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V... 너무 멀리 찾지 않으셔도 됩니다.
Mr Yoo의 블로그에 CSV에 관한 글을 몇개 올렸더니... Mr Yoo가 CSV에 대해서 되게 많이 아는 사람인 줄 아시는가 봅니다.^^;; 여기저기서 CSV에 대한 사례를 좀 알려달라.. 어떻게 하면 좋으냐? CSV와 사회적기업의 차이는 뭐냐? 심지어는 CSV에 대한 강의를 좀 해달라고 하시는데... 저는 그 정도는 아닙니다. 단지 기업사회공헌담당자로서 기존의 기업사회공헌과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그리고 CSV(공유가치 창출 - Creating Shared Value) 에 대한 개념이 혼동되지 않고, 각각의 영역에서 잘 사용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을 뿐입니다. 어쨌거나 그동안의 CSV와 관련된 글은 아래와 같습니다. 각각의 글 제목을 클릭하면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그리고, 오늘은 우리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CSV 사례 한가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사례를 통해 이해하는 것이 제일 쉽잖아요^^
퇴근 길마다 들리는 알라딘 중고서점
저는 군포시 산본동에 삽니다. 주로 산본역을 통해 출퇴근을 합니다. 작년부터 퇴근 길에 어지간하면 빼먹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는데, 알라딘중고서점(산본점)입니다. (참고로..저는 알라딘이란 회사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입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이라.. 대학생때 부터 중고서점에 자주 들러 책을 구입했는데... 최근에는 중고서점이 하나둘씩 사라지더니..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가을에 짠!! 하고 우리동네에 중고서점이 하나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건 뭐... 새책 서점이나 다를 바 없고, A급 상권에 시설도 쾌적하고.... 예전에는 중고서점에서 책한권 찾으려고 하면 한시간을 족히 서가 위아래를 훑어봐야 했는데... 인터넷단말기로 바로 찾을 수 있고... 방금 고객이 팔고 간 책에 대한 정보도 바로바로 올라오니... CD나 DVD도 당연히 있지요... 새책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에 거의 새책과 같은 상태에 책을 살 수 있으니... 저 같이 책 욕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거의 파라다이스입니다.
CSV의 조건 -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가? 기업에 이익을 창출하는가?
사실, CSV는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만난 경영학과 교수님들도 '마이클 포터가 이야기해서 그렇지.. CSV가 뭐.. 그리 대단히 새롭고 놀라운 개념은 아니라구요..' 마치 '영화배우 현빈이 저의 건강유지비결은 매일아침 유기농 샐러드를 먹고 가까운 뒷산에 등산을 하는 것입니다' 라고 말하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현빈 유기농샐러드, 현빈 등산하는 뒷산 어디?' 란 검색어가 순식간에 검색순위 1위를 달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CSV는 간단히 말해서 '두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가?' 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첫번째는 사회적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가? 입니다.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환경운동에 있어서 가장 좋은 솔루션은 재활용(reuse)입니다. 재활용은 기본적으로 상품을 새롭게 생산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거의 대부분의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을 방지하는 효과를 냅니다. 폐기물을 활용하여 전혀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재생산업(reproductive industry)'은 어떤경우 상품을 새롭게 만드는 것 보다.. 환경을 더 오염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환경오염, 자원고갈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과소비를 줄이는 것이고, 두번째는 기존에 생산된 제품 그 자체를 다시 활용하여 그대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중고서적을 다시 유통시키는 것은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을 막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중고서적을 다시 폐지로 만들어서 재생화장지로 만드는 것 보다 훨씬 나은 일이죠...
두번째는 기업에 실질적인 이익을 창출하느냐? 하는 조건입니다. 이 조건이 기존의 기업사회공헌활동과 CSV를 구분하는 가장 분명한 선입니다. 기존의 기업사회공헌은 사회적문제를 해결한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CSV와 동일한 범위에 넣을 수 있지만, 사회공헌활동을 통해서 기업의 이익이 창출되지는 않았습니다. 뭐... PR효과..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하는데 효과가 있지 않았냐? 하고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아니죠..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실질적인 이익이란.. '재무적인 이익'을 말합니다. 마이클 포터도 분명히 언급한 부분입니다.
알라딘은 아시겠지만 현재 인터넷 서점 부분 1위인 기업입니다. 잘나가는 회사죠.. 그리고,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택했습니다. 아마 알라딘이 '오프라인 새책서점'을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정했다고 한다면, 그건 CSV라고 말할 수도 없고, 금방 망했을 겁니다. 요즘 학생 참고서와 문제집 정도만 새책서점에서 구입하지.. 대부분 새책은 온라인에서 구입합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보시면 알겠지만... 책을 사는 사람보다.. 그냥 구경하고.. 더위 피해 놀러온 사람이 더 많습니다. 서가도 점점 줄어들고, 팬시와 문구용품이 책이 있던 자리를 점점 더 차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 생각엔 알라딘이 CSV를 염두해두고 '오프라인 중고서점' 사업에 뛰어들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미국이나 유럽에서 대형서점이나 온라인 책 판매 사이트들이 '오프라인 중고서점'사업을 성공적으로 시작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서도 하면 돈이 되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즉... 다시말하면, 돈이 될 것 같기 때문에 중고서점사업을 시작한 거죠... 사회공헌이나 환경운동을 하기 위해 이 사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고 저는 추측합니다. (만일 그런 거라면.. 알라딘 관계자님들... 좀 알려주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되면서, 환경보호까지 하니... 이것이 바로 CSV가 된 거죠... 실제로 기업은 의도하지 않았으나.... CSV로 인정 받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이미 우리주변에는 CSV 비즈니스모델이 많이 있습니다.
알라딘을 비롯해 재활용, 친환경, 재생에너지와 같은 재활용과 환경관련 사업들은 대부분 CSV영역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의 경우 태양광에너지와 풍력에너지 부분에서 엄청나게 많은 부를 창출해내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쓸데없이 멀쩡한 강에 둑 만들어서 강물오염시키지 말고, 그 돈으로 친환경에너지와 재활용산업 부분에 투자했으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정신차리고 쫌 잘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친환경산업분야도 잘 살펴봐야 하는 것이... 겉포장은 친환경인데.. 제품이나 서비스 창출과정에서 환경오염을 더 만들어 낸다면 그건 친환경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이걸 전문적으로 그린워싱(greenwashing - 위장환경주의)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재생지와 재생옷감 사업인데요.... 재생지(再生紙)사업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와 수질오염을 발생시킵니다. 높은 수준의 재생기술을 사용하면 그 오염정도가 많이 줄어들지만.. 대부분의 재생지업체들이 영세하다보니, 환경오염을 덜 시키는 고가의 설비와 기술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재생옷감사업도 같은 상황입니다.
공공영역이었던 사회복지서비스도 친환경사업과 마찬가지로 CSV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간병사업, 노인요양사업의 경우 사회적으로 매우 필요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부분에 기업들이 투자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익을 창출하는 것인데... 이웃나라 일본은 간병과 노인요양서비스를 하는 꽤 큰 기업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부분은 기업들이 이익과 사회적가치 부분에 균형을 이루면서 기업을 잘 운영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이익쪽으로 기울경우,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결과를 많이 낳고 있습니다. 일본의 노인요양사업의 경우에도 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사업도 힘든 방문서비스(어르신이 사는 집에 직접 방문하여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는 기업들이 기피하고, 보다 손쉽고 비용이 적게드는 요양시설 위주로 사업이 확장되다 보니... 자기 집에서 살고 싶은 어르신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요양시설에 들어가야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과 CSV는 무슨 차이냐?
알라딘이 CSV라고 한다면... 그와 비슷한 '아름다운 가게'도 CSV 인가요? 라고 궁금해 하실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가게는 CSV라기 보다는 대표적인 사회적기업입니다. 사회적기업은 기업을 설립할 때 애초에 사회적목적을 위해 설립한 기업이고, 발생한 수익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용합니다. 그리고,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방식도 기업의 구성원들이 직접적으로 참여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민주적인 방식을 지향합니다.
그에 비해 CSV는 알라딘처럼 원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방안으로 그 사업 아이템을 선정한 것입니다. 발생한 이익도 기업의 경영자나 주주들이 대부분 가져가겠지요... 일부는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할 수 도 있겠지만.. 이익의 많은 부분을 사회적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사회적 기업과는 그 정도의 차이가 차원이 다릅니다. 당연히 회사의 주요의사결정도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한다기 보다는 기업 경영자가 결정합니다.
사회적기업과 CSV는 엄연히 다릅니다. 어떤 기업들은 그동안 해왔던 '사회공헌활동 중에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고 운영한 것들'이 있는데, 그것을 성공적인 CSV의 예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건.... 사회적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아주 '바보' 같은 홍보행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활동자체가 사회공헌활동으로서 CSV보다 훨씬 더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기업' 이라는 아주 좋은 사업을 그동안 잘해왔는데... 그걸... 왜... ? 더 저급(?)한 CSV라는 가치에다가 끼워 맞추려고 하는지... 저는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CSV는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 중에 하나 일 뿐입니다. 사회적문제가 있는 것을 사업 아이템으로 잡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죠... 반면, 기업사회공헌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서 기업의 이익과 상관없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CSV 보다 순수하고 가치있는 활동이구요...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차원에서 사회적기업을 설립해서 운영하는 것'은... 사회적기업을 통해 우리 기업이 이익을 얻지 않고 사회적가치가 있는 사업을 하겠다는 순수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운영해왔던 사회적기업이 사실은 "CSV" 였다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는 순수하게 사회적 가치를 위해 사회적기업을 운영한 것이 아니라.. 우리회사의 실질적인 이익을 위해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고 운영한 것이었어... ' 라고 말하는 것이니까요.... (오히려 솔직하게 고백했다고 칭찬해줘야 하나....??)
기업이 애초에 CSV차원에서 이익추구와 사회적가치를 위해 사회적기업을 설립해서 운영할 수 있습니다. 이걸 나쁘다거나.. 좋지 않은 사회적기업의 사례 또는 CSV의 사례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내에 자회사로 사회적기업형태의 재활용기업이나 친환경에너지기업, 장애인고용사업장 등을 만들어 회사의 이익도 창출하고 사회적기업도 운영하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만.. 그동안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사회적기업'을 설립했다고 막 홍보해놓고, 이제와서 그것이 실상은 CSV 였다고 고백하시니... 이걸 솔직하다고 칭찬드려야 하는지... 아니면 기업사회공헌보다 CSV가 훨씬 낳다고 오해하시고 있는지... 잘 몰라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아시는 분 있으시면 좀 말씀해주십시오^^
어쨌거나... CSV는 그리 멀리서 찾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알라딘 중고서점에 관한 기사가 있어서 링크 겁니다.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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