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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ESG를 "선도"하는 기업..., 어디입니까?

by Mr Yoo 2024. 3. 10.

ESG를 "선도"하는 기업..., 어디입니까? 

 

잠이 덜 깼나?

 

점심을 먹고 외근을 나가면서 시내버스를 탔다. 마침 빈자리가 있어서 냉큼 앉았다. 차창으로 쏟아지는 따사로운 봄볕을 맞으며 살짝 졸고 있는데, 옆에 서 있는 버스 광고판이 눈에 들어왔다.

 

음... 저건 뭐지... 

 

"ESG 경영을 선도하는 OOOOO" , "글로벌 ESG 경영의 선두주자 OOOOO" 

 

잠이 덜 깼나 싶어서 눈을 크게 뜨고 쳐다 봤더니 확실하다. 스마트폰으로 사진도 찍었다(차마 여기에 공개는 못하겠다. 구글에 검색하면 나온다).

 

내가 아는 한 광고에 등장한 회사는 ESG와 거리가 먼 회사다. 뉴스를 검색 해보면 작년 한 해 만에도 직장내 성희롱, 상사갑질, 횡령, 배임, 사기, 안전사고 등이 끊이지 않은 회사이다. ESG 경영의 필수라고 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사용이나 인권영향평가의 실적이 하나도 없을 뿐더러 지속가능경영보고서라고 내 놓은 것이 회사 자랑과 사회공헌활동 사진집 수준이다. 그런데, 무슨 자신감으로 저런 광고를 내는 건지, 참 대단하다 싶다. 과연 "선도"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강의를 나가면 마지막에 꼭 이런 질문을 받는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 ESG를 가장 잘하고 있는 회사는 어디라고 보십니까? 우리나라에서 ESG 경영을 선도하고 있는 회사는 어디인가요?"

 

내 대답은 이렇다.

 

"제가 알고 있는 기업들 중에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ESG를 선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이런 질문이 되돌아 온다.

 

"센터장님이 컨설팅하고 있는 기업은 어떤가요?"

 

짓궂은 질문이다. 이렇게 답할 수 밖에 없다.

 

"잘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Globescan-survey-report_2023_v6.pdf
1.28MB

 

어떤 기업이 제일 잘하나요?

 

용기내어 질문을 했는데, 싱겁게 마무리 할 수 없으니 이렇게 답을 더한다.

 

"매년 전세계 지속가능경영분야 전문가 수백명이 서베이에 참여해 어떤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잘하는가를 정하는 조사가 있습니다. 구글에 'Globescan-survey' 라고 검색하면 보고서(위에 파일 첨부)가 나옵니다. 그 조사에서 2011년부터 2022년까지 무려 13년 동안 1위 자리를 차지했던 기업이 '유니레버' 입니다. 그리고, 2013년부터 유니레버를 이어 2위 자리를 차지하다가 드디어 2023년에 1위가 된 기업이 '파타고니아' 입니다. '유니레버', '파타고니아' 정도면 잘하는 기업, 지속가능경영을 선도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끌려 가는 자 (Beng Dragged)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런 기업들과 비교해서 어느정도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눈치도 없이 질문을 계속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가방싸고 벌써 일어서는 사람이 있는데도 말이다.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부분 '끌려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EU 시장에 진출하거나, EU 기업과 거래하는 기업들은 끌려가고 있다는 말을 실감하실 겁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 끌려가다는 뜻은 능동적이나 적극적이다라는 말과는 거리가 멉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EU 회원국이나 기업과 거래하기 위해서 EU가 제시하는 지속가능경영 관련 제도와 요구사항에 수동적, 소극적으로 끌려가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방관자 (Bystander)

 

의견과 질문이 이어진다.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ESG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냥 트렌드 정도로만 알고 있는 것 같은데요. 센터장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이젠 어쩔 수 없다. 가방을 싸던 사람들도 다시 자리에 앉았기 때문이다.

 

"EU와 거래가 없거나, 상장사도 아니고, ESG 평가를 받는 기업도 아닌 곳이 있습니다. 그런 기업들은 실제 ESG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당장 매출을 올리고 자금을 조달하는데 ESG가 큰 영향을 끼치지 않으니까요. EU와 거래하는 대기업에 납품이라도 하면 간접적인 영향이라도 받을텐데 그런 영향조차 받지 않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은 방관자적 입장이지요. 언론에 ESG 기사가 나오면 그냥 트렌드인가 보내.. 하고 무심이 넘깁니다. 이런 기업들에게 ESG를 얘기해봐야 소귀에 경읽기죠."

 

셀피 러버(Selfie Lover)

 

"ESG와 관련된 상이 많이 있습니다. 얼마전에도 모 언론사에서 홍보비 2천만원을 주면 ESG 대상을 주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 기업은 내부 정책상 돈을 내는 상은 받지 않습니다만... 다른 기업들은 많이 받더군요. 이런 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질문을 받으면 그 자리에 홍보팀 직원이나 언론사 직원이 있을까 조심스럽다. 

 

"올바른 정책을 가진 회사에 다니시는군요. 저는 언론사나 민간단체에 돈을 내고 받는 ESG 상의 효과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그런 상을 받았다고 신문에 나고 인터넷에 뜨면 정말로 사람들이 저 기업 ESG 잘한다고 생각할까요? ... 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런 것에 넘어갈 정도로 순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생인 우리 아들도 지하철 광고판에 붙은 'OOOOO 대상 수상' 을 보고 '돈 주고 받는 상' 이라고 하더군요. 언론사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기업의 홍보팀은 뭐라도 실적을 만들고 언론사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서로 주고 받는 것 외에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을 받았다고 ESG 평가나 투자, 거래에 실질적인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여러분 모두가 잘 알고 있으실 겁니다. 또는, 상 받고 언론에 나는 것 자체를 정말 좋아하는 셀피 러버(Selfie Lover)인 기업일 수 도 있겠죠"

 

https://youtu.be/7h8vic9ji0o

 

페인터(Panter) 

 

저 뒤에서 손을 또 들었다.

 

"그렇다면, 센터장님 생각에 ESG를 광고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광고도 여러 종류가 있잖습니까? 대놓고 우리 잘났다고 하는 직접적인 광고가 있고, 중요한 메세지를 던지면서 그것을 우리 기업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간접적인 광고도 있죠. 시내버스에 붙어 있는 "ESG 선도기업 OOOOO" 같은 광고는 수준도 낮을 뿐더러 스스로 ESG를 잘하지 못하는 기업이라고 알리는 역효과가 있습니다. 실제 지속가능경영을 글로벌 수준에서 선도하는 기업들은 자기들이 잘하고 있다고 말하는 기업은 없어요. 왜냐하면 정말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있기 때문이고 그것이 얼마나 실행하기 어려운 일인지 실제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보(위 링크 참조)의 전기자동차 전환 광고는 괜찮은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센터장님, 광고로 ESG 워싱을 하는 기업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시꺼면 매연을 뿜는 공장 굴뚝에 녹색 페인트를 칠한다고 매연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죠. 미국(특히, 캘리포니아주)이나 유럽에서 그린워싱 광고, ESG 광고에 대한 규제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 것을 보면 ESG 광고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국내에서처럼 ESG나 친환경을 아무데나 갔다 붙였다가 유럽에나 미국에서 과장 광고, 과장 표시로 창피를 당하고 과징금을 무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주의해야 합니다."

 

       

 

진짜 선도(True Leader)

 

"파타고나아, 유니레버 같은 기업들의 자료를 살펴보면, 공통점이 '잘하고 있다. 선도하고 있다' 이런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유럽에서 지속가능경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여러 기업들을 방문해 보았습니다만, 그 기업들 역시 우리는 잘하고 있다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습니다."

 

"지속가능경영을 잘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기업을 운영하는 동안 환경과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0"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 불가능한 일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회사들은 절대 자만하거나 자랑하지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뿐이죠."

 

"마무리하면서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ESG를 선도하는 기업이다', '지속가능경영 대상 수상 기업이다', 라고 크게 떠드는 회사일 수록 정말 잘하는 기업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겁니다. 빈 수레가 요란한 법입니다. 여러분이 일하시는 기업은 어떤 기업인지 잘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시죠."

 

꼬리가 길었던 강의가 끝났다. ^^  

 

Balanced CSR & ESG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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