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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기고 글) ESG, 잘되고 있으십니까?

by Mr Yoo 2022. 7. 10.

 

(기고 글)

ESG, 잘되고 있으십니까?

 

※ SK 사회가치연구원에 기고한 글을 공유합니다.

 

 

ESG 경영을 컨설팅하고 강의하는 사람으로서 칼럼 의뢰를 받고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잠시 고민했다. ESG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에 관한 기사와 글은 지난 2년 동안 수천 편이 쏟아졌다. 게다가 작년 한 해만 해도 ESG를 제목으로 달고 나온 책이 50권이 넘었다. 그 50권의 책들도 대부분 ESG 개념과 중요성을 설명한 책들이었다. 이젠 그런 글은 그만 써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뻔한 글보다는 이렇게 야단법석을 떨고 있는 ESG가 실제 잘되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글을 써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스마트폰을 꺼내 국내 주요 기업에서 일하는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인들이 일하는 기업들은 모두 작년과 올해 ESG 경영을 하겠다고 거창한 선언도 하고 ESG 위원회도 만들고, 각각 수십 건이 넘는 ESG 관련 언론보도자료를 뿌린 그런 기업들이다.

 

 

S 기업 법인영업팀 O 부장이 전화를 받았다. 그는 내 고등학교 동창이다. 

 

“(나) 오랜만이다. (중략) 너네 회사 작년에 ESG 경영한다고 선언도 하고 위원회도 만들고 그랬잖아, 어떻게 잘 돼 가고 있는지 궁금해서 전화했지….”

 

“(친구) 뭐? ESG…. 난 잘 모르지…. 코로나 때문에 영업도 힘든데 뭔 ESG야…. (중략)...  회사에 ESG 팀을 새로 만들긴 한 것 같은데…. 실제 사업부에서는 잘 몰라, 특히 우리 영업하는 부서는 그런 거 신경 쓸 틈이 없어, 실적 채우는 것도 죽겠구먼….”

 

“(나) 너희 회사는 ESG 교육 같은 거 안 하나?”

 

“(친구) 교육은 하는 것 같더라…. 인터넷으로 교육하는데 너도 알다시피 인터넷 교육 누가 보냐…. 틀어 놓고 그냥 일하는 거지….”

 

 

MBA 동기인 H 기업 전략기획팀 J 팀장에게 전화했다.

 

“(나) 팀장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중략) 팀장님 회사… 얼마 전에 ESG 경영 비전 선언하고 ESG 위원회 구성했다고 신문에 난 거 봤어요. 어떻게 잘 진행되고 있어요?”

 

“(J 팀장) 뭘…. 잘 아시면서 물어보세요. 다른 회사들이 하고 있어서 하고 있기는 한데 갈 길이 멉니다. 작년에 K사로부터 컨설팅을 받았는데 평가지표만 잔뜩 만들어주고 갔어요. 안 그래도 KPI가 넘쳐 나는데 ESG까지 KPI에 포함하니까 직원들이 불만이 많죠. 올해 계열사, 사업부별로 KPI에 따라 실행과제를 도출하고 있는데….직원들이 ESG를 잘 모르다 보니 좋은 실행과제들이 나오지 않네요. 종이컵 그만 쓰고 머그컵 사용하겠다는 계열사, 전기차 사달라는 계열사, 물류센터 위에 태양광 발전 설치하겠다는 계열사….뭐…. 그런 정도예요.”

 

“(나) 환경 쪽만 신경을 쓰는 건가요?”

 

“(J 팀장) ESG를 환경경영이라고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컨설팅 회사에서 S랑 G 쪽 KPI도 주고 가기는 했는데…인권경영, 윤리경영…. 이런 원칙적인 것들만 있어서….실제 실행과제를 뽑기는 어렵네요.”

 

 

S 기업 ESG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전에 일했던 회사의 동료이다. 

 

“(나) P 팀장님, 오랜만요. (중략) ESG 한다고 보도자료 많이 냈던데…. 잘되고 있는가 봐요?”

 

“(P 팀장)ㅎㅎ…. 지금 놀리시는 거죠? 잘되면 회사 앞 개천에 나무 심기한 걸 가지고 보도자료로 뿌리겠어요? 위에서 자꾸 뭐라도 하라고 하니까 억지로 만들어서 내보내기는 하는데 좀 창피하죠. 윗분들은 ESG를 캠페인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비즈니스에서 ESG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하는 것 같고요. 아무튼 ESG 팀에서 옛날처럼 나무 심기 이벤트하고 그러면 환경경영 다 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서 답답합니다. 방송이나 신문사에서도 연락이 와서 ESG 관련 아이템 좀 달라고 하는데, 아시다시피 지금까지는 캠페인이나 이벤트로 한 것밖에 없어요. 뭐 좀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알려주세요.”

 

세 곳에 전화했는데 다들 이런 상황이라 또 전화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잘하고 있다고 소문난 P사에서 ESG를 담당하는 H 팀장에게 전화했다.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동료이자 후배다.

 

“(나) H 팀장님 잘 지내고 있죠? 페북에 ESG 관련 콘텐츠 열심히 올리는 거 잘 보고 있어요. ESG 잘 되고 있나 물어보려고 전화했어요. 좀 어때요?”

 

“(H 팀장) 잘 아시면서 뭘 물어보세요. 이거 어디 원고 쓰려고 물어보시는 거죠? ”

 

“(나) 역시 H 팀장님 눈치는 우주최강!!”

 

“(H 팀장) 그럴 줄 알았어요. 오피셜하게는 ‘열심히 하고 있다’고요. 개인적으로는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죠. 우리 회사에서 지금 제일 큰 이슈가 RE100 선언인데, 외국 투자자들은 언제 할 거냐고 계속 묻는 상황이고.. 그런데 내부에서는 그 누구도 총대 매지 않는 분위기라,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대표님도 처음엔 제대로 모르고 '그거 선언하면 되는 것 아냐'라고 했다가 전략팀에서 제대로 보고한 이후에는 묵묵부답이에요. 우리 회사 상황에 RE100은 커녕 RE50도 힘드니까요”

 

“(나) 페이스북에 공급사슬망 ESG 확대한다고 카드 뉴스 냈던데…. 그건 어때요?” 

 

“(H 팀장) 아! 그건요…. 그것도 잘 아시겠지만, 기존에 동반상생하던 거 있잖아요. 그거예요. 거기다가 공급사슬망 ESG 원칙 만들어서 협약하고 계약서에 반영하고 그랬는데, 실제 협력업체에서 얼마나 따라 줄지는 모르겠어요. 그거 안 한다고 해서 거래 끊을 것도 아니고 우리로서는 남의 회사 경영 간섭하는 것도 부담스럽고요.”

 

H 팀장과 전화를 끊고 나서 내친김에 몇 군데 전화를 더 했다. 원고가 문제가 아니라 이 정도 상황이라면 그 화려했던 ESG 경영선언이 콜라 거품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았다. 사무실에 앉아 열다섯 기업에 전화했고 그중 아홉 번이 연결되었다. 짧게는 5분, 길게는 20분 정도 통화를 했다.

 

대략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1. ESG 경영은 아직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다. 실무부서에서 실행과제를 선정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2. 리더들을 포함한 임직원들의 ESG에 관한 이해도가 아직 낮은 수준이다. 대부분 환경경영으로 알고 있거나 캠페인, 이벤트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3. 기존에 하던 것을 ESG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동반상생, 사회공헌, 규제 대응 등 기존에 하던 활동을 ESG로 포장하고 있다. 아주 틀린 것은 아니지만 ESG라고 해서 뭔가 본격적으로 새롭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4. 현재 대부분의 ESG 활동은 ESG 팀을 중심으로 아이템 찾기 수준이고 실제 업무에 적용되는 건 언제 될지 모르겠다.

 

5. 글로벌 스탠다드 변화에 따라가기 벅차다. 특히 EU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거나 그쪽 기업들의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은 그쪽 요구사항이 매우 빠르게 높은 수준으로 조정되고 있어서 그걸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는 상황이다.

 

6. 대기업도 힘든 상황이지만 중견, 중소기업들은 더 정신이 없다. 공급사슬망 ESG 확산이 글로벌 대세인데, 우리나라는 ESG 체크리스트만 잔뜩 주고 실질적인 지원이나 가이드는 없는 상황이다. 

 

7. 정부가 ESG를 제대로 알고 통합된 중장기 계획을 잘 세웠으면 좋겠다. 정부부처마다 다른 ESG 정책을 내놓고 있어 헛갈린다. 국가 차원의 ESG 중장기 발전 계획이 잘 세워졌으면 한다.

 

 

겨우 아홉 통의 전화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ESG 현황을 제대로 살펴보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실무자들의 솔직한 대답을 통해 분명히 알 수 있었던 것은 생각보다 ESG 경영이 잘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화려하고 거창한 개막식은 했지만 본 게임은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것 같다. 

 

ESG 경영, 환경과 사회의 가치를 기업의 재무적 가치만큼 균형 있게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 단기 이익보다 지속 가능한 장기 성장을 목표로 인류사회와 지구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경영.. 우리나라 기업들에겐 아직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전화기를 내려놓으니 나도 모르게 한 숨이 나왔다. 전화기를 통해 ESG 담당자들의 답답한 마음이 고스란히 나에게도 전해졌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른 일이 세상에 있던가? 이제 막 첫 걸음을 떼었으니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바라보았던 곳에 도착 할 수 있지 않을까, 잘해 봅시다 여러분!! 솔직하게 응답해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린다.   

 

이노소셜랩 ESG 센터 센터장 유승권

 

Balanced CSR &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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