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를 살아가는 기업사회공헌담당자
- 2014 기업사회공헌&기업공익재단 실무자 송년회 리뷰 -
송년회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드립니다.
누가뭐라해도.....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이 제일 바쁜 때는 바로 일년 중 이맘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주5일 근무에 주4일 행사.. 하루에 두번, 세번 행사가 있는 날도 있습니다. 이 바쁜 때를 뚫고 송년회자리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들께 정말 정말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송년회때 오고 갔던 좋은 말과 새로운 인연들이 새해에도 쭈욱~ 계속되기를 바라며... 오늘 블로그는 송년회에 함께한 실무자들에게 피가되고 살이되고 비타민이 되는 좋은 말씀 해주신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상임이사님의 특강을 간단히 리뷰 하겠습니다. (별로 좋지 않은 저의 기억을 용서해 주시기 바라며...)
Review............................
다물어지지 않는 클립.. 튕겨져 나가는 클립...
종이를 집는 클립이 집어야 할 종이의 양보다 조금 작다 싶을 때.. 클립의 입을 최대한 벌려 억지로 종이를 끼워 넣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단 집기는 했는데.. 너무 무리하다보면 종이를 뺀 후에도 클립이 다물어지지 않고, 그냥 벌려져 있는 걸 봅니다. 또 어떤 경우는 억지로 끼우려다 클립이 '팅'하고 튕겨져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도 종이클립과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개인의 한계를 무시한 채 꾸역꾸역 집어넣고, 억지로 뭔가를 해내려고만 하다보면, 클립처럼 망가져버릴 수도 있고, 튕겨져 나갈 수 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너무 열심히 일해서 힘든 사회공헌담당자들을 위한 이야기를 잠깐 하고자 합니다.
피로사회를 살아가는 기업사회공헌담당자...
2012년 베스트셀러였던 '피로사회'는 출판업계에서 보면 그리 히트가 될 만한 상품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죠.. 책 내용이 일반인들에게 쉽게 읽힐 만한 내용이 아닌 사회현상분석에 관한 책으로.. 거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 버금가는 정도로 어려운 책이었는데..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출판업계의 말을 빌리자면... 그 당시 사회상을 정확히 반영한 제목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올해 4월... 다시 생각하기엔 너무 가슴 아픈.. 하지만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세월호 참사가 있었습니다. 그 이후 사회과학분야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 있는데...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란 책입니다. 이 책도 읽기 쉽지 않은 책인데.. 사회 저층으로 내려갈 수록 사회적 위험요소가 많아지고.. 기득권층으로 올라갈 수록 사회적위험요소가 적어진다는 그런 내용입니다. 안타까운 현실세계를 분석한 책이죠..
어쨌거나.. 힐링이 한참 유행이던 2012년에 한국사회에서 '피로사회'란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이 책 서문에는 이런 글이 있습니다.
소진증후근...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 이러한 심리장애를 오늘날 성과사회의 근저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반적인 패러다임 전환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사람들이 주목한 것은 성과사회의 주체가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으며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라는 이 책의 테제였다. 자기 착취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로서 타자 착취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고 더 많은 성과를 올린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자기 자신을 자발적으로 착취하는 것이다. (피로사회, 한병철, 문학과지성사, 2012.. 한국어판 서문中)
한국사람들은 피로한 상태라는 거지요... 더구나 한국사람들처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열심히 성실히 끊임없이 일하면 뭔가 이루어 질 것 같아.. 더 열심히 일하는 데.... 결국 그것은 자기착취를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완전히 망가질 때 까지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는 사람들... 여러분들은 어떠신지요?
번아웃.. IN PUT < OUT PUT
번아웃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Burn Out.. 완전히 불타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말입니다... 열악한 사회복지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에게 흔히 쓰이는 말입니다. 최근 몇년동안 사회복지공무원들이 Burn Out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가 몇번 있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번아웃은 왜....발생할까요?... '피로사회'에서 말한 '소진증후군'은 뭘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렇습니다. 번아웃은 '나에게 들어오는 것보다 나가는 것이 더 많으면 발생한다' 아주 간단하죠...
'성과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OUT PUT은 지속적으로.. 계속... 많은 걸 요구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요즘 기업사회공헌과 관련된 세미나나 포럼에 가보면 주요한 이슈 중에 하나가 기업사회공헌에 대한 평가와 성과측정입니다. 예전에 뭘 잘 모를때는 그냥.. 주고.. 사진찍고... 신문기사 하나 나오면 그만이었는데.. 요즘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동안 사회공헌사업을 열심히 오랜동안 해 왔는데... 사회적 성과가 얼마나 났는지? 기업적 성과는 무엇인지? 에 대한 요구를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이 받고 있습니다.
참.. 아이러니 한 것이...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성과주의에 의해 발생한 문제들을.. 그 사회적 병리현상들을 해결하고 해소하기 위해 기업사회공헌이란 걸 하고 있는데... 거기에도 또 다시 성과주의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으니...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지역아동센터에 어떤 프로그램을 지원했는데.. 지원하기 전에는 자아존중감이 5점 만점에 3.2였는데.. 프로그램 이후에는 3.5로 0.3만큼 좋아 졌다는 성과평가를 하고 자랑을 한다고 칩시다. 그런데.. 그 0.3이라는 것이 얼마나 정확하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실제 그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0.3만큼 늘어난 자아존중감이 정말 그렇게 중요한 성과였을까요? .... 전..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회사에서 실무자 정도의 레벨이라면... 실제로 OUT PUT을 자기 마음대로 조정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일하기 싫고 성과내기 싫을때.. "저 좀 쉬었다가 할래요... 저 내년에는 성과를 좀 낮출래요.." 라고 말 할 수 없잖아요... 일을 열심히 하고, 좀 잘하면.. "그래 올해에는 너 참 열심히 잘했다.. 내년에는 좀 쉬엄 쉬엄 일해라.." 이렇게 해줍니까... 아니죠... 일을 더 많이 시킵니다. 목표를 더 높게 잡고... 더 열심히 일하라고 합니다... 회사.. 기업이란 존재가 그렇습니다. 일 잘하는 직원에게 더 많은 일을 주어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경영의 일반적인 매카니즘입니다...
착한 사람들의 번 아웃...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공익적인 일, 대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번아웃이 상대적으로 좀 늦게 온다고 합니다. 스탠포드 감옥실험으로 유명한 필립 짐바르도 교수... 세계적으로 유명한 심리학자입니다. 이 양반이 연구를 통해 밝혀낸 사실이 있는데... 대의적인.. 즉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심리적 스트레스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고 합니다. 대의적인 명분이 자신을 좀더 극한적 상황으로 내 몰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사회복지사나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맨날 야근하고.. 주말에도 사무실 나와 일하면서... '그래..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면.. 우리가 돕고 있는 아이들이 좀더 행복해 질거야...' 하며 본인 스스로를 채직찔합니다.... 바로.. '자기착취'를 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명심할 것은... 우리가 그렇게 명분을 세우고 대의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 있을 때...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미 번아웃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번아웃이 되지 않고.. 오래 일하기 위한 방법은 뭘까요? OUT PUT을 좀 줄이면 좋겠는데... 월급쟁이 입장에선 쉽지 않죠... 그렇다면 나머지 한가지 방법은 IN PUT을 늘리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IN PUT을 늘리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대체적으로 연예를 하고 있는 젋은 사람들은 번아웃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연애'.. '사랑' 이라는 에너지가 막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결혼한 사람들은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가정에서.. 결혼생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IN PUT은 사실상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신혼기간이 지나고.. 아이들이 귀여울 때가 지나면... 가정과 가족도 IN PUT을 주는 존재가 아닌 OUT PUT만을 요구할 때가 많아 집니다. 특히.. 40대 이후 가장들에겐 더욱 그렇습니다...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IN PUT을 늘릴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그냥 넋 놓고 노예처럼 일하다 보면.. 스스로 번아웃 될 뿐만 아니라.. 어느새 회사에서 '당신 나가시오' 할 때가 곧 옵니다. 회사는 결코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으니까요.... IN PUT을 늘리는 방법.. 운동, 취미생활, 독서, 학습.. 뭐라도 좋다고 봅니다.
'몰입'의 효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몰입'이 되면.. 시간이나 장소에 대한 인지의 의미가 없어지고.. 그 대상이나 상태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입니다.. 3시간짜리 영화인데... 10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경험...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밤을 샌 경험.... 몰입의 상태가 일상생활에서 많아질 수 록 그 사람의 인생은 더 풍족해지고.. 그 사람은 더 많은 일의 성과를 ... 더 많은 삶의 가치를 누릴 수 있다고 합니다. 나를 '몰입'의 경지에 이르게 할 수 있는 IN PUT이 무엇인지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약이나 술이나 그런거 말구요...^^
오늘 같은 이런 모임도 좋은 IN PUT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속내도 털어놓고... 어려운 점도 서로 의논하고.. 내 상황과 나의 어려움을 공감해주고.. 함께 고민해 줄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IN PUT입니까.... 기업사회공헌실무자 여러분... 좋은 IN PUT을 많이 만들어서.. 내년에도 좋은 모습으로 다시 또 만났으면 합니다. 오늘 저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감사합니다.
............................................................ END
기업사회공헌실무자로 일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힘들어지고.. 허무해지고... 눈물이 날때가 가끔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한들 뭐가 달라지나.. 내 진심은 그렇지 않은데.. 내 마음도 몰라주고...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사의 한마디에 그저.. '네 알겠습니다' 라고 포기해야만 하는 그 수많은 순간들... ' .... 기업사회공헌실무자들에게도 BUN OUT의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그럴때... 서로 힘이 될 수 있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송년회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 다시한번 감사인사 드립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여러분...
늘 저에게 IN PUT이 되어주시는 여러분이 있어서 저는 참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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