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회공헌 초보 실무자
당신의 고민은 무엇인가요?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추석입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정신없이 바쁠 때 '요즘 걸그룹 스케줄'이야.. '9월은 거의 살인적인 스케줄이야..' 라는 말을 썼는데... 앞으로는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 꽃다운 나이에 스타의 꿈을 활짝 피우지도 못한 채 불의의 사고로 숨진 레이디스코드 은비양과 권리세양의 명복을 빕니다. 성공도 좋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좋지만... 성공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을 너무 쉽게 무시하고, 잊어버리고 사는 우리사회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무엇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계실 팽목항과 광화문의 세월호 유가족, 실종자 가족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그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추석입니다. 모쪼록... 안전하고 행복한 추석 되십시오.
아시겠지만... 사회공헌실무자아카데미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기업사회공헌과 관련해서 10년 넘게 일을 한 선배, 동료, 후배님들과 작년 가을에 모여 차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말들을 나누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기업사회공헌을 해왔는데.. 남긴 게 뭘 까요? ' 그리고 ' 앞으로 10년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여러가지 좋은 의견들이 많이 오고갔는데... 그중에서 우선 해야할 일 중에 하나가.. '기업사회공헌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 실무자들에게 가이드 역할을 해주자' 라는 것이었습니다.... '컨설팅' 이란 말은 별로 달갑지 않았고.... 조금 앞서 시작한 사람들이 '좋은 선배'의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래서 6개월 정도 준비한 끝에... 'D-CUBE CSR 아카데미 기업사회공헌실무자양성과정'을 만들었고(이 일을 위해 특별히 D-CUBE 아카데미 김정숙실장님과 KOREA CSR의 유명훈대표님이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감사! 감사!).... 아시다시피 지난 6월부터 매월 1회 셋째 주 수요일 저녁에 특강형식의 강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과정은 초보실무자를 위한 과정이고, 내년 봄에는 5년차 이상의 중급실무자를 위한 중급과정, 내년 늦가을에는 단기 해외연수 과정을 개설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업사회공헌실무자양성과정에는 정규과정 수강생 10명과 그때 그때 1회씩 신청할 수 있는 청강생 과정이 있는데... 정규과정 수강생들은 매월 1회 특강뿐만 아니라, 월1회 그룹스터디와 선배들과의 멘토링 기회가 주어집니다. 오늘 블로그는 지난 주에 있었던 멘토링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나는 일을 잘하고 싶은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이번 아카데미 초보자 과정 정규과정 수강생 10명은 대부분 기업사회공헌분야에 3년 미만의 경력을 가진 실무자들입니다. 그중에도 절반이상이 사회공헌업무를 시작한지 1년 이하인 경우이고, 게다가 그중 몇명은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친구들입니다. 그러니... 아직 뭘..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못잡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누구나 그렇지만.. 취업전엔 '취업만 되면 이 회사의 모든 문제는 내가 다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취업 후 3개월.. 6개월... 1년이 되었을 때...문제해결은 커녕.... '도대체 나는 누구이며.. 여기는 어디이며... 나는 무얼하고 있는 걸까?' 란 존재자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윤태호작가의 명작 '미생'에 보면 '대리쯤 되어야 인간구실을 한다' 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일반적인 회사에서 대리가 되려면 보통 5년 정도 걸립니다. 즉... 입사 후 최소 5년 정도가 되야... '일 좀 시킬만 하다'고 하지요... 그러니... 이제 갓 입사해서 1년 정도 되신 분들은 조급한 마음을 버리시고..... 그저 '배우는 시기'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선배나 상사들이 '기대가 커.. 열심히 해봐' 라고 은근히 압박을 주지만... 실제로 말만큼 기대가 크지는 않습니다. 사소한 일이라도 시키는 일 실수 없이 성실히 잘 해내고...온갖 압박에도 잘 버텨주기만 해도... 선배나 상사들은 속으로 '잘하고 있네..' 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일을 잘해야 겠다. 빨리 성과를 내어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 충분히 알겠지만.... 멀리보고 길게보고.. 지금은 잘 배우시면 됩니다.
사회공헌의 가치와 반대되는 일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기업사회공헌실무자로 입사한 이유는 그래도 일반적인 회사의 업무보다는 '사회적가치'를 추구하고, 내 인생에 있어 '의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인데.. 실제로 입사해서 일을 해보니... 기업사회공헌이라는 것이 사회적가치나 의미보다는 '어떻게 하면 회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가... 더 중요한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회사를 그만 두어야 할까요? ......라고 고민을 내어 놓으신다면.....
솔직히 말하자면 사회적가치나 사회적의미를 달성하는 것이 본인의 삶에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고 한다면.. 일반적인 영리기업의 사회공헌담당자는 당신에게 그리 썩 잘 어울리는 직업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영리기업에서 사회공헌담당자를 채용할 때에는 사회적가치뿐만 아니라 기업적가치도 달성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사회적가치와 의미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시민단체나 사회복지현장에 가지 않고, 기업으로 입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조사한 결과 사회복지사들이 기업 사회공헌담당자로 입사하기를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연봉'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회복지현장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은 기업에 입사해서 사회공헌담당자로써 일하며 '사회적 가치'와 '사회적 의미'를 추구하는 것과 동시에 그 이상으로 그것을 통해 '기업적 가치'와 '기업적 의미'를 달성하라는 요구를 의미합니다. 괜찮은 연봉, 안정적인 근무환경, 괜찮은 기업의 직원이라는 사회적 자격을 얻은 만큼의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당장 사표를 쓰거나... 절망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기업사회공헌담당자로 일하면서 '기업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은 기업사회공헌담당자를 그만 두고 사회복지현장이나 비영리단체에 가서 일을 한다고 해서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복지현장이나 비영리단체도 기업후원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그곳에 가서도 지금과 똑같은 고민을 더 심각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권력'입니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지요.. 그 돈이라는 권력 때문에 사회공헌일을 하면서 고민을 할 때가 아주 많습니다. 실수할 때도 많구요... 오죽하면 기업과 기업의 후원을 받는 복지시설이나 비영리단체 사이에 '갑과 을의 관계'라는 좋지 않은 말까지 생겼을까요...
기업사회공헌실무자 아카데미를 만들고 특강을 하고, 스터디를 하고, 멘토링을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문제를 조금씩 해결해 나가기 위함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의 사회공헌은 사회적가치와 의미보다는 기업적 가치와 기업적 이익에 훨씬 더 무게중심이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10년 이상 기업사회공헌업무를 해온 담당자들은 저를 비롯해 많이 반성해야 됩니다. 비단 기업사회공헌담당자만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더 치열하게 공부하고, 더 치열하게 노력했어야 했습니다.
앞으로 10년.... 우리나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적어도 사회적가치와 기업적 가치사이에 균형을 이루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완전히 사회적가치로 중심이 옮겨가기에는 기업사회공헌의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리기업이 사회적기업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영리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적 가치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적어도 기업적가치와 사회적가치사이에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방향성을 가지고,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을 키워내고, 함께 그 일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 사회공헌아카데미를 만들고 함께 공부하고... 고민해 나가고 있는 것이지요....
기업사회공헌을 잘 모르는 선배와 상사들과의 의사소통이 너무 힘들어요..
이건... 기업사회공헌을 10년 이상 해온 중견실무자들도 늘 힘든 일입니다. 기업사회공헌담당자를 제외한 기업의 모든 임직원들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일합니다. '매출'과 '순이익'이 이들의 지상 최고의 목표입니다. 반면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은 매출과 순이익엔 별로 관심이 없죠... 서로 추구하는 목표와 방향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이야기하면 의사소통이 안되는 것이 너무나..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선배와 상사들이 내가 일하는 사회공헌팀에 속해 있더라도... 그들이 애초에 사회공헌담당자로 일했던 사람들이 아니라... 일반 부서에서 온 사람들이면... 여전히 그 사람들은 '우리회사의 매출과 순이익'이 최고의 목표이자 가치입니다. 그건.. 당연한겁니다. 그것에 상처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들을 설득하고, 좀더 사회공헌... 사회적가치 쪽으로 기울게 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양동이에 물을 담아 한꺼번에 물을 확 부어버리면.. 상대방이 어떨까요? 엄청 당황하고... 놀라고... 화내겠죠... 평생 사회공헌에 관심도 없고. 별로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하고 있는 선배나 상사를 설득시키지 위한 방법은 양동이로 한번에 물을 쏟아 붇는 방식이 아니라....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가랑비에 옷 젖게 하는 방식으로 해야됩니다. 그 중에 제일 좋은 방법은 사회공헌현장에 함께 자주 가보고, 실제로 체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입으로 백번 설명하는 것보다... 보고서로 수십번 PT하는 것 보다... 현장에 한번가서 실제로 보여주고, 실제로 체험하게 하는 것... 그 방법이 제일 효과가 좋습니다.
일을 잘 하기 위해서... 어떤 공부를 더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일을 잘하고 싶은 데 어떤 공부를 더 하는 것이 좋을까요? 신입직원이면 당연히 할 수 밖에 없는 고민입니다.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지만... 공부는 평생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원을 나오면 일을 더 잘하게 될까요? 유학을 다녀오면? 기업사회공헌아카데미를 수강하면..? ..... 모든 멘토들이 이구동성 말하는 것이... '대학원이나 유학이 일을 잘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였습니다. 일을 잘하는 것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을 통해서' 라고 답합니다. '일은 일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진리'입니다. 대학원이나 유학을 통해서.. 관련분야의 전문지식을 좀더 쌓을 수 있고... 또는 선배들의 인상깊은 특강이나 멘토링을 통해서 약간의 '영감'을 얻을 수 는 있겠지만... 결국 일을 잘해내는 것은 본인이 얼마나 일에 대한 경험을 쌓느냐 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어떤 공부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책도 많이 읽어야 하고.. 시간과 돈의 여유가 있다면 대학원을 가는 것도 좋습니다. 단... 공부자체가 아닌 일을 잘하는 것이 우선 순위라고 한다면.. 현재 맡겨진 업무를 잘하기 위해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것이 지혜로운 실무자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맡겨진 사소한 일도 완벽하게 더 잘 해내지 못하면서... 더 큰 일... 더 먼곳에 있는 일을 하기위해... 시간을 나누어 공부자체에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3~4년 정도... 내가 기획하고 실행하고 마무리까지 경험할 수 있는 프로젝트 10개 이상 해보고 나서... 대학원이나 유학을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아깝습니다.
포스코 1%나눔재단의 나영훈차장님.. 중부도시가스 중부재단 김세경국장님... 한국타이어나눔재단 강혁차장님... 한미글로벌 따뜻한 동행의 박바름팀장님.. 하나투어 CSR팀의 김미경과장님이 지난 주 멘토로 귀한 시간을 내 주셨습니다. 너무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이분들과 함께 일하고 기업사회공헌의 비전을 나눌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하고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기업사회공헌이란 일을 하며 30대를 보냈습니다. 별일이 없으면 앞으로 10년.... 40대도 기업사회공헌일을 하며 보낼 것 같습니다. 지나온 10년 처럼 일을 하면 안되겠다는 반성을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시간이 아깝습니다. 더 잘하기위해... 우리가 꿈꾸는 기업사회공헌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가 되기 위해... 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지만..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하고, 고민해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9월 17일 네번째 강의에도 많은 분들의 참석을 부탁드립니다.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 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추석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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