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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유럽투어 후기(5) _ 스웨덴 룬드 대학, 지속가능한 소비는 어떻게?

by Mr Yoo 2023. 12. 3.

 

유럽투어 후기(5) 

스웨덴 룬드 대학, 지속가능한 소비는 어떻게?

 

 

기차를 타고 바다를 건너 덴마크에서 스웨덴으로..

 

덴마크 코펜하겐 중앙역에서 아침 기차를 타고 바다를 건너 1시간 정도 달리니 스웨덴의 대학 도시 룬드(Lund)가 나왔다. 룬드대학은 북유럽(스칸디나비아반도) 최대, 최고의 대학으로 꼽힐 뿐만 아니라 세계100대 대학의 위치를 꾸준히 지켜오고 있다. 2023년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이자 역대 5번째 여성 수상자인 '앤 륄리에' 교수가 바로 룬드대학의 교수다.

 

유럽투어를 올 때마다 가능하면 지속가능경영을 제대로 연구하는 대학을 방문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유럽의 지속가능경영의 큰 그림을 보려면 아무래도 개별 기업보다는 연구 기관을 찾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룬드대학 방문은 이 대학의 대학원으로 유학을 왔던 김예솔(릴라엘리펀트)대표가 가능하게 해줬다. 

 

룬드대학의 국제경영대학원에는 지속가능한 소비를 연구하는 옥사나 몬트(Oksana Mont)교수님이 있다. 옥사나 교수님은 EU와 이케아, 볼보를 비롯한 북유럽 다국적 기업들로부터 연구비를 지원 받아 전세계 소비자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과 실제 구매 행위에 대한 연구를 수년째 진행하고 있다. 한국 서울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도 진행했다.

 

 

스웨덴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전략

 

애초의 계획은 옥사나 교수님과 학교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 하면서 도란도란 인터뷰를 하는 것이었는데.... 옥교수님이 판을 키우셨다. 룬드대학의 국제경영대학원에서 지속가능경영을 연구하는 다른 교수님들과 박사과정 학생들까지 끌어들여 세미나 개최한 것이다.

 

아!! 이렇게 고마울 때가!!

 

예전 투어에서도 느꼈지만... 유럽 기업과 학교들의 방문객에 대한 환대는 정말 눈물겹게 감동적이다. 솔직히 얘기하면 우리 일행은 정말 공식적인 단체나 기관도 아니고 단지 실무자 몇 사람이 자발적으로 모인 스터디 모임에 불과한데 방문을 받아주고 행사를 마련해주고, 자료를 흔쾌히 공개해주는 것을 보면...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하고 고마운 일이다. 우리도 외국에서 손님이 온다고 하면 정말 잘해주어야 겠다. 

 

세미나의 첫번째 순서는 스웨덴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비즈니스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지속가능경영전략을 연구하는 교수님의 발표였다. 전공으로 보면 나와 같은 셈이다.

 

발표를 요약하자면...

 

지속가능성을 비즈니스 전략으로 삼고 있는 스웨덴 기업들의 초점은 "효율성 (Efficiency)"에 있다. 에너지와 원자재, 인건비 등 생산비용의 가파른 상승은 스웨덴 기업들의 경영에 가장 큰 위험이 되고 있다. 이것은 스웨덴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전세계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마주한 매우 심각한 경영 이슈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웨덴 기업들은 기존 자사 제품의 효율성을 경쟁사의 제품보다 높이면서 이 문제를 헤쳐나가고 있다. 

 

특히,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제품은 에너지 가격 상승,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환경경영의 최우선 과제인 기업들에게 매우 필요한 제품이다. 따라서, 스웨덴 기업들은 자사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제품 경쟁력을 위해서도 제품과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

 

이어진 순서는 전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들" 을 조사하는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박사과정 연구생들의 발표였다.

 

연구생들은 국가, 지역, 소득, 교육, 가족 구성, 연령, 직업, 종교, 문화 등 다양한 요인을 비교하여 지속가능한 소비에 어떤 요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비는 EU와 이케아, 볼보 등 북유럽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이 지원하고 있다. 연구팀은 현재까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캐나다 토론토, 중국 상하이,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한국 서울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고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연구성과를 요약하자면...

 

소비를 할 때 환경이나 사회(특히 인권) 이슈를 고려하는 것은 소비자가 속한 국가와 지역 공동체의 환경과 사회에 대한 인식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즉, 소비행위는 개인의 취향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속한 공동체의 성향도 반영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자신이 속한 국가와 지역 공동체의 환경과 사회인식이 높으면 높을 수록 지속가능한 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한국 서울의 소비자들은 '소비' 행위 자체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유럽과 북미의 소비자들은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비가 주를 이루는 반면, 서울의 소비자들은 직장, 가정, 학교 등 사회적 관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 결과가 도출되었다. 그만큼 서울 사람들이 다른 도시에 비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해소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소비는 관계가 중요해요.

 

마지막으로 옥사나 교수님의 발표가 이어졌다. 옥사나 교수님은 세계 여러도시의 조사결과를 보여주며, 지속가능한 소비란 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소비이며, 1차원적 지속가능한 소비는 환경과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많이 일으키는 기업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는 행위이고, 2차원적인 지속가능한 소비는 고쳐쓰기, 공유하기, 재판매 등으로 순환 소비, 재생 소비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지역적으로는 유럽의 소비자들이 순환 소비, 재생 소비를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이유는 전통적인 유럽의 소비 문화가 소비를 많이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번 물건을 사면 가능한 오래 사용하고 고장나면 고쳐쓰고 나에게 쓸모가 없으면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거나 재판매하는 것이 사회적 상식과 문화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소비가 특별히 이슈가 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중국 상하이, 한국 서울은 트랜드에 따라 새로운 물건을 사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문화가 있어요. SNS를 통해 새로 산 물건을 자랑하는 것은 유럽에서는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행동이죠. 한국과 중국에서는 최신 트랜드 제품을 구입하고 SNS에 올리면 사람들이 부러워합니다. 저는 그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SNS를 비롯해서 사회적 관계에서 어떤 이슈가 다른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사고 좋은 반응을 얻는가하는 것이 소비행위와도 직접 연결이 됩니다. 트렌디한 소비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그 사회에서는 트렌디한 소비가 주류가 될 수 밖에 없죠. 반면, 사회나 환경 이슈를 고민하고 그 고민이 순환 소비나 재생 소비로 이어지고 그런 행동이 SNS에서 주목을 받는다면 사람들은 지속가능한 소비에 관심을 갖고 그 행동을 따라하기 마련입니다."

 

"우리 연구팀은 여러 실험을 했는데, 지속가능한 소비로 이어지는 가장 큰 효과가 있는 요인은 바로 "관계"였어요. 지역사회에 고쳐쓰거나, 공유하거나, 재판매하는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만들고 그 플랫폼을 활용하여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예를 들면 가구를 고쳐 사용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가구를 수리하는 방법도 교육 받고 서로 물건도 교환하는 그런 프로그램이죠. 그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본인이 느낀 긍정적인 감정과 경험을 주위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행동을 했어요."

 

         

지속가능한 소비를 어떻게 보편적인 사회문화로 만들 것인가?

 

친절하고 손이 크신 옥사나 교수님은 이렇게 세미나의 결론을 맺었다.

 

"그동안 우리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법으로 소비를 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심각한 환경과 사회문제가 일어난 것이죠. 소비자들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품과 서비스를 선호하고 소비한 이후에도 순환과 재생 소비로 이어진다면 많은 기업들이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 방향으로 바꿀 수 밖에 없어요."

 

"트렌디한 소비 보다는 지속가능한 방식의 소비가 사회적으로 더 인정받고 지지받는 그런 사회적 관계와 공동체, 문화를 만들지 못하면, 지속가능한 소비도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도 한낱 이상적인 아이디어로 끝날지 몰라요. 그렇게 되면 안되겠죠."

 

옥사나 교수님과 연구팀이 출판한 연구 보고서를 한 아름 받아왔다. 그 보고서들을 읽으면 한숨이 자꾸 나온다. 어떻게 하면 소비가 자랑이 아닌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고쳐입고 나눠쓰고 오래쓰는 사람들이 더 각광 받는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당찬 청년 김예솔 대표...

 

김예솔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은 2010년의 일이다. 그녀가 서울대 학생으로 있을때 내가 일하던 회사에서 첨단보조기 지원사업을 했고, 첫번째 수혜자가 김예솔대표였다. 그녀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고 대학 졸업 후 국내 대기업의 장애인 대상 UI 디자이너로 일하다 스웨덴 룬드 대학원으로 유학을 갔다. 

 

룬드 대학에서 역시 디자인을 공부하고, 스웨덴 기업의 UI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디자인하는 '릴라 엘리펀트'를 창업했다.

 

 

   <동아일보 기사 원문 바로가기 ☞ 클릭>

 

옥사나 교수님의 세미나를 마치고 김예솔대표를 만났다. 김예솔대표가 대학원 시절 자주가던 터키 케밥집에서 케밥을 사서 시내 광장에 앉아 함께 점심을 먹었다. 룬드대학의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카페로 자리를 옮겨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이곳 사람들의 특징인 것 같아요. 제가 휠체어를 타고 다니지만 이것 때문에 이곳에서 뭔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특별한 시선을 받은 경험이 없거든요. 서울에서는 많은 시선을 받죠^^ "

 

"그리고, 이곳 친구들은 소비하는 것에 그리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남의 일에 신경쓰는 것 보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의 방식이기 때문에 남들이 뭘 사건, 뭘 입건... 별로 관심이 없어요."

 

"룬드는 대학 밖에 없는 아주 조그만 도시인데도 중고물품을 사고 파는 상점이 꽤 큰 곳이 있어요. 저도 대학원 다닐때 종종 이용했어요. 그런 생활이 이곳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거죠"

 

김예솔대표는 스웨덴에서의 삶이 아주 만족스럽다고 했다. 장애인이 혼자 살아가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사회 서비스망이 잘 마련되어 있다고 했다. 그녀는 얼마 후 스웨덴 말뫼에 있는 글로벌 대기업으로 직장을 옮긴다고 했다. 그곳으로 이직하는 과정에서도 그녀의 장애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보탬이 되었다고 했다.

 

당찬 김예솔 대표와 저녁식사를 함께한 후 다시 기차를 타고 바다를 건너 코펜하겐으로 돌아왔다.

 

스웨덴의 작은 도시 룬드는 다시 오고 싶은 곳으로 기억에 남았다. 룬드 대학에서 지속가능경영을 제대로 공부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잠시했다.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니 희망을 잘 간직하는 것으로~ 

 

Balanced CSR & ESG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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