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기업사회공헌 사업계획 보고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요?
1차 PT를 마쳤습니다.
지난 월요일 아침 9시.. 대표이사님(사장님)과 사회공헌팀이 속해있는 미래전략실 산하 대외협력실장(전무님), 홍보실장(상무님).. 그리고 미래전략실의 부장,차장급 팀장들이 배석한 가운데... 2015년 사회공헌 업무계획 PT를 50여분간 진행했습니다. 지난 2014년의 사업실적을 보고하고.. 평가받고... 2015년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그에 대한 관련부서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습니다...... 일단.... 뭐... 선방했다고 자평(뻑?)하고 있습니다.... 1월 중순엔.. 이번 주 PT에서 제안된 의견들을 반영한 보완자료를 가지고 그룹 계열사 사장님과 주요임원들을 모시고 경영자회의에서 15분 정도의 최종 PT가 있습니다. 경영자회의 PT를 마치면... 2015년 사업계획과 예산이 확정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오늘은 기업사회공헌과 관련된 사업실적보고와 사업계획 발표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저도 뭐..썩.. 잘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래도... 몇번 해보니... 몇가지 요령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 몇가지 요령을 적어봅니다.
PT는 쇼가 아니더라....
지난 주에 끝난 인기드라마 미생을 비롯해서, 직장생활을 담은 TV드라마나 영화, 혹은 CF에서 PT장면은 굉장히 멋있게 그려집니다. PT의 발표자는 마치.. 뮤지컬이나 콘서트의 주인공인냥.. 회의장의 공기를 후끈 달이오르게하며... 화려한 PT로 청중을 압도합니다. 그리고.. 감동적인 비전과 열정가득한 사업계획을 역동적인 몸동작을 통해 발표합니다. 그리고... PT의 마지막엔... 늘 그렇듯.. 감동 받으신 사장님의 박수가 고요한 회의장의 정적을 깨뜨립니다.... 곧이어 참석자 모두가 사장님의 박수를 따라 칩니다. 발표자는 이마에 송송 맺힌 땀을 손으로 스윽~ 한번 훔치고는.... 긴장감있게 허리숙여 인사를 합니다.
직장생활 15년 동안 이런 PT는 한번도 목격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보고.. 참석하고, 발표한 PT는 굉장히 담백하고 건조했습니다. 화려한 애니메이션이 막 날라다니고.... 멋드러진 그래픽과 컬러.... 최신 기법을 사용한 PT 자료 또한.... 별로.. 아니 거의... 본적이 없었습니다. 실제 회사의 PT는 TV에서 보던 PT쇼가 아니더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스티브잡스를 신처럼 받드는 젊은 IT회사들이나.... PT로 밥벌어 먹고 사는 광고회사나 컨설팅회사는 좀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일단 그렇다는 얘기구요...
PT는 짧은 시간에 핵심적인 내용만 간결하게 정리해서 의사를 전달하는 시간
대부분의 회사내 PT 발표시간은 10분~15분 내외입니다. PT자료의 장표도 10장~15장... 즉 1분에 한장정도의 분량입니다. 지난 1년간의 사업을 평가하고 앞으로 1년간의 사업계획... 꽤 많은 회사의 자원이 투입되고, 거의 대부분의 임직원이 참여하게 되는 전사적으로 중요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발표에 주어진 시간은 단 10~15분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지난 1년 동안 진행된 열몇가지 사업에 대한 실적을 발표하고 그것을 평가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내년 사업계획까지 이야기 해야 합니다. 그것도.. 아주 잘.....
짧은 시간에 발표를 잘 진행하려면.. 일단 '모든 것을 다 전달해야 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과감히 쳐 낼것은 쳐 내고.. 중요하고 핵심적인 사항만을 요약해서 발표자료를 만들고, 발표 시나리오를 작성해야 합니다. 어떤 PT에 들어가면 15장 짜리 발표자료인데.. 거의 40~50p 분량의 자료를 좁은 장표에 막 구겨넣은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일단 PT를 보는 사람들 눈이 피곤하고.. 글자나 도표, 사진의 크기가 작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집중도 잘 되지 않습니다. 결국 발표자는 시간도 모자라게 되어 끝으로 갈 수록 당황하게 되고 결국 PT를 망치게 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청중들이 내용을 잘 모를 것이라 생각해서.. 이번 기회에 좀 제대로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그리고 PT를 통해 우리부서가 얼마나 많은 일을...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지... 높은 분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과도하게 욕심을 부리는 것은 PT를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발표는 간결하고 심플하게...
숲을 먼저 보여주고... 나무는 차근차근히....
PT자료와 함께 PT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을 빼먹지 않고,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어떤 부분을 은근슬쩍 넘길 것인지를 기록해서, 발표를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사전에 미리 머리속으로 한번... 실제 리허설 한번.... 정도는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PT를 하다보면 알게되는데... 청중들은 PT를 시작하고 2~3분 정도가 지나면 현격히 집중도가 떨어집니다. 특히나 사장님, 임원분들의 연세가 적지 않으시기 때문에... 조명이 어두운 PT회의장에서 집중도를 5분 이상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으실 겁니다.
따라서, 스티브잡스형님의 PT처럼.. 맨 나중에 반전 "짠"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사업보고 PT는 처음 2~3분안에 중요하고 커다란 전체그림을 제시하고, 주요한 사항들을 먼저 보고한 다음... 5분 이후에는 큰 그림을 구성하는 나무들을 차근차근 보여주는 방식으로 전개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큰그림을 다시한번 제시해서 결론에 이르게 되는 '두미(頭尾)쌍괄식' 구성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물안에 있지만 우물밖 세상과 하늘을 바라보는 PT
실제 사장님이나 임원분들은 프로그램의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대상자나 참여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세부적인 프로그램 변경이나 개선... 몇백만원 단위의 예산변동... 등은 실무자 선에서 그냥.. 기안올리고 결제 받고 진행하면 되는 것입니다. 연간단위의 사업실적과 계획보고는 실무자선에서 결재 받고 진행할 수 있는 것을 벗어나... 정책적인 큰 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을 보고하고 의견을 듣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개별사업의 디테일한 개선사항을 보고하기 보다는 전체사업의 방향.. 중장기발전계획과 내년 사업과의 연계성... 회사입장에서의 기업사회공헌의 활용방안 등, 즉... 회사의 올해 경영방침과 얼마나 적절하게 잘 맞추어 사업을 진행했는지.... 그리고 내년에는 어떻게 회사에 보탬에 되는 사회공헌활동을 할 것인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보고를 하는 것이 사장님과 임원들의 호응을 얻기에 좋다고 봅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사장님이나 임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더 큰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화룡점정(畵龍點睛)입니다. 그 분들의 가지고 있는 기업사회공헌에 대한 관점이나 시각은 ....특별히 이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상식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기업사회공헌의 더 큰 세상.. 더 큰 가능성.. 더 넓은 활용도를 보여주는 것이.. 향후 사회공헌활동을 기업내에서 펼쳐가는 데 용이할 수 있습니다. 비록 회사라는 우물안에 있지만... 우물안에서 우물쭈물하는 모습보다는... 우물 밖 세상을 동경하고 꿈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사장님이나 임원들에게... ' 저 친구는 비전과 가능성이 있네..' 라는 인상을 심어 줄 수 있으며, 무엇보다.. 기업사회공헌팀에 힘을 실어주게 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양적과 질적인 부분의 조화... 밸런스도 중요합니다.
기업사회공헌사업을 100%.. 양적인 숫자로 성과나 목표를 제시하긴 어렵습니다. 이런 한계에 대해서는 사장님이나 임원들도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설프게 억지로 숫자로 끼워맞추기 보다는.. 양적인 숫자와 질적인 효과를 적절히 균형있게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 일자리를 지난 한해 '단순히'... 20개 만들었다고 하면.. 사장님이나 임원들은 겨우 20명 정도로 이해할 수 있어서... 내년에는 50명으로 목표를 상향조정하라고 '단순히'.. 지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숫자만 제시하지 않고... 질적으로 다른 장애인 일자리사업과 비교분석한 자료를 제시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서울시의 경우 지난 한해동안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OO억을 투자했는데... 실제로 고용된 중증장애인의 숫자는 OO명이다. 그런데 우리회사는 O억을 투자해서 OO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서울시 대비 비용효과면에서 O배가 뛰어난 효과를 보였으며, 이 수치는 다른 기업의 장애인일자리 사회공헌사업과 비교해도 O배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우리회사의 장애인일자리 사업의 효과는 크다고 볼 수 있으며, 장애인직업관련사업을 하는 현장전문가들과 실제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님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우리사업을 평가한 결과 다른 사업들에 비해 질적으로 높은 성과와 만족도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내년 사업예산을 150% 정도 상향조정하여, 사업효과의 지속성을 높이고, 우리회사의 대표 사회공헌사업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즉... 사업실적보고와 계획보고는 양적인 부분과 함께 질적인 부분이 균형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발표전에 충분한 자기평가와 다각도의 분석작업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업사회공헌팀에게 기대하는 PT는 무엇일까요?
마지막으로 사장님이나 임원들이 기업사회공헌팀 사업보고 PT에 기대하는 바는 뭘까요? 솔직히 별 기대가 없으시죠.... 매출성장이나 회사의 다급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다들 별 기대 없이 회의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실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사회공헌담당자입장에서는 1년에 한번 밖에 없는 이런 소중한 기회를 그냥 기억에 남지 않는 그저그런 보고회로 끝낼 수 만은 없습니다.
기업사회공헌팀의 PT는 회의에 참석한 사장님과 임원들에게 '우리회사가 참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네... 우리회사 괜찮은 회사네... 기업사회공헌팀이 맨날 김장이나 하고, 빵이나 나눠주는 줄 알았는데.. 똑 부러지게 일 잘하고 있네... 돈 더줘도 되겠네... 오늘 보고 들은 내용을 회사 밖에서 자랑할 때 써 먹어야지....' 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딱딱한 실적과 계획보고 외에... 감동의 포인트가 좀 있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활용하기 좋은 것은 PT 마지막에 지난 한해 동안의 사회공헌활동을 요약한 3~4분 정도의 동영상이나 사진 슬라이드 쇼를 보여주는 겁니다. PT화면의 문자와 숫자.. 그래프로 본 것들이 실제로 어떻게 사업으로 구현되고 있는지를 감동적인 영상과 다이나믹한 사진으로 보여 드리는 것은 PT 다음에 바로 이어질... 사장님과 임원들의 질문과 의견 개진시간을 좀더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채울 수 있다고 봅니다 . 기업사회공헌실무자들이 사업현장을 자주 가보고.. 열심히 사진찍고 영상을 찍어야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자... 말은 쉽지... 이렇게 하기가 어렵죠... 더구나... '나는 직접 PT를 하는 부장님이나 팀장님도 아닌데... 먼 미래의 이야기네..' 라고 넘기시기 보다는... 이런 '요령'을 알아두고.. 실무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부장님이나 팀장님에게 이런 PT가 가능할 수 있도록 자료를 만들어드리고, 시나리오를 작성해 드린다면... 당신은 일 잘하는 사회공헌담당자로 인정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럼... 사업계획발표들 잘 하시기를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올해 마지막 포스팅이네요....한 주도 게으름 피지 않고.. 꾸준히 블로그 글을 쓸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찾아주시고, 읽어주는 여러분이 계시니.. 가능했던 일입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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