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김장김치행사의 계절입니다 - 기왕 할 거면 잘하자!!"
대규모 김장행사에 대한 딴지걸기
바야흐로 김장김치행사의 계절입니다.
오늘과 내일, 그리고 모레... 서울광장에선 서울시와 한국야쿠르트 주최로 자그마치.. 2,300명이 모여 6만여포기의 김장김치를 만든다고 합니다. (기네스북에 올린다고 난리법석.... 세계에서 우리밖에 김장김치를 안담그는데... 그게 뭘 대단한 일이라고...... 아무리 원순아저씨가 시장을 해도 시청 홍보팀의 뻥튀기, 그림만들기 버릇은 못 고치는 듯...) 그리고 그 김치를 형편이 어려운 2만5천여 가정에 전달한다고 합니다.
서울광장뿐만 아니라.. 이번 주와 다음 주.. 그리고 11월말까지.. 전국 곳곳에서 기업들과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시설에서 엄청나게 많은 김장김치행사를 할 겁니다.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에 대한 가장 흔한 비판 중에... '김장김치행사, 연탄나르기행사'는 이제 좀 그만하라고... 식상하다고.... 진정성이 없다....고 하는데... 그런 비판이 쏟아져도... 점점 김장김치행사의 규모는 커지고... 연탄을 나르는 기업봉사자들의 줄은 점점 길어만 갑니다.
그래서.. 오늘은 '어차피 할 거면 제대로 잘해보자!' 는 의미에서 대규모 김장행사에 대한 딴지를 걸어보려고 합니다.
일단... 서울김장김치축제와 같은 대규모(게다가 야외)행사는 나는 절대 반댈세....
이건 상식적으로 아셔야 하는데.... HACCP(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 - 식품의 원재료 생산에서 부터 최종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위해요소가 해당식품에 혼입되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위생관리 시스템).. '해썹'이라고 불리는 마크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마트에 가서 김치, 두부 등 여러가지 조리식품을 살때 거의 대부분의 제품에 이 해썹마크가 붙어 있습니다.
식품을 제조하는 제조사들이 공공기관이나 대형마트에 제품을 납품하기위해서는 대부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하는 해썹마크를 달아야 합니다. 이 해썹마크를 달기 위해서 제조사는 식품을 제조하는 기본적인 공장건물과 주변환경, 설비에서부터 모든 제조과정, 제조인력의 위생상태 및 건강관리, 생산 후 유통판매 및 문제발생시 대처/회수 등에 대해서 철저한 원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해썹인증을 받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에 밥상에 오르는 대부분의 공장생산식품은 이 해썹인증을 통해 위생적이고 안정적으로 만들어 진 것입니다. 1995년 부터 시행되고 있는 HACCP제도에 의하면.... 서울광장에서 만들고 있는 김장김치는 절대 식품으로서 판매되어서는 안됩니다. 뭐.. 다행이도 그냥 공짜로 나눠주겠다고 하니......어쩔 수 없지만.... HACCP기준에 의하면 서울광장에서 저렇게 만들고 있는 김치는 위생절차와 식품제조안정규정을 대부분 어기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공헌으로 하는 행사에 HACCP기준을 들이대고 딴지를 걸면 어쩔건데... 너무 까칠하게 구는 거 아니야?.... 라고 말씀하신다면.... 곰곰히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내가 먹지 않는다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 줄 것이라고..해서 위생을 무시하고 아무렇게나 만들면 안되는 거잖아요... 대규모 김장행사는 광장이나 체육관등에서 해야하기 때문에, 위생관리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나마 실내는 외부의 오염된 공기와 매연.. 눈과 비.. 바람을 통해 날라오는 이물질... 날아가는 새가 떨어뜨리는 분변 등을 피하고 차단 할 수 있지만.... 천막도 치지 않은 광장에서 하는 김장김치행사는 매년 볼때마다 드는 생각이... '저 행사를 기획하는 사람들은 정말 용감하다... 비나 눈이 오거나.. 황사바람이 불거나... 아니면.. 광장주변에 저렇게 많은 자동차들이 다니는데... 저 매연이 김치로 다 들어갈텐데.. 그런 생각은 하나도 안하나... 정말 용감하고 무식하다' 는 생각을 합니다. 김장김치를 만드는 환경뿐만 아니라... 원래 음식을 제조하는 사람들은 보건소에 가서 기준에 맞는 건강검진을 받고 '보건증' 이라는 것을 받아야 합니다. 아마도..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 해본 분들은 다 알 것입니다. 그런데... 2,300명이나 되는 김장김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보건증' 없이 김장김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본인도 모르는 어떤 질병이나 세균이 김치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죠... 더구나 오늘 오후에 행사장을 지나다 보니.... 머리에 위생모가 아닌 두건을 쓰고.... (반도체를 만드는 환경과 같이 깨끗하게 유지해도 머리카락이 들어가는게 종종 일어나는 일인데....) .. 그것마저 쓰지 않는 분들도 계시고... 위생 마스크도 쓰지 않은 분들도 많더군요... 게다가 김치는 아시다시피.. 발효식품으로... 제조와 보관.. 이동을 온도에 맞게 제대로 하지 않으면 금방 상하고 마는 식품입니다. 대규모로 김장을 하게되면 원재료에 대한 관리, 유통, 보관, 제조 후 이동 등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적정한 온도를 맞추기 어려워, 실제 김장김치를 받게 되는 시점에 상하거나 물러서 못먹을 정도가 된 상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못먹게 된 김치를 받으신 분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머리카락이 들어간 김치를 받으신 분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짜거나 싱겁거나.. 맛이 없는 김치를 받으신 분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 김장김치행사를 하는 것은.... 김장김치를 만들고 그것을 홍보하는 사람들의 만족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 김장김치를 받으시는 분들이 맛있게 드시기를 바래서 하는 게 아닐런지요..... 저도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할 때 대규모 김장김치행사에 만든 김치를 여러번 받아보았는데... 뭐.. 제대로 된 걸 받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공짜로 받은 것이니... 어디다 하소연 할 때도 없고, 하루이틀은 괜찮은데.. 삼일째 지나면 막 물러버리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일단 식품에서 가장 기본적인 위생기준에서만 보더라도.... 서울광장이나 체육관 등 오픈된 공간에서 불특정다수인 몇천명이 모여 떼거지로 몇만포기의 김치를 한꺼번에 만드는 것은 매우 비위생적이고 위험한 활동입니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식품의 기본인 '위생'과 '안전' 그리고 할 수 있다면 '맛' 을 지키는 것이 좋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규모 김장김치행사의 나쁜 점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많이 쓸 수 있는데... 오늘은 식품위생이야기만 하고 마치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네단위의 소규모 김장김치행사를 적극 지지합니다. 제가 일하는 회사도 며칠 전 직원들과 함께 김장김치봉사활동을 했습니다. 회사가 위치한 양재동 노인종합복지관 앞마당을 깨끗히 치우고, 천막 치고 비닐깔고.. 회사직원 20여명과 복지관 어르신 대여섯분(김장김치 전문가!!)을 모시고 함께 김장김치를 했습니다. 돼지고기도 삶아서 김장김치에 막 싸먹고 그랬습니다...다 아시겠지만... 요즘 김장김치는 절인 배추와 속양념을 모두 사다가 버무리고, 통에 넣는 것만 합니다. (오늘 서울광장에선 속을 만드는 퍼포먼스를 하던데... 그건 어디까지나 퍼포먼스고.. 대부분 공장에서 절인배추에 공장에서 만든 속을 넣고 있었습니다.) 절인배추와 양념속은 당연히 HACCP을 준수하는 식품회사의 것을 구입했습니다.
500포기 정도로 그리 많지 않은 양을 했습니다. 밀폐용기에 김장김치용 비닐을 속에 넣고, 세포기씩 꼭꼭 눌러담아 120통을 만들었습니다. 오전에 김치를 만들고, 오후에는 그 김치를 복지관 주변에 홀로계신 어르신들 댁을 가가호호 방문하여 나누어드렸습니다. 홀로사시는 어르신들에게는 세포기 한통 정도면 한달 정도 드실 수 있는 양입니다. 김장김치 뿐만 아니라 겨울점퍼와 목도리, 양말, 호빵을 상자에 담아 같이 드렸습니다. 어르신들은 별거 아닌 걸 받으시고도 참 기뻐하셨습니다.
회사가 위치한 지역의 복지관들과 협력하여 스무명~서른명 정도의 직원이 참여해 500포기~1,000포기 김치를 3~4시간 동안 만들고, 그것을 직접 직원들이 가가호호 전달하는 행사가 저는 가장 적절한 규모의 적당한 김장김치행사라고 봅니다. 이정도 규모의 행사는 복지관 건물을 활용하여 실내에서 할 수 도 있고, 외부에서 하더라도, 천막과 비닐 등을 활용하여 오염물질이 김장김치에 들어가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습니다. 20~30명의 직원들은 몸상태가 좋지 않은 직원들은 참석하지 않도록 하고, 앞치마, 위생모, 위생장갑, 위생마스크를 착용하게 하며... 중간중간 착용상태를 확인하고, 위생사항에 대한 주의를 그때 그때 즉시로 주의시키고 환기시킬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본인이 만든 김장김치를 직접 가가호호 방문하여 배달함으로써, 봉사참여자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더욱 정성껏 소중하게 배달하게 됩니다. 김치를 전달받은 분들로 부터 '감사하다' '고맙다' 라는 인사를 받은 직원들은 봉사활동에 대한 좋은 추억과 감동을 가슴에 담게 됩니다.
이젠 모여서 하지말고, 동네마다 김장행사를 했으면 합니다.
광장이나 체육관에 모여서 하는 대규모 행사는 자랑하기, 보여주기를 위한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 김치를 먹을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위생적인 환경에서 소규모로 정성스럽게 만들어, 가급적 빠른 시간에 전달해드리는 김장행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사회공헌활동으로 김장김치행사를 해야 한다면... 그리고... HACCP기준을 맞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면... 저는 여러가지 위험요소를 최대한 통제할 수 있는 소규모 행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도 서울광장에 한꺼번에 모여 보여주기식 행사에 집착하지말고, 구마다, 동마다, 복지관, 복지시설마다.. 동네사람들끼리... 동네에 있는 기업들과 시민들이 어울려서 그 동네의 어려운 분들에게 김장을 직접 나눠 드리는 행사를 기획하고 실행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기업들도 내년부터는 초딩들처럼 규모에 집착하지 말고... 동네잔치로 김장김치행사를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일단 우리회사는 큰 변고가 없는 한... 대규모 김장김치행사를 할 계획도 없고, 그런 행사에 참여할 생각도 없습니다. 회사와 공장이 위치한 전국 방방곡곡에서 동네 이웃들과 함께 소박하고 정겨운 김장을 할 생각입니다.
김장김치행사.... 흔하디 흔하고, 기업사회공헌활동에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지만.... 그 단골손님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그 가게가 망할 수도 흥할 수 도 있는 것입니다. 기왕 할 바에야.. 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맛있는 김장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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