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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골프로 보는 당신의 ESG 좌표는?

by Mr Yoo 2022. 7. 31.

 

골프로 보는 당신의 ESG 좌표는?

 

MZ세대 골프 유행 중...

 

얼마 전 기업 강의를 다녀왔다. 십수명의 수강생 대부분이 30대 초중반이었다. 대리, 과장급이었던 수강생들이 쉬는 시간에 골프 얘기를 했다.

 

과장 한명이 얼마전 '머리를 올렸다'고 자랑했다.

 

나는 '머리를 올렸다'는 골프 관용어를 굉장히 싫어한다. 연습장에서만 골프를 치다가 필드에 처음 나가는 것을 '머리를 올렸다'라고 하는데 이 용어는 매우 전근대적이고 성착취적인 말이다.

 

이 용어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 기생집에 처음 들어와 아직 성접대의 경험이 없는 처녀 기생의 처녀성을 비싼 돈을 주고 사는 행위에서 비롯되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어린 기생이 정식으로 기생이 된다'는 뜻으로 나온다.

 

아무튼, 머리를 올렸다는 그 과장은 십분간의 쉬는 시간 동안 필드에 처음 나갔던 무용담을 동료들에게 한껏 자랑했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강의를 시작하려해도 그의 상기된 표정은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기왕 골프 얘기가 시작되었으니, 나는 ESG랑 골프 얘기를 섞어 보기로 했다.

 

"과장님, 필드에 처음 나가셨나봐요^^ 좋으셨겠어요?"

 

"네, 좋더라구요. 사장님들이 왜 주말마다 골프장에 나가는지 알겠더라구요. 다른 세계가 있더군요."

 

"그렇군요. 기왕에 얘기가 나온 김에 골프와 ESG를 한번 엮어 봅시다. 골프라는 운동이 ESG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 운동일까요? ESG는 다차원적이니까 쉽게 말하기 어렵겠죠. 그러면 '환경' 영역에서만 판단해 봅시다. 환경영역에서 골프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한껏 신나서 골프 예찬론을 펼치던 과장의 얼굴 표정이 굳어졌다. 저 뒤에서 과장의 골프 무용담을 시큰둥하게 듣고 있던 대리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제 생각엔, 환경적인 측면에서 골프는 좋지 않은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골프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숲을 많이 훼손하고 골프장을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농약이나 이런 것을 많이 사용하고 물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그렇죠.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용담을 늘어놓은 과장이 손을 들고 말한다.

 

"세상을 그런 관점으로만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골프라는 스포츠가 사람들에 주는 유익도 분명이 있으니까요. 일자리 창출이나 이런 거 말이죠. 따라서 가능한 골프장을 만드는 과정과 운영하는 과정에서 친환경적으로 운영한다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네, 과장님 말씀도 일리 있습니다.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떤가요?"

 

"스크린 골프는 괜찮지 않을까요? 아... 스크린 골프는 전기를 많이 쓰니까.. 그것도 좀 그런가..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서 스크린 골프장을 운영하면 되겠네요.."

 

옆에 있던 다른 과장이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스크린 골프장 아이디어를 냈다. 

 

"최근에 인터넷 기사를 보니, 골프웨어도 PET재생 섬유로 만들고 골프 T도 플라스틱이 아니라 재생나무로 만들었다고 하던데, 그런 것을 ESG 경영이라고 해야 하나요?"

 

앞에 있던 대리가 질문을 했다. 

 

나는 화이트 보드에 그림을 그렸다.

 

 

스펙트럼 분석 (spectrum analysis)

 

스펙트럼 분석은 과학실험에서 많이 사용되는 분석기법이지만 사회과학분야에서도 종종 사용한다. 어떤 현상이나 사건에 관해 어떤 관점 또는 좌표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다른 의견과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어떤 개인과 집단의 의견, 행동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그 개인과 집단의 관점과 좌표가 스펙트럼상에 '애초'에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파악해야 보다 심도있는 분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분들이 출퇴근시간에 지하철에서 이동권 투쟁을 하는 것을 보고 어떤 사람은 지지의 박수를 보내고 어떤 사람은 욕하고 침을 뱉는 행동을 하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개인의 관점과 좌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ESG 컨설팅에서도 이 스펙트럼 분석은  꽤 쓸모가 있다. 컨설팅 대상 기업이 현재 ESG에 어떤 관점과 좌표를 가지고 있는가를 분석하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ESG에 관해 나와 완전히 상반되는 관점과 좌표를 가지고 있는 기업을 만나면 컨설팅하기 어렵다. 때로 그 관점과 좌표의 변화가 전혀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그 기업과 계약을 맺지 않는다. 

 

다시 강의실 골프 얘기로 돌아오자. 화이트 보드에 위와 같은 그림을 그렸다.

 

"자, 여러분... 골프를 환경적으로 나쁘다 또는 좋다라고 판단하는 두 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세상은 흑백논리로만 굴러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간적인 입장들이 존재하겠죠. 그래서 나쁜 정도에 대해서 완전 나쁘다라고 생각하는 관점을 10으로 하고 그 아래로 1까지 나열해 봅시다. 여러분의 관점은 어느 정도에 존재하나요? 앞으로 나오셔서 화이트 보드에 좌표를 찍어 보실래요."

 

수강생들이 나와서 머뭇 머뭇하며 자신의 좌표를 찍었다. 십수명의 수강생들이 대부분 3-7사이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좌표를 찍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그래도 여러분의 회사는 ESG 경영에 가능성이 있네요. 어떤 회사는 대부분 1-2 또는 (-)에 좌표를 찍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회사는 교육하기도 힘들고 컨설팅하기도 어렵거든요. 그렇다면 이상적인 ESG는 좌표가 어떻게 될까요?"

 

필드 예찬론을 펼친 과장이 손을 들었다.

 

"5가 되지 않을까요? 자연도 살리고 골프도 살릴 수 있는 그런 솔루션을 찾는 것이 ESG 경영의 목표가 아닐까요?" 

 

이제껏 손을 들지 않았던 대리가 조용히 말을 했다.

 

"5는 이상적이긴 하지만 그 균형점이 애매모호한 것 같습니다. Net Zero도 개념상으로는 그럴듯해 보이는데 사실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싶기도 하구요. 측정하는 범위에 따라서 Net Zero를 달성했다고 할 수 도 있고, 아니다라고 주장할 수 도 있는 것이잖아요. 그것을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실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네, 그렇습니다. 5라는 좌표는 매우 이상적인 좌표입니다. 반반은 치킨에나 있는 것이죠. 아무튼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ESG에 관해 상반된 의견과 행동을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제 말의 요점입니다. " 

 

나는 강의를 이어갔다.

 

"이런 스펙트럼을 생각하지 않고 각자의 입장에서만 ESG를 이해하고 해석하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에서 ESG가 여러가지 모습으로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골프라는 것 하나만 놓고 봐도... 7이나 8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 언론이나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골프웨어를 재생 PET로 만들고 친환경 경영을 한다고 홍보하는 회사는 '그린워싱' 일 수 밖에 없는 것이고요. 반대로 1이나 2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 언론이나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안 그럴 수 도 있는데 신경써서 골프 웨어를 재생 PET(씩이나)로 만들었으니 기존 제품보다는 친환경적이라고 충분히 자랑할 수 있는 것이죠.

 

골프만 그런 것이 아니죠. 주류산업의 예를 들면 술이 일으키는 사회적 문제가 참 많은 곳이 우리나라인데... 이런 사회악인 주류산업의 ESG가 근본적으로 말이되느냐라는 사람도 있고, 소주병을 거의 대부분 재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음료업보다는 ESG를 잘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죠. "

 

7이라고 좌표를 찍은 대리 한 명이 손을 들었다.

 

"그럼, 강사님의 좌표는 어디 인가요?"

 

"그 질문 하실 줄 알았습니다. 제 좌표는 3과 7사이에서 왔다갔다 합니다. 한사람의 개인으로써는 7을 유지하려고 애씁니다. 우선 저는 골프를 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골프치는 사람들을 싸잡아 욕하거나 주변의 골프치는 사람들을 말리거나 멀리하지도 않습니다. 마음속으로만 '음.. 저 사람은 골프치는 사람이군..' 하고 그 사람의 좌표를 부여하는 것이죠. 어쩌다 말할 기회가 있으면 '골프는 환경적으로 나쁘다' 정도의 의견을 냅니다. 개인적으로 골프장을 태양광이나 풍력발전단지, 자연휴양림으로 바꾸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런 활동이나 사업이 있으면 적극 참여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직업적으로 ESG 강의를 하거나 컨설팅을 할 때는 3정도까지 타협을 봅니다. 7의 관점을 직업에서도 무조건 고집하면 교육이나 컨설팅을 받으려고 하는 기업들이 없겠죠. 교육이나 컨설팅이 아니라 설교나 비판만 늘어놓게 될테니까요. 그렇다고 1이나 2까지 내려가진 않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라는 핑계를 달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제가 돈을 못벌고 있는 겁니다. ㅎㅎ  

 

지금은 개인적인 저와 컨설턴트인 저와의 관점의 차이가 꽤 넓게 존재합니다. 그래서 이 차이를 좁히는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7 또는 10의 방향으로 좁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교육도 하고 컨설팅도 계속 하다보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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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좌표는 어디 쯤에 있나요? 

 

Balanced CSR & ESG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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