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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기고문) 이재명 정부의 중소기업 ESG 정책이 성공하려면(3)

by Mr Yoo 2025. 8. 27.

 

 

(기고문) 이재명 정부의 중소기업 ESG 정책이 성공하려면(3)

 

<기고문 원문 링크>

 

 

얼마전 지방의 한 제조업 산업단지에서 중소기업 경영진과 임원을 대상으로 ESG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 도중 한 대표님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강사님, ESG 평가 등급을 잘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나는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지속가능경영(ESG)을 잘하시면 됩니다.”

 

몇몇 참석자가 웃었지만, 질문한 대표는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아니요,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묻는 겁니다. 납품하는 대기업에서 ESG 평가 등급을 받아오라고 합니다. 그런데 ESG가 뭔지도 잘 모르겠고, 평가 등급부터 받아오라는 요구에 너무 막막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ESG = 평가라는 왜곡된 인식이 유독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국내 대기업 ESG 담당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열에 일곱 여덟은평가 대응때문에 ESG를 추진한다고 말한다. 나머지 두세 명도 글로벌 고객사의 요구를 이유로 든다. 자기주도성을 가지고 비즈니스 전략과 통합된 지속가능경영을 추진하는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현상은 개선되기는 커녕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올해도 상장사들은 한국 ESG 기준원의 평가 일정에 맞춰 6 30일까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물론 ESG는 애초에 지속가능경영을 잘하는 기업에 투자하기 위한 평가 프레임워크였다는 점에서, 평가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의 본질에는 소홀한 채,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인식이 대기업의 공급망에 속한 중소기업에게까지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으며, 나아가 중소기업에 대한 ESG 평가를 제도화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는 데 있다.

 

ESG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방법은 사실 그리 복잡하지 않다. 국내 관련 법령은 물론, UN, OECD, EU 등에서 제시하는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성실히 이행하면 된다. 환경경영을 충실히 실천하고, 인권경영을 강화하며,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고 협력사와 상생경영을 잘하면 된다. 이는 마치 공부를 열심히 하면 시험도 잘 볼 수 있는 것처럼,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많은 기업의 속내는 다르다. 원칙에 따라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지 않으면서도 ESG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꼼수를 찾고 있다. 실제로 국내 상장사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펴보면, 피식 웃음이 나올 때가 많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거의 모든 기업이지속가능경영, ESG의 글로벌 선도기업이 되겠다는 거창한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그 기업의 10년 전 보고서를 보아도 똑같은 비전이 적혀 있다. 그동안 어떤 성과를 냈는지 살펴보면, 오히려 글로벌 선도기업과의 격차는 더 벌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둘째, 보고서의 내용이 너무도 천편일률적이라는 점이다. 주어만 바꾸면 어느 기업의 보고서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심지어 회사명이 잘못 기재된 보고서도 종종 발견된다. 이는 해당 기업이 스스로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라, 외부 대행사가 대신 작성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국내 ESG 컨설팅사의 주요 수익원은 보고서 대필이다. 그 결과, 기업의 실상과 동떨어진 내용으로 점수 올리기에만 집중한 보고서가 넘쳐나고 있다. 최근에는 AI를 활용해 ESG 평가 점수를 올려주는 보고서를 만들어 주겠다는 컨설팅사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새 정부의 정책에는 ESG 평가를 보다 객관화하고 정교하게 고도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ESG 워싱을 한 대필 보고서를 가려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분명 반가운 변화다. 이러한 고도화된 ESG 평가체계를 대기업 상장사에게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중소기업에 적용하는 것은 서두를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에는 평가보다역량 강화시장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중소기업 ESG 평가를 제도화한 사례는 없다. 먼저 중소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잘 실천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정부·공공기관·공기업의 조달에서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 시장형성 중심으로 실질적인 지원 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2023년 가을, 나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중소기업 ‘Wehlers’ 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 회사는 폐플라스틱을 녹여 의자를 만드는 소규모 기업이었다. 덴마크 정부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구매하는 제품의 30% 이상을 재활용 소재로 만든 제품으로 충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Wehlers는 정부와 공공기관, 대학, 병원, 학교, 민간기업 등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의자를 제작하고 다시 그곳에 납품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매우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이 기업의 대표는정부와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시장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재활용 플라스틱 가구가 덴마크에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금 우리 중소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고도화된 ESG 평가체계도 아니고, 대기업처럼 그럴듯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대신 써주는 시스템도 아니다. 진짜 친환경적이고 인권 친화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주고, 그 제품과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될 수 있는 시장을 정부가 책임지고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지속가능경영(ESG)은 보고서나 평가 등급이 아니라, 기업이 실제로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경영 방식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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