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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K-ESG 가이드 라인,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by Mr Yoo 2021. 12. 5.

 

K-ESG 가이드 라인,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K-ESG 가이드라인 211201.pdf
1.61MB

수고에 박수를..

 

2020년 11월 국민연금이 2022년부터 투자에 ESG 평가를 50% 이상 반영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곧 이어 2021년 1월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는 합동으로 2025년부터 상장사에 대한 ESG 정보공개를 의무화한다는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 두 발표는 대한민국에 ESG 열풍을 일으키는 가장 큰 티핑포인트로 작용했다.

 

이때를 놓칠세라 언론과 전문가(우리나라에 ESG 전문가들이 이렇게 많은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암튼)들은 ESG에 대한 기사와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ESG의 본류와 기반에 해당하는 사회책임경영(CSR)과 지속가능경영은 무대의 가장자리로 밀려나고 "ESG 투자와 평가"가 무대 중앙을 차지했다. 

 

ESG 투자와 평가는 지극히 당연한 수순을 거쳐 '기업의 대응'이라는 이슈로 이어졌고, ESG는 결국 "ESG 평가에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 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기업에 자리잡게 되었다. 가슴저리게 안타까운 부분이지만 그동안 우리나라 언론과 기업들이 사회책임경영과 지속가능경영을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실행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상황전개가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ESG 열풍을 주도한 몇몇 언론과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전문가들은 'ESG 평가대응'에 포커스를 맞추어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구한말 시절의 국수주의적 발상을 하기에 이른다. 이들은 수준높은 글로벌 ESG 평가기준을 따라가기에 한국의 기업들은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니, 우선 우리나라 기업 수준에 맞는 'K-ESG 평가기준'을 만들어 전반적인 우리기업들의 ESG 수준을 높인 다음 이후에 글로벌 ESG 기준을 따라잡자는 논리를 펼쳤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들의 논리가 그럴듯해보이지만  K-ESG를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 뻔한 글로벌 ESG 평가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K-ESG 평가기준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에 부품을 납품하는 한국의 중소기업이 K-ESG 평가기준에 따라 높은 등급을 받았다는 증명을 유럽과 미국 기업에 보낸다고 한들 유럽과 미국 기업은 다시 유럽과 미국 기준에 맞는 평가 기준에 따라 평가받을 것을 요구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대신, 국내 시장 안에서만 기업경영을 하고 국내 투자만 받는 기업들에게는 K-ESG 기준이 없는 것 보다는 나을 수 있다. 그동안 ESG에 관해 아무생각이 없던 기업들이 ESG 실행을 고민할 것이니, 그 부분에서는 K-ESG의 효용성이 있을 수 있다. 

 

아무튼, ESG 열풍속에서 우리도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책임과 의무감을 느낀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이라는 아주 모호한 이름(실제는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과의 지원으로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제작했다)으로 『K-ESG 가이드 라인 ver 1.0』을 며칠 전 내놓았다. 

 

우리나라 기업도 이제는 사회책임경영, 지속가능경영을 제대로 실행해야한다는 원대한 비전과 가야할 방향은 제시하지 않고, 순수하게 ESG 평가에 대응한다는 목적에 따라 K-ESG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세상 어떤 일이든 첫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이렇게 나마 ESG를 국내기업에 도입하기 위해 애쓴 <관계부처합동> 여러분께 박수를 보낸다. 애쓰셨고, 수고하셨다. 하지만 스스로 <ver 1.0> 이라고 표기한 만큼 앞으로 나올 <ver 2.0>에서는 다음과 같은 부분을 좀 더 고려해 주셨으면 참 좋겠다.

 

 

                         

 

첫째, ESG를 투자와 평가, 규제 대응으로만 설명해서는 안된다.

 

<K-ESG ver 1.0>의 시작은 ESG의 개념으로 시작하고 있지만, ESG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이 아니라 지극히 투자와 평가, 규제 대응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K-ESG ver 1.0>을 실제로 제작한 <한국생산성본부(KPC)>의 ESG를 바라보는 관점이기도 하다. 

 

한국생산성본부가 주최하는 ESG 관련 세미나에 가보면 "글로벌 규제와 평가가 이렇게 가고 있으니 이런 부분에 빨리 대응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서바이벌 할 수 있다. 그 대응과 서바이벌에 생산성본부가 파트너가 되어주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세미나에 참석한 기업들에게 위기감을 심어주고 그 위기감을 세일즈에 활용한다. 다른 선택지가 없는 기업들은 생산성본부의 손을 잡을 수 밖에 없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생산성본부는 우리나라에서 지속가능보고서를 가장 많이 제작 대행하는 곳이 되었다. 현재 ESG 경영 컨설팅을 가장 많이 하는 곳이기도 하다.   

 

기업에게 발빠른 현실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 생산성본부가 제시하는 평가대응 중심의 ESG 솔루션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데에는 어느정도 효용성이 있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순발력있는 미봉책으로만 기업을 계속 경영할 수는 없다. 

 

평가와 규제 대응 중심의 ESG는 ESG 실행단계에서 가장 낮은 단계에 해당한다. 길어야 2~3년 일하고 다른 부서로 옮기는 실무자나 책임자 입장에서는 생산성본부의 방법이 가장 좋은 선택이겠지만, 5년, 10년, 20년을 바라본다면 힘들겠지만 평가와 규제 대응을 넘어 <사회책임경영/CSR>과 <지속가능경영>의 실현을 ESG의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실행원칙과 지향점이 빠진 <K-ESG ver 1.0> 

 

DJSI의 한국 게이트 역할을 하는 생산성본부가 만든 가이드라인 답게 <K-ESG ver 1.0>은 ESG 평가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K-ESG ver 1.0> 제작에는 분명히 외부 전문가들도 참여했을 것인데, 과연 어떤 전문가들이 참여했길래 이렇게 평가대응 일색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놨는지 모르겠다.

 

지난 6월 <K-ESG ver 1.0> 제작의 외부 자문단 좌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어떤 교수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K-ESG> 가이드 라인을 제작하는데 어떤 점을 주의하면 좋겠냐고 의견을 물으셨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MSCI, DJSI와 같은 글로벌 주요 ESG 평가사들이나 EU가 K-ESG를 공식적인 평가지표로 인정해주면 모르겠습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K-ESG의 효용성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국내 기업들에게 혼란만 가져오는 것이 아닐까 염려됩니다. 때문에 저는 K-ESG가 ESG 평가지표가 아닌 <지속가능경영 실행 가이드 라인>으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거나 글로벌 투자를 받지 않는 기업들에게도 사회책임경영이나 지속가능경영이 확산되는 계기로 삼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하지만, 나의 의견은 <K-ESG ver 1.0>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K-ESG ver 1.0>은 본문에도 강조한 바 DJSI, MSCI, FTSE 등 글로벌 3대 ESG 평가사의 평가 프레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DJSI, MSCI, FTSE의 평가 프레임보다 훨씬 더 중요한 ISO26000이나 UN SDGs는 <K-ESG ver 1.0>에 등장하지 않는다. 즉, <K-ESG ver 1.0>에는 ESG 경영의 실행원칙지향점이 모두 빠진셈이다. 이런 지점에서 지난 8월에 공개된 기업지배구조원의 <ESG 모범 규준>이 훨씬 더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시험을 잘 친다는 것은 공부를 잘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가 아니다. '사과'가 '과일'이긴 하지만 과일이 사과가 아니듯, ESG 평가 대응만 잘한다고 해서 ESG 경영을 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ESG 경영을 실행하는 원칙과 ESG 경영이 지향해야할 최종 목적 지점을 제시하지 않은 <K-ESG ver 1.0>은 사과이긴 하지만 과일은 아니다.

 

 

 

 

 

 

셋째, 현황진단, 진단 항목을 줄인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K-ESG ver 1.0>은 결국 외부 평가대응을 위한 것이고 그것을 위해 자체 모의고사 문제은행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있다. <기본 현황진단>을 항목별로 100점으로 구성한 것을 보면서, "100점의 기준은 무엇이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왜 25점, 50점, 75점, 100점인지에 대해 설명이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ESG 평가항목이 적으면 적을 수록 좋을 것이다. 대응하기 쉬우니까 말이다. 하지만 평가사나 투자기관은 투자하는 기업의 ESG 정보가 자세하면 자세할 수록 좋다. 그래야 기업간 상대적으로 평가하기 쉬우니까 말이다.

 

이런 논리로 생각해보면 <K-ESG ver 1.0>이 진정으로 ESG 평가 대응을 위해 만들어 졌다면, ESG 진단 항목을 기업 입맛에 맞게 축소하고 줄이는 것이 아니라 투자와 평가 기관 입맛에 맞게 가능한 많은 진단항목을 제시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다. 기업들이 ESG 평가에는 이런 것도 있구나 하는 것을 제대로 알게하고 자신들의 수준이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어느정도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게 하는 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서바이벌 할 수 있는 제대로된 현황진단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K-ESG ver 1.0>은 4개 영역, 27개 범주, 61개의 기본 진단 항목을 제시하고 있다. 61개 항목으로 ESG를 충분히 잘 대응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업에서 ESG 실무를 해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지속가능보고서를 작성하는 GRI의 기본 보고 항목도 150개가 넘고, 한국지배구조원의 ESG 표준규범도 160개 기본항목에 세부항목까지 하면 300개가 훌쩍 넘는다. DJSI와 같은 글로벌 주요 평가사의 ESG 평가항목도 일반적으로 150개는 기본이다.   

 

산업통상부 산업정책과와 한국생산성본부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ESG 평가지표를 만드는 곳이라면 "기업입장"에서 반가울 일이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GRI에 따라 지속가능보고서를 만들고 기업지배구조원의 표준규범을 따라 ESG를 평가를 받아야하만는 상장사들은, 또 DJSI 평가에 계속 참여하거나 MSCI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기업들에게 과연 <K-ESG ver 1.0>은 어떤 쓸모가 있을까? 

 

그동안 사회책임경영, 지속가능경영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던 기업들이 ESG경영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현황진단을 해보는 정도로 <K-ESG ver 1.0>을 활용하는 것은 어느정도 도움이 되겠으나, 그동안 GRI에 따라 지속가능보고서를 제작해오고 지배구조원의 상장사 ESG 평가를 받아온 기업들, 또는 DJSI나 MSCI 평가에 대응해온 기업들에게 <K-ESG ver 1.0>은 또 하나의 ESG 지표에 불과하다.

 

야심차게 ESG의 혼란을 줄여주겠다고 만든 <K-ESG ver 1.0>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는 꼴이 되는 것이다.

 

 

 

<K-ESG ver 1.0>은 "ESG 경영을 시작하는 기업들을 위한 기본현황진단 안내서" 정도의 제목을 다는 것이 적합하다.  <K-ESG>는 너무 거창한 이름이다. <K-ESG ver 1.0>은 이 정도로 만족하고, ver 2.0은 국내 기업의 사회책임경영과 지속가능경영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지속가능경영, ESG경영의 실행안내서"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Balanced CSR & ESG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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