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ieu 2015..
기업사회공헌전문가는 어떻게 하면 될 수 있을까요?
안녕 2015..
엊그제, 블로그와 관련해서 메일이 한통 (사실은... 여러통...^^;;) 왔습니다. 보통은 아침에 출근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블로그와 관련된 메일에 간단한 답장을 보내는 겁니다. 그런데, 때때로 간단한 답장으로 안될 경우가 있습니다. 엊그제 온 메일이 바로 그런 메일이었습니다.
2015년 올해 제 블로그의 마무리는 바로 그 메일에 대한 답장으로 하려고 합니다. 우선 메일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사전양해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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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블로그를 통해 기업사회공헌과 CSR에 대한 개념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30대 초반 직장인입니다. 실무 현장에서 느끼시는 것들을 솔직하게 써주셔서.. 늘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추천해 주시는 책들도 차근차근 읽어 나가고 있습니다. 저 또한 작년부터 회사에서 사회공헌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쪽 분야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다른 업무와 병행하다보니... 늘 부족함과 한계를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 중략...
얼마 전에 저희 회사 사장님께서 내년부터 좀더 적극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셔서, 지금 내년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중인데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깜깜합니다. 기회가 되면 사회공헌실무자 아카데미도 꼭 듣고 싶은데, 회사가 경기도 끝에 있어서, 퇴근하고 서울까지 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다른 업무 때문에 야근도 많습니다.
... 중략 ....
마지막으로 여쭙고 싶은 것은.. 기업사회공헌전문가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면 될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짧은 시간에 전문가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3년 후, 5년 후엔 기업사회공헌분야의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려면 어떻게 하면 될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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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답변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전문가'란 어떤 사람을 말할까요?
손석희 앵커가 '시선집중'을 진행 할 당시 전문가에 대해 이런 짧은 멘트를 한 기억이 있습니다. "진짜 전문가는 본인이 전문가인지 아닌지 스스로 잘압니다. 반면, 어설픈 전문가들은 본인 스스로 전문가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본인이 진짜 전문가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 입니다."
손석희 앵커의 관점에서 보면 저는 일단 전문가는 아닙니다. 따라서, 기업사회공헌전문가가 아닌 제가 기업사회공헌전문가가 어떻게 될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드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
다만... 메일을 보내신 분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제가 이런 성의없는(?)는 대답으로 마무리하면 열 받으실 것 같아서 (이 블로그를 통해 예전에 소개해 드린 '진짜 전문가'를 위한 책), 피터 드러커 할아버지의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언급된 내용 몇가지를 기업사회공헌실무자 관점을 적용해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괜찮겠죠?
전문가는 직장이 아닌 직업에 가치를 두는 사람이다.
'기업사회공헌전문가'라고 한다면, 그의 존재 가치는 어떤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하고 있는 '기업사회공헌이라는 일'에 있다는 말입니다.
회사 다니는 사람들에게 뭐하고 먹고 사냐고 물어보면.. '삼성에 다녀요..' '현대에 다녀요..' 'SPC에 다녀요' 라고 대부분 말하지만, 사회공헌전문가라고 한다면.... '저는 기업사회공헌 실무자입니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본인이 직장을 옮기거나, 다른 회사에서 좋은 조건으로 스카웃을 제안할 때.. '기업사회공헌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느냐, 아니냐도 본인의 전문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더불어,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사회공헌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를 맡으라고 하고, 다른 부서로 이동하라고 할 때, 과감히 그 인사명령에 거부의사를 밝히고 사회공헌담당자로 계속 일할 수 있는지.. 또는.. 회사내에 다른 부서로 가지 않고, 사회공헌일을 하기 위해 다른 회사로 옮길 수 있는지의 여부도 나의 전문성과 직업적 가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어느 회사에 속해 있건 상관없이 내가 하는 사회공헌업무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SK등 잘나가는 대기업에서 사회공헌담당자로 일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자랑스럽고 주변에 부러움을 살만한 일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중견중소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라고 해서 주눅들거나 꿀릴 필요는 전혀 없다는 말입니다. 내가 일하는 회사가 대기업이 아니고, 지방에 있고, 사회공헌 예산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해서 주눅들거나, 꿀리는 마음이 있다고 한다면, 아직 이쪽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에는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전문성을 담보해 주는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이전의 산업형태와 기업경영에 있어서는 20년 일한 사람이 10년 일한 사람보다 업무능력이 뛰어나고, 관련 지식을 많이 가진 경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IT의 발전과 세계화로 인해 오래 일한 것 보다는, 누가 관련 분야의 월드 와이드한 정보와 지식을 빠르게 많이 취합하고, 그것을 신속하게 자기 업무에 적용해서 성과를 내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드러커 할아버지는 이것을 지식경영의 혁명이라고 부릅니다.
기업사회공헌분야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10년 이상 일해도, 여전히 10년 전과 같은 패턴과 똑같은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단순히 경력만 10년 일뿐... 전문가라고 하기엔 어렵다는 말입니다.
기업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고, 사회공헌의 방식도 변하고 있습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예전의 방식에 안주하는 사람에게 전문가란 칭호를 붙여주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변화와 발전의 중심에 서서 그것을 주도해 나가느냐... 아니면 변화와 발전이 되는지도 모르고, 그저 흐름에 떠밀려 점점 중심에서 주변부로 밀려 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적극성과 노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드러커 할아버지는 변화와 발전, 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끊임없는 자기계발이 전문가의 필수 요건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식을 확보하고 생산하는 자기만의 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
피터 드러커 할아버지는 전문가에 대해 '관련분야의 지식을 확보하고 생산하는 자기만의 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이쪽 바닥의 일을 하다보면, 관련 분야의 지식확보와 생산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세종류의 사람이 있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유형은 '얍삽한 유형'입니다. '염치가 없다' 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수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 지식을 얻으려는 노력을 하지않고, 남이 애써 획득한 지식을 포장만 바꿔서 내 지식인 것 처럼 꾸미는 '분'들이 가끔 있습니다. 학문적 표현으로는 '표절'이라고 하고, 가수로 치면 립싱크만 할 줄 아는 수준의 사람입니다.
가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대뜸 전화해서 본인이 급하게 필요한 것만 물어보거나, 자료를 이메일로 요청(PDF로 보내면 화냄..)하고서는... 그 문제나 궁금한 것이 해결되면.. 다른 일로는 전화한통 하지 않는 그런 '분'들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이메일로 보낸 자료를 출처도 밝히지 않은 채 (당연히 사전동의도 없이) 그대로 본인의 강의안, 발표자료로 사용하는 '분'도 있습니다.
두번째 유형은 '아무 생각도 없는 유형' 입니다. 이런 분들은 태생적으로 '공부'를 싫어합니다. 일년이 지나도록 기업사회공헌과 관련된 책한권 안읽는 분들입니다. 관련되서 좋은 강의나 컨퍼런스가 열려도 참석은 커녕.. 그런 것이 있는 지도 잘 모르는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은 경력이 10년, 20년이 되어도... 그냥 그자리에 머물러 있는 직장인일 뿐입니다. 결코 전문가들은 아닙니다.
세번째 유형은 스스로 지식을 찾고, 그것을 본인의 것으로 만들고, 나아가 다른 사람들에게 지식을 확산하는 분들입니다. 끊임없이 읽고, 배우고, 듣고, 찾고, 정리해서.. 어떻게든 본인의 지식과 업무를 연계하고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이 진정 전문가로 인정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
기업사회공헌 분야의 학문적인 전문가.. 즉.. 교수, 저술가, 전문강사가 아닌 이상.. 기업사회공헌실무자로서의 전문성은 업무성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봅니다. 드러커 할아버지도 전문가란 '그 분야의 문제가 무엇인지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으며, 해결책을 통해 변화(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람' 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의 문제와 한계를 지적하는 '전문가(?)'들은 꽤 여러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사람들은 몇명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해결책과 대안을 가지고, 실무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사람은 더더욱 정말 드뭅니다.
기업사회공헌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나, 또는 이상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컨설턴트가 아닌, 실무자로서 기업사회공헌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결국 본인의 업무를 통해 '성과'를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사회공헌의 성과란 기업적가치와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기업사회공헌실무자의 업무를 통해 기업과 사회가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실패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사람
그 사람이 전문가인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이 있는데, 드러커 할아버지는 그것이 바로 '실패의 순간' 이라고 합니다. 주어진 환경, 조건.. 또는 단순히 운이 좋아서 성공을 거듭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환경과 조건이 변하고, 운이 사라진 후 '실패'의 순간이 왔을 때, 진짜 전문가는 실패를 통해 학습하고, 더 나은 성장과 성과의 기회로 삼지만, 전문가가 아닌 사람은 실패에서 좌절할 뿐...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고 합니다.
일을 하다보면, 크건 작건 실패를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실수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다 똑같지 않기 때문에 갈등과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좌절하고 그저 바닥만 쳐다보고 주저 앉아 후회만 하는 사람과 얼른 툴툴 털고 일어나서 쿨하게 실패와 실수, 갈등과 문제를 인정하고, 한걸음 앞으로 나가는 사람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전문가들은 실패와 실수, 갈등과 문제를 두려워하거나 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돌이켜 보건데 본인이 기업사회공헌담당자로 일하면서 실패와 실수, 갈등과 문제를 겪어 보지 않았다고 한다면.. 아직 전문가의 수련과정이 시작되지 않았다고 보면 됩니다.
기업사회공헌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사람
마지막으로, 드러커 할어버지의 말씀은 아니지만, 제 의견을 살짝 보태겠습니다. 주변에 기업사회공헌실무자로 10년 이상 꾸준히 일하고 있는 분들을 보면, 어떤 분들은 기업사회공헌의 발전과 후배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는 분들도 있고, 어떤 분들은 그저 본인 직장생활하기에만 바쁜 분들도 있고, 또 어떤 분들은 '본인의 출세와 이기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남들을 이용하고, 판을 어지럽히는 분들도 있습니다.
5년 후, 10년 후에 어떤 부류의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기왕이면, 전문성도 인정받고, 기업사회공헌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그런 존경받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그런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감사하고, 메일 주셔서 더더욱 감사합니다. 빠른 시간내에 직접 뵙고 기업사회공헌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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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015년은 여기까지 입니다.
많은 분들이, 올해는 송년회를 안하냐고 물으시는데... 아마 2,3월 쯤에 늦은 신년회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따로 기획하는 것이 있으니, 좋은 컨텐츠를 가지고 신년회를 통해 뵙도록 하겠습니다.
올 한해동안 Mr Yoo의 블로그를 찾아주시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감사... 거듭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016년에도 변함없이 일주일에 한번씩 '기업사회공헌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여러분과 함께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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