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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기업사회공헌, CSR 담당자는 대학원에 가야할까요?

by Mr Yoo 2017. 1. 22.



기업사회공헌, CSR 담당자는 대학원에 가야할까요?



CSR 실무자는 대학원에 가야하나요?


2017년을 며칠 앞 둔  작년 연말에 D기업의 3년차 CSR담당자 P대리를 만났습니다. 이 블로그를 보고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고 메일을 보냈길래.. 그러자고 답메일을 보냈고.. 몇주 후 여의도 회사 근처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기업사회공헌에 대한 이야기.. 꽉막힌 상사의 뒷담화.. 2017년 사업계획..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P대리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봅니다.


"팀장님.. 제가 앞으로 CSR을 계속하려면 대학원을 가야할까요? 가면 어느 대학원을 가야할까요?" .. 그래서 제가 "대학원 꼭 안가도 되요".. 라고 대답했더니.. "팀장님은 지금도 대학원 다니고 계시잖아요".. 하길래.. "공부가 취미라서 그래요.." 라고 말도 안되는 대답을 했습니다.^^;;... 그리고.. 1시간 넘게.. CSR 담당자의 대학원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 그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해서 올립니다. 





10년 후에도 CSR 관련 된 일을 하겠다는 확신히 있다면...

 

딱!! 10년전 2007년 MBA에 입학했습니다. 저도 대리시절이었습니다. 일을 좀 잘해보고 싶고, 뭔가 지금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 것 같아.. 아내와 회사에 허락을 받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생각해보면 MBA를 한 덕분에 기업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학부에서 역사와 신문방송을.. 99년에 입학한 첫번째 대학원에서 사회사업(제가 다닌 대학원에선 사회복지라고 안하고 사회사업이라고 했습니다.)을 공부하고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하다가 기업으로 넘어온 경우입니다.


기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일하다 보니..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고, 기업 임직원들을 사회공헌활동에 참여시키는 데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단순히 사회공헌예산을 가지고 필요한 곳에 잘 나눠주는 일은 사회사업을 공부한 것 가지고 별 무리없이 하겠는데... 기업입장에서는 자선적인 효과 말고도.. 홍보효과, 임직원 만족, 최고 경영자나 오너의 경영철학을 만족시켜야 하는 등의 다양한 요구를 하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과 일하는 매커니즘을 알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MBA에 입학했고... 2년의 시간과 중형차 한대 값의 학비를 썼습니다.


10년전에 MBA를 시작하면서.. 10년 후 40대에도  기업사회공헌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사회가 국가가 책임져 주는 부분이 굉장히 약해서, 즉 국가의 사회안전망이 취약하기 때문에.. 민간영역의 사회적 역할이 굉장이 중요한데.. 민간영역이 활성화되려면.. 세금이 아닌 일반 기업이나 시민들의 기부가 많이 필요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건 개인 기부금이 안정적으로 많은 양이 확보되는 것인데.. 실상 이게 쉽지 않습니다.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돈이 좀 있는 기업사회공헌이 잘해야 된다는 생각을 10년 전에도 했습니다. 그래서.. MBA를 공부하고 기업들이 사회공헌을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10년 후에도 CSR이나 기업사회공헌 관련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서면.. 대학원 진학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미 본인이 학부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했다면.. 사회복지대학원에 굳이 진학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마찬가지로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면 MBA에 진학할 필요는 없겠지요...





사회복지대학원....  기업복지재단에서 일한다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학원생이 가장 많은 대학원이 세 곳이라고 합니다. MBA, 교육대학원.. 그리고 사회복지대학원...  제가 사회사업대학원을 시작한 1999년에도 어지간한 복지시설 과장님 이상은 거의 대부분 사회복지대학원을 나온 분들이었습니다. 사회복지쪽이 정말 가방끈이 깁니다.


요즘은 어지간한 복지시설 관장님들은.. 박사학위를 받으셨거나.. 박사과정을 수료하신 분들입니다. 얼마 전에 뵌 사회복지학과 교수님 한분은 이제 사회복지박사는 예전에 대학원 나온 것 보다 더 흔한 정도라고 했습니다. 사회복지 현장의 학력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심하고.. 그로인해 안그래도 급여가 적은 사회복지사들이 대학원 공부하느라고 경제적으로 많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 블로그에서 수십차례 말씀드렸지만... CSR=사회공헌이 아니기 때문에, CSR 부서에서 일한다고 해서 꼭 사회복지대학원에 진학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 기업복지재단에서 일하고.. 앞으로 10년 후에도 이 재단에서 사회복지와 관련된 사회공헌사업을 할 것 같다는 확신과 비전이 보이면 사회복지대학원에 입학하셔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건 둘째치고.. 사회복지대학원 과정은 공부하는 본인에게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사회복지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하고 어떻게 하면 사회구성원들과 사회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를 탐구하는 실용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학부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본인 스스로와 사회.. 그리고 그 안에서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이론과 방법들을 배울 수 있어서... 앞으로 직장생활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졸업 후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이 주어지니까... 회사일에 염증이 나면.. 사회복지시설에 재취업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것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급여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MBA는....


요즘 샐러리맨들의 필수 코스가 되어버린 MBA는  주간 일반 대학원과정과는 좀 다릅니다. 학비도 거의 두배 비쌉니다.. 현재 서울시내 주요 대학 MBA 코스는 한학기에 700~1000만원 정도 합니다. 평일 저녁과 주말에 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회사 눈치 안보고 공부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긴 하지만.. MBA에 가보면.. 이걸로 내가 실력을 키우고 차별화 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워낙 많은 직장인들이 MBA를 수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업도 일반 대학원에 비하면 질적으로 좀 떨어집니다. 아무래도 순수 학문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 직장인들을 위한 실무와 사례위주의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경영학에 대한 깊은 학문적 접근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수백명 MBA 원우들의 네트워크는 확보할 수 있습니다.


공부보다는 사람을 사귀러... 사업의 기회를 얻기위해 MBA 다니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때론 쫌 짜증이 날 수 도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자꾸 딴소리하고.. 빨리 끝내고 술마시러 가지고 하는 부장님, 사장님들이 꼭 있으니까요....^^  젊은 여학우들에게 은근슬쩍 추태를 부리는 중년의 남학생들도 가끔 있습니다. 열받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기업의 비즈니스 특성과 업무 매커니즘.. 전략과 혁신, 핵심역량과 성과 이런 것들을 이해하고 기업사회공헌에 적용시킬 필요가 있다고 한다면.. 그리고... 앞으로 사회공헌팀을 떠나서도 회사에서 책임자로 일하길 바란다면... 언제가는 거쳐가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점점 학비가 올라가니까... 할 수 있다면 빨리 하는 것이 좋겠죠... 10년전에 저는 한 학기에 400만원 주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Ph. D.....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 상당수는 이미 석사과정을 마치신 분들일겁니다. 전세계 국가별 총인구 대비 석사학위를 가진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 '우리나라'니까요...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학력수준이 높은데.. 나라가 이 모양 이꼴인 걸 보면... 공부 많이 했다고 바르게, 행복하게 사는 건 아니라는 것이 확실히 검증되고 있는 셈입니다. 암튼...


석사학위를 할 때.. 다들 이렇게 말합니다.  "내 인생에 있어 공부는 여기까지야... 더는 못하겠어..." .. 그런데.. 주위에 하나 둘 박사학위를 한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나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석사때 나보다 한참 공부 못했던 저 사람도 박사학위를 하는데... 나라고 못하겠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박사공부는 필요할까요? 앞에서 말했듯이... 사회복지 쪽은 이미 박사들이 넘쳐납니다. 자기만족을 위해서.. 별다른 취미가 없어서.. 공부하는 게 제일 재밌고 쉬워서... 시간과 돈이 남아 돌아서... 라면 모를까... 굳이 사회복지 박사학위는 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박사학위를 하면 어디 지방의 조그만 대학이라도 교수자리 하나 얻을까 하는 기대는 버리십시요... 외국에서 유명한 대학 박사학위를 받아도... 국내 들어오면 시간강사자리 하나 얻기도 힘듭니다. 요즘은 시간강사를 뽑지도 않습니다.  특히 회사에 다니면서 사회복지박사과정을 다닌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박사가 되고 싶다면...


제가 박사학위(경영대학원에서 CSR전략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중에 있긴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으로 맡겨진 사회공헌 또는 CSR 업무를 하는데 박사학위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박사라는 것이 어떤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기존 이론에 틀에 맞추어서 논문을 써 나가는 과정인데... 이 논문이라는 것이 위에 그림에도 나와 있지만... 되게 골 때리는 과정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박사학위 동안 졸업논문만 쓰는 것이 아니라.. 2~3개의 학술지 연구논문도 써야 하는데.. 보통 연구논문 하나를 구상하고 리서치하고 집필하고 고치고.. 학술지에 투고하는 과정이 1년 정도 걸립니다. 즉... 박사과정 수업을 듣는데.. 꼬박 2년, 졸업요건을 갖추기 위한 연구논문 2~3개를 쓰는데 또 2~3년...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데 또 2~3년...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KTX 처럼 달려도 3년... 보통은 5년 넘게 걸리는 것이 박사과정입니다. 당연히 그 시간과 비례하는 비용이 소모됩니다. 


CSR, 기업사회공헌에 대해서 뭔가... 본인이 선구자적 사명을 가지고 있다면 모를까... 5년 넘는 시간과 비용을 희생해가면서 굳이 박사학위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제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왜... 이러고 있을까요..^^;; 




그래서.. 결론은....


P대리와 이야기를 마치며..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기업사회공헌, CSR 담당자로.. 일을 잘하기 위한 공부는 대학원외에도 얼마든지 있다. 주변에 일 잘하고 성과 잘내는 사회공헌, CSR 담당자 중에 대학원 학위가 없는 사람들이 더 많다. 괜히 대학원 나왔다고, 박사학위 있다고 잘난체 하는 사람보다.. 늘 배우는 자세로... 스스로 정말 필요한 것을 찾아서 실질적인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더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자기만족을 위한 공부는 추천할 수 있다. 공부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에게 위안이 되고, 직장생활로 지친 심신을 대학 캠퍼스에 들어가 리플레쉬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아마도.. 내가 박사공부를 하고 있는 것은 그런 자기만족과 위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월급쟁이 CSR, 사회공헌담당자로 일하고 살아가는데 대학원 공부가 반드시 필요하진 않다. 다만... 공부하고 싶은 열망이 늘 내 가슴속에 있다면... 그리고 다른 사람 석사, 박사학위하는 것이 부러워서... 늘 마음에 그것을 품고 있다면.. 굳이 그것을 참을 필요는 없다. 대신 시간과 돈은 상당히 많이 희생할 각오를 해야한다.... 였습니다.


제 생각은 이런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석사, 박사님들... 동감하시나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이거 쓰고... 저는 또... 연구논문과 함께 주일 오후를 보내야 합니다 ㅠㅠ;;;


다음 주엔 현대카드의 사회공헌프로그램으로 유명해진 광주송정역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담주에 뵙겠습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 이미지는 구글에서.. 구글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