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회사 임원분으로부터 "빵"을 좀 지원해주라는 "명"을 받고 경기도에 위치한 한 지역사회복지단체를 방문한 일이 있었다. 40대 초반 쯤 되어보이는 '팀장' 직함에 한 여성분과 명함을 교환하고 간단한 인사 후에 자리에 앉았더니... 첫 마디가 이런 말씀이다.
"국장님.. SPC의 사회공헌활동은 회사규모에 비해 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국장님은 기업의 사회공헌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 갑작스레 꺼낸 질문에 뭐라 대답할 말이 없어... 빙긋^^ 웃었더니... "국장님... 뭐니 뭐니 해도... 기업의 사회공헌은 '홍보'예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SPC는 활동하시는 거에 비해 알려진 바가 너무 없어요... 제가 기업사회공헌컨설팅 좀 해드릴까요? " 뭐라고 대꾸할 겨를 도 없이, 기업사회공헌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내용들을 미주알 고주알 말씀하신다.
한참을 듣고 나서... "팀장님께서 기업 사회공헌에 대해 정말 많이 아시는군요^^ 예전에 어느 기업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하셨었나봐요? " "호호호... 그건 아니구요.... " 말끝을 흐리신다.
결국 30분 대화의 결과는 "빵"을 지원해달라는 것과... 필요한 곳과 수량을 메일로 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요즘, 기업사회공헌에 대한 관심이 많다보니, 여기저기서 전문가들이 많이 나타나신다. 인터넷 검색창에 기업사회공헌컨설팅을 검색해보면, 전문 컨설팅업체도 몇개 있고, 기업사회공헌에 대해 한마디씩 하는 블러거들도 꽤 있다.
좀 지난 이야기지만, 사회공헌과 관련 된 컨퍼런스에 참석했더니... 예전 직장에서 대학생 인턴으로 잠깐 일했던 친구의 얼굴이 보인다. 다가가서 인사를 했더니, 명함을 내민다. "사회공헌 컨설팅 OO과 OO, 컨설턴트 이OO" 컨설턴트라고 하기에... 어떤 부분을 컨설팅하냐고 했더니.... 기업사회공헌전반에 관련된 전문적인(?) 컨설팅을 한다고 했다. 음... 그렇냐고... 열심하라고 했다. 그 친구는 내가 알기로 기업에 입사한 경험도 없을 뿐더러 기업사회공헌과는 별 관련 없는 공부를 한 친구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꼬옥~ 기업사회공헌에 대해 실무 경험이 많고,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지만 기업사회공헌컨설팅을 할 수 있으니... 쫌 아마추어들은 알아서 빠져주시라~~ 는 것은 아니다.
누구든 컨설팅(진정한 의미의 컨설팅이 아닌, 우리사회에서 통용되는 싸구려 이미지의 컨설팅 말이다.)은 할 수 있다. 실상 기업사회공헌을 잘 하기 위한 원칙은 간단하다. 기업사회공헌과 관련 된 책 몇 권 읽고, 관련 기사 스크랩 좀 해서 PPT 자료만 그럴 싸 하게 만들면 한 두 시간 강연하고(강연료로 몇십만원 받아 챙기고~~), 아는체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컨설팅을 받는 기업 사람들은 절대 바보들이 아니다. (가끔 바보 같은 윗분이 계셔서 엄한데 돈 쓰고, 실무자들을 갈구는 그런 XX도 있지만...) 기업사회공헌컨설턴트랍시고 설치는 사람들로 부터 컨설팅 받는 것은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이 외부컨설팅 자체를 본인의 평가 실적으로 잡아놨기 때문에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 하나 본인들이 하고 싶어하는 사업에 대해서 외부 검토를 통해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그런거다. 컨설턴트들이 하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기업 사회공헌 담당 실무자들도 다 아는 이야기이다. 몰라서 컨설팅 받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복지관 관장님, 부장님, 복지시설 시설장님, 복지단체의 팀장님, 부장님, 대표님... 모두들 어떤 기업들하고 몇 번 지원 사업 해 보시면, 다들 기업사회공헌컨설턴트를 자처 하신다. 그러시지 말았으면 한다.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이 기업사회공헌의 성공원칙과 전략, 방법론을 몰라서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란 말씀이다.
피터 블럭의 저서 '완벽한 컨설팅'의 초반부에 이런 글이 적혀져 있다.
"모든 컨설팅 업무의 목표 또는 궁극적인 산출물은 일종의 '변화' 이다"
인터넷 댓글 수준으로 기업사회공헌의 문제만 들추어내고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현재 우리사회의 수많은 기업사회공헌 컨설턴트들은 제발 이 책 좀 읽어 보시길 부탁한다.
오늘 "기업사회공헌 컨설팅" 한 번 받으시죠.. 3개월 프로젝트에 3천만원에 해드립니다. 기업사회공헌담당자 실무교육은 1인당 100만원인데, 컨설팅 받으면 무료입니다." 라는 모 사회공헌 컨설팅회사의 안내 메일을 받고 답답해서 이렇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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