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1호점 OPEN (2012. 9. 26)
기업사회공헌담당자로 일하면서, 일상적으로 하는 업무중의 하나가 '보도자료'를 쓰는 일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기업에는 홍보팀도 있고, 대외협력팀도 있고.. 뭐.. 그런데, 사회공헌담당자가 보도자료까지 직접 쓰느냐고 말할 수 도 있고, 물론 어떤 기업은 홍보팀에서 기업사회공헌담당자를 만나, 언론에 홍보할 기본사항을 파악한 후 홍보팀에서 직접 보도자료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나의 경우는 사회공헌과 관련된 대부분의 보도자료의 초안을 직접 써서 홍보팀에게 넘겨주는 방식을 쓴다.
언론홍보의 기본은 보도자료를 잘 쓰는 것이다.
언론과 직접 상대하지 않는 일반인들이야.. 방송과 신문에 나는 기사가 대부분 기자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와 사진 찍고 인터뷰하고, '취재'하는 것으로 알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기사는 관공서, 단체, 기업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한다. 최근의 소규모 인터넷 언론사의 기사는 거의 대부분 제공되는 보도자료와 사진에 의존한다. 그도 그럴것이 언론사의 주장이나 판단이 필요하지 않은 '홍보성' 기사까지 직접 기자를 내보내 취재할 여력이 소규모 언론사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기업의 사회공헌관련 기사는 대부분 기업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와 사진에 의존한다. 기업사회공헌담당자가 보도자료를 잘 써야 하는 이유는 본인이 기획한 사회공헌활동의 의도와 방향데로 홍보가 되기 위해서이다. 사업의 내용과 의도를 정확하고 깊숙히 파악하지 못한 홍보팀에게 보도자료를 맡기게 되면 엉뚱하게 사업이 홍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좋은 보도자료 vs 나쁜 보도자료
언젠가 기업사회공헌과 관련 된 세미나에 갔더니, 어느기업의 마케팅 팀 출신의 기업사회공헌팀장님께서 좋은 보도자료는 기자들이 선호하는 보도자료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선호하는 보도자료는 소위 '그림' 이 되는 보도자료이다. 뭔가 적나라하고, 쇼킹하며,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보도되는 '대상자'의 인권이나 상황, 입장보다는 '보는 사람' 위주의 그런 보도자료들이다. 그래서 기업의 사회공헌과 관련 된 보도자료들을 보면 '연출'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기 보다는 '꾸며진' 기자들의 입맛에 맞는 장면이 찍혀지고 보도된다. 예를 들면 연말에 연탄나르기 행사를 하는데, 연탄을 전달해 주는 할머니 댁에 위성TV 안테나가 달려있으면 그 안테나를 떼고 사진을 찍는다. 왜냐하면 위성 TV 안테나가 달려있을 정도로 사시는 집에 연탄배달한다는 것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신경이 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사회공헌의 수혜대상자는 가능하면 불쌍하고 어렵게 보도하려고 한다. 불쌍하고 어려운것이 사실일 수도 있으나, 실제보다 더 어렵고 불쌍하게 만들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정말 이 기업이 불쌍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바닥일을 10년 넘게 하다보니, '그림' 만 좋은 기사는 이제 사람들도 알아본다는 것을 알았다. 그만큼 우리사회의 시민의식과 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보는 시민들의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 그리고 언론보도의 텍스트와 사진을 해석하는 수준도 높아졌다. 그렇게 때문에 정말 좋은 보도자료는 억지로 꾸미는 보도자료가 아니라, 보도를 당하는, 즉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혜택을 입은 당사자들이 스스로 삶의 변화의 모습을 들어내는 보도자료이다.... 그런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가능하다.
어떻게 가능하냐고...^^ '홍보'가 아니라 '취재'를 당하면 된다.
사회공헌팀과 홍보팀간의 갈등
이어서 말을 하자면, 그런 갈등이 없는 회사도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는 사회공헌과 관련 된 홍보에서 사회공헌팀과 홍보팀간의 크고 작은 갈등이 있다. 홍보팀입장에서는 언론사와 기자들에 입맛에 맞는 '그림'이 되는 쪽으로 홍보를 하려고 하고, 사회공헌팀에서는 가능하면 보도되는 대상자의 입장과 상황을 존중하는 선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물론 뭐.. 1회성 이벤트 행사야 이런 갈등이 없겠지만, 수혜대상자 1인이나 가족에 대한 스토리 취재나 홍보의 경우에는 종종 이런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장학금이나 치료비지원 사업의 경우에는 장학금을 준 학생이나 치료비를 지원한 환자를 공개적으로 어렵고 불쌍하게 만들자는 홍보팀의 입장과 학생과 환자의 사생활이나 입장을 어느선까지는 보호해 주자는 사회공헌팀의 주장이 대립할 수 있다. 이런 대립을 경험해보지 못한 기업사회공헌담당자라면, 인격적으로 훌륭한 홍보팀을 만났거나, 아니면 본인 스스로가 이런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보통 이런 갈등상황이 닥칠 것으로 예상되면, 수혜자를 다치지 않게 하는 선에서 먼저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가능한 긍정적인 '그림'을 만들고, 수혜자에게 이런 저런 상황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구하는 등 겹겹의 안전장치를 하고 나서, 홍보팀과 만나 홍보와 관련된 회의를 하는 편이다.
홍보를 할 것인가? 취재를 당할 것인가?
얼마전에 내가 일하고 있는 SPC그룹에서 장애인 친구들이 일하는 행복한 베이커리&까페를 OPEN했다. SPC그룹의 프랜차이즈 역량을 살려, 자회사인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베스킨라빈스와 같이 만들어 보겠다는 의도이다.
이 행사와 관련해서 당연히 사회공헌팀과 홍보팀은 보도자료를 작성했고, 그림을 만들었고, 보도자료를 뿌렸고, 당일 OPEN 행사에 온 기자들을 극진히(?) 대접해서 많은 언론사에 '홍보'가 잘 되었고, '보도'도 많이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가장 잘 나온 기사는 '홍보'한 기사가 아닌 '취재'를 당한기사였다.
홍보를 한 기사 중 세개를 링크한다.
http://news1.kr/articles/831600
http://www.ajunews.com/common/redirect.jsp?newsId=20120926000512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2092615180507693&nvr=Y
링크를 열어보면 알겠지만, 홍보한 기사는 어떤 매체나 다 똑같이 나온다. 기자가 취재한 기사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만 '홍보'되지, 본 사업의 의미나 가치가 독자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반면 기자가 현장에 나와 직접 취재한 기사를 링크한다.
http://news.donga.com/3/all/20120927/49708013/1
둘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취재를 당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첫째, 사업 그 자체가 좋아야 한다. 즉, 억지로 그림을 만들지 않아도, 그 사업자체가 좋아서 저절로 그림이 되어야 한다. 좋은 그림, 좋은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물론 나도 계속 고민하고, 잘 안되는 부분이지만, 그런 고민을 하기 때문에... 이렇게 블로그에 고민의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둘째, 기업이 직접 홍보하기 보다는 파트너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언론사 입장에서도 기업은 광고주이고 평소에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고, 상품권도 주기 때문에 기업의 홍보성기사를 어느정도 보도해 주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오히려 그렇게 때문에... 다른 언론사와 비교해서 특별하게 튀는 기사를 만들어 주는 것도 부담스러워 한다. 그저 다른 언론사가 해주는 만큼 해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안전한 방법이 기업이 스스로 제공하는 보도자료와 그림을 잘 이용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반대로 언론사에게 광고도 밥도, 술도 상품권도 제공할 수 없는 형편인 사회복지단체나 NGO들이 발 벗고 홍보를 해준다면 언론사 입장에사도 막 무시할 수는 없다. 쉽게 말하면 기업사회공헌과 관련된 홍보를 할때 기업이 직접 할 수도 있지만, 정말 중요한 홍보꺼리라면 협력하는 단체나 NGO에게 홍보를 부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위에 링크한 취재기사의 경우가 이런 경우이다.
셋째, 진짜 기자를 좀 알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이 바닥에서 일하다보면, 우연히 또는 의도적으로 기업사회공헌에 관심이 많은 기자 한두명 쯤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 기자들이 늘 사회부에 적을 두고 기업사회공헌을 취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 알아두어서 나쁠 것이 뭐 있겠는가^^. 돈 밝히고 술 밝히는 기자들은 멀리하되, 진짜 현장을 중요시하고,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기자가 있다면, 평소에 친해 두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런 특별한 인맥을 활용하는 것은 일년에 한번이면 족하다^^
어쨌거나, 성경에 나온 말 처럼....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라는 말은 기업사회공헌담당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오른손이 하는 일이 왼손도 잘 알아야 하고, 머리도, 몸도, 팔도, 다리도 알 뿐만 아니라 남들도 잘 알아야 된다. 무엇보다 회사의 최고 경영자에게 언론을 통해 당신이 경영하는 회사의 사회공헌활동이 참 잘되고 있습니다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지만 계속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지 않겠는가? ^^
오늘은 여기까지^^
'Balanced CSR & ESG'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업사회공헌 전문가의 조건 - 개인적인 측면 (0) | 2012.10.16 |
---|---|
기업사회공헌, 공익재단의 현주소, 그리고 과제... (서울신문좌담회 원고전문) (0) | 2012.10.07 |
기업사회공헌담당자의 고민 - 직업인가? 직장인가? (0) | 2012.09.28 |
기업사회공헌 - 기업의 돈을 받아내는 제안서 쓰기 (0) | 2012.09.23 |
기업사회공헌의 파트너가 되기 위한 조건 (1) - 기업의 돈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0) | 2012.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