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보고서 / 위즈덤하우스 / 노무현대통령비서실 보고서 품질향상 연구팀 / 2007년
기업의 돈을 받아낼 수 있는 제안서 쓰기
며칠 전에 이 블로그의 함량미달, 자뻑이 넘치는 글을 보고, 저 멀리 남쪽 바다향기 좋은 곳에서 이 메일 한통을 보내셨다. 대략의 내용은 이렇다. 좋은 일을 하고 싶은데, 기업의 후원이 필요하다. 후원을 요청하는 것은 아니고, 기업의 후원을 받아낼 수 있는 제안서를 작성하는 팁을 좀 알려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요일 밤... 거실에서 아내는 개콘을 보며 우울한 일요일 마지막 휴식을 즐기고 있는데, 나는 블로그 글을 쓰고 있다.
일단 결론부터... 기업의 돈을 받아 낼 수 있는 제안서를 쓰는 방법? 그딴거 없다. 어떤 기업이 제안서만 보고 후원을 하나... 그런 기업이 있으면 나도 좀 알려주면 좋겠다. 나도 이 바닥에서 제안서 쫌 쓰는 편에 속하는데, 제안서만으로 기업의 돈을 쉽게 받을 수 있다면 난 벌써 거대 사회복지시설 이사장이 되어 있을 것이다.^^(농담^^ )
오늘은 제안서 얘기를 해보자... 보통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름다운재단, 몇개의 대기업 재단,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공모사업' 이라는 명칭으로 제안서 심사를 통해 사회복지단체나 기타 NGO, NPO들에게 지원을 한다. 사회복지분야 뿐만 아니라, 교육계, 문화계, 예술계를 비롯한 전반적인 NGO, NPO들이 수 많은 공모사업을 통해 국가, 지자체, 재단, 기업 등에서 돈을 받고 사업을 한다.
나도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할 때 온갖 공모사업에 제안서를 써 내느라, 밤을 센 날이 일년에 한달은 가까이 되었다.
실제로 현장의 사회복지단체나 시설이 비교적 쉽게 지원을 받아낼 수 있는 방법이 공모사업에 제안서를 내서 채택이 되는 것인데..
공모사업에 제출하는 제안서 잘쓰는 방법은 책도 많이 나와 있고, 강의도 많고, 인터넷 검색만 몇번 해봐도 되니까..
나까지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신, 나는 공모사업이 아닌, 발로 뛰는 후원을 얻기 위해 직접 손에 들고 다니는 '제안서'에 대해 몇가지 중요점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메일 보내주신 분 답메일 대신 이글로 대신해 주시기를... 양해부탁드린다.
1. 제안서는 아무때나 아무렇게 보내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후원을 받고자 하는 단체나 시설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제안서를 들고 오시거나, 이메일로 보내신다. 일단 이메일로 보내놓고, 한번 읽어 보라고 하는 것은 패스.... 직접 찾아오는 사람 만나기도 시간이 없는데, 일주일에 열통이 넘게 오는 후원요청 이메일 제안서를 무슨 수로 다 읽어보남...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은 후원을 위해 찾아온다고 하면, 대개 일단 이메일로 제안서를 보내라고 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 거절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업사회공헌담당자가 후원을 결정할 수 있는 실제적인 권한이 없다. 기업의 경영자나 주요 임원이면 모를까... 사원, 대리, 과장, 차장 정도의 담당자가 미팅과 제안서를 가지고 독단적으로 예산집행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다. 그러니까... 별로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일단 정신건강에 좋다.
그런데,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매년 10월 정도가 되면, 내년 계획을 수립하게 되는데,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이 현장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아이디어에 한계가 있다. 기존에 하던 것을 계속 할 수 도 있지만, 기업은 늘 새로운 것을 원하기 때문에... 내년 사업에 뭔가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한 것이다. 9월~10월 쯤에 기회가 있다면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에게 사업에 대한 제안서를 보내기 좋은 시기이다.
제안서를 그냥 이메일로 쏴버리고 마는 건 바보 짓이다. 자동적으로 걸러지거나, 삭제되기 십상이다. 제안서를 보내기 전에 반드시 전화통화를 하고, 보내는 것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다. 제안서를 보낸 후에는 보냈다고 확인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는 것도 있지 말자.
2. 기업마다 맞춤으로 개별 제안서를 제작해야 한다.
요즘은 대개 그렇게 하시지만, 어떤 기업에 제안서를 보낼 때는 먼저, 그 기업이 우리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기존에 사회공헌활동 중에 우리단체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우리단체와 협력하여 더 좋은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충분히 사전조사활동을 해야 한다. 그저 돈만 주면 우리가 알아서 잘 하겠다는 식의 제안서는 기업들이 제일 싫어하는 제안서이다.
제안서를 보내는 기업이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사회공헌분야 중에 우리 단체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중심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사업을 제안해 보는 것이 가장 좋다. 얼마전에 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대학생 대표 두명이 찾아와서, 지원을 요청한 적이 있다. 열정도 있고, 뜻있는 사업을 하는 것 같아.. 제안서를 우리회사에 맞는 아이템과 방안으로 수정보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더니.. 그렇게 하겠노라고 하고 헤어졌다.
뜻이 좋고, 하고자 하는 사업이 사회적 효과가 아무리 크더라도, 제안하는 기업이 그 분야에 관심이 없거나, 그 분야에 이미 경쟁기업이 대대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면, 지원을 받기 쉽지 않다. 모든 기업에게 통할 수 있는 절대반지 같은 제안서는 없다. 기업입장에서도 다른 기업에 똑 같은 형태로 물 뿌리듯이 뿌린 제안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기업에 대해 조사도 많이하고, 우리 기업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긁어주는 제안서라야 관심을 갖고 보게 된다.
3. 제안서는 1장으로 충분하다.
이렇게 말하면, 진짜 제안서를 덜렁 한장만 이메일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 내 말은 제안서의 모든 내용을 한장으로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사용하는 회의자료는 안건 당 1페이지를 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의사결정을 하는 기업의 주요 임원들이 결정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30페이지 짜리 PT를 다 읽어보겠는가?
기업에 제안사를 보낼 때에는 1 페이지로 요약한 개요 페이지를 반드시 첫 장에 첨부해 주시기 바란다. 어차피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이 보내준 제안서를 재가공하여 회의자료를 만들기 때문에, 제안서에 개요 페이지가 있으면 아주 좋고, 더불어 담당자들이 수 많은 제안서를 다 읽어 볼 수 없으니, 잘 정리 된 개요 페이지가 있으면 아주 도움이 된다.
1페이지짜리 제안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을 위에서 소개한다. 다들 알고 있는 책이겠지만, 나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4. 화려함 보다는 소박하고 진실하게..
기업은 성형미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기업의 돈을 받기 위해 지나치게 꾸미거나, 기업의 입장만 옹호하는 그래서 마치 아부하듯이 돈만 주면 뭐든지 하겠다는 식의 제안서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단체는 얼마정도 후원하면 대통령표창까지 받게 해 주겠다는 식의 제안서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또는 단체의 실적과 대표자가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를 몇페이지에 걸쳐 자랑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제안서가 아니라 자기자랑이고.... 간단하고 진솔한 단체에 대한 소개, 지원받고자 하는 사업의 개요, 사업의 필요성과 기대효과, 본 사업에 당신네 기업이 함께 할 수 있는 부분과 함께 했을 때 당신네 기업에게 좋은 점, 본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기업들이 돈에 대해 단체들보다 더 밝으니 예산을 뻥 튀기 하지는 마시길...) , 본 사업에 대한 과거의 경험 들을 너무 장황하지 않게, 사진과 도표를 곁들여서 PPT를 제작하여 가능하면 10페이지를 넘지 않게 제작하면 좋다고 본다.
5. 결국.. 제안서 보다는 실력이다.
이력서만 보고 사람을 뽑는 기업은 없다. (알바는 몰라도..) 더구나 사회공헌활동을 함께 할 파트너를 찾을 때 제안서만 덜렁보고 선택하는 경우는 없다. 제안서도 보고, 사전조사도 하고, 직접 단체를 찾아가 현장을 파악하기도 하고, 기존에 그 단체를 지원했던 기업의 사례도 알아보고... 그런 저런 조사와 검토를 거친 후에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제안서는 단지 그 모든 과정을 시작하는 첫 인사에 사용되는 명함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이야기 하는 제안서는 공모사업 제출용 제안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
'Balanced CSR & ESG'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업사회공헌 - '홍보'를 할 것인가? '취재'를 당할 것인가? (0) | 2012.10.03 |
---|---|
기업사회공헌담당자의 고민 - 직업인가? 직장인가? (0) | 2012.09.28 |
기업사회공헌의 파트너가 되기 위한 조건 (1) - 기업의 돈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0) | 2012.09.13 |
기업사회공헌 전문가의 조건 - 기업사회공헌의 성과란 무엇인가? (0) | 2012.09.11 |
기업사회공헌 - 공익재단이 가야할 길 (0) | 2012.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