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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기업과 NGO, NPO의 파트너십_지원과 연대의 방향

by Mr Yoo 2020. 5. 1.

 

 

기업과 NGO, NPO의 파트너십

지원과 연대의 방향

 

중학교 사회 시간에 배웠듯이 사회는 크게 '시민, 정부, 기업' 세영역으로 구성된다. 각 영역은 서로 협력과 견제를 통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 공동체를 만들어 간다.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경제 ·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은 고객의 구매 행위가 기업의 존속을 결정하기 때문에 고객인 정부, 시민, 다른 기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기업의 지속 가능에 유리하다. 

 

시장과 고객의 지속성이 불가능하거나 불안전하면 당연히 기업의 지속성도 불가능하고 불안전하기 때문에 기업은 시장과 고객의 지속 가능성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따라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은 시장과 고객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특히, 기업의 사회 가치 창출 영역인 지속가능경영, CSR(사회공헌을 포함한)에서는 시민 사회, 정부와 소통 또는 협력하지 않으면 가치 창출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사회적 가치는 사회 구성원의 이해, 동의, 인정에 기반하기 때문에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시민 사회나 정부가 알지 못하거나 이해, 동의, 인정하지 않으면 사회적 가치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적 가치 창출에 장점이 있는 기업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 장점이 있는 비영리 민간 단체(NGO, NPO)의 협력은 사회 공동체의 지속 가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인 동시에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사회로부터 인정 받고자 할때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율, 효과적인 방법이다.       

 

 

 

 

기업과 비영리 민간 단체의 파트너십 유형

 

기업이 시민사회의 대표적 조직체인 비영리 민간 단체(NPO, NGO)와 협력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위 그림에서 제시한, 지원, 연대, 대행, 이용 외에도 다른 방식이 있을 수 있고, 이 네가지 방식도 각각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교차하거나 중복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과 비영리 민간 단체 간의 파트너십 유형을 단순화하는 것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 네가지 유형이 가장 많지 않을까 싶다. 각각의 특징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지원 (support) : 기업이 비영리 민간 단체(이하 단체)의 하는 일에 공감하고 동의하여 그 단체들이 자신의 일들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의 파트너십이다. 지원의 방법에는 직접 사업비를 후원하는 방법,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인프라(건물, 시설, 설비 등), 운영비, 인건비 등의 간접 사업비를 지원하는 방법, 역량강화를 위해 교육이나 연수를 지원하는 방법 등이 있다. 

 

2. 연대 (solidarity, band together) :  단체의 사업과 활동에 동의하여 그 단체가 하는 사업이나 활동에 참여하는 파트너십이다. 보통 단체가 개최한 캠페인이나 이벤트, 활동에 참여하거나 협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3. 대행 (agency, act as a proxy) : 기업이 특정한 사업이나 활동, 특히 사회공헌을 위해 그 분야의 전문성이나 실행력을 가진 단체에게 일정 정도의 비용(사업비+운영비)을 지불하고 사업을 대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4. 이용(use) : 국어사전의 표현을 빌리면 '다른 사람이나 대상을 자신의 이익을 채우기 위한 방편으로 씀' 에 해당하는 경우다. 기업이 단체의 사업이나 활동에 동의하지도 않고 연대의 의지도 없으며 사회공헌을 대행시키고자하는 계획도 없으면서 단체를 이용하는 경우다. 

 

오늘은 기업과 비영리 민간 단체의 파트너십 유형 중에 '지원과 연대'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파타고니아와 벤투라강 친구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한다. 오늘 글은 'Next - CSR 파타고니아'에 실려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파타고니아 본사 건물 한편에 위치한 벤투라강의 친구들

 

파타고니아 본사 현관에 있는 벤추라강 보호 활동 자료 

 

파타고니아와 벤투라강의 친구들..

 

파타고니아의 비즈니스 중심에 환경운동을 자리잡게 한 계기는 여럿있지만, 그중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벤투라강의 친구들'의 역할이다. '벤투라강의 친구들'은 파타고니아 본사가 자리한 벤투라 시티에 흐르는 작은 강을 지키는 지역 풀뿌리 환경단체이다. 파타고니아 본사 현관에 들어서면 왼쪽 유리창에 벤투라강 보호활동이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 설명해 놓은 자료들이 붙어있다. 파타고니아와 벤투라강의 친구들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파타고니아를 창업하기 전 '쉬나드 이큅먼트' 시절인 1972년 이본 쉬나드와 회사 동료들 몇 명이 벤투라 시내에 파도타기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가 끝난 후 평소 함께 서핑을 즐기던 대학원생 마크 카펠리(Mark Capelli)가 관객들에게 “우리 동네 최고의 서핑 포인트 중에 하나인 벤투라강 하구의 해변이 개발 때문에 망가질 수 있으니, 시의회에 함께 가서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자”고 부탁했다.

 

벤투라강은 매년 4~5천 마리의 무지개송어가 강 상류까지 올라가 산란을 하던 곳이었다. 그러나 1948년 27킬로미터 상류 지점에 마틸리하(Matilija)댐이 건설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우기인 겨울을 제외하고는 거의 말라 있고, 평소에 흐르는 물도 1차 하수처리를 한 물이 대부분이었다. 벤투라 시는 기능을 상실한 강이라고 생각하고, 강 하구를 막고 인공 수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마크 카펠리는 시의회에 참석해 아직도 강의 생태계가 살아 있음을, 특히 무지개송어 수십 마리가 그 강에 와서 아직도 산란하고 있음을 필름 슬라이드로 보여주었다. 마크 카펠리가 바다로 내려가는 새끼 무지개송어의 사진을 보여주자, 이본 쉬나드와 동료들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했다. 마크 카펠리의 호소 때문에 우연히 그 자리에 참석했던 이본 취나드와 동료들은 환경 보호 운동에 큰 감명을 받았다.

 

이 일이 있은 후 이본 취나드는 벤투라강의 친구들에게 파타고니아 본사 한 귀퉁이 공간과 책상을 무료로 내어주고 소액의 후원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이자 파타고니아를 창업한 해인 1973년부터 벤투라 인근의 소규모 지역 환경 단체들에 대한 후원을 시작했다.

 

당시 벤투라강의 친구들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벤투라강 개발 계획은 잠시 취소되는 듯했다. 하지만 개발 계획은 수시로 이어졌고, 그때마다 벤투라강의 친구들은 끈질기게 맞서 싸웠다. 그 결과 벤투라강으로 흘러 드는 하수의 2차, 3차 처리가 추가되었고 벤투라강 하구의 생태계가 복원되기 시작했으며, 서핑 포인트인 벤투라강 하구의 모래 해변도 지킬 수 있었다.

 

그리고 1998년부터는 노후되어 쓸모 없어진 마틸리하댐 철거에 대한 논의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었으며, 2000년대 후반 마틸리하댐 및 벤투라강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가 본격화되었다. 현재는 벤투라강 트레일 코스가 만들어지고, 상류 지역이 자연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이 댐 철거에 대해 동의한 상황이다.

 

철거 예정인 벤투라강 마틸리하 댐

 

1,082개의 벤투라강의 친구들

 

1972년 벤투라강의 친구들을 후원한 것의 나비 효과는 얼마나 큰지 모른다. 첫째로, 무엇보다 벤투라강을 지켜냈다. 둘째로, 이본 쉬나드는 같은 건물에서 벤투라강의 친구들이 행동주의를 실천하며 시의회와 싸우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행동하는 지역의 작은 풀뿌리 환경단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후 파타고니아는 그린워싱(greenwashing)전략을 쓰는 대기업의 후원금을 받아 공익 캠페인이나 국제 콘퍼런스와 같은 소극적 환경운동을 주 사업으로 하는 큰 규모의 이름난 단체보다는 환경 보호를 위해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고 행동하는 지역의 작은 풀뿌리 환경 단체들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1985년부터는 당기 순이익의 10%를 기부하기 시작했으며, 1988년에는 단지 후원만이 아니라 이본 쉬나드가 강철 피톤을 포기하게 만든 요세미티계곡의 자연 복원을 위한 중장기 보호 계획을 지지하는 전국 규모의 환경 보호 캠페인의 중심에 파타고니아가 서기도 했다. 그 결과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기존보다 더 긴 자연 휴식년제를 갖게 되었으며, 요세미티암벽은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의 공식 허가를 받은 소수의 클린 클라이머만 등반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파타고니아는 후원하는 환경단체들과 협력하여 맑은 댐 철거를 촉구하는 댐네이션 캠페인, 연어와 강물 되살리기 캠페인, GATT 자유 무역 협정 반대 캠페인, 유전자 변형 작물 반대 캠페인,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자연 보호 구역 확대 캠페인 등을 진행하였으며, 파타고니아 유럽 지사에서는 대형 트럭들이 알프스 산간 도로를 달리는 것 때문에 발생하는 도로 붕괴와 산사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형 트럭의 알프스 통과를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1972년 겨우 몇 백달러로 벤투라강의 친구들을 후원한 작은 날갯짓은 2018년까지 1억 4백만 달러의 누적 기부금으로, 또한 2018년 한 해 동안만 1,082개 환경 단체를 후원하는 거대한 태풍으로 성장했다.

 

 

 

지구를 위한 1%에 1,800개 기업 참여 

 

파타고니아가 매출의 1%를 지역 환경 단체에 기부하기로 결정한 후 3년이 지난 1999년 가을, 이본 쉬나드는 평소 플라잉 낚시를 함께 즐기던 낚시용품 회사 ‘블루 리본 플라이스’의 대표 크레이그 매튜스(Craig Matthews)와 낚시를 하고 있었다. 파타고니아와 블루 리본 플라이스는 모두 아웃도어 활동과 관련된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므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두 회사의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인류 생존에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회사 모두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지역 환경 단체를 후원하고 있었다. 이본 쉬나드와 크레이그 매튜스는 낚시를 하면서 현장 행동주의에 입각한 소규모 지역 환경 운동 단체들의 중요성에 공감했으며 이들을 더 많이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2002년, 이때 나눈 이야기가 바탕이 되어 매출의 1%를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지구를 위한 1%(1% For The Planet)‘가 설립되었다.

 

파타고니아와 블루 리본 플라이스가 함께 설립한 ‘지구를 위한 1%’에 두 회사의 이름이나 대표들의 이름을 넣지 않은 것은 두 회사뿐만 아니라 더 많은 기업과 개인들이 지구세의 개념을 이해하고 지구를 위한 1%에 참여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또한 공익 재단의 형태가 아니라 공익 연합체의 성격을 취한 것도 특이한 점이다. 

 

이본 취나드는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에서 지구를 위한 1%를 재단이 아닌 공익 연합체로 세운 이유에 대해 많은 비영리 재단과 단체들이 초기에는 그렇지 않다가 자산이 쌓이고 규모가 커지면 내부에 관료주의가 생기고 안정을 추구하면서 환경운동에서 중요한 현장 행동주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지구를 위한 1%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지역 풀뿌리 단체들의 옥석을 가려 회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서로 기부를 연결해 주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2019년 5월 기준, 지구를 위한 1%는 45개국 3,000여 개에 달하는 풀뿌리 환경 단체들과 연결되어 있으며, 1,800개 이상의 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지구를 위한 1%는 2002년 공식 후원 활동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2억 달러가 넘는 누적 기부금을 기록하고 있다.

 

 

 

풀뿌리 활동가들을 위한 도구들_파타고니아
활동가 회의의 장면
한글로 번역된 환경운동의 11가지 도구들

 

풀뿌리 환경운동가들을 위한 도구들

 

파타고니아는 현장중심 소규모 환경단체들이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후원금만 가지고는 어렵다는 사실을 직시했다. 환경보호에 무심한 정부와 지자체, 기업과 시민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데 적은 예산과 소수의 인력만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열심히만 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했다. 

 

이본 쉬나드는 기업의 운영방식 중 쓸모있는 것들을 소규모 환경 단체들이 배우고 활용할 수 있다면 이러한 한계를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1994년 미국 몬타나 주 치코 핫스프링스의 휴양림에서 첫번째 활동가 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매 2년마다 1% For The Planet의 후원을 받는 환경단체 실무자 100여명이 참석하여 3박4일 동안 캠페인 전략, 마케팅, 조직운영, 모금,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킹, 교섭활동, 기업과 협업하기, 데이터 시각화 등의 내용을 배우고 익힌다. 2016년 활동가 회의에서 교육한 내용을 엮어 '풀뿌리 환경운동가들을 위한 도구들'이란 책으로 출판하였으며 2017년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활동가 회의는 파타고니아 유럽 지사와 일본 지사를 통해 유럽과 일본에서도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도 활동가 회의의 개최를 기대해 본다.

 

 

Patagonia Action Works 바로가기 ☞ 그림 클릭

   

파타고니아 액션 워크(Action Works)

 

지역 풀뿌리 환경 단체에 대한 파타고니아의 연간 후원금이 천만달러를 넘어서고 후원하는 단체도 수백개가 되면서 파타고니아는 이들 환경 단체의 가치있는 활동을 어떻게 시민들에게 잘 알리고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다. 이를 위해 2018년 파타고니아 액션 워크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는 파타고니아가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환경 단체의 모든 활동에 힘을 실어주고 이들의 환경 보호 활동을 파타고니아 브랜드와 관계 맺고 있는 고객, 시민과 직접 연결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파타고니아 액션 워크 사이트는 단순히 파타고니아가 후원하는 환경단체의 소식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시민들이 환경단체의 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후원 할 수 있는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파타고니아 액션 워크 사이트가 개설된 후 2019년까지 179,000개의 환경보호 활동들이 소개되고 연계되었으며 파타고니아의 고객과 시민들은 서명, 이벤트 참석, 후원 참석, 자원봉사 등의 다양한 활동으로 환경단체와 연결되었다.

 

2019년에는 지리적, 물리적인 한계로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이 본인이 가진 전문 기술로 인터넷을 활용하여 환경단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개발하기도 하였다. 온라인 자원봉사 플랫폼인 Catchafire(https://www.catchafire.org)와 제휴를 맺고 로고 디자인, 법률자문, 마케팅 계획 수립, 웹사이트 개선 등 자원과 인력이 부족한 소규모 환경단체들을 장소와 시간의 제약없이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댐네이션, 블루하트

 

파타고니아가 벤투라강의 친구들과 연대를 통해 시작한 환경운동 중 전세계로 확산 중인 캠페인이 있다. 2014년에 시작한 ‘댐네이션(DamNation)’ 캠페인은 벤투라강의 친구들과 함께 벤투라강 상류의 낡은 마틸리하댐 철거를 촉구하면서 시작되었다. 건설된 지 60년이 지나 기능을 상실한 마틸리하댐을 철거하고 맑은 물이 다시 흐를 수 있도록 하자는 댐네이션 캠페인은 이후 미국 전역과 유럽으로 확산되었다.

 

파타고니아는 수명을 다해 사용하지 못하는 낡은 댐이 가져오는 환경 오염과 자연 파괴에 대해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 배포하고 파나고니아 매장을 비롯한 다양한 환경단체 콘퍼런스에서 상영회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오래되어 못쓰게 된 댐이 있는 지역을 방문하여 지역 환경단체 운동가들과 함께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댐 해체 서명운동을 펼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10년간 4대강에 설치된 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4대강에 설치된 보 외에도 수력 발전과 농업 용수 확보를 위해 전국 곳곳에 설치된 댐과 보는 수천 개가 넘는다. 수력 발전을 위한 댐은 한때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 보다 친환경적이라고 여겨져 왔으나 물의 흐름을 막아 수질 오염의 원인이 되고 집중 호우나 태풍이 일어나면 엄청난 재난의 근본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나마 대형 댐들은 국가와 공공기관의 관리를 받고 있지만 1970~80년대 새마을 운동을 진행하면서 산촌과 농촌 하천 곳곳에 건설된 수천 개의 소규모 사방 댐과 보는 아무런 관리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미국과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전 세계 하천에 지난 20세기 초중반에 건설되어 지금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수로만 막고 있는 수만 개의 낡은 댐과 보 때문에 강과 하천 주변의 생태계는 점점 망가져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모 없는 댐과 보의 철거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더 큰 문제는 전기 회사들과 농업 회사들이 지금도 수천,수만 개의 새로운 댐과 보를 세계 곳곳에 건설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푸른 심장을 지키자(Save the Blue Heart of Europe, 이하 블루하트)’는 발칸반도에 흐르는 강들과 유역의 자연 환경을 보호하는 환경 운동 단체다. 블루하트는 파타고니아 댐네이션 캠페인과 협력하여 알바니아 바오사(Vjosa)강에 건설 예정인 38개의 신규 댐을 비롯한 유럽 내 무분별한 댐 건설 반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2018년 6월, 바오사강 유역의 작은 마을 쿠타의 환경 운동가 트리폰 무라타이(Trifon Muratai)는 그의 동료들 그리고 파타고니아 댐네이션 활동가와 함께 벨기에 브루셀에 위치한 유럽 의회를 찾아갔다. 그는 유럽 의회 환경 분과 의원들 앞에서 바오사강에 전기 회사들이 건설하려는 댐이 세워지면 전통을 지키며 살아온 수백 개의 작은 마을들과 수천 년간 자라온 울창한 숲,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수많은 동식물이 완전히 수몰되어 없어질 것이며 강과 유역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이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고 연설했다. 그리고 유럽 의회에서 댐 건설을 막아 줄 것을 요청하였다. 연설이 끝난 후 트리폰 무라타이는 댐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 12만 명의 탄원서를 유럽 의회에 전달했다.

 

2010년 이후 발칸반도 여섯 개 국가만 하더라도 2,800개 이상의 댐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럽 전역으로 확대하면 5천 개 이상의 댐 건설 계획이 진행 중이다. 이를 막기 위해 블루하트는 파타고니아 댐네이션과 공동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블루하트와 댐네이션의 지속적인 캠페인과 호소로 유럽 의회는 소규모 수력 발전 댐을 건설할 때 반드시 EU 환경 기준을 넘지 않도록 강조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더불어 유럽 의회는 유럽의 주요 개발 은행에게 발칸반도 수력 발전에 대한 대출과 투자를 재고해달라는 요청 서한을 공식적으로 발송했다. 이어 알바니아 정부는 바오사강에 수력 발전 댐을 건설하는 대신 태양광 발전 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댐네이션 캠페인 이후 크고 작은 낡은 댐과 보 51개가 해체되어 멈추었던 강물이 다시 흐르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기후위기 비상행동 파업 광고

 

 

2019 기후위기 비상행동 행진_ 출처 : 또니 블로그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참여하기 위해 매장 문을 닫은 러쉬의 페이스북 알림

 

기후위기 비상행동 동맹 파업        

 

2019년 9월21일 서울 대학로에서는 기후위기 비상행동 시민 행진 행사가 진행되었다. 전세계적으로 진행된 이 행사에 파타고니아는 직영점 전체의 영업을 중단하고 참여했다. 파타고니아의 CEO 로즈 마카리오는 인터넷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선출된 정치인들이 기후 위기에 대해 보다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하고 이날 전사적인 캠페인 참여를 독려했다.

 

우리나라에서 소셜벤처, 사회적 기업을 제외한 기업 중 이날 행사에 참여한 기업은 파타고니아와 러쉬 뿐이었다. 그리고 파타고니아는 지난 4월22일 지구의 날 50주년을 맞아 아래와 같은 이본 쉬나드의 메시지를 전세계 1% For The Planet 회원들에게 보냈다. 

 

 

이본 쉬나드의 지구의 날 메세지

 

1% For the Planet 커뮤니티의 모든 분들에게,

 

저는 “지구의 날”을 한 번도 특별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지구를 되살리기 위한 환경 보호 활동에 대한 관심은 “지구의 날” 하루가 아니라 매일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유례없이 특별한 시기입니다. 코로나 사태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 피해가 우리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온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신종 유행병이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계속되어 왔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어 왔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관심을 갖고 행동해야만 합니다.

 

1% For The Planet의 기업 회원들은 매년 매출의 1%를 환경 단체에 지원함으로써, 1% For The Planet의 지원을 받는 환경단체들은 실제 활동으로서 지구 환경 위기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지원금을 계속 내는 것도, 환경 보호 활동을 진행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환경 보호를 위한 관심과 행동”은 옳습니다.

 

파타고니아는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를 맞았을 때에도, 매출 1%의 환경 단체 지원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지구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기 때문입니다. 자선이 아니라 우리가 이 지구에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무관심과 무대응의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뜻을 모으고 협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가 인생에서 배운 교훈, 그리고 코로나 사태가 우리에게 확실히 가르쳐 주는 것은 우리는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1% For The Planet 커뮤니티 아래서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힘을 합쳐 온 여러분들처럼, 지금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전 세계에서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협력할 때만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용기를 잃지 마시고,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을 합시다. 1% For The Planet 커뮤니티는 지금처럼 특별한 시기 뿐 아니라 항상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환경 보호를 위한 여러분들의 노력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파타고니아 창립자 & 1% for the Planet 설립자

 

 - 이본 쉬나드

 

 

   

파타고니아처럼 할 수 없다면...

 

아는 사람은 잘 알겠지만 오늘 블로그에서 소개한 파타고니아의 환경 단체 지원과 연대 사례는 수 많은 사례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훨씬 더 많은 좋은 사례들이 있으며 환경 뿐만 아니라 인권, 노동, 동물권과 관련된 다른 협력 사례들도 많다. 

 

파타고니아 사례를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 당장' 파타고니아처럼 해야한다. 또는 '파타고니아가 최고다' 라고 고집 부리는 것이 아니다. 파타고니아도 뒤집어 보고 꼼꼼히 살펴 보면 부족하고 엉성한 부분이 왜 없겠는가? 

 

지겨울 수 있겠지만 파타고니아가 환경 보호라는 사회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환경 단체들과 어떻게 협력하고 있는지를 곰곰히 살펴보면 우리가 말하는 지원과 연대는 사실상 대부분 '대행' 이나 '이용' 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블로그, 책, 강의, 사례 발표 등을 통해 파타고니아 사례를 소개하면 할수록 되돌아오는 반응은 "파타고니아가 잘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러나 우리는 파타고니아가 아니 잖아요. 이본 쉬나드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창립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니 이제 파타고니아 얘기는 그만하고 현실적인 우리 얘기를 합시다" 이다. 

 

나는 파타고니아 사례를 통해 벤치마킹이 아니라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가 파타고니아와 똑같이 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그 방향이 더 나은 방향, 즉, 우리가 일하는 기업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더 좋은 방향이라고 느껴진다면 지금이라도 핸들을 꺽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그런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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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이상적인 지원과 연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다음 주는 대행이라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블로그 찾아 주셔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Balanced CSR 유승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