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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기업사회공헌의 불편한 진실 - 자원봉사

by Mr Yoo 2012. 10. 30.

 

 

기업사회공헌의 불편한 진실 - 자원봉사

 

블로그에 컨텐츠가 하나,.. 쌓여가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검색기능이 막강해지면서, 이 블로그의 부족하고 자뻑 가득한 글들을 읽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감사하고, 송구스럽고, 조심스러울 따름이다.

따뜻한 남쪽 지방에 위치한 어느 중견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담당하시는 분이 메일을 보내왔다. 회사의 CEO가 바뀌시면서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하고 있는데, 회사의 경영사정이 어렵다보니, 재정적인 지원은 어렵고, 임직원 자원봉사활동만 하고 있는데, 실상 주변의 복지시설에서는 별 도움이 안되는 자원봉사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후원금을 원하고 있다고... 이런 상황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뭐.. 없겠냐고....  그렇다. 오늘은 이분의 질문에 답해보고자 한다.  미리 말해두지만... 오늘의 글은 입장에 따라서 조금 불편하게 느끼실 분들도 있을 것 같으니... 개인적인 생각이라고만 전제하고 시작해보자...

 

1. 기업의 자원봉사활동이 '자원봉사' 인가?

1994년에 삼성그룹이 삼성사회봉사단을 만들고 대대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자체 봉사단을 조직하고 봉사활동을 현재까지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사회봉사단의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 기업의 자원봉사는 직원들의 자발성에 의한 '자원'봉사가 아니라, 회사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틀안에서 이루어지는 '지역사회활동'이다. '봉사'란 말을 붙이기 조심스러운 이유는 '봉사'란 뜻이 원래 '남을 아무런 대가 없이 섬기는 일' 인데, 기업의 지역사회활동이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할 경우는 많지만... 그것이 과연 지역사회와 이웃을 '섬기는 일'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요약하자면.... 생각이 트인 몇몇기업이 자발적, 자체적으로 구성된 사내의 순수한 '임직원 자원봉사 동아리' 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식(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이 제일 바람직하다고 본다.)의 사회공헌활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자원봉사활동은 명칭을 '지역사회활동'이라고 다시 명명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2. 부익부 빈익빈의 '기업지역사회활동'

서울시내에서 복지기관이나 시설을 통해 지역사회활동(자원봉사활동)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기업의 사회공헌실무자들은 다 알고 있다.  접근성이 좋은 서울시내의 어지간한 복지시설과 기관들은 기업의 자원봉사자들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특히 장애아동시설이나, 아동보육시설의 경우 자원봉사기관으로 기업들이 선호하기 때문에 주말에는 거의 3~4개 기업팀이 방문한다. 이런 시설의 사회복지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주말이 지나고 나서.. 아이들이 몸살이 난다고 한다. 아이들도 주중에 학교가고.. 주말에 좀 쉬어야 되는데... 매주마다 자원봉사한답시고 와서.. 아이들과 놀아준다고 하니.. 아이들도 힘이 들 수 밖에 없다.  대신... 성인 중증장애인 시설, 노숙자 시설, 어르신 호스피스 시설에는 기업자원봉사자들이 뜸하다. 상대하기 어렵고, 오물을 만져야하고, 냄새도 많이 나는 곳을 사람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대신 이런 곳에는 교회나, 성당, 절에서 오시는 자원봉사 분들이 많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주변에 기업이 위치한 곳들은 좀 나은데, 기업이 없는 곳들은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봉사활동 점수 채우러 오는 것을 제외하고는 자원봉사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서울의 일부 시설에 몰려 있는 기업의 사회활동(봉사활동)인력을 기타시설과 지방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기능을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 각 지역마다 있는 자원봉사센터인데... (난 솔직히 자원봉사센터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 중인 지 잘 모르겠다.) 기업의 사회공헌담당자 입장에서도 직원들이 싫어하고 가기 불편해하는 곳에 억지로 끌고 갈 수 없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앞으로 당분간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3.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존재할까?

지금도 여기저기서 '자원봉사 프로그램 기획'이라는 강의를 찾아볼 수 있는데, 강의를 들어보면 '반'은 맞는 말이고, '반'은 완전히 동의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동의할 수 있는 '반'의 내용은 자원봉사활동을 기획할 때 자원봉사활동 대상지역이나 대상자의 욕구와 필요를 반영하라는 말이다. 이것에 토를 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기업의 사회공헌담당자들이 아주 작은 기업이라서 자원봉사활동하러 나가는 시설이나 기관이 2~3개 정도라고 한다면... 한달에 한번씩이라도 방문해서, 복지시설과 기관에서 그때 그때 필요한 것을 반영해서 자원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준비하겠지만.... 대부분의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은 적게는 다섯개.. 많게는 30~40개 정도의 시설이나 기관과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그 기관이나 시설들의 욕구와 필요를 다 채워주기는 사실 상 불가능 하다. 또.. 반대로 기업사회공헌담당자에게는 사회복지시설이나 기관들 만이 고객이 아니라... 해당기업의 임직원들 또한 중요한 고객이고 대상자들이기 때문에... 사회복지시설과 기관들의 욕구나 필요와 기업 임직원들의 욕구나 필요들의 합의 점을 찾아야 되는데... 그런 경우가 30~40개가 되다보면.. 그냥 손을 놓고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차선책으로 기업내 자원봉사활동을 시행할 때... 그때 그 때 마다.. 다른 복지시설을 찾을 것이 아니라... 최소한..  1년 단위로... 정기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갈 시설이나 기관을 정해놓고... 그 시설이나 기관마다 기업내 담당 임직원을 선임하여.. 봉사팀장으로 임명한 다음에.. 그 봉사팀장들과 자원봉사기관, 시설의 자원봉사 담당자와 연말이나 연초에 1년 단위로 자원봉사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는 워크숍을 열어.. 서로의 필요와 욕구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중간중간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상황에 맞게 수정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  

 

4. '돈'가는데, '마음'간다.

경영사정이 어려운 회사의 경우, 자원봉사활동가는데, 시설이나 기관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후원금이나 물품을 가지고 가지 않고, 떨렁 사람만 보내는 경우가 있다. 이건 '민폐'다. 어릴 적 우리 어머니께서.. 남의 집에 갈 때는 빈손으로 가지 말라고 하셨다. 기업이 아무리 어렵다고 한들... 사회복지시설이나 단체만 할까.... 십시일반 회사에서도 좀 내고, 직원들도 좀 내고.. 해서.. 하다못해... 간식거리라도 좀 사가야 되고.. 회사 경영실적이 좋아지면 직원들에게만 성과급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신세졌던 지역사회의 복지시설이나 기관들에게 특별 후원금이라도 내야한다.  봉사활동 갈 때 적어도 임직원 1인당 1~2만원정도의 지원금은 회사에서 지원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본다.

 

5. 복지시설에만 자원봉사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어린 시절 나는 강원도 산골 정선 탄광촌에서 자란 적이 있다. 석탄가루가 날려서.. 온동네가 까만색이였다. 길도 까맣고, 시냇물도 까맣고, 산도 까맣고.. 지붕도 까맣고... 그때는 그렇게 살아야만 되는 줄 알았다. 지금은 다 없어진 풍경들이다. 그런데.. 얼마전 TV의 한 프로그램에서 영국의 한 탄광촌 마을의 풍경을 보여주었다. 내가 알던 그 새까만 탄광촌이 아닌, 영국의 고즈넉한 시골 소도시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비결은 그 탄광촌에 위치한 석탄채굴회사들이 일주일에 한번씩 한 회사씩 돌아가면서.. 지역의 길거리와 공원, 학교, 건물들을 자발적으로 물청소를 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어느회사는 회사가 위치한 도시의 슬럼가의 학교 중퇴 청소년 범죄문제가 심각해지자, 아예 회사를 슬럼가 중심부로 옮기고...슬럼가의 거리환경을 좀더 밝고 경쾌하게 바꾸고... 슬럼가에 위치한 학교에 재정적인 투자와 함께.. 임직원들이 특활활동 교사로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몇년 후 그 슬럼가는 그 도시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가 비단, 영국과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 기업이 그 지역사회를 살리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었다고 한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사회공헌활동이다.

 

기업의 임직원들을 동원해 지역에 위치한 복지시설을 찾아 목욕시키고, 청소하고, 밥먹이는 것만이 자원봉사활동이 아니다. 일손이 모자란 농촌지역에 위치한 기업은 농번기에 부족한 농촌의 일손을 돕는 것이 가장 좋은 활동이고, 관광지에 위치한 기업은 찾아오는 외지 광객들에게 좋은 지역축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역축제를 개최하고 후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역에 전도 유망한 중,고등학교 스포츠 팀이 있다고 한다면, 그 스포츠팀이 전국대회에 나가 우승할 수 있도록, 그래서 그 지역사람들에게 자랑거리가 될 수 있도록 후원하는 것도 좋은 지역사회공헌활동이다. 무엇보다 지역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업의 생산활동으로 인해 지역의 경제가 나아지되, 환경을 헤치지 않도록 하는 기본 중에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위의 내용들이 메일 주신 분의 고민을 속시원하게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서 필수적인 것 처럼 여겨지고 있는 임직원 자원봉사활동이 실상 현재 수준에서 정말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는가에 대한 답답한 개인적인 심정의 토로가 오늘 블로그 내용의 대부분이다. 

 

기업 임직원의 자원봉사활동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보람있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대신 내가 드릴 수 있는 답은 가능하면, 주변에 가까운 사회복지기관에만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위치한 지역사회에 다양한 문제가 무엇인지 관심을 갖고, 우리회사와 임직원들이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오늘은 여기까지... 아들이 놀아달라고..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