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anced CSR
균형잡힌 기업의 사회적 책임
- 더 늦으면 안될 우리의 CSR -
힘겨웠던 2015년... 그리고 우리 CSR의 현주소
세계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2015년 올 한해는 쉽지 않은 한해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욕심을 너무 많이 부려서.. 능력도 안되는 일들을 별려 놓은 탓에 주변 사람들에게 적잖이 실망을 안겨준 일이 가장 가슴이 아프고, 회사에서는 의사소통이 어렵게 꼬이는 바람에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적잖이 투정을 부린 것이 후회가 됩니다.
오늘은.... 2015년 대한민국.. 우리 CSR의 현주소를 돌아보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지난 주에 말씀드리기를 이번 주에 영국 투어 마지막편을 올려드린다고 했는데.. 살짝 미루고, 답답하고 머리아픈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어지간하면 블로그에 밝고 희망적인 이야기만 쓰면 좋겠지만... 지난 며칠동안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모아보니.. 답답한 이야기를 좀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사장님 _ 그리고 아르바이트 장학금
먼저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잘 아시겠지만.. 프랜차이즈 제빵, 아이스크림, 도넛기업 중 국내에서 가장 큰 회사입니다. 당연히 가맹점포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파트타임 직원들도 가장 많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파트타임 직원에 대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례가 한 건이라도 있는 가맹점포의 수가 90% (근로기준법 자체를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중에 하나라도 위반한 사례가 있는 경우...)에 이릅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프랜차이즈 회사들의 가맹점들도 근로기준법 위반율이 저희 회사 못지 않습니다.
우리사회 전반에서 아르바이트 근로자들에 대한 정당한 대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기사가 보도되면, 회사 홍보실은 이런 반박 보도자료를 낼 겁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회사와 별도로 독립된 사업체이며, 그곳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직원에 대한 고용관계는 가맹점 사장에게 책임이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 사장에게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권고와 교육, 관리활동을 꾸준하게 하고 있지만, 개별 가맹점포의 운영사항을 모두 관리 감독하기에는 현실적으로도 어렵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 .. 법적, 논리적으로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 본사인 우리회사가 이 건에 대해 잘못이나 책임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일반 소비자들은 한명도 없을 겁니다. 일반 소비자들의 상식적인 사고로 판단해도 아무리 가맹점이 독립된 사업체라고 하지만, 본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가맹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권리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제 업무 중에 일년에 두번.. 한 학기에 한번씩.... 매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일이 있습니다. 장학금을 줄 때 마다 신청하는 학생에 비해 너무 적은 인원(한 한기에 100명)을 주는 게 미안하고... 이렇게 장학금을 주는 것도 좋은데...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에게 정말 오래동안 일하고 싶은 일터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매번 똑같이 하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일과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임금을 제대로 주는 일 중에 어떤 일이 더 중요하고, 어떤 일이 더 먼저 이루어져야 할까요?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이 평균적으로 받는 장학금의 액수는 3~4개월 정도 매일 4시간 이상 일해야 받을 수 있는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이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은 물론 기쁘고... 고맙겠지만.... 회사에 대해 과연 좋은 인상과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요? 아마도 어떤 친구들은 그동안 알바하면서 부당하게 대우 받았던 것에 대한 '당연한... 아니 부족한 보상' 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을 겁니다.
물론 가맹점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황이 반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르바이트 직원의 불성실, 문제행동, 사고와 실수로 인한 점포의 손해도 적지 않다고 말합니다. 물론 근로기준법에 따른 정당한 대우를 해주려고 노력하는 가맹점 사장님들도 많이 있습니다.
CSR.... 기업의 사회적책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전제조건은 '기업의 법적책임'을 다하는 것입니다. 법에 명시된 것을 지키지 않으면서, 다른 것을 아무리 잘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사회공헌도 좋지만... 법적인 기준을 먼저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회사가 좋습니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고, 강점과 장점이 많은 회사입니다.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매년 반복되는 가맹점포의 파트타임 직원들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회사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분명히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사람이 미래 _ 직원은 소모품이 아닌 사람이다.
지난 주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입직원 명퇴신청' 에 대한 샐러리맨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기사가 뜨고 나서... 우리회사 곳곳에서 '두산은 신입직원들한테도 명퇴신청을 받는다더라...' , ' 그 무지막지한 경쟁을 뚫고 죽도로 노력해서 회사에 들어왔는데... 나갈사람 손들라고하면 나가고 싶겠냐...' 이런 저런 말들이 엘리베이터와 구내식당 여기저기서 들려왔습니다.
'회사가 언제 우리를 책임져 준 적이 있냐?' .. '내 살길 내가 알아서 찾아야지..' 라는 말들도 출퇴근 길을 오가며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일은 두산이라는 한 기업만의 문제로 끝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두산은 시작일 뿐...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내년부터 당분간.. 1998년 IMF경제위기 이상의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고들을 언론들이 증폭시키고... 기업들은 증폭된 언론기사를 등에 엎고... 임직원들에게 점점 더 강한 압박과 성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렵고, 회사가 이렇게 어려운데... 당신들이 죽기 살기로 일해야 되지 않겠어.... 그럴 각오가 없는 사람들은 퇴직금 후하게 줄테니 다른 일자리 찾아보라고....' 이런 상황이 당분간 계속 될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의 '영리기업'에서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은 경영이 어려워지면 당연히 해야 되는 아주 '상식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그 상식적인 일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 되면 그건 상식이 아니라... 비상식이 되고, 매우 급박한 '생존'의 문제가 됩니다. 실업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쌍용차 문제가 이제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 나의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십여년전 북유럽에 경제위기가 왔을 때 많은 기업들이 회사의 생존을 위해 직원들을 내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정부는 실업자에 대한 안정적인 실업수당을 지속적으로 지급했고, 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쳐 재취업할 수 있는 다양한 직업교육프로그램과 생활안정 프로그램을 제공하였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상황이 나아졌을 때 다시 그 직원들을 우선적으로 재고용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있어 몇백억씩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내는 것 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한꺼번에 몇백명, 몇천명씩 직원들을 내보내면서... 오너와 대주주들은 고액 배당금을 챙기고, 그 배당금 중에 일부를 자선단체 기부하는 것은 윤리적, 도의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미래입니다. 미래가 희망적이기 위해서는 사람에게 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일자리를 좋게.. 안정적으로 만드는 일이 기업의 기본적인 역할이며, CSR의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고액기부, 사회공헌, 임직원 사회봉사.. 이런 건 좋은 일자리가 생기고,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을 때... 그때 해도 늦지 않습니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GWP(Great Work Place_일하기 좋은 회사)는 동의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CSR은 보고서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_ 광고용 사회공헌보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
삼성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사회공헌백서를 참 잘만듭니다. 삼성에서 낸 보고서를 읽어보면... 삼성은 참 좋은 기업이며, 존경할 만한 기업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런데.. 위의 기사를 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물론 삼성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수 있을 겁니다. 삼성에서 직접 거래하는 1차 하청업체 뿐만 아니라.. 2차, 3차 하청업체까지 수천, 수만개가 있는데... 그 많은 업체들의 상황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관리, 감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할 것입니다. 우리는 최선의 노력과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나이키의 사례가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나이키도 아동노동문제가 불거졌을때... 하청업체에서 하는 일을 모두 관리감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발표했다가.. 회사 망할 뻔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문제 이후 재빠르게 아동노동 금지정책을 만들고, 모든 하청업체에서 아동노동을 금지하는 계약을 맺고, 수시로 현장을 관리감독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나이키에 납품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일을 시키면 안된다는 것을 확실히 온 세상에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삼성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쉬쉬.. 하면서.. 그냥 덮지 말고... 이번 기회에... 삼성에 납품하는 모든 협력기업, 하청업체들은 1,2,3,4차를 막론하고 아이들에게 노동을 시키면 안된다고 아주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캠페인도 하고, 광고도 하고, 협력업체 사장님들 모아서 교육도 하고.. CSR팀이 협력업체에 정기적으로 방문도 하고.... 이렇게하면 참 좋겠습니다.
사회공헌한다고.. 마포대교에 큰 돈 들여서 엄한 광고하는 바람에.. 자살시도를 18배나 늘리는 어마무시한 일... 이런 일은 좀 하지 마시고.. 불법 아동노동근절을 위한 CSR과 사회공헌캠페인을 제대로 한다면.. 위기를 좋은 기회로... 삼성을 정말 좋은 기업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Balanced CSR _ BSC말고 BSR
BSC(Balanced Score Card)라고 성과를 관리는 방식이 있습니다. 기업의 성과를 기존에 재무성과중심에서 '재무, 고객, 비즈니스 프로세스, 학습과 성장' 이라는 균형잡힌 성과체계로 재설계하는 것을 말합니다. BSC가 우리나라에서 시작되고 확산된 것은 10년이 조금 넘습니다.
이렇게, 기업의 성과관리도 균형있게 하고 있는데, 이젠 CSR도 자선사업, 장학사업, 임직원 사회봉사와 같은 1차원적인 사회공헌활동의 범위를 넘어서, 균형잡힌 CSR.... 즉, Balanced CSR _ BSR로 가야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Balanced CSR _ BSR..... ISO 26000에서 제시한 7가지 핵심주제(지배구조, 인권신장, 노동관행개선, 환경보호, 공정거래, 고객책임, 지역사회참여발전)를 균형있게 실천하면 참 좋겠지만, 그 정도까지는 당장 어렵다고 한다면, CSR의 원초적인 이론인 Carroll의 '경제적책임, 법적책임, 윤리적책임, 자선적책임' 정도만이라도 인식하고, 실천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어쨌거나 위의 기사 내용이 2015년 우리 CSR의 수준입니다. 아직까지는 그저 터진 문제를 일시적으로 막기에 급급한 상황입니다.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전체가 이런 모습인 것 같아.. 답답하기 그지 없고.. 자꾸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2016년에는 모쪼록... 기업의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분석하고, 그것을 '본질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그런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 또한 사회공헌도 좋지만.... 회사를 근본적으로 건강하고 좋은 곳으로 ... 그래서, 회사 자체가, 비즈니스 자체가 사회에 유익이 되게 하는 그런 일에 좀더 집중하고 싶습니다. 그런 기회가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정말 1년... 훅! 가는 군요...
담주에 또 뵙겠습니다. 블로그 찾아 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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