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학점을 받는 방법
첫 강의의 추억..
2017년 가을학기에 첫 대학원 강의를 시작했다. 그때는 나도 아직 박사과정 학생이었기 때문에 한 한기 수업을 어떻게 했는지 모를 정도로 긴장의 연속이었다. 나도 잘 모르고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좋은 강의를 하려고 온갖 애를 쓰다 보니 학생들의 반응 하나하나에 민감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졸거나, 다른 짓을 하거나, 질문을 하지 않으면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안에서 '오늘 강의는 망쳤네..' 라는 후회가 크게 밀려왔다.
첫 학기 수업에서 많은 점이 힘들었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 시험과 성적평가였다. 시험문제를 내는 것도 어려웠고 채점을 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성적이 맘에 들지 않은 학생들의 불만을 대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첫 학기에는 20여명의 대학원생 중 2명이 성적불만을 제기했는데 장문의 메일로 응답을 했고 1명은 직접 만나서 내가 왜 그 성적을 주었는지 설명을 하기도 했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교수도 성적을 잘주고 싶다.
강의하는 교수도 성적을 잘주고 싶다. 교수나 학생이나 서로 기분 좋은 일을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 순위를 가려야하는 상대 평가는 어쩔 수 없지만, 절대 평가는 가능한 많은 학생들에게 좋은 학점을 주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줄 수 없는 학생들이 있다. 내 기준은 세 가지다. 이 세 가지만 피하면 적어도 내 수업에서는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다.
1. 수업시간에 게임, 쇼핑하는 학생
내가 강의하는 왕십리의 학교는 한 학기에 5번 이상 결석하면 학점을 줄 수 없다. 지각을 많이해도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없다.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이다. 결석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업에 불성실하면 아무리 시험을 잘보고 발표를 잘해도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대표적인 불성실은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는 것이다. 요즘은 노트북이나 스마트 폰을 수업시간에 자유롭게 사용한다. 강의자료를 PDF로 배포하고 종이 출력을 하지 않으니 필기를 노트북이나 스마트 폰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이를 악용해 수업시간에 다른 컨텐츠를 보거나, 회사 일을 하거나, 채팅을 하거나, 심지어 쇼핑이나 게임도 한다.
앞에서 강의하는 교수가 잘 모를 것 같지만, 한 학기 수업을 하다보면 다 알게 된다. 전혀 웃을 포인트가 아닌데 웃고 있거나 교수가 앞을 보라고해도 화면만 보거나 메모할 타이밍이 전혀 아닌데 계속 노트북 자판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으면 의심할 수 밖에 없다.
강의하는 사람이 강의를 재미없게 하니까 다른 짓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이 가끔있다. 재미를 위해 그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교를 다닐 필요는 없다. 강의를 잘 못하는 것은 강사의 책임도 분명 있지만, 딴 짓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으면 강사는 그 학생 신경 쓰느라 강의에 집중을 못하기도 한다. 좋은 강의를 원한다면 수업에 집중하면 된다. 그러면 교수는 수업을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
2. 교수보다 구글 신을 믿는 학생
교수(사람)의 강의는 완벽할 수 없다. 교수가 전달하는 지식도 완전한 것이 아닐 때가 많다. 교수가 잘못된 지식이나 사실을 전달할때 학생들은 언제든지 잘못을 지적할 수 있고 바로잡아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인터넷 검색을 교수 강의보다 신뢰할 때 발생한다.
내 강의에서 매우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어떤 단어를 사용할 때 '개념'을 제대로 알고 써야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CSR을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사회공헌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원래 CSR은 기업사회공헌을 포함한 기업의 경제, 사회, 환경적 책임 모두를 의미한다. ESG도 마찬가지다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금융과 투자계의 평가 프레임이라고 보는 것이 글로벌 시각에서 적합하다. 따라서 휴지줍기(플로깅) 활동을 한 것을 ESG의 대표사례라고 하는 것 처럼 여기 저기에 ESG를 막 가져다 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그런데, 학생들은 "구글 검색을 해보니까 OO신문에서 CSR을 사회공헌이라고 하던데요" , "교수님, S기업 유튜브 채널에서 플로깅을 ESG의 대표사례라고 하는데요." 라고 인터넷 검색을 가지고 수업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이런 적극적인 의견제시는 반가운 일이다. 수업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지표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견을 받으면 성실히 답변한다. 구글이나 유튜브 검색에서 나오는 내용과 왜 다르게 강의하는지 정말 자세히 설명한다. 그렇게해서 제대로된 내용을 학생들이 알게 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문제는 수업시간에 잠자코 있다가 시험이나 발표에서 엉뚱한 얘기를 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분명 이건 잘못된 개념이다. 기자나 유튜버가 잘못 알고있다고 여러차례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 답안과 발표자료에는 검색내용을 그대로 적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좋은 점수를 주지 않으면 그 학생은 불만을 제시한다. 학생이 자기 나름의 생각과 논리를 가지고 수업내용과 다르게 적었다고 하면 나도 수긍할 수 있지만, 단지 검색 결과를 수업보다 더 신뢰한다고 하면 좋은 평가를 할 수 없다.
3. 노력하지 않고 열매를 얻고자 하는 학생
얌체 짓을 하는 학생은 내 수업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어떤 처세술 책에서는 얌체짓이야 말로 약육강식의 현 세계를 살아가는 가장 좋은 처세술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보통 학기 중간평가는 시험을 보고 기말 평가는 조별 발표를 한다. 얌체들은 조별 발표에서 들어난다. 3~4명이 조를 이루면 얌체들이 끼는 조가 꼭 있다. 얌체들이 들어간 조는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그래서 나는 수업시간에 기말발표 준비를 위한 시간을 조금 주고 앞에서 관찰을 하곤 한다. 조별로 토의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조는 분위기가 좋은데 어떤 조는 냉냉하다. 가만히 보면 냉냉한 조에는 얌체가 끼어 있는 경우가 많다.
얌체를 걸러내는 방법은 조원들끼리 상호평가를 하게하는 방법도 있다. 그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기말 발표때 얌체 느낌이 나는 학생에게 질문을 한다. 진짜 얌체는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어물쩡 거리는 경우가 많다. 노력하지 않고 열매를 얻고자 하는 학생은 내 수업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
좋은 성적을 받는 비법 같은 것은 없다. 수업에 성실히 참여하고 교수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잘 파악해서 그 초점을 놓치지 않으면 된다. 교수와 다른 의견이 있다면 자기 자신만의 생각과 논리를 가지고 자신있게 설명하면 된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고 성적입력을 완료한 후 수강생들의 강의 평가를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좋은 교수인가? 제대로 잘 가르치고 있는가? 배울 것이 있는 강의를 하고 있는가? 성적은 공정하게 주고 있는가?
잘하고 있는 점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도 많다. 가을 학기에는 조금 더 나아지는 걸로~
Balanced CSR & ESG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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