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흔한 공익연계마케팅 (Cause-Related Marketing)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쏟아지는 공익연계마케팅.... 차별성을 제공하지 못하는 공익연계 마케팅
며칠전 한 글로벌 비영리 단체의 공익연계마케팅 설명회에 다녀왔습니다. 연말의 후원자 감사의 밤 행사는 워낙 많이 다녀서, 이젠 별 감응도 없는데... 초여름에 CRM 설명회를 연다고 해서 봉사활동 진행하다 말고 다녀왔습니다.... 뭐... 역시.. 별 감응은 없었습니다. 행사를 주최한 단체나 이 단체가 현재 벌이고 있는 기부 캠페인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매우 훌륭하고 좋은 아이디어이며, 많은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해낸...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의 30년 아성을 위협할 수도 있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명확히 말하면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는 광고를 활용해서 환경을 파괴(나무를 잘라서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하는 기업의 업(業)의 특성상의 약점을 방어하기 위한 상업적인 목적의 공익캠페인이고요.. 이 단체의 활동은 공익연계마케팅으로 특정한 상품을 구입하면, 판매수입금의 일부가 단체에 기부되는 형태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활동의 일환으로 구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별 감응이 없었다는 말에 오해가 있을 것 같아서 사족으로 말씀드리자면.... 비슷한 다른 여러 단체에서 하고 있는 다른 공익연계마케팅 프로젝트와 전반적으로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기업입장에서 보면.. 수많은 단체들이 CRM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고 제안을 해오는데.... 어떤 한 단체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매리트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딱! 발견되지는 못했다는 점.. 그거죠...
그리고 참.... 요즘 기업사회공헌쪽에 너무 이런저런 용어들이 개념없이 쓰여져서, 기업사회공헌담당자인 저도 헷갈릴 지경입니다. 이제는 공익연계마케팅(CRM)과 공유가치창출(CSV)도 막 섞어 보려는 움직임이 있어... 아! 진짜.. 제가 웬만하면 이런 말 잘 안쓰는 사람인데... 짜증납니다. 상품판매 수익을 기부한다고 해서.. 그걸 CSV라고 말하면 안되죠.... 아! 진짜..... 쫌 공부를 하시고 용어를 사용하시던가.. 아니면 잘 모르면 쓰질 마시던가... 꼭 영어를 써야 잘나보인다고 생각하는 건... 정말 촌스러운 거거든요... 무식한 걸 티내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어쨋거나.. 오늘 저녁에서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데, 일부러 찾으려고 한 것 도 아닌데, 눈에 보이는 CRM 상품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생수,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우유, 음료수, 세제, 옷, 치약, 비누, 신발..... 뭐.. 거의 어지간한 브랜드의 상품들은 대부분 공익연계마케팅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더군요.. "이 상품의 판매 수익금 중 일부는 OOO 단체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됩니다" 이게 너무~ 너무~ 많아요.. 마케팅을 공부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마케팅의 핵심은 차별성이고... 회사가 공익연계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 "똑같은 제품을 살거면.. 기왕이면 좋은 일에 기부도 하는 제품은 사는게 좋지 않을까요?" 라며 소비자에게 제품을 선택할 때 차별성을 제공하는 것인데... 이젠 너무 많아져서 더이상.. 차별성을 제공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젠 그냥.. 우리회사는 기부도 하는 좋은 회사예요.. 정도의 좋은 이미지를 어필하는 효과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기업도... 공익연계마케팅을 통해 수익을 기대하지는 않아요..
저도 이회사 저회사에서 사회공헌담당자로써 마케팅 담당자들과 공익연계마케팅을 여러번 기획하고 실행했었는데요... 이제는 기업들이 공익연계마케팅을 통해 실제로 이익을 얻을 기대는 안하는 것 같아요... 앞에서도 말한 것 처럼... 그냥... 우리회사 좋은 회사 정도의 이미지를 얻고자 하는 의도.. 또는 경쟁회사가 하니까... 우리도 안하면 안되지 않나... 이정도의 반응을 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실제로 공익연계마케팅을 통해 기업이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은 극히 드물지 않나 싶어요... CRM의 전설적인 사례인 1983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의 자유의 여신상 수리 캠페인은 수익이 많이 났다고 하던데.. 그 이후에 CRM을 통해 대박이 난 사례를 찾을 수 있을까 싶네요... 이 방면에 자칭타칭 최고의 권위자라고 하는 '필립코틀러' 아저씨의 거의 내용이 엇비슷한 공익마케팅책을 여러권 읽어봐도, 수익을 기대하기 보다는, 기업이미지 관리가 최선의 결과라고 하는 것 같더군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공익연계마케팅이 대부분이예요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나무를 심자고 TV, 라디오, 신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광고한 비용이 더 많을까요? (TV광고 한편 내보내려면 수천만원 드는 거 아시죠... 광고제작비는 수억원이 훌쩍 넘죠... ) 하루에 나무를 심기 위해 사용한 비용이 더 많을까요? 기업사회공헌실무자가 생각하는 공익연계마케팅의 가장 큰 문제는, 실제로 기부된 돈이나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에너지보다... 공익연계마케팅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마케팅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는 겁니다.
얼마전에도 모 기업에서 아동복지시설 영아들에게 유아용품을 보내자는 공익연계마케팅을 유명 포털사이트를 활용해서 한 적이 있는데... 제가 실제 실행자가 아니니까... 실제 비용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래도 속사정을 잘아는 담당자한테 들은 내용이니 거짓말은 아닐 겁니다. 최종적으로 유아용품을 구입해서 보낸 비용이, 마케팅을 하기 위해 광고에 사용된 금액의 10분의 1정도 밖에 안된다는 겁니다. 이런 사례는 너무 많아서.. 밤을 세워 이야기해도 모자랄 겁니다.
어차피 광고비로 쓸거... 공익연계마케팅을 하면 더 좋잖아요^^ 라고 순진하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마케터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으나... 기업사회공헌담당자의 입장에서는 기업사회공헌예산은 쥐꼬리 만큼 주면서... 공익연계마케팅 광고비는 기업사회공헌예산의 10배.. 20배.. 가 된다고 하면, 참... 자괘감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느 책 제목처럼... 착한기업의 불편한 진실이지요... 착한척 하는데 비용을 더 많이 들이고, 실제 착한 일에는 인색한.... 쩝...
성공하는 공익연계마케팅의 요건
그냥.. "우리회사는 기부도 하는 좋은 회사예요... 저 회사가 하니까.. 우리회사도 해야지.. " 정도의 생각과 기대만 가지고 CRM을 한다고 한다면, 지금처럼 그냥.. 기존의 제품에 '착한 척 하는 기부라벨' 만 붙이고 판매하셔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코카콜라나 애플, 나이키처럼... 뭔가 글로벌 리더의 경지에 이르고 싶은 야망을 가진 기업이라고 한다면.... 특히 S사.. C사... 지금처럼.. 이렇게 뜨뜨미지근하게 CRM을 해서는 안됩니다. 더이상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방식은 안되요... 소비자들이 그 마크를 보지도 않을 뿐더러, 그 기부마크 때문에 제품을 구입하지도 않는다니까요....
공익연계마케팅에 대해 조금만 관심가지고 공부해보면... 성공한 공익연계마케팅의 특징을 몇가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 정리해 볼까요...
1. 사회적 이슈.... 문제에만 집중하지 말고 긍정적 대안을 내 놓자
소비자,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매스미디어 광고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CRM의 특성상.. 사회적 이슈를 선점하고, 리드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이슈나 문제에 네거티브하게 접근하기 보다는 긍정적 대안을 제시하였으면 합니다. 언제까지 배고픈 아프리카 아이들을 광고모델비도 안주고 공짜로 써먹으려고 합니까? 동정심에 호소하는 광고는 더이상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관련 내용이 있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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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준다던 그들이 다녀간 자리
공적개발원조의 규모만큼 중요한 것이 사업의 내용과 방향이다. 아동 권리 관점에서 봤을 때 공적개발원조 사업은 위험투성이다.
원조 기금을 노린 비즈니스까지 성행하자 “어린이는 여행상품이 아니다”라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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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 기아, 질병, 폭력, 가난, 인권유린... 인류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때 까지 사라지지 않을 이런 사회적 이슈.. 문제들을 공익연계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좀더 세련된 방식으로 하려면, 문제에 집중하기 보다는 새로운 해결방식을 제안하는 것이 훨씬 CRM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카콜라를 아주 좋은 회사라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최근 베트남에서 보여준 PET병 재활용에 관한 캠페인과 CRM은 "역시!! 글로벌 리더기업이야..." 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합니다. 한번 보시죠....
2. 공익연계마케팅 그 '제품자체, 서비스 자체' 를 구매하고 싶어야 된다.
위에 보이는 청소기는 말이죠(정말 멋지죠!!) .. 스웨덴 가전업체인 Electrolux에서 바닷가쓰레기를 활용해서 만든 청소기입니다.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만든 청소기인데... 회사의 직원들과 학교학생들이 자원봉사로 참가해서 바닷가에 쓰레기를 줍자는 캠페인도 하고, 주운 쓰레기를 활용해서 전문 디자이너들이 청소기를 만들죠.. 이 쓰레기로 만든 청소기는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일반 청소기에 비해 엄청나게 비싸게 팔아도 잘 팔린다고 합니다.
CRM을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그냥.. 기존제품에 라벨만 붙이는 '쉽게 가는 방법' 이 아니라.. 쓰레기로 만든 청소기와 같이 공을 들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야 합니다. 소비자들도 알아요... 기업들이 그냥 쉽게 좋은 이미지나 팔아먹으려고 하는건지... 아니면 정말 공을 들이고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 건지...
3. 치고 빠지는 단기전에 대부분이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 30년이 넘었습니다. 30년 정도 하니까... 그래도 유한킴벌리라는 회사는 좋은 회사지.. 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는데... 그러면.. 여러분 기업도 30년 하시게요? .... 어렵죠... 3년 후에 내가 이 회사에 일할지 어떨지 모르는데.. 30년은 꿈같은 세월이죠.... 최근에 CRM의 글로벌 트랜드는 대부분 3개월정도... 길어도 6개월을 넘지 않습니다. 단기전이죠... 이건 매스미디어 광고의 사이클과 거의 같습니다. 사람들이 6개월만 넘어도 광고에 흥미를 잃어버립니다. 광고에 흥미를 잃는다는 건.. 그 회사의 이미지가 신선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과 같습니다. CRM의 효과를 보려면 단기전으로 승부해라.. 이겁니다.
자.. 저는 그냥.. 기업사회공헌담당자이지.. 마케팅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CRM에 대해 더 깊은 이야기를 할만한 능력은 안되구요.. 단지... 최근에 성공한 CRM 사례를 모아보니... 1) 문제보다는 대안에 집중하더라... 2) 공익연계 마케팅에 사용되는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가 사고 싶은 가치가 있는 것이더라... 3) 오래도록 질질 끌지 않고, 단기적으로 매스미디어를 활용하더라... 로 정리가 되더군요...
그럼... 이제 기업사회공헌과 CRM... CSR과 CRM... CSV와 CRM이 헷갈리지 않고 잘 사용되어지기를 바라면서...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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