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전쟁에도 ESG를 갔다 붙일 수 있겠다.
공공기관 입찰에 줄줄이 낙방이다.
작년 12월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동안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ALIO(알리오)'를 통해 공공기관들의 ESG 관련 정보가 공개되었지만, 알리오를 찾아보는 사람도 별로 없고 공공기관들이 뭔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하다 싶었는지, ESG 정보공개를 위한 지표 체계를 발표한 것이다.
그래서, 공공기관 ESG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가 알고 싶기고 하고, 매출도 올리 겸 해서 자잘한 공공기관 ESG 사업에 제안서를 넣어봤다. 제안서 PT도 했다. 줄줄이 낙방이다. 낙방의 변명거리는 많지만 하나로 요약하면 우리가 제시하는 ESG 컨설팅의 목적과 목표가 공공기관이 요구하는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들은 지속가능경영, ESG 그 자체를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현재 그 기관이 하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ESG 프레임에 잘 맞춰 자신들이 열심히 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그리고 향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ESG가 포함이 된다고 하니 그것을 컨설팅 회사가 잘해주기를 바라고 있는데, 우리는 PT에서 경영평가 잘 받아주겠다는 말은 잘 하지도 않고, 지속가능경영 현황 진단과 전략화, 내재화, 실무자 역량강화를 중심에 두겠다고 하니 당연히 낙방 할 수 밖에 없다.... 쩜쩜쩜..... 아무래도 매출을 올리려면 제안 전략을 바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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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악 산업(Sin Industry) + ESG
며칠 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는 공기업이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그렇다고 일반 영리기업이라고 부르기엔 더 애매한 어떤 기업의 ESG 담당자였다. ESG 현황 진단 관련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이런 질문을 했다. "ESG 현황 진단이라고 해서 꼭 부정적인 영향을 들춰낼 필요는 없겠죠. 저희가 잘하고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현황진단을 하면 안될까요?" 라고 했다. 딱 잘라서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었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한 현황 진단도 필요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가 '부정적인 영향'을 굳이 콕 짚어서 말한 이유는 그가 속한 회사가 소위 말하는 죄악 산업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전화를 끊고 나서 왠지모르게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잘하는 것만 진단하고 싶다는 ESG 실무자의 마음, 그리고 그 위의 책임자의 의도는 충분히 알겠지만, 그 기업이 우리 사회에 끼치고 있는 해악의 정도를 생각하면 잘하는 일만 골라 현황 진단을 해주기에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업은 자체 생존을 위해 그 해악을 포기하거나 줄이려는 생각이 없으니까 말이다.
지속가능경영, ESG의 근본을 찾아 뿌리를 파다 보면 '지속가능발전' 이 나오고 '지속가능발전'을 지나 다시 더 깊게 파면 '윤리경영'이 나온다. 그리고 그 '윤리경영'을 더 파내려 가다 보면 맨 아래에 위치한 "인권(Human Rights)"이 나온다. 말하자면, ESG와 지속가능경영의 뿌리이자 향해야 할 곳은 바로 "인권"을 세우고 실현하는 것이란 말이다.
죄악 산업(Sin Industry)에 속하는 무기, 담배, 술, 도박 기업들에 '죄악(Sin)'이라는 명패가 붙는 이유는 이들이 생산하고 판매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바로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일과는 반대가 되기 때문이다. 인권에서 가장 중요한 "생명권"을 없애버리는 무기 산업, 인간을 인간 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건강"을 망가뜨리는 담배 산업, 마시는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여러 피해를 주는 "술" 산업, 본인 스스로 뿐만 아니라 폐가망신의 지름길이 되는 "도박" 산업은 인권과는 거리가 먼 산업이자, 지속가능경영(ESG)을 아무리 열심히 해본들 그 본질적 가치에는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산업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 기업이 지속가능경영(ESG)을 하면 안된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CSR(**CSR은 사회공헌이 아니라 사회공헌을 포함한 기업의 사회·환경적 책임 전체를 의미한다) 피라미드 모델을 제시한 아치 캐롤(A.B Carroll) 교수는 기업윤리학회(Society for Business Ethics)의 한 포럼에서 죄악 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해 이런 의견을 밝혔다. "죄악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아무리 CSR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천사가 될 수는 없겠지만 악마가 되는 것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관련 산업과 기업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들은 기분 나쁘게 들리겠지만,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기업의 CSR과 지속가능경영(ESG)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2017년 '기네스'를 대표 상품으로 가진 글로벌 주류 기업인 '디아지오'의 런던 사무실을 찾아가 CSR 매니저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 매니저가 이렇게 말했다. "주류기업의 CSR은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술이 만들어 내는 긍정적인 사회적 효과도 분명이 있지만, 술의 부정적 영향을 결코 넘어서지 못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고 그 한계 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하려고 합니다." 나는 그녀의 솔직함, 그리고 디아지오 그룹의 정직한 CSR 비전이 마음에 들었다.
아치 캐롤 교수는 이런 말도 했다. "죄악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CSR을 통해 천사처럼 보이는 악마가 되려고 한다면 그것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습니다. 그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는 일이며, 부정적인 영향과 그 한계를 인정한 후에 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 일은 하지 않고 기부와 같은 자선 활동으로 CSR을 대신하려는 것은 윤리적이지 않습니다."
캐롤 교수의 관점을 빌리자면, 우리 대한민국에서 사용하는 CSR, 지속가능경영, ESG란 용어는 본질에서 한참 벗어나 오염되었다. 무기를 만들고, 담배를 만들고, 술을 만들고, 도박판을 벌이는 기업들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보면 'ESG 선도 기업' 이 되겠다고 말한다. ESG를 선도하겠다고 하면 무기, 담배, 술, 도박 사업을 포기하던지 아니면 그것이 끼치는 해악을 줄이는 본질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맞다. 잘 모를까봐 하는 말인데 "선도"는 앞장서겠다는 말이다.
이란에서 전쟁이 한창이다. 우크라이나의 전쟁도 끝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민간인을 몰살하고 있다. 전쟁은 인권을 파괴하는 가장 적극적인 '악마'의 일이다. 전쟁을 하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만, 전쟁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가 더 쉽기 때문에 권력자들은 악마의 짓을 벌인다.
폭격을 맞아 아이들 수백명이 죽어도, 우리는 전쟁을 반대하고 멈추라는 목소리를 내기보다 주식 시장의 폭락을 더 걱정한다. 이 때를 틈타 ESG를 선도하겠다는 정유기업들은 기름 값을 올리고, 우리는 전쟁에 분노하기 보다 갑자기 기름 값을 올린 주유소 사장들을 욕한다.
사람을 살리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 지속가능경영, ESG이라면..., 우리는 거짓의 세계에 살고 있는 셈이다.
Balanced CSR & CSR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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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정동만원야학 「모두의 1층 : 사단법인 무의 홍윤희」
INSBee(이노소셜랩 지속가능경영센터)의 비즈니스 목적은 우리나라 지속가능경영(ESG) 실무자들의 역량을 강화하여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실행 수준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 목적을 더욱 알차고 당차게 달성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퇴근 후 스터디 모임을 엽니다.
2026년 3월의 정동 만원 야학의 주제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사)무의에 “모두의 1층”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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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안내) 지속가능경영(ESG) 전략 MBA
이제 ESG는 ‘평가 대응’을 넘어, 기업의 생존·성장 전략과 성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현직 ESG MBA 전략경영 교수가 직접 강의하는 「지속가능경영(ESG)전략 MBA」는 실무자가 ESG를 비즈니스 경쟁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와 실행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할 것입니다. 지속가능경영 업무 역량을 높이고 ESG를 자신의 전문 영역으로 삼고자 하는 실무자 여러분을 모집합니다.
※회차별 신청가능하며, 전체과정을 신청할 경우 교육비 할인이 됩니다.
<신청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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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SB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를 위한 일반&기후 공시 요구사항」 해설 특강
2026년 2월 25일 금융위원회가 「ESG 의무공시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이어서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는 IFRS ISSB S1, S2에 기반하여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를 위한 일반& 기후 공시 요구사항」을 공개했습니다. 이제 ESG 의무공시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노소셜랩 지속가능경영센터는 기업 ESG 실무자들을 위한 ESG 의무공시 기준 해설 특강을 마련했습니다. (※금융위원회 로드맵은 의견 수렴을 거쳐 올 4월경 확정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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