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회공헌을 마케팅에 활용해도 되나요?
평소 알고 지내는 기업사회공헌담당자로 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번에 OO지역에 체육시설을 지어서 기부하려고 하는데, 우리회사 마케팅에 활용해도 될까요? " ... "마케팅에 사회공헌활동을 활용하는 것이 옳은 걸까요?" ...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은 이런 고민에 자주 빠지게 됩니다. 물론 기업사회공헌활동을 순수한 기부나 남몰래 해야되는 선행으로 생각하시는 회장님이나 사장님이 있는 곳이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제가 일하는 회사를 비롯해... 일반적인 기업에서는 사회공헌팀과 마케팅 또는 홍보팀 사이에 늘 미묘한 긴장과 갈등이 있습니다. 왜..그럴까요? .... 그래서... 오늘은 기업사회공헌과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를 쬐끔만(본격적으로 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해보려고 합니다.
마케팅(Marketing)이 뭔가요?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에 관한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께서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마케팅(Marketing)과 영업(Sales)의 차이가 뭔지 아세요?' 다들 눈만 껌뻑이고 있는데...교수님이 말씀하십니다. "마케팅은 시장과 고객을 만드는 것이고, 영업은 그 마케팅을 통해 만들어진 시장안에서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것입니다" .... 알듯 모를 듯한 교수님의 말씀을 교재에 그대로 받아 적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오늘 마케팅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그 책을 폈더니.. 그 메모가 그대로 남아 있더군요^^ 그 교수님은 잘 지내고 계시려나...
마케팅에 대가 필립코틀러는 마케팅에 대해 "마케팅은 생산한 것을 처분하는 교묘한 방안들을 찾아내는 기법이 아니다. 마케팅은 고객의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이다. 마케팅은 고객들이 더 나아지게끔 돕는 방법이다. 따라서 마케터의 모토는 품질과 서비스, 그리고 가치이다." ...필립코틀러 이전에 피터드러커도 그의 저서 여러군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업의 기본적인 역할은 고객가치창출이다. 이것을 위해서 기업이 해야 할 것은 마케팅과 혁신뿐이다" 그 이후.. 많은 마케팅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마케팅은 상품을 판매하는 기술이 아니라, 고객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고객가치(Customer Value)는 뭔가요?
경영학의 대가 피터드러커와 마케팅의 대가 필립코틀러가 이구동성 말한 '고객가치'는 뭘까요? 필립코틀러가 말한 것 처럼 '고객가치는 고객들의 삶이 더 나아지게끔 돕는 방법'입니다...... '고객들의 삶이 더 나아지게 끔 돕는 것'.... 이 말만 놓고 보면, 기업사회공헌과 마케팅은 거의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업사회공헌도 결국은 사회구성원들의 삶을 지금보다 더 낳게, 행복하게 하기 위한 기업의 일련의 활동을 말하는 것이니까요...
마케팅을 통해 고객가치를 실현한다는 것을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기업이 생산해서 판매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필요와 욕구를 채워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업은 그 과정에서 이윤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객은 어떤 욕구와 필요를 가지고 있을까요? 이런 것을 경영학, 마케팅에서는 '고객가치분석'이라고 하는데요.. 고객이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어떤 가치를 얻고 싶으냐 하는 것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거꾸로 말하면 '고객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어떤 것들을 고려하는 가?' 하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을 잠깐 보시겠습니다.
고객이 상품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요소...
위 그림에 제시한 10가지 외에도 수많은 고려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마케팅은 힘들다고 합니다. 어떤 마케팅학자는 '마케팅을 배우는 데는 한시간이면 족하지만, 마케팅의 대가가 되는데는 평생이 걸려도 모자란다'고 말했습니다. 위의 10가지 구매요소들은 대부분 이해하실 텐데요.. 그중에서 기업사회공헌담당자가 눈여겨 봐야할 것이 두가지가 있습니다. 오늘 글도 그 두가지를 위해 이렇게 구구절절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하고 있는 것이죠... 바로 '기업이미지'와 '이상적 가치' 입니다.
기업이미지 + 이상적 가치
마케팅의 초기단계 시장에서는 기본적인 필요(의식주와 관련된 생필품), 욕구(소유욕, 미에 대한 욕구, 건강에 대한 욕구, 즐거움에 대한 욕구, 맛에 대한 욕구 등등), 가격 (지불능력과 가격대비 가치 등), 품질(내구성, 디자인, 기능, 안정성, 편리성, AS 등), 구매의 용이성(판매처와의 거리, 판매방법, 교환 및 반품, AS의 용이성 등) 등이 고객의 구매요소의 핵심이라고 한다면, 이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거의 비슷한 수준에 이르는 중간단계 시장에서는 트랜드(유행)와 브랜드를 고객들이 따지게 됩니다. 트랜드와 브랜드도 비슷한 수준이 되는 최종단계의 시장에서는 기업이미지, 사회문화종교적배경, 이상적가치 등 제품이나 서비스 본연의 것을 초월한 것들이 고객구매요소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시장은 어떨까요? 우리나라의 시장은 중간단계와 최종단계 사이의 어디쯤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케팅팀과 홍보팀이 기업사회공헌을 가지고 자꾸 마케팅과 홍보활동에 활용하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업의 이미지와 제품과 서비스의 이상적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업사회공헌활동이 좋은 소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품의 품질이나 서비스, 디자인, 유통, 브랜드인지도, 고객만족도 등이 엇비슷한 상황에 있는 기업들 간의 경쟁에서 기업이미지가 제품판매에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가까운 예를 들자면, '남양유업' 사건이 그렇습니다. 잘아시겠지만, 국내 우유생산업체들이 생산하는 우유의 품질은 거의 비슷합니다. 맛과 품질, 위생, 유통, 가격에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마트에서 판매할 때 1+1 같은 판촉행사를 하면, 평소에 마시던 우유브랜드에 상관 없이 판촉행사는 하는 그 우유의 판매가 쑥 늘어납니다. 그런데.. 남양유업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업계 2위였던 남양유업이 아직 제자리로 회복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제품의 품질문제가 아니라, 기업이미지 문제였습니다. 남양유업과 관련된 블로그 글 ☞클릭 바로가기
이상적인 가치는 뭘까요?..... 기업의 이미지도 엇비슷하다고 한다면... 어떤 것을 가지고 경쟁사의 제품보다 더 잘 팔리게 할 수 있을까요? 이상적인 가치는 기업의 이미지와 어느정도 공유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예를 들면 이 제품을 구매하면, 자동적으로 판매수익의 일부가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구호물품으로 보내진다던지, 이 신발을 한켤레 사면, 신발이 없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신발 한켤레가 선물된다던지.. 아니면 이 콜라 한캔을 사면, 환경보호단체에 일부 수익금이 기부된다던지, 이 커피의 원두는 공정무역을 통해 커피원두를 재배하는 농가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다 던지....이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다거나, 환경오염을 덜 시키는 방법으로 제품을 생산하다 던지... 하는 등의 제품구매와 동시에 고객이 생각하는 이상적 가치가 실현되는 만족을 주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공익연계마케팅(Cause-Related Marketing) 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CRM에 관해서 더 궁금하시면 제 블로그글을 링크해 드립니다. ☞클릭 바로가기
기업사회공헌과 마케팅
따라서, 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고객이 우리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조금이라도 더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이미지도 좋게 해야 하고, 고객의 이상적 가치도 실현시켜주어야 하는데, '그것의 소재로 기업사회공헌활동을 이용하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마케팅팀이나 홍보팀이 항상 기업사회공헌팀에게 뭔가 활용할 수 있는 소재를 요구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에 반해 기업사회공헌팀은 '진정성' 있게 사회공헌활동을 하고자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도 종종 있습니다만..ㅠㅠ;;)
'진정성' 이라는 것이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쉽게 말씀드리면....'순수하게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돕고 싶다'는 거지요. 특히나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 중에 사회복지사 출신들이 이런 경향을 많이 나타냅니다. 그래서 갈등도 많고 기업에서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고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서, '기업사회공헌을 마케팅에 활용해도 되나요?' 또는 '기업사회공헌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 옳은 건가요?' 라고 물으신다면.. 저는 case by case .. 즉.. 사례별로 신중하게 고려해야 된다고 답하겠습니다. 기업사회공헌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일반적으로 기업의 PR이나 제품광고에 많이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기업사회공헌활동을 소재로 홍보물, 광고CF를 만들 때 어떤 점을 주의하면 좋을까요?
첫째, 대상자의 인권을 존중해야 합니다. 특히, 기업사회공헌활동 중에 개인지원이 많을 경우, 본인이 적절한 의사표현이 잘 안되는 어린이, 장애인, 어르신일 경우가 많은데, 이들을 소재로 활용하여 홍보물을 만들고, 광고 CF를 만드는 것은 가급적 삼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당사자의 동의를 얻으면 괜찮지 않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당사자가 올바른 의사판단이나 자기표현을 정확히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동의는 별 소용이 없다고 봅니다.
둘째, 과장되어서는 안됩니다. 사실관계가 명확해야 합니다. 당연한 것 아닙니까? 하고 되물으시겠지만, 사회공헌활동을 홍보하고 그것을 기업홍보물과 CF로 만드는 과정에서 '과장'과 '포장'은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홍보물을 만드는 업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홍보팀이나 마케팅팀은 늘 변명을 하지만, 아직도 실현되지 않은 사업,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사업, 향후 지속여부를 알 수도 없는 사업들을 가지고, 마치 좋은 결과가 나온 것 처럼... 홍보하고 광고CF를 만들고 하는 것은 '뻥' 치는 것입니다.
셋째, 이해관계자를 고려해야 합니다. 기업사회공헌활동이라는 것이 대부분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협력을 통해 이루어 집니다. 그런데, 홍보물을 만들고 광고CF를 만들 때는 마치 '기업이 혼자 다한 것 처럼' 할 때가 많습니다. 어떤 경우는 기업이 한 것이라곤 '돈' 준 것.. 그것도 전부 준 것도 아니고, 일부 사업비를 지원한 것인데.. 마치 그 사업을 그 기업이 다한것 처럼 홍보할 때가 있습니다. '과장'해서는 안된다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기업사회공헌활동을 소재로 기업홍보물이나 광고 CF를 만들 때 반드시, 그 활동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과 사전 협의와 합의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과장이 되고, 오해가 생기고, 신뢰가 무너지고, 사업이 망하게 되고, 사회공헌활동을 지속할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그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게 됩니다.
마무리로... 대답을 정리하자면.... OO지역에 체육시설을 지어주고, 그 체육시설에 기업의 브랜드와 홍보물을 부착하여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저는 큰 반대의견이 없습니다. 일단 체육시설기부라는 사업의 특성상 브랜드 홍보활동이 대상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부분도 없을 것이고, 그 체육시설을 짓는데 100% 그 기업의 자원이 투입되었으니.. 사실관계도 명확합니다.... 다만... 이 사업을 함께 진행 한 이해관계자인 지자체와 사전협의와 합의만 충분히 한다면....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브랜드 홍보활동을 통해 기부한 기업의 만족도(특히 사장님과 마케팅팀)와 브랜드인지도가 올라 간다면, 아무래도 더 많은 체육시설을 다른 곳에도 기부하려고 할 테니... 어느정도 사회공헌활동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사회공헌과 마케팅... 쉽지않은 관계지만... 서로간의 장점들을 잘 살려내면,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블로그를 찾아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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