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기업사회공헌 "안녕들 하셨습니까?"
Mr Yoo는 요즘 두권의 책을 번갈아 읽고 있다. 로버트 스키델스키(영국워릭대학교 석좌교수)와 에드워드 스키델스키 (로버트가 아버지, 에드워드가 아들)공저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와 정태인(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과 이수연(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연구원)의 "협동의 경제학" 이다. 이 두 책 모두 현재 우리가 "안녕하지 못한 이유" 를 설명하며.. 우리가 안녕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13년 연말 바람같이 등장한 "안녕들 하십니까?" 의 울림에 대하여 선뜻 안녕하다고 답을 하지 못하고... 그저.. 답답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라면.. 술로 달래지 마시고.. 술자리 한번 값으로.. 두권의 책을 사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오늘은 Mr Yoo의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2013년 한해동안 기업사회공헌은 안녕했는지?' 에 대한 정리와 반성을 해보고자 한다.
遲遲不進 (지지부진 - 더디고 더뎌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함)
2013년 기업사회공헌은 특별한 이슈도 없었고, 특별한 진전도 없었다. 기업사회공헌을 담당하고 있는 선후배, 동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최근 몇년간 기업사회공헌은 기업과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정체상태'이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첫째, 전반적으로 기업의 경영상태가 좋지 못했다는 것이다. 손에 꼽을 정도의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이 적자이거나 현상태를 겨우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사회공헌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기에는 적지않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중론이다...
둘째, 새로운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기업사회공헌의 방향을 잡지 못했다. 모두 아는 이야기겠지만... 현 정권에 들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 물론 기업이 그동안 잘못한 것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치루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타이밍이 절묘하다. 어지간한 대기업의 총수들은 한번씩 검찰청, 국세청이나 국회에 불려다녔고.. 몇몇기업의 총수는 여전히 감옥에 있거나.. 재판 중에 있다. 의사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회장님들이 감옥에 있거나 재판 중에 있는데.. 기업사회공헌을 한답시고 어설프게 나섰다가는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 수 있는 위험성을 기업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셋째, 두번째와 같은 맥락에서 이번 정권은 기업사회공헌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때에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도 하였고.. 정부가 파트너십을 위해 손을 내밀기도 하였다. 두 대통령의 집권시기인 1990년대말과 2000년대 초반은 우리나라기업사회공헌이 양적으로 굉장한 성장을 한 시기였다. 정부예산으로 손이 미치지 않는 소규모 개인복지시설, 외국인노동자, 결혼이주여성, 다문화가정, 대북지원 등이 기업사회공헌에 의해 다양한 방법,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루어졌고, 기업의 재원을 자원삼아 많은 민간단체들도 크게 성장한 시기였다. 김대중,노무현대통령 집권기가 사회복지분야 및 소외계층에 대한 기업사회공헌이 집중되고 크게 성장했던 시기였다고 한다면....이명박 정부때에는 사회적기업(일자리)과 친환경(및 친환경에너지)이라는 두 테마가 기업사회공헌을 이끌었다. 특히 사회적기업은 정부주도하에 많은 기업들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턱대고 첨벙 뛰어들었다가 옷만 적시고 건진 것은 없는 우수운 꼴이 되어버렸고, 친환경과 친환경에너지 부분은 몇몇기업이 의욕적으로 앞서나갔지만... 4대강 뻘짓때문에.. 사회적으로 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쓸데없이 돈만 많이 쓴 꼴이 되어버렸다. 역시 기업사회공헌은 유행을 타지말고 기업특성을 살려 꾸준히 지속적으로 해야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인이었다.
그런데... 이번 박근혜정부는 출범한지 1년동안 기업사회공헌에 대한 테마를 던져주지 못하고 있다. 정치비평가들의 말을 빌리자면 출범 1년동안 '한 일이 없다' ... 그러다 보니.. 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는 기업들은 사회공헌의 테마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고 갈팡질팡.. 지지부진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CSV.. 넌 누구냐?
새로운 유행을 창출하고 싶은.. 그래서.. 우리회사 잘났음을 남에게 보이고 싶은.. 그래서.. 우리회사는 세계일류기업이다라고 '초딩'처럼 자랑하고 싶은 회사들은 늘 새로운 개념에 집착한다. (또는 지금 우리기업 또는 우리기업 회장님이 위기에 처해 있어서..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 이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급하게 덮어버려야할 상황인 경우... )....마치.. 새로운 신제품이 나오면 그게 뭐가 좋은 줄도 모르고.. 가게 앞에서.. 밤새 줄서서 기다리다가 냉큼사가지고 자랑질하는 '오타쿠'들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초딩'같은 기업들의 어마무지한 광고수입으로 먹고사는 언론들은 그 유행을 대서특필하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특집기사를 만들고... 심지어 '무슨 무슨 대상' 같은 것을 만들어 상도 준다. (이 블로그를 통해 여러번 밝혔지만.. 연말에 주요신문에서 기업에게 주는 대부분의 상은 돈 주고 받는 상이다.).... 딱!! CSV가 현재 그런 꼴이다. CSV를 주창한 하버드대 마이클포터 교수가 알면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다. 마이클포터교수의 CSV에 대한 TED 강의를 직접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 클릭 TED
CSV에 대한 설명은 많이 했으니까.. 넘어가기로 하고... 그래도 잘 모르면 복습 ☞ 클릭 기업사회공헌과 CSV
현재 CSV는 최근 몇년동안 이렇다할 사회적이슈를 내놓지 못했던 기업과 기업사회공헌에 있어서 '새로움'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되고 있는 것 같다.... CSV 이전에 몇년동안 이 바닥에 주류가 되었던 기업의 사회적책임..... 즉, CSR은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달가운 존재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기업에게 아주 많이 부담이 되는 개념이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은 기업의 전체적인 사회적'책임' 을 강조한 것으로.. 단순한 몇가지 활동이나 시끌벅쩍한 이벤트를 통해 실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경영철학과 경영원칙자체를 근본에서 부터 고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CSR을 기업사회공헌의 영어약자로 잘못 안 몇몇 기업들은 기업사회공헌팀의 명칭을 CSR로 바꾸기도 했지만 이건 '무식'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많이 부담되는 그리고 실천하기도 어려운 '책임'을 강조한 CSR이 아니라... 사회적가치와 기업적가치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CSV (creating shared value)의 개념이 나오자.. 기업들은 '책임(CSR)'을 뱉어 버리고..'가치(이익 CSV)'라는 말을 냉큼 삼키게 된 것이다. 사회적문제를 해결하면서.. 기업의 이익도 챙기고.. 언론을 통해 자랑질도 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좋은 것을 장사치인 기업들이 가만 놔두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2013년 하반기에 CSV는 기업경영전략, 기업사회공헌이라는 무대의 가운데를 차지하기 시작했고.. 2014년에는 CSV가 여러기업을 실무자들을 괴롭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안녕하지 못한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은 2013년 12월 현재... 확실히 '안녕하지가 않다'... 내년에도 수천, 수백억의 많은 돈을 써야 하는 대기업의 사회공헌담당자들도... 몇억.. 몇천만원의 적은 예산을 쪼개 써야 하는 중견,중소기업의 사회공헌담당자들도.. 내년에는 또.. 어떻게 성과를 내야하지? 하는 고민들을 다~하고 있다. 사회의 곳곳에서 안녕하지 못하다고 아우성이 한창인데.. 그 아우성의 대부분은 기업사회공헌이나.. CSV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기업사회공헌이라는 것이.. 정부나 지역공동체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나 지역공동체가 국가와 지역의 삶의 문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와중에 부족한 부분을 조금 '거들거나'..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원 중 활용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함께 '참여' 하는 것인데.. 지금 우리의 상황은 국가와 지역사회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가 손을 맞잡고 협력하는 모습이 아니라... 계층간.. 이념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라..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섣불리 어느 부분을 '거들고'.. 어느 부분에 '참여' 하기가 참... 애매한 상황이다. 이러니..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도 기존의 사업을 이어가기는 하는데.. 뾰족하게 새로운 성과를 찾아낼만한 구석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고민은 많으나.. 딱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암담한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뚜벅 뚜벅....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년의 기업사회공헌은 뚜벅뚜벅 걸어왔다. 정부가 사회전반에 대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몇몇 초딩같은 대기업들이 책임(CSR)을 짚어 던지고.. CSV라는 잘알지도 못하는 개념을 가지고 나와서 '설레발~'을 치고 있는 동안에도... 사회곳곳에서 기업의 자원봉사단들은 복지시설과 마을을 찾아 팔을 걷어부치고 일손을 도왔고... 수천, 수백의 사회복지시설과 민간단체들은 기업의 후원과 협력으로 지역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소외된 이웃의 팍팍한 삶을 잠시나마 웃을 수 있게 만들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의 리더라고 자처(자뻑!) 했던 몇몇 대기업들이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또는 감옥에 있거나 재판 중인 회장님의 눈치를 보느라.... 잠시 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중견중소기업들이 참신한 아이템과 다양하고 새로운 파트너십을 통해 기업사회공헌의 영역을 확장하고 사업의 종류와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기업들은 쓸데없는 자존심때문에 절대로 시도하지 않았던 기업간의 협력 사회공헌과... SNS와 인터넷을 통한 고객과 시민들의 기업사회공헌참여는 향후 기업사회공헌의 판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게 한다.
게다가 2013년은 그 어느해보다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을 위한 공유의 장이 많았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홀로 사무실에 처박혀 있던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이 사무실 밖으로 나와 만남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기업사회공헌을 더 잘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협업했다는 사실은.... 2014년 기업사회공헌의 전망을 조금은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본다..... 2013년.. 기업사회공헌은 비록 더뎠지만 뚜벅.. 뚜벅..한걸음씩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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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Yoo의 블로그도 올 한해 뚜벅.. 뚜벅... 일주일에 한번 일기쓰듯 걸어왔습니다. 많이 부족하고.. 여전히 모자람 투성이인 글들을 소중히 읽어주시고.. 댓글과 추천을 통해 힘을 실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감사드립니다. 2014년 새해에는 최선의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이 말씀 밖에는 드릴 게 없네요^^
다음 주에는 2014년 Mr Yoo의 블로그 계획을 2013년 마지막 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