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 실무자의 필요 역량
사회와 비즈니스의 균형
CSR의 성공요인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CSR 과목의 교과서로 쓰이고 있는 『The Oxford Handbook of CSR』 을 보면 CSR의 성공 요인(Success factors of CSR)들이 책 곳곳에 등장한다. 우선 이 책에서 제시하는 "CSR의 성공"이란, 사회 · 환경적 가치와 비즈니스 가치가 서로 균형을 이루는 것이며 이 균형은 시간이 갈 수록 우상향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리고 CSR과 총체적으로 결합된 기업의 경영활동이 기업과 사회 · 환경 양측 모두의 지속가능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상태가 되는 것을 CSR을 성공적으로 실행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다음으로, CSR의 성공 촉진 요인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기업 내부와 외부 요인으로 나누어 제시한다. 외부 촉진 요인에서 가장 중요한 세가지는 1)CSR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인식수준 : 사회 구성원의 전반적인 시민의식과 비례하며 기업의 사회·환경적 책임에 대한 높은 수준의 기대와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 2)법과 제도 : CSR을 명시한 법과 제도가 기업 경영활동 전반에 사회·환경적 책임을 적용하도록 요구하는 것, 3)이해관계자의 요구 : 정부, 언론, 시민과 같이 기업이 속한 사회의 거시적 이해관계자 뿐만 아니라 소비자, 고객, 투자자, 임직원, 협력기업, 지역사회와 같이 직접적인 이해관계자가 CSR 실행을 요구할 경우이다.
내부 촉진 요인은 1)리더십 : 리더십을 가진 오너 또는 CEO가 기업의 재무적 성과 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성과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사회·환경적 책임에 대한 균형적인 감각과 적극적인 실행 의지를 갖고 있는 것, 2)조직 : 리더십을 따르는 조직이 재무적 성과 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성과도 임직원 개인의 성과로 평가하며 조직 운영 제도와 문화에서 사회·환경적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3)CSR실무자의 역량 : CSR을 실행하는 실무부서 또는 실무자가 사회와 비즈니스에 대한 균형 감각을 지니고 높은 수준의 CSR 사내 정책과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며 기업의 내외부 이해관계자들과 CSR관련 이슈에 대한 소통과 문제해결을 잘 해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옥스포드 CSR 교과서라고 해서 아주 특별하고 별난 내용이 있기 보다는 매우 기본적이며 상식적인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역시 기본이 중요하다.
오늘 블로그는 지난 주에 이어 CSR 성공요인 중에 하나인 CSR 실무자의 역량에 대해 설명해 보려고 한다.
CSR 실무자에게 필요한 역량
기업공익재단 사회복지사로 시작해서 CSR 프로젝트 매니저를 거쳐 사회공헌을 통해 수익까지 창출해야하는 CSV 담당자로 갔다가 지속가능경영팀에서 ESG 평가에 대응하는 경영 전략가와 관리자로 변화했던 지난 20년간 나의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나라 CSR 실무자들이 런닝머신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CSR의 변화 속도에 맞춰 걷거나 뛴다면 겨우 제자리를 지킬 수 있겠지만 가만히 서 있으면 금방 런닝머신(회사) 밖으로 튕겨져 나갈 수 밖에 없다.
요즘 애들은 .....
며칠 전 모 대기업에서 10년 넘게 CSR 업무를 하고 있는 Y팀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CSR 실무자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중에 "팀장님 팀의 주니어들은 어때요?" 라고 물었다. Y팀장은 잠시 허공을 응시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최근 몇년동안 우리 팀에 들어온 주니어들은 사회 전반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는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 "그래요? 어떤 면에서요?"... "개인적인 관심사에 대해서는 전문가에 버금갈 정도로 집중하는데, 회사 일인 CSR에 대해서는 집중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알다시피 CSR 실무자는 사회전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최근의 사회 이슈가 우리 회사의 경영이나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파악하고 분석하고 대응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좀 아쉬워요. 팀장이 지시하는 일만 하려고 한다고 해야하나... 그렇다고 매번 이래라 저래하는 것도 꼰대 짓이고요."
라떼는 말이야 ....
"10년 전에 제가 CSR 업무를 시작했을때, 뭐.. 지금도 그렇지만 CSR과 관련된 주요 이슈를 광범위하게 파악해야한다는 의무감, 강박감 이런게 있었어요. 회사에서 사회·환경적 이슈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야 할 부서가 CSR팀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출퇴근할때나 시간 날때마다 뉴스 클리핑도하고 관련 자료나 글도 모아서 다른 직원들에게 공유하고 그랬는데 지금 주니어들은 그런 일은 하지 않아요. 제가 카톡으로 공유해주는 중요한 이슈나 기사도 제대로 보지 않고 회의에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이번 주 회의 시간에 최근 미국의 경쟁회사에서 발생한 코로나 관련 노동자 안전 사고에 대해 얘기했는데 '그런 일이 있어나요. 잘 몰랐어요' 라고 해요. 관련 자료를 회의전에 카톡으로 다 공유했는데도 말이죠. 이럴때 어떻게 해야하나 싶어요" ... "ㅎㅎ... 팀장님 카톡 알람을 아예 꺼놓은 것 같은데요^^" .....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마무리 했다.
이해관계자 이론과 윤리경영의 대가인 O. C. Ferrell 교수가 쓴 『Social Responsibility and Business』 에서는 CSR 매니저에게 필요한 역량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CSR 관리자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역량은 비즈니스 및 사회적 문제를 동시에 식별하고 해결할 수있는 균형 감각 및 문제 해결 능력이다."
이것을 "라떼는 말야..." 를 입에 달고 사는 꼰대 CSR 팀장 관점에서 표현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사회와 비즈니스 사이의 균형을 이루려는 태도
CSR에 대해 나와 같은 생각과 방향을 가지고 있는 업계 지인들을 만나면 늘 "균형잡기 어렵다"는 하소연 섞인 이야기를 나눈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 CSR을 이용하고 싶어하는 윗사람들과 긴급한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과 협력하기 원하는 현장 NGO, NPO 활동가들 사이에서 어떻게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의사결정을 하고 상호 소통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늘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환경적 가치와 비즈니스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쓰는 CSR 실무자가 일하는 기업들은 비록 외줄을 타는 아슬아슬함이 있기는 하지만 꾸준히 잘해나가고 있는 모습을 본다.
반면, 재무적 이익과 주요 언론에 보도되는 외적 평판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에서 기업의 대변자로만 일하는 CSR 실무자가 있는 기업은 자기들만 모르지 여기저기에서 욕을 먹고 있다. 그와는 반대로 기업내에서 NGO, NPO 활동가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하는 CSR 실무자들은 애만 쓰다가 제풀에 지쳐 금방 회사를 뛰쳐 나온다.
기업 CSR 실무자로 성과를 내고 롱런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비즈니스 사이의 균형을 이루려는 태도와 노력이 매우, 정말, 진짜 중요하다.
사회·환경문제에 대한 관심과 정보수집
기업에서 CSR 담당자는 사회와 환경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이다. CSR 담당자가 그 일을 하지 않으면 누가 그 일을 하겠는가? CSR팀 실무자가 주요 신문의 사회면과 환경면을 읽지않고 TV뉴스를 살펴보지 않는다면 누가 그 일을 하겠는가? 홍보팀? 홍보팀은 우리 회사가 언론에 어떻게 나오는지만 잘 살피면 되는 사람들이다.
사회·환경문제에 늘 관심을 갖고 최신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은 CSR 업무를 잘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회사 총무팀에 요청해서 CSR팀이 볼 수 있도록 각종 언론사의 신문과 잡지를 구독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정보 수집이 되지 않으면 CSR 기획도 할 수 없고 CSR을 어느 방향으로 가져가야 할지에 대한 비전도 서지 않는다. CSR 실무자가 사회,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언론 기사와 정보를 모으고 그것을 우리회사 입장에서 분석하고 정리하는 일은 회사의 회계 담당자가 매일의 출납을 파악하고 장부에 기록하는 것과 똑같은 일상적인 일이다.
사회·환경문제에 대한 해결의지와 실천적 참여
닭살 돋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CSR 실무자들에게는 어느정도 사회 · 환경 문제 해결에 대한 미션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기업에서 사회공헌업무를 하고 CSR 매니저로 일하면서 장애인의 날, 환경의 날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뭐하는 날인지도 모르고, 봉사활동이라고하면 직원들 데리고 복지관에 간 것이 전부이고, 연말정산때 기부금 영수증으로 제출할 것이 어머니가 교회에 십일조 헌금 낸 것 밖에 없다면... 당신은 CSR 실무자이긴 하지만 그냥 CSR 업무를 하는 '월급장이 회사원'일 뿐이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다.
당신이 진정 CSR을 통해 보다 나은 사회와 환경을 만들고 싶다면 직장에서 뿐만 아니라 당신의 가정과 개인 활동에서도 사회·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실천해야한다.
사회·환경문제에 대한 꾸준한 학습
당신은 올해 상반기 CSR과 관련된 책을 몇 권이나 읽고 관련된 세미나나 컨퍼런스에 몇 번이나 참가했는가? 당신의 일에서 성과를 높이고 개인 역량을 성장시키려면 그리고 무엇보다 CSR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다면 인터넷에서 쏟아지는 가벼운 정보들만 주워 모아서는 충분하지 않다.
비즈니스 부서의 엔지니어들과 분야별 전문가들이 대학때 배운 내용을 가지고 10년, 20년 우려먹는 모습을 본 일이 있는가? 매일 매일 새롭게 개발되는 기술과 전문지식을 익히기 위해 책을 읽고 컨퍼런스에 참여하고 새로운 자격증을 따기 위해 훈련을 한다.
CSR 실무자들은 자신이 일하는 기업내에서 CSR 관련 공부를 가장 많이 열심히 해야하는 사람들이다. CSR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통찰을 통해 방향을 제시하는 좋은 책들을 손에서 놓지 않고 이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연사로 참여하는 세미나와 컨퍼런스에 부지런히 참석해야 한다. 코로나 19 덕분(?)에 CSR과 관련된 국내외 세미나, 컨퍼런스가 온라인으로 무료 공유되고 있다.
학습은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나에게 지식의 물을 주자.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과 현장 경험
제대로 일하는 CSR 실무자는 자기가 일하는 기업의 비즈니스 벨류 체인과 비즈니스 캔버스를 눈 감고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CSR 실무자의 일은 비즈니스 벨류 체인상의 사회·환경 리스크를 감소시키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SR 시스템을 만들고 실행하는 사람이다. 자기가 일하는 기업의 비즈니스 벨류 체인을 모르면 이 일을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가치가 어떻게 창출되고 있는지를 정리하는 비즈니스 캔버스를 그리지 못한다면 어떻게 비즈니스 가치와 사회 · 환경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CSV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으며 지속가능경영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비즈니스 벨류 체인과 비즈니스 캔버스만 잘 그리고 각각의 그림에서 연결된 이해관계자만 잘 파악해도 CSR 업무를 어떻게 해야할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약점을 찾아내서 보완하고 강점을 찾아내서 강화하면 된다.
여기에 하나 더하자면, CSR 이론은 인터넷과 책을 통해 배울 수 있겠지만 당신이 일하는 회사에 적합한 CSR 실무를 하기위해선 벨류 체인 현장을 자주 찾아가야 한다.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귀로 듣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 사무실에 앉아서 상상하는 것보다 100배 이상의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프로젝트 기획&관리&실행&평가
부모님이 물려준 건물이 있어서 회사를 취미로 다니는 CSR 실무자들은 회사 일을 어렵게 할 필요를 못 느낄 것이다. 대행사 써서 프로그램 기획하고 실행하고 컨설턴트 써서 지속가능보고서 만들고 평가하고 그러다가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면 미련 없이 나와 월세 받아 여행 다니고 골프 치러 다니면 되겠지만.....(부럽다). 그렇지 않고 가진 것이라곤 몸뚱이 하나 밖에 없는 나 같은 CSR 실무자들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스스로 할 줄 아는 것이 많아야 한다.
대기업 사회공헌팀에서 늘상 기획과 평가는 컨설턴트에게 시키고 프로그램은 대행사에게 맡기다 몇 해 전 회사에서 나와 사회공헌 컨설팅 회사를 차렸는데 아무것도 스스로 할 줄 아는 것이 없어 업계 후배들에게 이런 저런 부탁을 하고 다니는 어떤 선배님을 볼 때마다 도와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나는 저런 모습이 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밖에 없다.
만일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이 대행사와 컨설팅 회사를 쓰는 방식이라면 대행사와 컨설팅회사에게 일은 맡기더라도 가능한 많은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스스로 해보는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 밖에 나와 스스로 살아 남을 수 없다. 100세 시대임을 명심하자!!
커뮤니케이션 & 네트워크 & 협업
CSR 실무자의 소통능력과 '싸가지'는 CSR 실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CSR 영역은 기업내 다른 부서의 업무와 달리 실무자의 사람 됨됨이인 인성,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매우 큰 성공 요인으로 작용한다. 비즈니스 부서의 사람들은 CSR업무를 업무와 상관 없는 쓰잘데기 없는 일로 여기거나 당장 급하지 않은 뒤로 미뤄도 되는 일 정도로 여기기 때문에 CSR 실무자의 열정과 열심, 부지런함, 그리고 비즈니스 부서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을 맺지 않으면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기 어렵다.
같이 일하고 싶은 매력적인 사람들이 모여있는 부서가 CSR팀이 되어야 한다. 본인 스스로 생각하기에 호감형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미지를 고치기 위해 뼈를 깍는 노력을 하거나 다른 부서를 알아보는게 좋다.
말은 쉽지.....
이상적인 사람에 대한 말을 하기는 쉽다. CSR 실무자의 필요 역량을 정리하며 '과연 나는 어떤가?' 생각해보니 5점 만점에 평균 2.7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2.7 밖에 안되는 사람이 5.0을 말하고 있으니 우습다. 이 글을 쓰면서 각각의 영역에서 5점 가까운 역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봤다. 지인 몇명이 떠오른다. 평균 4.5가 넘는 고수들도 몇명 생각난다. 그들의 수준에 이르기 위해 또 얼마나 노력해야할지 전문가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다시 한번 읽어 보니 매우 꼰대스러운 글이다. 후배들에게 이런 역량을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이런 선배가 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말은 언제나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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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꼰대 글을 썼더니 많이 부끄럽고 스스로 반성을 하게 됩니다. 블로그 찾아 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다음 주 부터는 우리나라 CSR의 역사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뵙죠.
Balanced C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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