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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세월호 사고 이후... 기업사회공헌 어떻게 달라 질 수 있을까요?

by Mr Yoo 2014. 6. 28.

 

 

세월호 사고 이후....

기업사회공헌 어떻게 달라 질 수 있을까요?

 

 

잊지 않겠습니다. 4월16일..

아침이 오고, 밤이 지나.. 하루하루가 지날 수록 세월호란 단어가 잊혀져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11명의 소중한 사람들이 깜깜한 바닷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입니다. 세월호 사고를 잊지 않겠다고 한들... 그 이후에 이런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반성과 개선의 실천이 없다고 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 사고이후 기업사회공헌실무자로써 진도와 안산에 여러차례 다녀오고, 사회공헌차원에서 할 수 있는 지원활동을 해 왔지만, 가슴 가득 차있는 허탄한 마음을 가실 길이 없습니다. 

 

어제 기차를 타고 출장을 다녀오면서 몇시간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에 기업사회공헌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에 대한  몇가지 생각을 적어봅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회공헌보다.. 미리 예방하는 진정한 CSR(기업의 사회적책임)로 발전해야 합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기업사회공헌활동은 기업이 이익을 내면, 그 기업의 이익 중 일부분을 자선(慈善, Charity) 활동에 사용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선활동을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즉 기업의 사회적책임이라고 불러왔습니다. CSR이 기업의 자선활동을 포함한 매우 포괄적인 사회적책임활동을 의미함에도 불구하고, 본연의 의미를 무시하고 계속 '자선활동=CSR' 이라고 한것은 일부 (대)기업들이 그 의미를 잘 모르고 사용한 무지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CSR을 자선활동이라는 범주로 축소' 시킴으로써 전반적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무를 외면하려고 한 기업들의 생각과 태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그동안 기업들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법,규범,환경,상식,상도덕,상생,인권,노동권 등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없다' 라고 잘못 된 생각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번 세월호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도 결국 사람의 생명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해진 선박운항과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젠... 사고친 후 보상금이나 기부금 얼마내고, 무마시키려고 하는 구습에서 탈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나 국민도 기업이 잘못을 하면, 정당한 대가를 치루게 해야지... '그동안 우리경제에 기여한 바가 얼마인데... 좀 봐주자...  저 회장님이 감옥에 가면 누가 우리경제를 책임져... 그러니까..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보자구.... 몇천억 내서 재단 만든다고 하잖아... 그 정도면 된 거 아니야....' 라고 자꾸 기업 봐주기를 반복하면 세월호와 같은 사고가 계속 벌어지게 될 겁니다.  

 

기업사회공헌도 예방적 차원의 활동을 많이 해야 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사고가 난 후에 수습하는 것보다, 사고가 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세월호사건은 그 규모에 있어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전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이지... 이전에도 이런 형태의 사건과 사고는 정말 많았고, 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방식으로 대응해 왔습니다. 그나마 외양간을 제대로 고쳤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외양간을 고치겠다고 말만 하고선.. 고치는 시늉만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고 마는 식이었습니다. 

 

기업사회공헌도 그동안 발생한 사고나 문제에 대해서, '조의금 내는 방식'의 활동을 많이 해왔습니다. 무슨 사고가 발생하거나 연말 이웃돕기 시즌만 되면 '삼O과 현O가 얼마냈으니.. 우리는 얼마 내면 되지뭐...' 이런 식이었죠... 기부금을 내는 것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사회공헌활동도 문제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보다는 일단 발생한 사고와 문제해결에 기업의 자원을 조금 보태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활동을 하자고 하면... '음.. 그러면 학교에서 수영을 배우는 프로그램을 지원해볼까? ' 하는 정도의 아이디어만 생각난다면... 당신은 우리가 맨날 욕하는 새OO당 국회의원들 수준입니다... 아시겠지만... 실제로 여의도에선 이런 주제로 새OO당 국회의원들이 공청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세월호에 탔던 학생들이 수영을 못해서 죽었냐? ' 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공론화하지는 않았지만, 그정도 수준의 생각 밖에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리더랖시고 정치를 하고 있으니... 갑갑할 따름입니다.

 

예방적 차원의 사회공헌활동이란... 미래지향적인 사회공헌활동입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닦아내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물이 엎질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사회는 앞으로 다가올 사회문제가 심각한 것들이 매우 많습니다. 세계적인 미래예측학자들과 연구소들은 우리나라에 대해 시한부 인생을 사는 중증환자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급속한 인구노령화에 따른 사회적문제는 단지 10년이면 다가올 코 앞의 문제입니다. 그에 따른 노동력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대량유입과 사회전반적인 문화, 인종, 민족 갈등 또한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의 문제입니다. 

 

지구온난화와 환경문제, 계층과 세대간, 지역간의 갈등문제, 심각해지는 빈부의 격차, 북한과의 갈등 및 통일을 위한 준비, 북한 이탈주민들의 사회적응과 갈등, 경쟁위주의 교육시스템으로 인한 청소년들의 일탈과 자살,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급속한 증가, 사회전체적인 무력감.... 이런 저런 문제들은 끝도 없이 많습니다. 기업사회공헌활동으로 이 문제들을 모두 예방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부분들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언론의 눈치를 보는 사회공헌이 아니라, 이끌어가는 사회공헌을 해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의 기업사회공헌은 정부와 언론의 눈치를 너무 살폈습니다. 정부에서 사회적기업 육성정책을 내면, 너나 없이 사회적기업을 설립한다고 하고, 다문화가족에 관심을 가지면.. 모두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기웃거리며 뭐라도 같이 할 것을 찾았습니다. 소액대출사업을 하자고 하면, 미소금융재단을 만들고 소액대출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정부에서 창조경제 어쩌고 하니까.. CSV가 창조경제인 줄 알고, 기업사회공헌팀 이름을 CSV팀으로 바꾸고.. 이제는 과거로 회귀해.. 새마을 운동까지 하겠다고 합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언론의 눈치도 많이 살폈습니다. 조중동, KBS, MBC, SBS에서 기업사회공헌 관련된 기사가 나오면, 어떻게든 거기에 한번 껴볼려고.. 평소에 관심도 없던 사회공헌사업들을 번개불에 콩볶아 먹듯이 하루이틀만에 '그림'을 만들어 내라고 사회공헌팀에 닦달을 했습니다.   

 

이번 세월호 사고를 통해 뼈저리게 느끼셨겠지만, 정부와 언론의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가다 보면... 기업사회공헌도 정부와 언론의 무능함과 무책임에 한통속으로 묶여 '기레기(기업사회공헌쓰레기)'가 될 수 있습니다. '위기는 기회'입니다. 정부와 언론이 정신 못차리고 쓰레기 짓을 하고 있을 때.. 기업사회공헌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사회문제를 예방적차원에서 분석하고, 기업과 NGO가 협력해서 정부와 언론이 제시하지 못한 대안들을 제시해낼 때... 상황은 역전 될 것입니다. 정부와 언론이 기업과 NGO가 협력을 통해 성공한 사회공헌모델을 정부의 정책으로 받아들이고,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언론은 더이상 미국과 유럽의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을 모델로 삼으라는 보도를 하게 될 것입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문제가 해결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끈질기게...

세월호 사고 이전의 기업사회공헌활동이 여기저기 선택과 집중을 못하고 단기적, 이벤트적, 한번 선물주는 방식의 활동들이 많았다고 한다면, 세월호 사고 이후의 기업사회공헌활동은 하나의 문제에 집중하여 해결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끈질지게 하는 것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활동의 역사가 20년 쯤 되었는데, 그동안 이렇다 할 사회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는, 여기저기 찔끔찔끔 하다말다를 반복해서라고 봅니다. 

 

기업은 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기업사회공헌을 통해 우리사회의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으며, 해서도 안됩니다. 기업사회공헌활동에 과도한 자원과 에너지를 쏟아 붇는 것은 기업의 근본적인 경영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정된 자원, 부족한 예산과 인력으로 효과적인 기업사회공헌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어떤 특정한 사회문제이던, 대상자인던, 지역이던 간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과 집중을 통해 문제가 해결될 때 까지, 사회구성원들의 삶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될 때 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앞으로 기업사회공헌활동이 가야할 길입니다.

 

민간단체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NGO,NPO의 역량강화를 지원해야 합니다.

기존의 기업사회공헌활동에서 민간단체와의 협력은 마치 갑과 을의 계약관계가 많았습니다. 기업에서 얼마를 줄테니 이런 사회공헌활동을 대행해 달라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업과 NGO, NPO가 머리를 맞대고 우리사회의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데 기획단계에서 부터 추진, 평가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공정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실행해야 합니다. 기업과 NGO모두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서로의 합의점을 잘 찾아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사회가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기업이 사회공헌활동도 잘해야 하겠지만,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정부와 언론을 견제하고 사회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 할 수 있는 건강한 NGO,NPO들이 많이 생겨나고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들은 이런 NGO, NPO들의 든든한 후원자와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은 파트너십을 이루는 NGO, NPO 담당자들이 기업을 너무 모르고, 일도 잘 못한다고 타박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가슴에 손을 얹고 솔직히 생각해 보십시오... 당신이 NGO, NPO 담당자들과 같은 근무환경과 급여조건에서 일한다고 한다면, 그들보다 훨씬 더 일을 잘 할 자신이 있는지.... 그들을 타박하기 전에 NGO,NPO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우리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고,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당장 하십시오..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다고 한다면, 함께 일하는 NGO, NPO 담당자들에게 한달에 한번 맛있는 밥이라도 사 주십시오... 

 

기업과 기업간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거두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활동의 큰 문제점 중 하나가, 기업사회공헌도 쓸데없이 자존심을 세우고 경쟁적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서로 협력을 잘 안합니다. 이런 경향은 거대 대기업으로 갈 수록 심각합니다. 삼O이 어떤 사업을 하면, 현O는 그 사업을 안합니다. 다른 기업이 선점했다고 하면, 우리는 다른 것을 선점해야 합니다. 대기업끼리 사회공헌활동에서 협력하지 못하는 문화는 중견중소기업에도 그대로 전해집니다. 좋은 일을 하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서로 힘을 합치지는 못할 망정... 다른 기업이 하는 것을 폄하하고, 잘못한다고 뒤에서 수근거리기만 합니다.

 

매우 이상적인 주장이기는 하지만, 앞으로의 기업사회공헌은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말고, 힘을 합쳤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세월호 사고를 지원하는 과정에도 현장에서 볼때 여러기업이 함께 하면 굉장히 효율적,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는데, 따로 따로 다보니.. 자원이 중복되고 에너지가 낭비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건 정말 개선이 시급한 일입니다.

 

결국..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변화는 청와대나 광화문, 세종시, 여의도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달려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의 자리에서도 변화를 위한 혁신과 개선의 실천을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기업사회공헌활동이 단순히 자선활동에만 머물지 않고 CSR차원으로 발전하게 하는 것,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아닌 예방적 차원의 사회공헌활동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속적으로 해 나가는 것, 정부와 언론에 휩쓸려 뒷북만 치지않고 리더와 모델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건강한 시민단체들과 함께 협력을 통해 발전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 기업간 사회공헌활동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

 

그런데... 위에서 말한 모든 것이... 새로운 것이 아니고... 저만 주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10년전에도 기업사회공헌에 대해 똑같은 주장과 외침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그것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만큼 적극적으로 혼신을 다해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이젠.. 달라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 또한 반성하고 위에 것들을 실천하기 위해 절차탁마의 자세로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늘 찾아주시고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