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회공헌 담당자가 읽어야 할 책
착한 경영, 따뜻한 돈
안치용/인물과사상사/2011
전문가의 우물에 갇혀 있지는 않은가?
10년을 넘게 한 분야에서 밥벌이를 하다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우쭐'거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더군다나 '기업사회공헌담당자'와 같이 우리나라 전체를 통털어 보아도, 천명도 안되는 직업군에 있는 사람들은 더더욱 그러합니다. 30년 넘게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고 '장인'의 경지에 이른 진정한 '고수'들에 비하면 '10년 밖에 안된 사회공헌담당자'은 그저 이제 좀.. 일을 시킬만 한 숙련공 정도 밖에 안될 텐데...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의 역사가 짧다보니... 10년만 되어도.. 전문가 소리를 듣게 되는 지경입니다.
저도 어찌하다보니.. 기업사회공헌에 관한 블로그를 쓰고 있는데, 이게 처음에는 스스로의 공부와 정리를 위해 시작한 일이... 이제는 블로그를 찾아오시는 분들의 눈을 의식하게 되고, 초심을 잃고, 나의 솔직한 이야기보다는 남들이 읽었을 때 괜찮게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제 스스로 부끄럽고 마음이 허탄할 때가 많습니다.
얼마전 오랜만에 뵌 대학원 스승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 진짜 전문가와 어설픈 전문가를 구별하는 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진짜든 어설픈 사람이든 한 우물을 오랫동안 파 내려간 사람은 어느정도 전문성을 갖게 되지... 그런데. 어설픈 전문가는 자기가 판 우물에 갇혀 버리는 거야.. 우물이란게 뭐야... 사람들에게 시원한 물을 마시게 하기 위한 건데... 우물 판 사람이 갇혀 버렸으니... 다른 사람들에게 물을 퍼 줄 수 있나... 우물 안에서 우물이 깊다고 자랑만 하고 있을 뿐이지... 진짜 전문가는 깊은 우물을 판 후에 우물 밖에 서서... 시원한 물을 다른 사람들에게 마실 수 있도록 퍼주는 .. 그런 사람인 거야.... 시원하고 맛난 물로 자신이 판 우물의 가치를 나타내는 그런 사람인거지... "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이 빠지는 전문성이라는 우물...
우리사회의 다른 분야에 비해서, 기업사회공헌분야의 전문성은 아직 비교하거나 자랑할 만한 수준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학문적으로도 그렇고, 사회적 성과를 따져보아도 그렇고, 이 분야에서 일을 쫌 한 사람들을 놓고 보아도 그렇습니다. 적어도 앞으로 10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관련 학과도 생기고, 이 분야를 전공하고 연구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서 석사와 박사논문도 많이 쌓이고... 실무경력이 20년 정도 된 사람들이 몇백명 정도는 되야... 그제서야 기업사회공헌의 '전문성' 이라는 말을 일반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이나 소위 기업사회공헌컨설팅을 한다는 사람들이 '자칭'하는 '전문성'은 굉장히 편협한 부분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이 '기업사회공헌 프로그램, 임직원자원봉사활동, 사회공헌 이벤트, NGO와의 사회공헌관련 협력사업' 등 실무적인 '아이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실무적인 수준에서는 10년 정도 해 봤으니... 어느정도 '숙련되어 있다' 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고, 이제 막 기업사회공헌을 시작한 실무자들에게 '선배'로써 조언을 해 줄 정도는 되겠지만, '기업사회공헌의 전문가'라고 자칭하기엔 낯 부끄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저를 포함해서... 기업사회공헌담당자나 기업사회공헌 컨설턴트가 앞에 나와서 자신이 기업사회공헌분야의 전문가나 달인이라고 '자칭'한다면... 그 사람은 진짜 전문가가 아니라... 전문가로 불리고 싶은 사람정도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착한 경영, 따뜻한 돈... 기업사회공헌담당자를 부끄럽게 만드는 책...
제가 왜..... 책 소개하는 글에서.. 기업사회공헌전문성에 대해 스스로 '자책'을 하고 '자아비판'을 하고 있는가 하면.... 바로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착한 경영, 따뜻한 돈' ... 이 책 때문입니다. 안치용기자는 여러분이 잘 알다시피... 경향신문 사회책임기자로... 현재 경향신문내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 (ERISS)의 소장입니다. 저는 그가 쓴 여러권의 책 중 '한국의 보노보노들 - 자본주의를 위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은 바 있습니다. '착한 경영, 따뜻한 돈'도 재작년 말인가에 사두고.. 찔끔 찔끔 보다가... 최근에 밑줄 그어가며 다시 정독을 하였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아...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이 적어도 이 정도의 글과 책을 쓸 정도는 되야 되는데..' 하는 생각이 수십번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우리나라에 나와 있는 기업사회공헌담당자나 기업사회공헌 컨설턴트들이 쓴 책들은 '한번 읽고 또 다시 밑줄 그으며 읽고, 그 책을 가지고 스터디하고 논쟁을 할 만한' 책들이 아직 없습니다. (감히 선배님들이 쓰신 귀중한 책들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저를 용서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기업사회공헌일을 하면서 느끼고 경험했던 것들을 담아내고, 후배들의 시행착오를 조금이나마 줄여주기 위한 '애정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하고, 집필을 노고를 칭송드리는 바이지만..... 딱.. 거기까지 입니다.
우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읽어야 할 책...
그렇다고... '착한 경영, 따뜻한 돈' 이 기업사회공헌관련 전문서적은 아닙니다. 거시경제 관점에서 기업의 사회책임경영과 착한자본, 사회책임투자와 공정무역, 사회적기업 등에 대한 이야기를 강의체로 풀어낸..... 쉽게 읽히지만... 결코 내용은 쉽지 않은.. 그런 책입니다.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이 '아이템, 프로그램, 프로젝트'의 우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반드시 읽고 자신이 실무에서 하고 있는 기업사회공헌사업의 방향을 다시한번 재점검 할 수 있는 생각과 고민을 던져 주는 그런 책입니다.
날이 많이 덥습니다. 이 더운 날...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고.. 안산에서 팽목항까지 걷고 있는 희생된 학생의 아버지와 누나의 발걸음에 시원한 한 줄기 바람이라도 되어 드리고 싶은... 그런 마음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들에게 늘 감사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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