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lanced CSR & ESG

ISSB 공식화, 법제화 서두르면 안되는 이유..

by Mr Yoo 2022. 8. 21.

 

ISSB 공식화, 법제화를 서두르면 안되는 이유..

 

 

ESG를 왜 하시냐? 그냥 씨익~ 웃는다.

 

ESG를 왜 하시냐? 라고 물으면 대답이 없다. 그냥 씨익~ 웃는다. ESG 강연을 가면 대개 첫 질문이 이것이다. "ESG 왜 하세요? " 대답이 없다. 다들 씨익~ 웃는다. 그러면 나는 적당히 내 눈을 마주치고 있는 한 사람을 지목해서 다시 질문을 던진다. "ESG 왜 하시려고 하세요?" 그러면 머뭇 머뭇 망설이는 대답이 나온다. 대개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그거, 배우려고 오늘 강의에 왔습니다." (이게 정답이다)

 

"ESG가 대세니까요. 다른 기업들도 다 하니까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제일 많은 대답)

 

"ESG 평가 잘 받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평가를 잘 받아야 투자도 받고, 거래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정리하는 시간에 다시 질문을 한다.

 

"여러분 ESG를 왜 한다고요?"

 

"우리 회사와 지구환경, 사회공동체 모두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수업 끝!!

 

 

지속가능경영과  ESG의 개념을 구분해 주세요.

 

미국 기업이 주최하는 지속가능경영 글로벌 컨퍼런스에 발표할 일이 생겨 발표문 영문초안을 주최 측에 보냈다. 며칠 후 행사 PM에게서 회신이 왔다.  

 

"지속가능경영과 ESG 개념을 보다 정확하게 구분해서 발표문을 수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발표자료  4p,11p의 제목과 본문에 ESG는 지속가능경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고 판단됩니다 "

 

유럽이나 미국의 대학이나 기업 사람들은 ESG를 투자 분야에서 주로 사용하고 우리가 ESG라고 부르는 것은 대부분 CSR이나 지속가능경영(Sustainable Management)이라고 부른다.

 

언론과 다수의 전문가(?)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는 ESG가 CSR, 지속가능경영을 모두 포용하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나 또한 부지불식간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큰일이다. 우리나라안에서는 괜찮겠지만 다른 나라에 가거나 다른 나라 사람들과 일할 때 소통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주어담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가능한 지속가능경영과 ESG를 잘 구분해서 썼으면 한다.

 

 

 

 

당신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렇게 제대로 질문하면 좀 더 대답이 쉬워진다. 지속가능경영을 하는 이유는 당연히 우리 회사가 망하지 않고 오래 오래 경영을 하기 위해서이다. 

 

위의 그림을 가지고 설명하면 지속가능경영과 ESG는 'ESG 평가' 라는 교집합이 있기는 하지만 "경영"과 "투자"라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물론 투자회사나 금융회사는 "비즈니스=투자"이기 때문에 지속가능경영과 ESG의 교집합이 일반기업보다 훨씬 크다.

 

지속가능경영의 목적은 "기업의 지속성, 비즈니스의 윤리성&책임성(CSR)"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래서 EU는 지속가능경영을 "기업의 지속가능성뿐만 아니라 지구환경과 사회공동체의 지속가능성도 균형있게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ESG(투자)의 목적은 "장기투자의 안정성, 투자의 윤리/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기업입장에서 지속가능경영의 실제적인 목적은 "안정적인 성장"이며, 투자/금융회사 입장에서 ESG의 실제적인 목적은 "안정적인 투자 수익의 증가"이다.

 

궁극적, 대의적으로는 지속가능경영이나 ESG 모두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ement)에 기여", 즉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한편, 지속가능경영과 ESG의 교집합인 "ESG 평가" 는 위치상은 교집합이지만, 일반 기업입장에서는 "자본확보"가 목적이고 금융사/투자사 입장에서는 "투자대상의 확보"가 목적이다. 비슷한듯 하지만 다르다.

 

 

 

무엇을 위한 ESG 정보 공개인가?

 

지난 주 글에서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rd)의 가이드라인을 우리나라의 ESG 공식 공시기준으로 서둘러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다들 알겠지만 ISSB는 IFRS(국제회계표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재단에서 2021년에 만든 위원회로 ESG 정보공개 통합 프레임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쉽게 생각하면 ESG 정보공개를 위한 통합프레임을 만들고 있고 이것이 곧 국내에도 도입되겠구나....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고민해야할 지점이 있다.

 

첫째, ISSB의 목적이다. ISSB는 기업가치평가, 즉 투자평가를 위한 보고 프레임으로 만들어졌다. ISSB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SASB... 그리고 SASB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IIRC도 결국 기업의 가치평가를 위한 만들어진 프레임이다.    

 

ISSB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SASB는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업의 재무적 가치뿐만 아니라 비재무적가치도 측정해야 올바른 가치평가를 할 수 있다는 개념하에 비재무적(ESG)정보 표준을 개발하고 이를 확산하기 위해 만든 비영리단체이다. 

 

SASB의 탄생에 큰 역할을 한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로버트 G. 에클스(Robert G. Eccles)" 옥스포드 교수이다. 그는 일찍이 "재무적 지표만 가지고 기업을 평가하는 것은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선입견을 갖는 것과 같다.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재무적 가치와 비재무적 가치를 균형, 통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2014년에 출간된 그의 저서 "Intergrated Reporting Movement"에는 IIRC와 SASB의 원칙이 잘 나와있다. 그리고 그 원칙은 ISSB에도 적용된다.

 

쉽게 정리하자면 ISSB는 투자평가를 위한 ESG 정보공개 프레임이라는 것이다.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잘할 수 있도록 가이드 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레임이 아니다. 그리고 그 정보공개방식은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 무엇이 복잡하고 어려운 것인가 대해 설명하자면 한참해야 하는데, 이것도 두 줄로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앞으로 당신 기업에게 닥칠 환경과 사회 리스크를 예측해서 그것에 대응 전략과 시나리오를 세운 다음에 그 전략과 시나리오를 실행했을 때 예상되는 재무적 리스크 및 성과를 계산해서 공개하시오."

 

이것을 보면 ISSB가 기업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즉, 지난 주 글에서 설명한 ESG 투자의 핵심 포인트 "예측가능성"을 기업 스스로 증명하라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아무리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고 살펴보고 분석해봐도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그 책임을 기업 스스로에게 지우는 셈이다.

 

 

 

둘째, ESG 정보공개는 누구, 무엇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하나를 고민해봐야 한다. ISSB는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투자평가사 편하라고 만든 것이다. 그리고 ISSB 또한 초안을 제시하면서 ISSB는 '선택사항'이며 보고 역량이 되는 기업들이 선택해서 사용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마치 ISSB가 국제법인것처럼 생각해서 2025년 ESG 정보공시가 본격화되면 ISSB가 공식프레임으로 적용되는 것이 정해진 사실인냥 보도되고 있다. 자칭 ESG 전문가들도 바람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데... ISSB가 공식 프레임으로 적용되면 만세를 부를 곳은 회계법인들 뿐이다. 

 

왜냐하면, ISSB를 적용해서 재무적 리스크와 성과를 수치로 계산해주고 그것을 검증해줄 곳은 회계법인들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 ISSB를 자체적으로 보고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기업은 없다고 본다. 설혹 내부 역량을 가지고 있더라도 공시 책임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결국 외부 회계법인에게 고액의 컨설팅과 검증 비용을 지불할 수 밖에 없다. 

 

IFRS(국제회계표준)은 회계사들의 집단이다. IFRS에서 만든 ISSB는 결국 ESG 헤게모니를 회계법인들이 차지하겠다는 전략(속셈)이다. 

 

ISSB의 대의적 명분 '기업이 스스로 사회, 환경 리스크를 예측하고 파악해서 그것에 대한 대응 전략과 시나리오를 세우고 실행해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에는 200% 동의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상장사 대부분은 지속가능경영의 초보단계인 규범적 지속가능경영, 즉 CSR(기업사회공헌 아님, 사회책임경영임)도 온전히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삼성, LG, SK, 현대, 롯데, 네이버, 포스코... 이런 돈 많고 역량 넘치는 거대 기업들이 해외투자를 받고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유럽 기업들과 경쟁하기위해 스스로 ISSB를 ESG 보고 프레임으로 선택하고 글로벌 회계법인들의 고액 컨설팅을 받아서 예측가능성이 멋지게 담긴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은 박수를 칠만한 일이나.... 

 

이제 막 지속가능경영이라는 모판에 뿌려진 볍씨같은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에게 ISSB를 바로 들이댄다는 것은 모판을 거치지 않고 단박에 볍씨를 논에 뿌리는 것과 같다. 논에 볍씨를 바로 뿌려버리면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 새들이 볍씨를 다 쪼아 먹어 버리고 만다. 새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다. 

 

ISSB를 국내 상장사 모두가 적용해야 할 의무 공식 기준으로 만든다는 것은 "지금은" 하지 말아야할 일이다. 지금은 국내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을 스스로 잘 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역량을 키워줘야 할 때이다.

 

방법은 있다. ESG 공시 프레임을 투자사 좋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을 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EU가 지금 그러고 있다. EU는 투자사 중심이 아닌 기업들이 책임경영과 지속가능경영을 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만들고 그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충분히 할 수 있다. ISSB는 역량있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EU의 지속가능경영 보고 프레임을 순차적으로 도입하면 된다. 서두른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늘 글을 보고 회계법인에 있는 지인들이 카톡을 좀 날리실 것 같다. 미리 반사^^!!      

 

Balanced CSR & ESG 유승권

     

....................................

 

 

ESG, 지속가능경영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 ESG 온라인 실무자 아카데미 2기 모집>

 

한국표준협회와 이노소셜랩 ESG센터가 함께하는 <ESG 온라인 실무자 아카데미 2기> 를 9월5일에 시작합니다. 지속가능경영, ESG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실무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합니다.

 

신청하기 ☞ 클릭 

 

 

ESG 컨설팅과 교육은 어디로? 이노소셜랩 ESG 센터 인스비로 ☞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