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G 평가 등급"을 벗어나야 진짜 지속가능경영을 할 수 있다.
ESG "평가 등급"만 보인다.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키워드 ESG를 검색한다. 지난 이틀 동안의 검색 결과는 <한국ESG기준원_이하 기준원>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고 '자화자찬'하는 기업들의 보도자료가 차고 넘치고 흘렀다. 고객사 미팅을 해도 평가 등급에 대한 이야기가 첫 마디였다. ESG 교육을 가도 기업에서 온 수강생들의 기대는 'ESG 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 가 언제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봐도 한국기업들이 ESG를 하고 있는 이유는 ESG 평가 등급을 잘 받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ESG 평가 등급을 잘 받는 것이 문제인가?
올해 평가에서 최상위 등급을 획득한 회사들의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살펴봤다. 거의 대부분의 기업에서 지난 3년간 온실가스와 폐기물 배출은 증가했으며, 기업들이 제시하고 있는 2050 온실가스 넷제로 로드맵은 달성되지 않고 있었다. 신재생에너지 실제사용량은 증가하지 않았고, REC(화석연료로 발전된 전기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웃돈을 주고 신재생에너지 사용 인증서를 구매하는 방식)를 구매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재활용 자원 사용량은 전체 원재료 사용량의 아주 일부분 정도가 대부분이었고 전혀 사용하지 않는 기업들도 많았다. 또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조달된 원재료 사용량은 밝히지 않는 기업들이 대부분이었다. 인권경영은 실제 인권실사를 하는 기업들이 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고 그마저 직접적인 방법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서류를 체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공급망 협력사 기업에 대한 ESG 확산은 실제적인 지원이 아니라 돈이 들지 않는 온라인 교육이나 정부와 함께하는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정도였으며, 계약서에 ESG를 함께 하겠다는 정도의 형식적으로 합의가 전부인 기업들이 많았다. 이 정도 수준의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ESG 최고 평가 등급을 받고 있다.

- 자료 : 한국 ESG 기준원 -
보고서만 잘쓰면 A 등급
<기준원>의 ESG 평가가 시작된 2017년 이후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ESG 평가는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잘쓰냐 못쓰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다. <임팩트 온>의 11월 20일 기사를 보면 "평가 대상 기업 중 약 62%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았으며 이들 대다수가 C 등급을 받았다"고 나와있다. 지속가능경영을 실제로 잘하던 못하던 간에 특별히 주목 받을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고 한다면 지속가능성 보고서만 "잘 쓰면"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잘 쓴다"는 개념은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ESG 평가를 잘 받도록 쓴다는 개념과 일치하고, 이 지점이 보고서 제작 대행사들의 먹거리가 생기는 부분이다.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대신 써주는 대행사들은 아예 대놓고 ESG 평가등급을 올려주겠다는 광고와 설명회를 한다. 심지어 어떤 기업은 보고서 제작 대행 RFP에 평가 등급 상향과 평가 등급 상향시 성공보수를 주겠다는 내용도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평가등급이 잘 나오도록 보고서를 쓰는 일은 아주 쉬운 일이다. 정직하게 쓰지 않으면 된다. <기준원>이 제시하는 평가지표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서에 기재하고, 하지 않은 것도 한 것처럼 쓰면 된다. 존재하지도 않는 조직과 책임자와 담당자를 있는 것처럼 제시하고, 실제 승인 받지도 작동하지도 않는 목표와 전략을 그럴듯한 숫자와 도표로 제시하고, 하지도 않은 회의와 프로젝트와 프로그램의 실적을 써 놓으면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럼, 보고서 제3자 검증은 무슨 소용이냐고 질문 할 수 있다. 정직하지 않은 보고서를 정직하지 않은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의 돈을 받은) 방식으로 검증한 후에 그럴싸한 검증의견서를 받는 현재의 제3자 검증 체계는 실효성이 없다. 실제와 실체를 검증하지 못하는 지금의 제3자 검증은 보고서 규격을 맞추기 위한 형식적인 활동에 지나지 않는다.
잘난체하지 말아라, 너라고 뭐가 다르냐?
100% 맞는 지적이다. 나 그리고 내가 일하는 이노소셜랩지속가능경영센터 또한 이런 문제와 한계를 가지고 있는 생태계에서 밥 벌이를 하고 있다. 우리만 독야청청(獨也靑靑)하다고 머리를 꼿꼿이 들지 못하겠다. ESG 평가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는 손가락 중 하나는 밖으로 향하고, 나머지 넷은 나와 우리 조직을 향하고 있다. 그러니, 이 글은 스스로에 대한 문제제기이자 반성이다. 누워서 침을 뱉고 있는 중이라는 말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ESG는 현재 한계에 부딪쳐있다. ESG가 본격적으로 경영계의 화두가 된 2020년 이후로 지난 4~5년 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그럴듯하게 만드는 일이 ESG의 전부인 것처럼 해왔다. 그리고, 그럴듯하게 꾸며진 보고서를 가지고 '상대 평가'를 해왔으니, 지금의 문제와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누가 화장을 잘했는지 평가하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우리나라 기업의 지속가능경영(ESG)이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없다. 이렇게 대행사가 예쁘게 꾸며준 보고서로 ESG 평가 등급을 잘 받고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여기는 것,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 등급이 실제 우리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수준이라고 착각하는 것, 아니 그것보다 더욱더 심각한 것은 꾸며진 보고서로 좋은 등급을 받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기업 내부자들과 ESG업계 종사자들이 지속가능경영(ESG)자체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효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매년 반복되면 ESG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빈 껍데기만 남게 된다.
자정작용(自淨作用)이 절실히 필요하다. 환경과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는 노력을 매출을 올리는 노력의 수준으로 실행하는 진짜 지속가능경영(ESG)이 우리나라에 자리 잡을 수 있으려면, 기업, 대행사, 검증사, 평가사가 정신 차리고 ESG 생태계가 지금처럼 썩어가게 두어서는 안된다.
매년 ESG 평가시점마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정말 한심스럽다.
- Balanced CSR & ESG 유승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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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만원야학>
ESG 데이터 관리 & 플라스틱 순환 A to Z
INSBee(이노소셜랩 지속가능경영센터)의 비즈니스 목적은 우리나라 지속가능경영(ESG) 실무자들의 역량을 강화하여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실행 수준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 목적을 더욱 알차고 당차게 달성하기 위해 한 달에 두 번 퇴근 후 스터디 모임을 엽니다. 2025년을 마무리하는 정동만원야학은 <ESG 경영성과관리-Data 관리체계>과 <플라스틱 자원 순환>을 주제로 외부 전문가를 모시고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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