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V(공유가치창출)이 잘 안되는 이유는 뭘까요?
기업사회공헌담당자가 꼭 읽어야 할 책
지속가능경영의 3대 축
(앤드류 사비츠, 칼 위브 / 삼일회계법인 SBS팀 / 거름출판 / 2008)
기업이 사회공헌,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CSV(공유가치창출)에 힘을 쓰는 이유는?
2012년 1월9일 SPC그룹 사회공헌담당자로 입사하여, 사장님께 처음 인사를 드리러 갔던 때를 기업합니다. 사장님이 대뜸 이렇게 물으십니다. "우리회사가 왜.....? 사회공헌에 관심이 있는 줄 압니까...?" ..... 1~2초 정도 뜸을 드렸다가 이렇게 대답을 드렸습니다. "기업으로서 사회적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 다시 2~3초의 시간이 흐른 후 사장님이 이렇게 응대를 하십니다. " 사회적책임.. 좋은 말이기는 한데.. 우리회사가 사회공헌에 관심을 갖고, 사회공헌팀을 만들고, 재단을 설립하고, 유과장을 다른 회사에서 데리고 온 것은... 우리회사가 서바이벌하기 위해서예요.... 서바이벌... 고상한 말로 하면... '지속가능경영'을 하기 위해서.... 지속가능경영 알아요?"
그렇습니다.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최근들어 '반짝' 유행인 CSV (공유가치창출)에 관심을 가지고.. 뭐라도 하나 해보려고 하는 데에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진다는 고상하고 표면적인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 계속 성장발전하기 위해서.... 즉, 지속가능경영을 실현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업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CSV (Creating Shared Value - 공유가치창출) 이전에 '지속가능경영'이 있었다.
행사의 계절 가을입니다. 기업사회공헌이나 CSR, CSV에 대한 세미나. 포럼, 발표회 등이 연이어 열리고 있습니다. 최근에 한 언론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CSV에 대한 컨퍼런스를 열려고 하는데, SPC그룹의 CSV사례를 발표해 주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글쎄요.. 저희는 외부에 사례를 발표 할 만큼 성과를 낸 CSV 사례가 없는데요?" 라고 했더니.... "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사례도 있고... 이것 저것 잘하고 있다라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꼭 발표를 부탁드립니다."... 수화기 넘어 기자의 애타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는요.. CSV가 아니고... 순수한 사회공헌사업입니다. 사회공헌사례발표라면 모르겠지만.. CSV는 쫌 아닌 것 같은데요.." .....
기자는 다시한번 애걸(?)을 합니다. "아.. 예....그런데.. 다른 기업들도 대부분 사회공헌사업을 가지고, 이번에 발표를 많이 합니다. 그리니.. SPC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꼭 부탁을 드립니다." ... 하지만.. 아닌 걸 맞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죄송합니다만.... CSV 사례발표는 할만 한 것이 없습니다. 저희가 좀더 준비가 되고, 사례가 생기면 나중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런 전화나 이메일이 요즘 종종 옵니다. 어디 나가서 발표하고 자랑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억지로 사례를 끼워 맞춰서 하는 발표는 청중들을 속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큰 문제는 그 어설픈 발표를 들은 청중들이 자신들의 회사나 학교, 단체로 돌아가 마치 그것이 CSV의 좋은 성공사례인 것 처럼 알고, 또 어설프게 따라한다는 것입니다.
CSV... 마이클포터 교수가 공유가치창출에 대해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 한 것이 2011년 1월의 일이고, 그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게 뭐 대단한 건 줄 알고... 회사내 기업사회공헌팀, CSR팀들의 이름을 CSV팀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이 2013년.. 즉 작년에 일인데... 물론 이렇게 호들갑을 떤 것에는 CSV에 대해 전후사정을 충분히 살펴보지 않고 이슈 만들기에 급급했던 언론사들도 단단히 한 몫을 했다고 봅니다. 2013년부터 유행을 타기 시작한 CSV가 이제 겨우 1년 정도 되었는데.... 기업에서 성과를 내봐야 얼마나 냈겠습니까? 그런데... 벌써 성공사례발표를 한다고 컨퍼런스를 열고, 세미나를 하고, 포럼을 한다고 난리법석을 떠니... 참... 기가 찰 노릇입니다.
기업이 '기업의 재무적가치와 사회적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즉 공유가치를 중심으로 )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라는 마이클포터 교수의 주장은 절대..절대.. 절대로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 '지속가능경영의 3대 축' 의 57페이지에 보면 "무엇보다도 지속가능한 경영이란 기업의 이익(기업의 재무적 이해관계)과 공공의 이익(기업의 비재무적 이해)이 공존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라는 구절이 똭! 똭! 똭! 나와 있습니다. 이 책은 2006년에 미국에서 발간되었고, 우리나라에는 2008년에 삼일회계법인 SBS팀이 번역하여 출판되었습니다. 마이클포터 교수가 CSV를 말하기 6~7년 전 일입니다.
즉, CSV 이전에... 벌써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전략에 공유가치라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었던 겁니다..... 책을 좀 읽으셔야 합니다. CSV라는 것이 새로운 개념이라고 막 떠들고, '이제는 공유가치의 새로운 세상이 왔다' 라고 신문 머릿기사들을 뽑아대던 기자분들... CSV가 마치.. 해리포터의 마술지팡이인냥... '이제는 CSR이 아니라... CSV입니다' 라고 청중들의 귀를 현혹했던 기업의 경영자, CSV 담당자 분들은 책을 좀 읽으시고, 반성을 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신문기사를 쓰고, 청중들 앞에서 잘난 척하며 발표를 했더니... CSV가 잘 되던가요?... 잘 안되죠? 왜.. 잘 안될까요? 그 이유를 알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사서 한번 꼭 읽어 보세요... 책 사실 돈이 없다고 하시면, CSV에 대한 제 블로그 글이라도 한번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바로가기 ☞ 클릭
우리나라 기업에서 CSV 가 잘 안되고 있는 5가지 이유...
이렇게 얘기해도 책도 안사보고, 바로가기 클릭도 안하실 분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에서 CSV가 잘 안되고 있는 이유 5가지를 오늘 소개하는 책의 내용을 빌어 잠깐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하지만.. 책은 꼭 읽으셔야 합니다. 책사러 가기 좋게 링크도 걸어드립니다. 책사러가기 ☞ 클릭
1. CSV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도 없고, 개념이해도 못하고 있다.
얼마 전 국내 모 대기업 CSV담당자를 만났습니다. 몇개월전만해도 기업사회공헌담당자였는데... 얼마 전에 만났더니.. CSV팀으로 팀명을 바꿨다고 합니다.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CSV가 도대체 뭐예요?" 돌아오는 답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위에서 조직을 바꿔서 바꾸긴 했는데.. 회사내에서도 잘 모르는 분위기예요" .... 그렇습니다. 다들 잘 모르고 '좋다니까..' '언론에서 떠드니까..' '사장님이 출근 길에 차안에서 신문 머릿기사 보고 '야.. 이거 우리회사에서도 한번 해봐라' 라고 하시니까.. 그냥 하고 있는 겁니다..... CSV 잘 모릅니다. 잘 모르는 데 어떻게 잘 할 수 있겠습니까....
2. 전사적 전략적 접근이 아닌 단순 아이템적 접근이다.
지속가능경영에서도 그렇고, CSV라는 용어를 사용한 마이클 포터교수도 강조했지만, CSV는 단순한 사업아이템이 아니라, 전사적 경영전략으로 접근하는 것... 즉 기업의 비즈니스모델자체를 '혁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자면.. 자동차회사가 CSV 개념을 적용하면, 환경오염을 덜 시키고, 유한적인 자원인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나 '전기자동차'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기존의 차량을 장애인이 타기 쉬운 자동차로 '개조' 하는 것은 CSV라기 보다는 사회공헌활동에 가깝습니다.
식품회사가 CSV개념을 적용하면 풍부한 영양소를 제공하되, 비만의 위험성을 줄이고, 토양을 오염시키지 않는 유기농재료를 사용하며, 유통과 이동단계를 줄여 물류에서 발생하는 화석연료절감과 이산화탄소발생을 줄이는 식품생산공정과 식품상품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식품을 판매한 수익을 식품의 원재료가 생산되는 지역에 지역개발사업에 투자하는 사회공헌사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단순한 아이템적 접근의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3. 기업의 장기적 비전달성이 아닌 단기적 성과위주로 기업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CSV를 전사적기업차원이 아닌 단순한 몇가지 아이템으로 접근하여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이유는 기업 경영자(오너가 아닌 월급사장이나 임원)에게 기업의 장기적비전을 수립하고 실천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오너가 불분명한 기업(기존에 공기업이었다가 사기업으로 전환된 경우가 특히 심각함..) 경영자들은 길어야 4~5년.. 일반적으로는 2~3년에 한번씩 자리가 바뀌다 보니...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장기적인 기업의 비전이나 경영전략을 세울 수 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CSV를 전사적 경영전략체계로 수립하고 적용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이런상황에서 당연히.. 단기성과중심의 아이템적 접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CSV 뿐만 아니라.. 기업사회공헌이나 CSR도 마찬가지 문제와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4. 중간관리자들과 실무자들의 철학과 역량이 부족하다.
기업경영자들이 2~3년에 한번씩 오락가락하고, 정신없이 단기적인 성과에 목매며, 뭔가 쌈박한 아이디어를 내보라고 말도 안되는 닥달을 해도... 중간 관리자들과 실무자들이 중심을 잡고, 꾸준히 뭔가를 해 나가야 하는데... 뭐.. 현실이 그렇지 못하죠.... 우리나라 기업, 우리나라 조직문화라는 것이 위에서 똥이 된장이라고 하면, 그 똥을 가지고 된장찌게를 맛있게 끓여내야 하고, 된장찌게에서 똥맛이 난다고 위에서 야단을 치면.. '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역량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다음부터는 잘 하겠습니다'라고 굽신거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보니... 중간관리자들과 실무자들도 알면서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문제에 급급하기 보다는 나중을 위해... 중간관리자와 실무자는 철학을 가지고 전문성과 역량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본인이 임원이 되고, 경영자가 되었을 때, 된장을 된장.. 똥을 똥이라고 제대로 구별하고 실무자들에게 적절한 지시를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를 차근차근해야 합니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냐구요... 그러니까.. 이 책을 읽어 보라는 거 아닙니까... ^^
5. 이해관계자들의 참여, 소통이 많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런저런 욕을 많이 먹는 이유가.... 기업의 모든 의사결정을 최고 경영자 몇사람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들은 이사회가 어느정도 기능을 발휘하고 있어서, 나름 지속가능경영이나 CSV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도 수립하고, 그것을 추진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을 고용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기업의 중차대한 결정을 회장님 혼자... 또는 몇사람의 최고 경영자가 자기들끼리..뚝딱 뚝딱 해버리니... 그리고 그 결정에 대해 아무도 뭐라고 말을 못하니...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작년에 참여했던 CSR 국제컨퍼런스에서 외국 CSR전문가가 이런 지적을 했습니다. '한국기업의 CSR이 잘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의사결정구조가 투명해야 한다. 기업의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지 않고,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을 기업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시키지 않고, 기업 경영자가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한국기업의 거버넌스 구조는 건강하지도 않으며, 기업의 CSR이 발전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 뭐...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기업은 고객, 소비자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습니다. 고객,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해야지만 기업이 생존할 수 있습니다. 고객, 소비자가 기업이 속한 사회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해야지만 기업도 생존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고객이 살고 있는 사회와 환경을 파괴하고 유한한 자원을 함부로 사용하면 고객과 함께 기업도 죽습니다. 기업과 고객, 그리고 사회가 지속적인 의사소통과 상호간의 참여를 통해 '상생' 해야지만 기업도 살고 고객도 산다는 너무나 당연한 이치를 기업은 잊어버려서는 안됩니다.
어설픈 컨퍼런스에 돈과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이 책을 사서 읽으십시오..
저는 어찌되었건, 사례발표를 거절했지만.. 다른 회사 담당자는 사례발표를 하겠지요... 뭐... 시간이 여유가 되시면.. 어떻게 하고 있나? 하고 한번 가서 들어보시는 것도 좋겠지만.... 몇만원씩 돈내고, 설익은... 발표자료만 그럴듯한 발표를 들을 바에야.... 이 책 한권사서... 편안하게 집에서 여유롭게 커피한잔 하시면서, 위 그림에 보이는 세계적으로 잘나가는 회사들이 어떻게 지속가능경영에 사활을 걸고 노력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백배천배 지혜로운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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