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행사의 달
'행사의 達人' 기업사회공헌담당자
○ 9월 2일,3일,4일,5일 - 추석명절맞이 봉사활동 주간 / 해피봉사단 주관행사 9월3일(수) 양*노인종합복지관
○ 9월 14일,15일,16일,17일 - 울릉도, 독도 방문 행사 / 지역아동센터(케익교실,생일파티), 노인복지관, 경로당, 수비대방문
○ 9월 20일 - 해피베이킹스쿨 (수서 트레이닝센터)
○ 9월 22일, 23일, 24일 - 장애아동가족 제주도 가족여행
○ 9월 26일 - 해피버스데이파티 (청*지역아동센터/성*화학 임직원)
천고마비가 아니라 사지마비의 가을... 9월입니다.
우리회사 사회공헌팀의 공식명칭은 '해피봉사단' 입니다. 그런데.. 요즘 저희 팀원들끼리 농담삼아 '해피행사단'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추석명절은 전통적으로 '나눔의 문화'가 있기 때문에.. 기업도 예외없이 많은 곳에 선물을 보내고, 기업이 위치한 지역의 이웃들과 복지기관, 시설을 대상으로 나눔행사를 많이 합니다. 거기에다.. 날씨가 좋기 때문에 여러가지 행사들이 많습니다. 9월엔 3박4일 일정으로 울릉도도 다녀와야 하고,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도도 다녀와야 합니다. 주말에 출근해서 행사준비를 해야되는 건 당연한 일이죠...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은 행사를 참 많이 합니다. 기본적으로 정기적인 임직원 사회봉사활동이 있는데... 수동적으로 참여해야하는 임직원들 입장에서는 봉사활동이지만, 그것을 주관하고 진행해야 하는 사회공헌팀 입장에서는 하나의 '행사'가 될 수 있습니다. 일년에 한 두번 생색내기로 하는 기업들도 있지만, 적어도 기업사회공헌팀이 존재하는 기업에서는 최소 월1회, 저희 회사 같은 경우는 주3~4회가 보통입니다. 또 전달식이나 협약식 등 도 많습니다. 사회복지기관이나 시설, NGO, NPO 와 어떤 사업을 같이 하거나, 기부,후원을 할 때 대부분 행사를 하게 됩니다. 오픈식이나 착공식, 완공식도 종종합니다. 어떤 복지시설을 고쳐주거나, 지어주거나, 특정한 목적의 센터나 프로그램실 등을 새롭게 오픈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설, 추석, 성탄절 등의 전통적인 나눔행사외에도 4월 장애인의 달, 5월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 특정한 날에 진행하는 특별행사들도 있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후원을 하거나 직접 참여하는 경우도 종종있습니다..... 2013년 작년 탁상달력을 꺼내 잠깐 훑어 보았더니... 어림잡아 한달에 평균 3~4건, 일년동안 48건 정도의 행사를 치뤘습니다. 특별히 작년에만 그랬던 것은 아니고... 기업사회공헌 실무자로 일하는 동안 거의 매년 이정도의 행사를 소화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10년만 일했다고 쳐도.. 거의 500회 가까운 행사를 치룬셈입니다. 이정도면 봉사단이 아니라.. 행사단... 기업사회공헌담당자가 아니라... 기업행사담당자로 불리워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기업사회공헌 행사를 사고없이 잘 치르기 위한 5가지 Tip
얼마전에 이 블로그를 열심(?)히 들락거리는 지인이.... '성공적인 어쩌고 저쩌고 몇가지' 식의 낯 간지러운 글은 어지간하면 쫌 쓰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했지만.... 글 재주가 별로 없다보니... 오늘도 어쩔 수 없이... 쓰게 되는 군요.... 성공적인 행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사고없이 무례하지 않게 행사를 치루기 위한 노하우(어디까지마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다섯가지를 정리해보았습니다.
1. 똑같은 행사는 없다.... '지난 번 처럼 하면 된다' 는 안된다.
기업사회공헌 실무자로 일하는 동안 대략 500회가 가까운 행사를 치렀으니... 저도 어지간한 행사는 다 해보았습니다만.... 저에겐 행사를 준비하면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말하지 않는 '금기어' 가 하나 있습니다... '그냥 지난 번 처럼 해' 입니다.... 오래전에 TV에서 歌王(가왕) 조용필 아저씨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이분이 하는 말씀이 "나는 많을 때 하루에 5~6번씩 공연을 하고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무대에 설때마다 늘 드는 생각이 있는데.. 이 무대가 '나의 마지막 무대일 수 도 있다' 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똑같은 공연.. 똑같은 무대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수백, 수천번 같은 노래를 불러도 늘 새롭다. 더군다나 공연을 보는 관객은 내 노래를 직접 듣는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늘 최선을 다해 새로운 공연과 무대를 준비한다. 그것이 내가 1969년 데뷔이래 지금까지 지켜온 노래와 공연.. 관객에 대한 원칙이다." ........ 똑같은 행사는 없습니다. 지난번 처럼 해도 되는 행사도 없습니다..... 사족은 달지 않겠습니다.
2. Simple is Best...
기업이 주관하는 행사 중에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유명한 행사가 하나 있는데.. 바로 애플의 신제품발표회입니다. 지난 주에 있었던 아이폰6와 아이워치의 발표회도 전세계 언론의 집중을 받았고, 며칠동안 전세계적으로 SNS와 인터넷을 중심으로 행사자체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끊임없이 오고 갔습니다. 저도 SNS를 통해 주요장면을 보았습니다만... 역시 결론은 행사.. 이벤트의 정석은 Simple is Best 였습니다. 뭐... 원래 애플의 창시자 스티븐 잡스도 화려하고 거추장스러운 것을 싫어해서.. 억만장자인 그의 집과 회사의 집무실엔 변변한 가구도 없었고.. 늘 운동화, 청바지, 티셔츠 차림이었다고 하니... 애플의 행사도 잡스의 심플한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의 행사를 보면 '쫌 지나치다'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몇개월 전 모 대기업이 지역에 조그만 복지센터를 하나 새롭게 오픈해서.. 오픈식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거의 행사비만 몇천만원(어림짐작이 아니라.. 나중에 실제로 확인..)을 썼더군요... 엄청난 크기의 현수막에다.. 가수의 공연장을 방불케하는 가설무대와 조명, 영상, 음향장비에.... 여기저기에 꽃장식과 기업의 로고가 그려진 장식물과 깃발.... 호텔식출장부페가 차려져 있고... 그 좁은 행사장 여기저기에 인형처럼 서 있는 행사도우미 아가씨들.... 회사의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는 고급스러운 기념품... 족히 천만원은 들었을 법한 행사관련 홍보 동영상... 행사가 진행되는 30여분의 시간동안... 저는 불편한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기업입장에서는 이 센터를 오픈한 것이 대단히 외부적으로 홍보할 만한 일이겠지만.... 이 지역주민들이 보기에는 어떨까.... 수천만원을 이런 오픈식행사에 들일 필요가 있을까... 그 돈으로 이 센터에 필요한 것이나 프로그램비를 더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돈으로 쳐바른 행사는 제일 낮은 급이라고 생각합니다.
3. 행사의 주인은 누구?
앞에 언급한 행사도 그랬지만... 기업사회공헌과 관련된 큰 행사의 주인공은 대부분 회사의 '사장님'인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다가 고위공무원, 국회의원.. 심지어 시의원... 구의원들만 와도.... 그 사람들 챙기느라 다른 행사 참가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예전에 크게 한번 공무원들과 싸운 적이 있는데... 싸웠다기 보다는 화를 냈다고 할까..... 어떤 구청에서 주최하는 어버이날 행사였는데... 저희 회사에 후원을 해달라고 해서.. 후원금 얼마를 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행사에 와달라고 해서 갔더니... 후원기업 대표자로 인사말을 해달하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거듭 사양의 뜻을 비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청 문화회관 단상에 제 자리를 마련해 놓았더라구요.....
당일 행사장에 30분 정도 일찍 도착해보니... 500석 규모의 구청문화회관 강당에는 행사시작 1시간 전부터 500분이 넘는 어르신들이 빼곡히 앉아 계시고... 심지어 의자가 부족해 바닥에 앉아 계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어르신께 여쭤보니.. 행사장에 9시30분까지 와달라고 했답니다. 실제로 행사는 10시30분 이었는데요.... 그런데... 10시30분이 지나도 행사가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5월이라 에어컨도 켜지 않은 행사장은 500여분 어르신들의 열기로 후덥지근하고... 공기는 매우 답답했습니다. 10시 45분이 지나서야... 가슴에 꽃을 단 구청장을 비롯한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 노인단체회장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곤 여러분이 알다시피... 국민의례, 애국가제창... 인사말과 축사.... 아홉번째 마지막 인사말로 제 순서가 올때까지 거의 30분이 걸렸습니다. 저는 부끄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에 ' 어르신들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라는 말씀만 드리고 얼른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행사가 끝나고... 어르신들 손에는 5천원짜리 도시락 하나와 5천원짜리 양말과 수건세트가 들려졌습니다. 그리고 이어져 나오는 사회자의 멘트... "어르신들 문화회관 안에서는 도시락 드시면 안되요... 기념품은 한분에 한개씩만 드립니다. 두개씩 가져가시는 어르신들 있으시면 큰일납니다" ...... 며칠 후 에 그 구청 행사 담당자를 만나서 대판 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담당자는 뭐가 잘못됐냐는 표정으로... "그래도 올해는 어르신 1인당 만원씩 해드리느라고 얼마나 고생한 줄 아세요... 작년에는 딸랑 수건한장 드렸어요"
행사에서 인사말씀하신 구청장님과 국회의원.. 그런 분들도 어르신들과 똑같이 5천원짜리 도시락드셨을까요?.. 궁금하네요...
기업사회공헌행사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요?
4. 영혼없는 행사를 하려면.. 유명인과 이벤트 업체를 써라..
또... 얼마전 유명한 모 NGO의 후원관련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후원연계를 하기 위한 프로젝트 PR행사였는데.. 서울시내 유명호텔 연회장을 빌려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역시 행사비용만 족히 천만원은 넘게 들었을 법 했습니다. 그 NGO의 홍보담당책임자 분이 국내 대기업 홍보팀 출신이셨는데... 역시 기업 홍보팀 출신답게... 돈 많이 쓰는 행사를 기획하셨더군요.... 2시간여의 행사를 마친 후 솔직히 제 기억에 남은 건 기업의 후원을 받기 위해 제시한 프로젝트의 내용이 아니라.... 행사에 왔던 그 단체의 홍보대사인 유명한 여배우의 '예쁜얼굴'이었습니다.
많은 기업들과 단체들이 행사를 외부 이벤트 업체에 맡기고, 행사진행이나 프리젠테이션을 실무자가 아닌.. 전문 MC나 유명한 홍보대사에게 맡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행사의 원활한 진행과 홍보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사업의 실체를 잘모르는 외부인이 행사를 진행하다보니.. 행사의 목적과 내용보다는 진행하는 사람에게 시선을 빼앗겨.... 행사자체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닌.... 메세지를 주는 행사... 감동과 가치.. 재미가 있는 행사.. 뭔가 배워가고.. 와서 보기를 잘했다는 행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외부 이벤트업체나 유명인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워 포장을 잘한 행사가 아니라.... 솔직담백하고 있는 그대로 정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행사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유명 민간재단인 아*** 재단의 행사가 예전에는 참 기다려지고 참여하면 많은 것을 배우고 얻어간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는데.. 요즘은 예전만 같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아쉽습니다...
5. 행사는 시작하기 전과 끝난 후가 훨씬 더 중요하다.
행사를 준비함에 있어 제가 쓰지 않는 말이 또 하나 있는데... '나는 실전에 강해' 라는 말입니다. 즉.. 준비나 리허설이 부족해도.. 실제 행사가 시작되면 잘할 수 있다는 교만함인데... 이건 말 그대로 교만함입니다. 성경에 보면 '교만은 패망의 지름길' 이란 말이 나옵니다. 충분한 사전준비나 리허설 없이 실제행사에서 말도 안되는 '애드립'으로 대응하는 건... 정말 교만의 극치이며... 행사를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조용필 아저씨도 공연이 없는 날 매일 8시간씩 노래연습을 하신다고 합니다. 조용필아저씨보다 잘할 자신이 있으면... 사전준비, 리허설 없이 하십시오... 저는 그렇게 할 자신이 없습니다.
행사전에 충분한 준비와 리허설을 해서.. 행사를 잘 마쳤으면... 정리도 잘해야 합니다. 행사만 마치면 '땡'이 아닙니다. 정리와 청소.. 설겆이와 감사인사가 훨씬 중요합니다. 특히 기업내부에서 행사를 하는 경우... 어떤 팀은 행사하고 나면.. 행사장이 말 그대로 '개판'인 경우가 있습니다. 정리도 안되어있고.. 쓰레기도 그대로.... 마이크나 앰프... 심지어 프로젝터도 그대로 켜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팀에 대한 인상이 어떻게 남을까요... 정리나 청소는 청소아주머니가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회공헌실무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이 바닥에서 오래 일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기업사회공헌팀은 기업내부에서 '착한 팀' 으로 이미지화 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또.. 그렇게 이미지화 된 것이 일하기 유리할 때가 종종있습니다. 그래서... 기업사회공헌팀의 행사는 기업내 어느 팀의 행사보다 정리와 마무리가 깔끔해야 합니다. 청소아주머니들에게 조차.. '사회공헌팀은 정말 착한 사람들만 모였나봐' 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행사를 시작하기 전보다 훨씬 깨끗하고 정돈 된 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기업외부에서 행사를 하는 경우는 대부분, 다른 단체나 기관들과 협력해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대방에서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행사 시간에만 참여하고 기념사진 찍고 쏙 빠져 나오는 것은 '싸가지' 없는 행동입니다.... 행사시작 전 최소 1~2시간 전에 가서 팔 걷어 부치고... 의자도 같이 날라주고... 현수막도 같이 붙이고.. 명찰이랑 간식, 음료도 같이 준비하고.... 당연히 끝나면 청소와 정리도 같이하고... 간단한 뒷풀이에 가서 결제도 해주고... 준비하고 진행하느라 수고한 실무자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맥주 한잔이라도 따라주고.... 그래야 합니다. 이런 태도와 예의가 있어야.... 일 잘한다... 참 좋은 기업사회공헌팀이다 라는 얘기를 듣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저는 이 밤이 지나면.... 또 행사하러.... 동해바다를 건너 울릉 울릉 울릉대는 울릉도로 떠납니다. 아... 별로 설레지 않습니다. 이미 다녀온 곳이고... 배멀미를 심하게 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속이 좋지 않습니다. 저녁도 못 먹었네요... 그래도 우리를 기다리는 친구들이 있으니.....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다녀오겠습니다. 무사히 잘 다녀오기를 기원해주세요.....
아! 그리고.... 9월17일 수요일 저녁엔 사회공헌실무자아카데미 특강 있는거 아시죠... 신청하고 꼭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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