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료사회공헌사업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요?
삼성서울병원 사회공헌실 최민영선생님
우즈베키스탄의 추억
제 아내가 들으면 큰일 나겠지만.. (나중에 제 아내에게 절대 말하시면 안됩니다!! - 아내는 이 블로그를 안보니깐요^^;;) .... 결혼 한 것을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살짝 후회(?) ... 또는 좀 더 있다가 결혼 할 걸 하는 생각을 아주..아주.. 잠시 한 적이 있습니다. 그게 언제냐면... 2008년 여름에 우즈베키스탄을 다녀온 때였습니다. 한국의 해외보건지원기금으로 우즈베키스탄에 아동병원을 지어주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그 사업의 담당자로 현지에 출장을 일주일 정도 다녀왔습니다.
그때 의료진들도 동행해서, 우즈베키스탄 현지 병원과 협력하여 아이들을 대상으로 구순구개열(예전에는 언청이라고 불렀음...) 수술을 해주었습니다. 그때 현지에서 우리팀을 도와주었던 우즈벡 처자들이 얼마나 예쁘고 아름다웠던지... 농담으로 우즈벡에서는 목화밭에서 일하는 농촌 아가씨들도 전부 다 김태희 라는 말이 있었는데, 농담이 아니라.. 사실 그랬습니다. (왜냐하면... 우즈벡의 주요산업이 목화농업인데.. 대학생들도 일년에 며칠은 반의무적으로 목화 따러 가야한다고 합니다. 일명 '목화방학'이라고 한답니다. 그러니 김태희 같은 여대생들도 목화밭에서 볼 수 있는 거겠죠^^) 암튼... 출장내내.. 의료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공부를 좀더 열심히 해서, 의사가 되었더라면... 정말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을텐데..' 하는 후회(?)와 함께... 의료환경이 열악한 나라에 의료지원사업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 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해외로 나간 두 기업의 고민...
지난 달에 우연찮게 어떤 두 기업의 사회공헌담당자와 따로 따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두 기업 모두 현지공장이 위치한 지역에서 의료와 관련된 사회공헌사업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한 기업은 동남아 현지에 농장과 공장을 세우고, 농산물을 1차 가공해서 우리나라나 주변국가로 수출하는 기업이었고, 한 기업은 인도에 공장을 세우고 그 지역에서 재배한 약초를 활용하여 의약품과 화장품의 원료를 생산하여 역시 우리나라와 주변국가에 수출을 하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중견기업들이었습니다.
인도와 동남아 현지 공장이 위치한 지역의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대도시와 자동차로 1~2시간 떨어져 있는 작은 도시(우리나라로 치면 읍,면정도)의 변두리 공단지역으로 병원다운 병원은 대도시에 나가야 있는 형편이라... 근로자들이 다치거나 아프면 결근이 많고, 근로자들의 가족과 자녀들도 아픈 경우가 많은데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근로자들이 사는 마을의 사정은 더 열악해서, 그 공장에서 더 시골로 1~2시간 걸어들어가야 되는 곳이고... 병원치료는 지리적여건이나 경제적여건으로 인해 엄두를 잘 못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그들이 사는 마을의 의료환경을 개선해주는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싶다고 하는데... 제가 뭐... 의료사회공헌사업에 대해서는 아는게 별로 없어서요... 아는게 별로 없을 때는 어떻해야 한다?.....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되는 거죠... 그래서 오늘은 그 두기업의 고민도 해결해 줄 겸... 해외의료사회사업의 현장 전문가 삼성서울병원 사회공헌실 최민영간호사님과 인터뷰를 좀 했습니다.
수술방 간호사에서 사회공헌실로...
최민영선생님은 삼성서울병원에서 5년이나 수술방(병원에서는 수술실을 수술방으로 부른다는...) 간호사로 일한 베테랑간호사였습니다. 병원에서 진행한 의료봉사활동을 다녀온 후 이 길이 내 길이다 싶어... 3년전부터는 아예 의료봉사단에서 일하게 되었고, 1년 전에는 병원내에 사회공헌실이 생기면서, 그 곳에서 국내외 의료봉사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국내 전국방방곡곡은 물론이고, 잠비아, 카메룬, 세네갈,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인도, 키르키스탄, 통티모르 등 전세계 여러곳을 누비며 의료환경이 열악한 사람들에게 치유의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기업의 해외의료사회공헌사업은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습니까?"
일회성 단기 의료봉사활동은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녀의 첫번째 대답은 단호하게 '일회성 단기의료봉사활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였습니다. 이전에도 국내외 일회성 단기 의료봉사활동에 대한 여러가지 문제와 한계점을 접해 온 터라.. 어느정도 예상 된 답이였지만..... 그녀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점 때문에 그러냐? 고 되물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질병이라는 것이 어떤 단기적인 치료나 약처방만을 가지고 해결되지 않잖아요... 살아가는 환경, 특히, 물이나, 위생상태, 음식, 풍토병, 기후, 주거환경, 생활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한국사회와 한국사람들의 생활환경과 습관에 대한 이해만 가지고, 현지에 가서 일회적으로 단기적인 치료나 약을 처방해 준다고 해서.. 그 질병이 치료된다는 확신을 할 수 가 없어요"
"또한 현지 병원이나 의사들이 외국 의사들이 잠깐 와서 며칠동안 약만 주고 가는 의료활동을 아주 싫어해요.. 외국의사들이 주는 약을 먹고 상태가 조금 호전되면, 지역의 병원에 가서 그 약을 달라고 한다거나.. 그 지역의 의사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한국에서 판매되는 약은 보통 개발 후 2세대 3세대로 개선된 약이고, 약성분의 함량이 높은 것들이 많은 반면... 후진국으로 가면, 가격이 저렴한 1세대 약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런 경우는 해외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 의료봉사활동도 마찬가지예요.."
그 지역의 의료인프라와 의료전문인력을 키우는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해외에 나가보면, 기본적으로 말이 통하지 않아요.... 영어가 안되는 지역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현지어를 영어로, 영어를 다시 한국어로 통역하는 과정에서 환자들의 정확한 상태를 자세히 알기가 쉽지 않아요... 그나마 현지병원과 협력해서 활동을 하면 좋은데... 대부분 병원이 없는 열악한 지역을 찾아가다보니.. 현지 의료인력의 도움을 받기가 사실상 쉽지 않죠"
"단기적인 치료나 약처방도 긴급하게는 필요하긴 하지만.. 그렇게 한번 다녀오고 나면 그 이후엔 어떻하죠? 대책이 없잖아요... 대책은 하나 밖에 없어요.. 그 지역에 작더라도 의료시설을 개설하고, 의료전문인력이 지속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이죠... 정말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면... 일시적, 일회성 의료봉사활동 보다는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그 지역에 의료시설을 세우고, 의료전문인력을 파견한다거나, 그곳의 사람들을 의료전문인력으로 훈련시키는 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의료사업만 아니라 지역개발사업도 병행되어야 한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질병이라는 것이 생활습관과 생활환경이 정말 중요하잖아요... 병이 걸린 후에 약을 처방하는 것보다, 병이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효과도 커요.. 더러운 물 때문에 걸리는 병들은 아무리 약을 먹어도 그 물을 계속 먹는 이상은 나을 수 가 없어요.. 위생환경이 열악한 주거환경때문에 생기는 병들은 당연히 주거환경을 개선해줘야 병이 나을 수 있고, 병이 걸리지도 않는 것이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큰 기업들이 의료와 관련된 사회공헌사업을 한다면.. 현지에 병원짓고, 의사나 간호사를 파견하고 그 지역 의료전문인력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더 크게 본다면 그 지역주민들의 생활환경, 보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지역개발사업을 병행해야 병원을 짓고 의사를 보내는 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지 파트너 NGO가 정말 중요하다.
"여러차례 해외 의료봉사활동을 다녀오면서 느낀건데.. 현지의 파트너 NGO는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해외 의료봉사활동을 하려고 하면, 해외 현지에서 임시의료면허를 발급 받아야 해요... 임시면허나 현지 정부의 허가없이 의료행위를 하면 불법이죠.. 공항에서 의약품이나 의료기구를 통관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그럴때 현지 파트너 NGO가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어쩔 수 없이... 그곳 사정을 잘 모르는 NGO와 협력하는 경우는 둘다 헤매기 때문에... 정작 의료활동 보다 다른 것 때문에 훨씬 더 힘든 경우가 많아요.."
"현지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하면서 그곳 정부나 병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NGO를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현지 전문단체나 사람 없이 해외의료봉사활동을 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 하다고 봅니다."
현지기업에서 할 수 있는 의료사회공헌활동
최민영선생님에게 제가 만났던 두 기업의 상황을 들려주고, 어떻게 하면 의료사회공헌사업을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물었습니다.
"할 수 만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것은 공장내에 보건실을 만들고, 현지 의사나 간호사를 채용하는 것이죠.. 물론 의사나 간호사는 풀타임으로 하면 좋겠지만, 어렵다면 파트타임으로 고용해도 효과가 있다고 봐요... 우리나라에는 이미 큰 기업, 학교 등에 보건실이 있잖아요... 그 모델과 운영방식을 현지 공장에 적용하는 겁니다"
..... 실제, 기업내 보건실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이 블로그를 통해 소개드렸던 '기네스 맥주'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유럽의 오래된 기업들의 지역사회공헌사업은 기업내 보건실이나, 기업이 채용한 의사들에 의해 시작된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기네스 사례를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클릭 바로가기
"공장내에 보건실을 만들고, 숙련된 간호사 한명이라도 고용한다면 정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거예요... 그곳을 기점으로 해서, 공장근로자 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이 사는 마을까지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길이 열리게 되는거죠... KOICA에서 이미 많은 나라에 많은 수의 간호사들을 해마다 파견하고 있어요.. 공장의 보건실과 KOICA에서 파견된 간호사들을 연계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고... 근로자들의 자녀들을 위한 예방접종이나 보건위생교육사업도 함께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예방접종백신은 유니세프와 연결하면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거든요.."
"비타민이나 구충제 같은 간단하고 구하기 쉬운 약품에 대한 보급사업을 하는 것도 시작단계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봐요... 우리나라에선 흔하지만.. 그 나라에선 귀한 경우가 많거든요... 대량으로 가지고 들어가는 것은 힘들겠지만... 직원들이 현지 출장을 갈때나.. 업무에 필요한 짐을 보낼 때, 조금씩... 비타민, 구충제, 구급약품 등을 함께 보내서.. 보건실을 통해 보급하는 사업을 하는 것도 큰 돈 들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될 것 같아요.."
"병원이 멀다면, 엠블런스 서비스 사업도 할 수 있겠죠.. 근로자들이 긴급하게 아프거나, 지역주민들이 아플 때 회사차량을 이용해서, 대도시의 병원으로 응급수송을 해주는 사회공헌사업도 효과가 크다고 봐요... 차량이 들어가기 힘든 지역에는 오토바이를 이용할 수 도 있겠죠..."
"우리나라에서 전문의료진들이 그곳에 단기 의료봉사활동을 간다고 한다면, 한국에서 가는 의료진들도 한국공장과 보건실이라는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그런것이 없는 지역에 가는 것 보다... 단기간에 훨씬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고, 그 활동을 통해 그 보건실에서 일하는 간호사나 보건담당자의 역량도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당연히 공장이 운영되는 동안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의료봉사활동을 연계해서 할 수 있겠죠.."
병원도 기업과 협력하는 사회공헌활동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병원과 기업이 협력을 통해 해외사회공헌사업을 잘하기 위해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음......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역량들을 잘 합치면 좋겠죠... 병원은 전문의료역량을 가지고 있고, 현지에서 사업을 오래한 기업들은 현지에 대한 이해와 기업인프라, 현지정부와의 돈독한 관계들이 있으니까.. 그런 점들을 활용하면 좋은 시너지효과가 날 수 있다고 봅니다... "
"위험천만한 정글을 헤치고 오지 마을을 찾아가.. 평생 의사를 한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한번의 치료와 단기간의 약을 나눠주는 활동도.. 물론 가치있는 일이고 사진찍으면 멋져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에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 비용에 비하면...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아요... 그렇게 단기적으로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장기적으로 그 지역을 위한 의료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의료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봐요... 그런 가치있는 일들을 그 나라와 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사회공헌사업으로 해주었으면 정말 좋겠어요^^"
기업이 위치한 지역사회가 건강해야 기업도 건강할 수 있다.
기네스맥주의 지역보건사업을 통해 전설적인 기업사회공헌의 사례를 만든 '존 럼스덴 박사'의 말입니다. "기업이 위치한 지역사회가 건강해야 기업도 건강할 수 있다." ... 기업이 위치한 지역이 건강하고, 지역주민이 건강해야.. 그 지역주민을 근로자로 고용하는 기업도 건강하게 지속발전할 수 있다는 당연한 이치를 우리는 알면서도 .. 모르는 것 같습니다.
기업이 사회공헌사업을 하고,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기업의 경영원칙으로 삼는 것은 단순히 외부에 '우리 좋은 기업이야' 라고 으스대고 PR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 기업이 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방법임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조만간 저는 그 두기업의 사회공헌담당자들과 최민영선생님이 함께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그때 좋은 이야기가 나오면 블로그에 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드리며...
귀한 시간내주신 아름다운 (위 사진에서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를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최민영선생님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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