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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기업사회공헌의 시작 - 기업은 사회공헌활동에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by Mr Yoo 2012. 12. 28.

 

 

경영의 창조자들 / FAST COMPANY'S GREATEST HITS / 짐콜린스 외

토네이도 출판 / 2007. 10

 

FAST COMPANY는 미국의 경영월간지이고, FAST COMPANY'S GREATEST HITS 는 그 잡지에 실려 큰 히트를 쳤던 기고문들을 모은 책이다. 경영대학원을 다닐 때 과제로 읽었던 책인데, 근래 10년간 큰 성공을 거둔 기업들에 대한 특징을 짤막하게나마 알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경영학을 공부하거나, 기업사회공헌담당자로서 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읽을 만한 책이라고 본다.

 

이 책에 등장하는 최근 수년간 대박을 친 성공한 기업의 공통된 특징이 몇가지가 있는데, 그중 한가지가 시대의 '트랜드'의 파도를 잘 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트랜드를 잘 타고 넘은 비결은 사람들의 '욕구'와 '필요'를 잘 파악하여, 고객의 본능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면서도 이성적이고 실효성있는 필요를 채워주는 것 또한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럭셔리한 소형자동차'가 그 예이다. 예전에는 럭셔리라는 말은 고가의 대형세단이나 어울리던 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사람들의 욕구가 비싸지 않으면서도 럭셔리함을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고, 자동차회사들은 가격이나 유지비는 대형세단에 비해 적게들지만, 나름의 편의와 럭셔리함을 즐길 수 있는 소형차의 트랜드를 만들어 낸것이다. 이러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기업사회공헌에 있어서도 이러한 욕구와 필요의 원칙이 어김없이 적용된다

 

당신이 어떤 기업의 사회공헌담당자로 채용이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더구나 그 기업은 그동안 일년에 한번 연말 이웃돕기 성금을 내거나, 여름 장마철에 수재의연금정도를 기부한 사회공헌활동에 있어서는 아직 제대로 출발도 못한 상태라고 한다면, 당신은 입사 후 무슨 일 부터 시작을 해야 할까?  아마도 당신이 무슨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당신을 채용한 부서의 책임자나 임원이 당신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 김공헌씨.. 우리회사가 말이야.. 이제 사회공헌활동을 좀 해보려고 하는데, 뭘 하면 좋겠어.. 김공헌씨가 이 분야에 전문가니까.. 우리회사가 하면 좋을 사회공헌 아이템을 기획해서 빠른 시간안에 보고해 주면 좋겠어..." 

 

그렇다. 기업사회공헌 담당자로 채용된 순간 당신은 사회공헌활동 아이템을 찾기위해 인터넷을 검색하고, 아는 인맥을 동원해 다른 회사 사회공헌담당자에게 조언을 구하고, 사회복지현장의 선후배를 찾아 무슨 사업을 하면 좋겠냐고.. 묻고 다닐 것이다. 물론 당연히 이렇게 하는 것이 맞고.. 중요하다. 그런데 사회공헌활동 아이템을 찾는 것 만큼 중요한 것... 아이템을 찾는 것과 동시에 해야 될 일이... 당신이 일하는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어떤 욕구와 필요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기업사회공헌담당자가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 본인이 일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속속들이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이런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욕구(Wants)와 필요(Needs)

사회복지를 전공한 사람들은 사회복지실천론시간에 욕구와 필요의 차이를 배운다.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그말이 그말처럼 쓰이기 때문에, 사전적의미보다는 사회복지에서 의미하는 바를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욕구와 필요는 상대적인 의미로 이해해야 하는데, '필요' 보다 '욕구'는 보다 단순하며, 즉각적이고, 본능적인 것이다. 반대로 '욕구'에 비해 '필요'는 실제적이며, 이성적이고, 그것이 충족되었을 때 지속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의학적인 예를 들면, 사고로 다리가 절단 된 응급환자에게 순간적인 고통을 없애기 위해 몰핀(진통제)을 주사하는 것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고, 지혈을 하고 절단 된 부분에 대한 접합수술을 하는 것은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라고 상대적으로 이해하면 된다. 한가지 더 예를 들자면 추운 겨울 밤에 서울역 지하보도에 있는 노숙자에게 따뜻한 음식과 담요를 주는 것은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고, 그에게 거주할 곳과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은 필요를 채워주는 일이다. 이런 예도 있다. 알콜중독자의 단기적인 금단증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 술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그를 격리하고 알콜중독치료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 옳은 일인가? 에 대한 질문의 예에 사용되기도 한다. (어쨌건 여기는 사회복지실천을 배우는 시간은 아니니까.. 패스~)

 

기업은 사회공헌활동에 무엇을 원하고(기대하고) 있는가?

기업사회공헌에 관한 많은 연구와 조사, 강의, 기사에서 말하고 있듯이, 기업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직접적인 금전적 수익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여전히 기업사회공헌활동이 기업의 금전적 이익에 효과가 있다는 것에 대하여 많은 경영학자들이 유의미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기업오너의 자기만족

기업을 창립하고 성장시켜 소유와 경영을 함께 하고 있는 오너경영자의 경우, 기업이 어느정도 성장해서 지속성장의 안정권에 접어들면, 기업을 키우는 것에만 몰두하던 자신을 돌아보며, 인격적으로 전환기를 맞는다고 한다. (잭월치의 책을 한번 읽어 보시면 안다.) 부정적으로 전환기를 보내면, 자신이 쌓아 온 부를 자식에게 어떻게 하면 잘 물려줄까 하는 욕심의 꼼수를 부리게 되고, 긍정적으로 전환기를 보내면, 사회적 존경에 대한 욕구가 발생한다고 한다. 이 사회적 존경에 대한 욕구를 표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이겠는가? 본인의 자산을 털어 재단을 설립하고, 본인이 운영하는 회사가 사회공헌활동을 열심히 해서.. 참 좋은 회사라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 바로 이것이 어떤 기업이 갑자기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이다. 

 

이와 관련 된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몇년 전 수백명의 기업오너와 경영자가  참여하는 국내의 유명한 기업경영인 조찬모임에서 외국의 유명한 기업오너가 초빙되어 특강을 한 일이 있는데, 그 사람이 기업사회공헌이 기업오너와 경영자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강의내내 역설하고 갔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그해에 꽤 많은 기업들에 사회공헌팀이 새로 생겼다^^ (믿거나 말거나~~)

 

이런 욕구를 가진 기업에 사회공헌담당자로서 일하게 된다면, 첫번째가 우리 회장님, 사장님이 바라고 원하는, 관심 있어하는 사회공헌활동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개의 담당자가 회장님, 사장님께 직접 물어볼 수 도 없는 일이니...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은 회장님, 사장님과 가깝게 지내는 임원분들이나 비서실직원들... 무엇보다 기업사회공헌담당부서의 책임 임원에게 '우리 회장님, 사장님이 원하는 사회공헌활동의 방향은 무엇인가요? 하고 자꾸 물어보는 것이다. 또한 신년식이나 송년식 때 회장님, 사장님의 말씀을 잘 들어보면, 빠지지 않고 짧게나마 사회공헌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 할 것이다. 그것을 핵심 키워드로 삼아 사사회공헌 아이템을 찾아낼 수 밖에 없다.

 

전략적 마케팅의 선물..

기업사회공헌/책임마케팅(CRM)에서 이야기했지만, 인터넷과 SNS를 통해 기업이 고객에게 직접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는 기회가 무긍무진해진 현 상황에서, 기업들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고객에게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 브랜드를 알리려고 한다. 그 중 한가지 방법인 사회공헌활동을 이용하는 것이다. 지금 페이스북이나,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메인 화면을 한번 살펴보라..  적어도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내걸고 고객의 시선을 모으는 배너가 한두개 이상은 존재한다.  사회공헌에 대해 마케팅적 효과에 눈이 먼 기업에 사회공헌담당자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면, 정말 마케팅적 효과와 사회적 효과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실력과 자신이 있다고 한다면, 계속 일하시고 ..사회공헌한다면서.. 사회복지현장이나.. 도움이 필요한 곳에 민폐만 끼치고 있다고 판단된다면.. 어서 빨리 사표를 내거나... 열심히 공부하고 실력을 키워 제대로 된 기업사회공헌을 하시기를 바란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홍보의 수단

기업사회공헌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홍보'다. 기업이 브랜드나 제품,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TV, 신문, 잡지, 인터넷, 길거리 광고판 하나하나가 다 돈이다. 돈만 드는 것이 아니라... 그 광고를 기획하고 실현하기 위해 수많은 인력과 시간이 요구된다. 그리고 잘 되면 대박이지만, 못되면 광고 때문에 쪽박차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기업사회공헌활동은 기업을 홍보하는 데 매우 안전하고 훌륭한 값싼 수단이다. TV광고 한번하는 것보다.. 직원들 데리고 김장 한번 하는 것이 훨씬 싸게 먹히고... 신문전면광고 한번 하는 것 보다.. 사회공헌사업 좋은 것 한번 해서 신문기사 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 이렇기 때문에 기업의 사회공헌담당자들은 사회공헌활동을 기획할 때, 이 사업이 홍보적으로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 때문에 다른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들어내고 홍보하기 어려운, 미혼모, 탈북자, AIDS 환자 지원사업 등에 기업의 후원이 적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회적 압박

기업도 한 사회에 속한 구성원이기 때문에, 사회적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 부터 연말이 되면, 이웃돕기성금... 수해피해가 발생하면.. 수재민을 위한 성금을 내라고 공식, 비공식적인 압박이 들어온다. 모른 척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외국계 은행... 수익은 대박, 기부는 쥐꼬리~' 이런 신문기사가 나고, 그 기사의 인터넷 조회수가 쭉쭉 올라가면.. 해당 은행들은 주머니를 열고, 직원들은 봉사활동에 동원되어 나간다.

대학생의 높은 등록금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면, 삐까 번쩍한 건물세우고, 쓸데 없는 연구 프로젝트에 흥청망청 돈을 써버리고 있는 대학은 그냥 내버려두고 (이래서 교수님들이 여의도나 청와대로 가면 안되는 거다) 기업이나 기업재단에 대학등록금 지원사업 좀 하라고, 공문도 보내고, 기업오너들 모아 놓고 밥먹이면서 은근히 압력도 가한다. 

  

 이제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시대가 아니다. 기업의 규모가 작고, 직접적으로 개인고객을 상대하는 기업이 아닌 B to B 기업인 경우에는 좀 다르겠지만, 기업의 규모가 크고, 일반 개인 고객을 상대하고, 기업의 평판이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라면 기업사회공헌활동은 필수의 시대가 되어 버렸다. 이젠 기업사회공헌도 그냥 하는 정도가 아니라 잘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은 이런 사회적 압박에 민감해야 한다. 즉.. 현재 우리사회의 문제와 아픈 곳이 어디이며,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참여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조사하고 공부하고, 사업에 적용시켜야 한다.

 

상속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재단을 만들고, 재단에 자산을 기부하고, 재단 임원에 자녀를 임명한다. 시간이 지나면 자녀가 이사장이 된다. 세금내는 것 보다 재단을 만들어 사회공헌활동도 하고, 생색도 내고, 존경도 받고, 법원에서 감형도 받고, 자녀의 경영권도 보전하는... 꿩먹고 알먹고 깃털로 부채도 만드는 뭐.. 그런거다. 이런 재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상속법, 재단관련법, 세무관련 법 이런거 잘 알아야 한다.

 

 

살아남기 위한 선택

2012년 1월9일 SPC 그룹 사회공헌담당자로 첫 출근을 했을 때, 그룹운영총괄을 맡으신 부사장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그 자리에서 부사장님께서 물어보셨다. "유승권씨... 우리 SPC가 왜 사회공헌을 하려고 하는지 아나요?" 내가 잠시 머뭇거리자 다시 물어보셨다. "음.. 그럼 다시.. 기업들이 왜 사회공헌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 아나요?" ..., "아.. 네.. 기업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사회적책임을 다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어려운 얘기말고.. " .."아.. 네... 쉽게 말씀드리면, 다른 기업도 사회공헌을 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 하! 하!.. 맞아요.. 다른 회사들도 사회공헌을 다 하고 있지...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회사가 사회공헌을 새롭게 시작하려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말이죠... 살아남기 위해서 그런거예요... 이젠 기업이 돈만벌고.. 이기적으로 경영하면, 왕따를 당해요.. 돈을 벌면, 그 만큼 좋은 일을 해야 한다고 사람들이 생각해요... 그래서,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거예요" 

...................... 30년 이상을 회사에서 일하신 부사장님의 말씀이었다.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자... 이 모든 것들이 하나 하나 별개로 작용하기 보다는 여러가지 욕구나 필요가 겹쳐지고 혼합되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하는 에너지를 공급한다. 기업의 사회공헌담당자는 이런 기업이 욕구와 필요를 잘 파악하고 감지하여,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정말 잘 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길잡이의 역할, 운전수의 역할을 잘 감당해야 하겠다. (2012년을 보내며..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2012년 기업사회공헌 실무에서 수고하신 모든 선배, 후배, 동료 분들에게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년에도 당신의 멋진 활약 기대해봅니다."

 

" 2013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