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회공헌담당자가 읽어야 할 책
기업은 저절로 착해지지 않는다.
- 이보인 / 도서출판 청년정신 / 2012 -
세가지 부류의 기업사회공헌담당자
기업사회공헌담당자로써 얼마쯤 일하게 되다보니, 기업사회공헌담당자라는 사람들을 세가지 유형정도로 나눠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뭐.. 당연히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첫번째 유형의 사람은 그냥 '담당자' 입니다.
기업사회공헌담당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회사의 인사명령에 따라 기업사회공헌이라는 업무를 맡게 된 사람들입니다. 그나마 본인이 업무를 잘해보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다행인데... 회사에서 기업사회공헌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대부분..ㅠㅠ;;) 기업의 경우... 기업사회공헌업무가 '한직(寒職 - 주요직책이 아닌, 변두리 직책,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일을 맡는 경우)'이다보니... 담당자 스스로도 업무성과에 열을 올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이런 경우 대개가 사회공헌전담팀이 있는 게 아니라, 경영지원팀(총무팀), 홍보팀, 대외협력팀에 속해 본인이 다른 업무가 있으면서, 사회공헌업무를 겸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담당자들이 주로 하는 일은 회사주변의 복지시설을 찾아가 임직원 사회봉사활동을 단순히 연계하는 일과.. 설,추석 명절이나 연말에 불우이웃돕기성금을 전달하고 사진찍는 일... 조금 더 나가면 전직원 동원해서 김장김치를 하거나, 연탄을 나르는 일.. 정도... 그리고 수해나 태풍 등의 자연재해가 나면 구호성금 전달하는 일.. 정도 입니다.
그냥 '담당자' 분들은 본인의 주요업무가 '사회공헌'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뭘... 적극적으로 하거나.. 새로운 걸 기획하거나.. 회사로 부터 예산을 더 받아내거나.. 임직원들을 사회공헌활동에 열심히 참여시키기 위해서 독려하거나.. 이런 '귀찮고.. 손 많이' 가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주변의 비슷한 회사들 수준으로만 하면 되는 거지요...회사 재무팀에서 결정한 예산안에서만 움직입니다. 그리고 뭔가 새롭고 창의적인 일을 계획해보라는 지시사항이 내려지면.. 그저 뭉게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얼른 다른 팀으로 인사발령이 나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겸직을 하지 않고, 본인이 사회공헌전담자로 일하는 경우에도.. 주어진 업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그저 '직장인'으로서만 만족하는 사람들이 이 부류에 속합니다. '전략적 사회공헌'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사회공헌'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협력을 통한 사회공헌' .... 이런 용어는 이 분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죠...입에 올리지도 않습니다. '그저 기업은 돈 열심히 벌어서 일 잘하는 복지시설이나 NGO에게 기부하면 되지... 잘알지도 못하는 사회공헌한다고 나서봐야... 민폐만 끼친다'는 생각을 주로 하시는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은 인터넷 검색창에 '기업사회공헌' 이라는 단어도 쳐보지 않을 뿐더러 제 블로그에도 들어와 보지 않습니다.^^;; 이런 '담당자' 만 있는 회사는 절대 기업사회공헌활동을 잘 할 수 없다고 봅니다.
두번째 유형의 사람은 '두더지' 같은 사회공헌담당자입니다.
제 주변에 보이는 가장 많은 유형의 사회공헌담당자들이 바로 '두더지' 유형의 사람들입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일.. 진짜 열심히 합니다. 새벽에 별보고 출근해서, 한밤에 별보고 퇴근합니다. 한낮에 하늘한번 쳐다 볼 여유없이, 사무실 컴퓨터와 스마트폰 화면과 전화 붙잡고 일하느라 거북목에 늘 어깨와 목이 저리고, 의자에 오래 앉아 일하다보니.. 허리도 온전치 않습니다. 토요일에도 출근하고, 일요일에 교회갔다가 집으로 가지 않고, 회사로 가는 사람들입니다. 기업사회공헌업무를 무슨 '선교활동' 하듯이 하는 사람들이죠...
특히나, 사회복지현장이나.. NGO에서 일하다 온 사람들은.. 현장을 버리고(?!) 기업으로 온 미안함이 있어서인지... 더욱 죽어라 앞만 보고 일만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좀더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이 사업이 좀더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이 계획을 가지고 회사와 사회.. 두가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회사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예산과 자원을 동원해서 사업을 할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회사 직원들이 많이 참여하는 사회공헌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수많은 고민들을 밤에 잠을 자면서 까지 합니다...
늘 기업사회공헌의 가치를 고민하고... 늘 본인의 열심과 역량부족을 탓하며.. 본인의 몸과 정신이 망가지는 것도 모르고... 일을 하고, 또 일을 하고, 또 일을 합니다. 두더지처럼.. 끊임없이 땅을 파고, 또 파고.. 또 팝니다.... 그러다가... 두더지처럼...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눈'과 '시력'을 잃어버립니다... 지쳐서 기업사회공헌에 회의를 품고.. 회의론자, 비판론자가 되거나.... 그냥.. 제풀에 지쳐... 열정이 식은 후 그저 회사원 아무개, 과장 아무개, 차장 아무개, 부장 아무개... 그렇게 아무개로 남다가 회사에서 버림 받는 존재가 됩니다.
세번째 유형의 사람은 '스타' 가 되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이런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이 최근에 많이 생겼는데요... SNS가 발달하고, 우리사회에서 사회적경제나 기업사회공헌, CSR, CSV 등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게다가 대학생들의 선호직업 중에 '기업사회공헌담당자' 나 'CSR담당자' 가 입에 오르내리다 보니.. 여기저기서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합니다. 그러다보니... 무대에 설 기회가 많아지고, 인터뷰할 기회가 많아지고, SNS에서 친구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도 많아집니다.
정작... 회사내부에서는 기업사회공헌팀이나 담당자들이 '찬밥'신세인데.. 밖에서는 소위 '잘나가는 전문가' 대접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다른 분야에서는 적어도 20년 30년 정도해야 전문가 소리를 듣는데.. 기업사회공헌이나 CSR 판에서는 오랜동안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보니.. 5년 남짓만 일해도.. 전문가 호칭을 붙여줍니다... 당연히 그런 호칭을 붙여주게 되면 기분이 좋습니다. 우쭐해집니다. 자신이 정말 전문가가 된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해 내심 서운했는데... 밖에서는 인정해 주니...이거 뭐.. 회사 사무실에 앉아 있을 이유가 없죠...
외부활동이.... 한번이 두번되고, 두번이 네번되고, 네번이 여덟번이 되고... 자꾸 허파에 바람이 들어가고, 목에 힘이 생깁니다. 외부에서 받는 강의료도 제법 짭짤해 집니다. 이러다 보니... 회사 기획안 보다는 외부특강자료작성에 더 신경을 쓰고, 명함도 멋지게 파보려고 하고, SNS에 기업사회공헌과 관련된 멋진 사진이나 멘트를 올리려고 하고... 본인의 본업인 업무내용은 SNS에 안올리면서.. 외부활동 한 것만 올리고... 이러다 보면.. 밖에 나가서.... 실제 본인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것 보다.. 점점 더 과장해서 말하게 됩니다. 자신을 쳐다보는 반짝거리는 눈동자들을 실망시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게 갈때까지 가면... 마치 본인이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에서 없어서는 안될 위대한 인물이라고 '자뻑'하는 '오버'를 하게 됩니다. 기업사회공헌담당자보다는 '인기스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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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책상정리를 하면서, 명함정리를 했는데... 200장짜리 명함집에 한가득.. 빼곡히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의 명함이 꽂혀있었습니다. 그 200장의 명함 중에 절반이상은 '두더지' 유형의 사람들처럼 보였고, 한 60~70여명 정도는 그냥 '담당자'... 회사 그만두지 않고 계속 사회공헌업무를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이러저리 뒤져보고 소문을 들어보아도... 뭘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는 사람들...... 그리고... 열명정도... 본인의 업무에서 성과를 내는 사회공헌담당자보다는 '인기스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의 명함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네번째 부류의 사람을 최근에 만났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 할 책 '기업은 저절로 착해지지 않는다' 를 쓴 이보인 NXC 사회공헌팀 팀장입니다. 이 친구의 책을 작년 봄에 구입해서, 대구 출장갈 때 KTX에서 읽었는데... 대전 쯤 가다가 잠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덮어 두었다가.. 최근에 다시 꺼내 읽었는데... 이거 대박!! 보통은 하루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전 30분 정도 책을 읽고 자는데... 이 책은 집 근처에 있는 군포중앙도서관 열람실에 가서 밑줄 그으며.. 포스트잍을 붙여가며... 읽었습니다.
제가 가장 놀란 것은.. 책 한권을 쓰기 위해.. 엄청난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것을 가급적 객관적인 시각으로 분석하려고 노력하고... 그 데이터와 분석들을 상호연관성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연결하여 책을 '정성껏' 썼다는 겁니다... 뭐.. 보통.. 책이라는 것이 그정도 노력이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라고 물으신다면... 그렇지 않은 책들도 많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분들이 쓴 책들은 데이터나 분석.. 논리적 상호연관성.. 이따위 것들은 안중에도 없이.. 그냥... 좀 멋진 말들만 엮어서 본인을 돋보이게 하려고 쓴 책들이 대부분이거든요... 뭐.. 대표적인 예로는 선거철만 되면 쏟아져 나오는 국회의원들의 책들이 그런 부류에 속한다고 봅니다. 책을 만든 종이만 아까운거지요... 산림파괴... 환경파괴의 주범들입니다.
어쨌거나... 이보인팀장은 앞서말한 기존의 기업사회공헌담당자 세가지 부류에 넣기가 어려운 사람 같습니다. 일단 회사에서 지시한 기업사회공헌업무의 범위와 목표를 스스로 넘어보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대개의 '담당자'수준의 사람들이 회사에서 지시한 목표도 달성 못해 허우적 거리는데.. 이 사람은 그 이상을 추구하는 스타일인거죠....
또한 우리나라의 CSR이 여전히 기업사회공헌의 범위를 벗어나고 있지 못할 때.. 이 사람은 과감히 미국 하버드로 가서... 공공정책과 CSR을 공부합니다. 그저 눈앞에 주어진 업무와 상황에만 집중해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열심히 밤낮으로 삽질만 하고 있는 '두더지' 사회공헌담당자들과 다르게... 기업사회공헌에서 CSR로의 영역확대를 예상하고, 유학을 떠난거죠....그리고 회사에서 퇴근도 안하고... 이 책을 썼습니다. 눈과 시력을 잃지 않고, 기업사회공헌의 미래를 내다 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멋진 책'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인기스타' 가 되기 위한 '유치한 뻘짓'을 하고 있지 않다는 데에 정말 감동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멀리 제주도 NXC에서 묵묵히 자신의 업무를 열심히하고 있을 뿐이죠....
아무생각없는 '담당자' 도 아니고, 그저 앞만보고 땅만 죽어라하고 파는 '두더지'도 아니고, 슈퍼스타의 능력과 재질.. 컨텐츠까지 충분히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나대지 않는 '진중함'을 가졌으니... 어찌 제가 분류한 세가지 유형의 기업사회공헌담당자에 억지로 끼워 맞출 수 가 있겠습니까...
후생가외(後生可畏)
'나보다 늦게 태어난 후배들이 앞으로 실력을 갈고 닦아 더 큰일을 할 수 있으니, 후배들을 무시하지 말고, 두려워해야 한다'는 뜻의 사자성어입니다..... 이보인팀장.. 그리고 그가 쓴 책을 보며.. 후생가외란 한자성어가 생각났습니다..... '뭐가 그리 대단하길래.. 극찬에 극찬을 하나..' 라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책도 한번 읽어보시면... 그리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저와 의견이 다른 부분도 있고, 오락가락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 하며 짜증스럽게 문제제기를 할 수 도 있습니다. 게다가... 딱! 한번... 며칠전... 저녁을 함께 하며 두시간정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것 가지고... 그를 완벽히 파악할 수 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될성 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 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가능성이 보입니다. 새로운 유형의 기업사회공헌담당자..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의 CSR한계....... 사회공헌활동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지 못한 CSR의 한계를 넘어 진정한 기업의 사회적책임영역으로 확대해 줄 수 있을 만한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가능성' 이 진짜로 '실현'되기 위해..... 우리는 이 사람의 책을 읽어줘야 합니다. 그리고.. 이 사람을 자주 만나야 합니다... 그렇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어떤 유형에 속하냐구요? 한번 알아맞춰보세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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