSV에 대한 개념설명이나 컨설팅 제안서에 대한 평가를 해오라고 한게 아니란 말이지... 어.... 내 말 알아들어?"

 

"네... 전무님... 그래서 제가 그걸 잘하려면 CSV에 대해 잘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이런 저런 자료를 많이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CSR팀을 CSV팀으로 바꾼 사례는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만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

 

"야! 유팀장! 네 의견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CSV 추진 계획을 가져오라고... 내말 못알아들어?" K전무는 나에게 조용히 소리를 지르고 나서 신문 하나를 내 앞으로 던졌다. D일보의 "이제는 CSR이 아니라 CSV시대다" 라는 기사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모기업이 김장행사를 하는 사진이 크게 실려있었다. 사진의 제목은 이랬다. "글로벌 CSV의 새로운 모델"

 

K전무의 방에서 쫓겨나 신사업전략팀과 신제품개발팀을 만나 CSV에 대해 설명하고 추진계획을 함께 세워보자고 설득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내가 K전무가 원하는데로 보고도 하지 않고, 컨설팅 계약도 맺지 않자, K전무는 인사부장을 불러 CSR팀의 명칭을 CSV팀으로 바꾸는 조직 개편안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다행이었던 것은 인사부장이 나와 말이 통하는 사이였다는 것이다. 나는 인사부장에게 그동안 조사한 CSV에 관해 꼼꼼히 설명했다. 인사부장은 이해했고, 일단 연말 조직개편안에 넣어 보기는 하겠으나, K전무가 다른 본부로 발령이 날 가능성이 높음으로 시간을 벌어보자고 했다. 

 

결국, K전무는 다른 본부로 발령이 났고, 우리팀의 명칭은 CSR팀으로 남을 수 있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

        

 

ESG 돈 벌이가 시작되었다.

 

H경제가 "국내 기업의 ESG 경영을 돕겠다" 는 기획 기사를 냈다. 작년 한 해, 그리고 올해 초까지 끌어 오르는 ESG 열기를 보며 예상했던 바가 나타나고 있다. 나쁜 예상은 틀린 적이 없다. 

 

H경제만 그러는 건 아니다. 언론사와 컨설팅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ESG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자랑하며 기업들에게 빨대를 꽂기 위해 안달이다. 이미 빨대가 꽂힌 기업들도 있다.

 

ESG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재화"이다. 비즈니스 가치사슬, 이해관계, 거버넌스에 ESG가 내재화되지 않으면 제대로 실행되지도 않을 뿐더러 ESG평가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언론사가 주최하는 ESG 경영대상에서 상을 받았다고 해서 ESG 경영을 잘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ESG평가를 잘 받는 것도 아니다. 투자기관과 평가사들이 바보가 아닌이상 언론사에 돈 주고 받은 ESG 상을 평가에 반영할리 없다. ESG는 기업사회공헌과도 다르며 CSV와도 다르다.

 

컨설팅업체들은 ESG경영은 매우 복잡하고 전략적이며 전문적인 것이어서, 기업내부에서 스스로 하기는 어렵다는 메세지를 자꾸 내보내고 있다. 여기에 법무법인과 회계법인들도 가세하고 있다. 이걸보면 확실히 ESG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SG 경영은 ESG와 관련된 글로벌 가이드 라인들만 잘 이해해도 충분히 기업 스스로 할 수 있다.  ISO14001과 같은 환경인증은 비용을 주고 외부 인증을 받아야 겠지만, ESG 실행의 바탕이 되는 ISO26000은 애초에 인증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다. 실행 가이드 라인이다.  ISO26000 인증을 컨설팅해주겠다고 하는 곳이 있으면 거기는 100% 사기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돈 벌이'에 대해 아니꼽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세상물정을 잘 모른다고 할 수 있으나, 사기는 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바른 길을 제시해야 할 언론이 돈 때문에 오도(誤道)를 제시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컨설팅회사들이야 뭐든지 '어렵고 힘들고 컨설팅을 받아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해야 먹고 살 수 있으니 그렇다고 치자. 기왕 그렇다면 기업들이 진짜 ESG 경영을 잘 할 수 있도록, 내재화 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거짓말 투성이인 지속가능보고서 대행으로 손 쉽게 돈 벌려고 하지 말자. 

 

ESG 때문에 기업의 관련 실무자들은 올 한해 머리가 많이 아플 것이다. 매일 아침 이상한 신문기사를 보고 임원들은 쪼아댈 것이고, 임원의 인맥과 학연으로 여기저기서 들어온 컨설팅 제안서들에 대처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거기에 편승해서 이름을 날리고 싶은 교수들은 '내가 바로 ESG 전문가' 라고 특강을 하고 책을 낼 것이다. 또, 그걸 본 임원들은 실무자들을 호출할 것이다.

 

바야흐로, ESG 시대가 왔고, 돈 냄새를 맡은 파리와 하이에나들이 몰려들고 있다. ESG의 본질은 사라지고 ESG에 빨대를 꽂는 장사치들의 세상이 되지 않기를..... 세상물정 잘 모르는 나는 바랄 뿐이다.

 

Balanced CSR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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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제가, 저의 회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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