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기업 ESG vs 친 기업 ESG
당신은 친(親)기업입니까? 반(反)기업입니까?
얼마 전 모기업 HR팀에서 주요 임원을 대상으로 ESG 전략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프로필을 보냈다. 이틀 후 강의를 요청했던 담당자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프로필에 적힌 이 블로그를 HR 담당 상무가 꼼꼼히 읽었는데 아무래도 임원 대상 강의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례지만.. 어떤 부분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라고 질문했더니, 잠시 머뭇거린 후에 블로그 내용에 기업 비판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부분이 아무래도 문제가 된 것 같다고 대답했다. 나는 알겠다고 답했고 전화를 끊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이노소셜랩의 유승권 센터장은 반기업 정서가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는다. 아무래도 이 블로그나 언론 인터뷰, 외부 강의 등에서 기업들이 듣기에 불편한 소리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열렬한 '반기업주의(anti-big corporate activisim, anti-businessism)자'는 아니다.
영국 옥스포드 사전에는 '반기업주의자'를 주주의 재무적 이익에 최우선을 둔 민간 대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그 영향이 사회 공동체의 이익과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에 해롭다는 믿음을 가지고 기업 활동에 비판하고 반대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적혀있다.
옥스포드 사전에 등재된 '반기업주의자'의 의미를 곰곰히 따져보면 ESG가 반기업주의와 어느 정도 연결된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우선, 반기업주의자는 '주주의 재무적 이익에 최우선을 둔 민간 대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ESG도 마찬가지다. 잘 알다시피 ESG는 '주주 자본주의 (우리나라에서는 '오너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가 가져온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다.
20세 말과 21세기 초에 극단으로 치달았던 주주이익 최우선 자본주의는 2008-2009년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었고, 이에 대한 반향으로 유럽의 '사회/시민/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힘을 얻게 된 것이다.
2010년 영국을 대표하는 경제지 'The Times'의 총괄에디터이자 경제학자인 아나톨 칼레츠키(Anatole Kaletsky)는 '새로운 경제의 탄생(국내 번역서 : 자본주의 4.0)''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극단적으로 기업의 이기적인 이익주의의 결과라고 비판하며, 이타적 자본주의, 포용적 자본주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통해 기업이 중심이 아닌 사회와 시민이 중심인 자본주의로 성장과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주 이익 최우선 자본주의는 주주(또는 최고 경영자와 임원)의 단기적이고 재무적인 이익을 위해서라면 환경과 사회, 사람의 희생 쯤은 어느정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희생의 대상이 되는 환경, 사회,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기업의 이기적인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EU는 왜 이렇게 많은 ESG 규제를 남발하고 있나?
자칭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경제지의 기자가 ESG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비추면서 EU의 지나치고 남발되는 ESG 규제가 기업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기사를 썼다. EU가 이렇게 ESG 관련 규정과 지침을 쏟아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EU의 집행부가 기업의 재무적 성장보다는 EU 회원국 전체의 환경,사회, 사람의 지속가능성에 우선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 EU 집행위원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Gertrud von der Leyen)'은 2019년 EU집행위원장 당선시에 1.기후변화 대응, 2.디지털화, 3.공정무역환경 조성, 4.유럽형 사회/시민 자본주의 경제체계 구축, 5.유럽통합확대, 6.민주주의 성숙 등 6가지 핵심공약을 발표했다.
그리고, 취임 직후 발표한 것이 현재 발표되고 있는 EU ESG 규정과 지침의 기반이 되는 'EU 그린 딜'이다. EU 그린 딜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독일 메르켈 총리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2015 파리기후협약'을 이행하는 구체적인 목표과 계획인 동시에 지속가능한 EU의 환경, 사회, 사람을 위한 큰 그림일 뿐만 아니라 2001년에 발표한 『EU 지속가능발전 전략』과 2010년에 합의된 『EU 2020 전략』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으로 기자의 표현처럼 급조된 남발이 아니라 아주 오래동안 준비되고 다듬어진 완성도 높은 정책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EU 그린 딜을 떠 받치고 있는 경제원칙이 바로 우르줄라 집행위원장이 네번째 공약으로 강조한 '유럽형 사회/시민 자본주의 경제체계'라는 것이다. 이것은 자본주의의 중심이 사회공동체와 시민에게 있고 따라서 그 열매가 주주에게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 전체와 시민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유럽형 사회/시민 자본주의 경제체계'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책임 실행만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르줄라 집행위원장의 생각이다. 20세기를 돌아보면 기업들의 자발적인 책임 실행은 그리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역작용을 불러 일으켰다.
이런 자발적 책임 실행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7대 UN 사무총장 코피 아난은 2006년 UN PRI(UN 책임투자원칙)를 공표하고 환경(E)과 사회(S)의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해 보다 책임있는 의사결정(G)과 행동을 하는 기업들에게 우선적인 투자를 하자는 이니셔티브를 발족했지만, 이 역시 단기적 투자 수익이 최우선인 투자사와 은행 등 민간금융의 자발적 책임성에 의존한 것이었기 때문에 태생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자발적 책임의 한계를 잘 알고 있는 EU 집행위원회는 기업만의 지속가능성이 아닌 기업과 환경, 사회, 사람이 함께 공존하며 지속가능성이 향상될 수 있는 ESG 규정과 지침들을 계속 제시함으로써 기업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책임의 테두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모 금융기업의 대표가 독일 메르켈 총리의 이상적인 정책 때문에 독일 기업들의 경쟁력과 성장성이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는 의견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그 대표가 있는 기업의 윤리경영 홈페이지를 보면 '이익 극대화'가 경제적 책임이라고 공개되어 있다. 기업의 이익 극대화를 기업의 윤리적 책임으로 여기는 그의 입장에서 보면 환경,사회,사람을 중심에 두고 기업 이익 극대화를 제어하는 메르켈과 우리줄라의 정책들은 기업 경영을 아무것도 모르는 정치가의 이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의 협찬과 광고비로 운영되는 언론사와 그곳에 생계가 달린 기자 입장에서도 기업의 이익 추구를 제어하고 책임을 강조하는 EU의 ESG 규정은 반가운 대상이 아닐 것이다.
반 기업 ESG vs 친 기업 ESG
ESG 본질(뿌리)에 대한 개념과 맥락의 이해 없이 ESG를 언론에서 떠드는 트렌드나 EU의 규제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다보니 '반 기업 ESG 컨설팅, 친 기업 ESG 컨설팅'과 같은 요상한 말들이 ESG 컨설팅계에 떠돌고 있다.
'친 기업 ESG 컨설팅'은 ESG의 본질과 맥락 같은 이상적인 얘기는 꺼내지 않고 기업의 ESG 평가나 거래처의 요구에 잘 대응해서 기업에게 즉각적인 유익을 주는 컨설팅을 말하고 '반 기업 ESG 컨설팅'은 평가나 거래처 요구사항에 대한 신속한 대응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친환경, 친사회적인 비즈니스로의 전환과 문제의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부담'되는 컨설팅을 의미한다고 한다.
나는 이 말을 전해들으며 '피식' 웃었다. ESG 컨설팅 업계도 장사가 잘 안되니까 이렇게 편가르기를 하고 자기들은 '친 기업 ESG 컨설팅'을 하는 곳이라고 광고하고 그렇지 않은 곳들은 '반 기업 ESG 컨설팅'을 하는 곳이라고 밀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상, 이 두 가지는 ESG 컨설팅에서 모두 필요한 것이다. 반 기업, 친 기업이 아니라 단기 대응 전략과 중장기 대응 전략으로 나뉘는 것 뿐이지 이 두 가지를 대척점에 두는 것은 말 그대로 웃기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단기 전략은 중장기 전략과 연결되어야 하는 것이지 결코 두 가지가 따로 놀아서는 안된다. 이것은 경영 전략의 기본 중에 기본이고 상식 중에 상식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나는 반 기업주의자라기 보다는 'ESG 원칙주의자' 이며 '기업의 올바른 성장을 돕는 가이드' 라고 생각한다.
기업은 세상의 어떤 조직보다 많은 자원, 역량, 기술을 가지고 있고 그런 조직이 자기 이익 중심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이기적인 경영'에서 기업 자신과 함께 환경, 사회, 사람의 지속가능성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숙한 의사결정'을 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다면 지금 보다 훨씬 나은 세상과 기업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을 올바르게 실천하는 성숙한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이다. 이것이 기업도 살고 나라도 살고 환경과 사회, 사람도 사는 일이 아닌가?
이렇게 기업이 잘 성장하고 잘 성숙하고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을 반 기업 정서를 가진 사람이고 평가하는 것은 무척 섭섭한 일이다. ^^
Balanced CSR & ESG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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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INSBee 지속가능경영 & ESG 교육 안내
지속가능경영, ESG 실무자를 위한 소그룹 집중 교육 프로그램, INSBee 11월 교육 안내입니다.
1. 2025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 프로젝트 방향 가이드 교육
- 일시 : 11월8일(금) 오전9시30분 - 12시30분
- 장소 : INSBee 오피스 / 서울시 중구 정동길 35(두비빌딩 201호)
- 인원 : 8명(선착순)
- 강의 : 유승권 센터장 / 한양대 ESG MBA 겸임교수
- 비용 : 11만원(Vat포함, 카드결제, 세금계산서 발행 가능)
- 교재 : 인쇄본, PDF 파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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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CFD, 기후변화대응 공시 의무화 이해 및 실행, 시나리오 적용을 중심으로
- 일시 : 11월22일(금) 오전9시30분 - 12시30분
- 장소 : INSBee 오피스 / 서울시 중구 정동길 35(두비빌딩 201호)
- 인원 : 8명(선착순)
- 강의 : 유승권 센터장 / 한양대 ESG MBA 겸임교수
- 비용 : 11만원(Vat포함, 카드결제, 세금계산서 발행 가능)
- 교재 : 인쇄본, PDF 파일 제공
- 신청링크 : 클릭
Balanced CSR & ESG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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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경영(ESG)전략을 수립해야 하는데 어떻게하면 좋을지, ESG 실행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감이 잘 안잡힌다면, 지속가능경영 임직원 내재화를 위해 교육을 해야하는데 어떻게 얼마나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면, 지속가능성보고서를 우리 스스로 만들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면... 바로 연락주세요. 이노소셜랩 지속가능경영센터가 친절하고 꼼꼼하게 상담해드립니다. esg@innosocial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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