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지속가능성(ESG) 전망, 효능감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지속가능성(ESG) 글로벌 동향은 변함이 없다.
WEF(세계경제포럼)의 공식 상위 기관이자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스위스의 IMD(국제경영개발원, 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는 2026년 지속가능성 전망을 2025년과 거의 동일하게 제시하고 있다. IMD의 전망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지속가능성을 경쟁 우위로 활용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2019년 EU 그린딜 발표 이후 지난 수년간 EU를 중심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ESG) 정보 공개와 목표 수립이 제도화되는 과정을 거쳐 왔다. 지속가능성 자체를 EU의 경제 회복과 성장 전략으로 내세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과감한 공약과 정책 제시는 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5년,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이 큰 대기업·금융기관·공기업 등을 중심으로 적용 대상과 범위를 간소화한 <옴니버스 패키지 1>을 제시함으로써 오히려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게 되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이기주의에 매몰돼 군사력을 앞세우며 제국주의적 사고에 빠져 있는 현재의 국제 정세 속에서, 「탈탄소경제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지속가능한 인류 사회를 구축하겠다는 EU의 이상이 어느 정도까지 실현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피해를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EU가 트럼프의 눈치를 보며 지속가능성 정책을 갑작스럽게 포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법과 규제, 제도적 지원, 금융과 투자, 소비자 행동, 시민 사회의 상식 등 기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지속가능성을 지향한다면, 기업이 그 흐름을 거스를 이유는 없다. 오히려 그 흐름 안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기업 전략의 기본이 된다. IMD는 <EU 옴니버스 패키지 1>이 2025년 12월 16일 EU 이사회와 의회의 승인을 받은 시점을 ‘지속가능성을 기업의 경쟁 우위로 활용하는 단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했다.
기업의 경쟁 우위는 최종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라는 산출물로 나타난다. 동시에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기 위한 기업의 ‘운영’ 역시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중요한 경쟁 우위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탈탄소경제로의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인류적 과제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운영에 어떤 방식으로 효율적·효과적으로 결합되고, 이것이 어떻게 경쟁 우위로 작동하게 할 것인가는 2026년 지속가능경영(ESG)을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주어진 과제가 될 것이다.
둘째, 과시보다 전략적 접근이 중요해졌다.
지속가능성(ESG) 정보 공개 방식과 범위가 제한되고 명확해짐에 따라, 기업에게는 전략적인 지속가능경영 수행이 더욱 중요해졌다.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수많은 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가장 중요한 영향과 이해관계자에게 꼭 필요한 핵심 정보를 중심으로 공개하고 이를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EU 옴니버스 패키지 1>이 제시하는 방향성이다. 이는 전략적 지속가능경영에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방식이기도 하다.
기업 전략의 출발점은 자원의 유한성이다.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디에, 어떻게 자원을 우선적으로 투입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곧 전략의 본질이다. 따라서 기업은 지속가능성(ESG) 정보를 많이 공개하는 데 헛힘을 들이기보다, 「탈탄소경제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반드시 관리해야 할 중대성 주제를 선별하고, 그 관리 성과를 기업의 경쟁력과 연결하는 전략적 접근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 IMD의 전망이다.
우리에게는 효능감이 필요하다
「탈탄소경제로의 정의로운 전환」은 파리기후협약과 EU 그린딜의 핵심 개념이며, 이에 따른 지속가능성(ESG)의 제도화와 규제 강화는 이미 충분히 예견된 흐름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보수 정치권과 언론, 일부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반(反) ESG 기조에 기대어 EU의 지속가능성 정책을 진보 정치의 이상론으로 폄하하거나 단기적 무역 장벽으로만 인식했다. 이러한 오판은 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ESG가 기업에 ‘부담을 준다’는 보수 진영의 논리는 당장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ESG를 회피하고 싶어 하는 기업들에게 편리한 방패가 되었다. 그 결과 우리는 의미 없는 시간을 흘려보냈다.
기업에 부담이 되더라도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대의명분이 기업 내부에서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들이 ‘효능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ESG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알아서 할 일에만 맡겨둘 수 없으며, 정부의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하고 언론의 시각 변화, 소비자의 소비 지향점 변화가 함께 필요하다는 점과 맞닿아 있다.
정부 정책의 파도를 타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하며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정책, 산업안전 정책, 노동·인권 정책, 개인정보 보호 정책, 경제외교 정책, AI 정책은 모두 기업의 지속가능성(ESG) 전략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재명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정책을 따르지 않는 기업의 대표를 형사처벌하는 방식 대신 실효성 있는 고액 과징금을 부과하고, 정책에 성실히 대응하는 기업에는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법보다 돈에 민감한 기업들에게 훨씬 더 강한 효능감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제 기업의 ESG 실무자들은 정부 정책과 자사 지속가능경영 전략이 어디에서 맞닿아 있는지를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 ESG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부족했던 이전 정부와는 분명히 다른 환경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SG 평가는 변화와 개선이 필요하다
EU 시장에 진출하지 않거나 투자를 받지 않는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을 ‘하는 척’하는 거의 유일한 이유는 <한국 ESG 기준원>의 ESG 평가 때문이다. 이 블로그에서 여러 차례 지적해 왔듯이, 현재의 ESG 평가는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실제로 내재화하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외 투자기관의 ESG 투자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으며, 기업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속가능경영(ESG)을 전략화하는 데 활용하기도 어렵다.
우리 정부가 「탈탄소경제로의 정의로운 전환」에 부합하는 지속가능경영을 기업에 내재화하고, ESG를 글로벌 경쟁력으로 삼는 기업을 늘리고자 한다면, 앞서 언급한 정책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는 것과 더불어 ESG 평가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외형만 갖춘 기업에 높은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하며, 시장 안에서 다양한 ESG 평가가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지속가능경영은 상장사에만 필요한 과제가 아니다. 현재 상장사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ESG 평가를 어떻게 비상장사로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그 대안 중 하나로, EU처럼 상장 여부와 무관하게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정부의 온라인 정보공개 플랫폼을 통해 ESG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선택과 집중의 결과는 ‘효능감’이다
현재의 ESG 평가가 과거 대입학력고사식 평가에서 벗어나, 「탈탄소경제로의 정의로운 전환」 실행을 중심에 둔 중대성 주제의 실제 성과를 평가 대상으로 삼게 된다면, 기업 ESG 실무자들은 형식적 대응을 위해 자원을 분산하던 기존의 업무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실효성 있는 전략적 접근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 정부에서 도입이 예상되는 ESG 정보공개 의무화가 <ISSB IFRS S2>를 기준으로 삼게 된다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은 자연스럽게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핵심 영역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선택과 집중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을 지속가능경영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국내적으로는 정부의 안전·노동·인권·정보보호 정책에 대응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지속가능경영을 전략화·내실화한다면, 기업은 분명 ‘효능감’을 체감할 수 있는 지속가능경영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2026년에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ESG) 담당자들이 보고서 작성과 ESG 평가 대응에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는 현실이 조금이라도 개선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수적이다. 제한된 자원을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인 과제에 투입할 때 비로소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그 과정에서 ‘효능감’을 느낄 수 있다.
2026년은 ESG ‘무력감’이 아니라 ESG ‘효능감’을 경험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Balanced CSR & ESG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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