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통령에게 바랍니다.
기업사회공헌과 CSR의 투명성을 높여 주세요.
5월9일.. 투표하고 놀자
파면된 前박근혜대통령이 당선되던 날... 이 블로그에 이민가고 싶다고 쓴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정말 고생이 많았습니다. 스스로에게 위로와 격려를... 기업사회공헌 담당자들도 고생이 참 많았습니다. 청와대와 정부가 요구하는 되지도 않는 일들에 돈과 애를 쓰느라 헛삽질한 시간과 돈이 정말 아깝습니다. 정말 잘 뽑아야 됩니다. 대통령 잘못뽑아 이게 무슨 X고생입니까..
후우~ 마음을 가다듬고... 오늘은 새로운 대통령에게 바라는 기업사회공헌과 CSR에 대한 정책방향을 말해 보렵니다. 얼마 전에 대선과 기업사회공헌에 관해 코스리의 고대권본부장님이 쓴 글을 보았는데(클릭 ☞ 바로가기), 본부장님의 글에 곁들여서 제 생각도 짧게 보태보려고 합니다.
제도이론과 CSR...
사회학, 행정학, 법학, 경제학, 경영학, 정치학.. 이딴 재미없는 것들을 배울 때 한번 쯤을 들어봤을 법한 '제도이론(制度理論, Institution Theory)'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제도이론을 구성하는 핵심개념 중에 하나로 동형화(同形化, Isomorprism)입니다. 어떤 조직이나 공동체에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왔을때, 새로운 구성원이 기존의 구성원들과 어울려 살기 위해서 기존의 구성원들을 닮아간다는 것입니다. 동형화의 방법 중에 강제적 동형화가 있는데, 강제적 동형화에서 가장 강력한 기능을 하는 것이 '법과 제도' 라는 것입니다.
제도이론과 동형화가 주는 시사점은 어떤 사회나 공동체가 공동의 선과 정의를 추구하며 미래지향적인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의 생각과 행동도 중요하지만, 그 사회나 공동체의 판단기준인 법과 제도가 올바르게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업경영에 있어서도 '동형화'와 '제도'는 정말 중요한 경영원칙이며 전략이자 변수입니다. 기업은 사회와 공동체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창업하는 순간부터 법과 제도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밀착 관계가 됩니다. CSR 또한.. 윤리, 환경, 인권경영 등이 기업내에 경영원칙으로 자리잡게 되는 데에는 법과 제도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그 나라의 CSR 관련법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까다롭다고 한다면, 그 법을 따라야만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법과 제도에 큰 방향을 정하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통치권자입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겠죠.. CSR과 기업사회공헌에 있어서도 대통령이 중요한 이유가 대통령이 기업사회공헌과 CSR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이 영역의 방향과 일들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CSR을 어떻게 잘하게 할 수 있을까?
파면된 前박근혜대통령은 우리나라 CSR과 기업사회공헌을 20년쯤 퇴보시킨 사람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파면의 빌미를 자초한 것도 기업사회공헌 기부금을 K스포츠재단, 미르재단을 통해 음성적인 정경유착의 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이며, 준법, 윤리, 환경, 인권, 노동, 공정거래, 지배구조, 소비자, 사회공헌이라는 CSR의 가장 기본이 되는 주제들 중에 단 하나도.. 박근혜정권에선 개선되거나 발전된 것이 없었습니다..
이런 암담한 상황에서 다가오는 선거에서 뽑힐 새로운 대통령에게 바라는 우리나라 CSR과 기업사회공헌에 대한 정책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기업사회공헌 기부금의 투명한 공개가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의 큰 문제점 중에 하나는 기업 기부금의 사용처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음성적인 기부금도 사회공헌지출로 둔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상장사의 IR보고서와 전자공시시스템에 CSR이나 기부금과 관련된 일부내용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지만, 강제규정도 아니거니와 어떤 내용을 어떻게 공개해야 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회사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수준의 자료만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상장사가 아닌 경우는 외부로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거대 그룹사에 속한 비상장 회사들의 사회공헌지출과 기부금 속내를 알 수 없는 것도 한계입니다.
기업이 기부금으로 국세청에 신고한 내역에 대한 공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국세청 공시시스템에 가면, 기부금 내역을 일부 알 수 있기는 하지만, 제한적 공개이기 때문에, 기업의 기부금이 어떤 단체에 얼마나 갔는지에 대한 것이 명확히 들어나 있지 않습니다. 이것을 일반인들이 어렵게 찾아들어가야만 하는 국세청 공시시스템이 아니라, 각 기업의 홈페이지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면, 기업의 음성적인 기부금이 확.. 줄어들 것으로 봅니다.
이렇게 하면, 음성적인 기부금 뿐만 아니라, 양성적인 기부금도 줄지 않겠냐고 우려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제 생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기업들이 외부에 홍보하고 자랑하는 기업사회공헌금액의 총액 중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상식적인 수준의 사회공헌에 해당하는 기부금의 규모가 평균 10% 안팎인 상황에서... 오히려 기부금의 사용처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체면상 기존의 기부금 규모를 어느정도 유지하려고 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음성적 기부금은 줄고 대신 양성적인 기부금이 늘어 날 수 있다고 저는 봅니다.
국가경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의 투명성은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 중에서도 공익을 위해 사용한다는 기업사회공헌지출이 투명하지 않다면, 기업사회공헌에 사용되는 재원이 국가와 사회의 발전이 아니라 기업의 사익을 위한 쌈짓돈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2. 기업공익재단을 통할(統轄, supervision)하는 제도, 기구, 전문인력이 필요합니다.
기업이 공익재단을 설립하는 이유는 표면상 공익을 위해서인데.. 실제는 기업의 사익과 이해관계를 위해 설립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기업 오너가 경영권의 안정적 승계와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공익이 아닌 기업의 홍보용 또는 이해관계성 지원을 하면서 기부금 혜택을 받기위해 재단을 설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화재단의 경우 예술품을 구매, 판매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과 많은 뒷돈이 오고가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기업공익재단은 현재 통합관리하는 부서나 기구가 없습니다. '주무관청' 이라고 부르는 애매모호한 형태로 명시되어 있어서... 기업들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까다롭게 굴지 않는 정부부처나 지자체에 가서 손쉽게 재단을 만들고, 귀찮은 관리감독없이 기업 마음대로 재단을 운영하고 싶어합니다. 몇년전부터의 일이지만 기업들은 설립하기도 어렵고, 관리하기도 쉽지 않은 복지재단 보다는 문화재단을 많이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K스포츠재단, 미르재단도 모두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무관청인 재단들이었습니다.
기업공익재단에 대한 통합 관리기구나 부서가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설립만 해놓고 운영하지 않는 좀비 기업재단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 재단들에 고정자산으로 묶여 있는 돈도 엄청납니다. 이런 좀비재단들에 대한 정리와 묶여 있는 고정자산을 공익사업에 제대로 사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과 이를 전담하는 기구나 부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업들이 설립한 공익재단에 대해서 왜.. 정부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하고..간섭을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기업이 설립했다고 해서, 그 재단이 기업의 것은 아닙니다. 공익재단이 설립된 순간.. 그 재단은 기업과 완전 분리된 별도의 독립된 법인이고, 그 법인은 공익재단법이나 관련법에 의해서 기업과 상관없이 공익을 위해서만 운영되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앞으로 기업이 공익재단을 설립하지 않을 것이고, 설립된 공익재단에 대해서도 기업이 더 이상의 기부금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담그지 않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현재와 같이 기업공익재단을 관리하는 부서가 여기저기 나누어져 있고, 각부처에 공익재단 전문가가 하나도 없고, 설립과 관리감독 기준이 제각각인 상황에서는 기업공익재단은 공익을 위한 재단이 아니라, 기업의 사익을 위해 움직이거나, 쌈짓돈 또는 비상금을 숨겨두는 역할로 악용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공익재단의 설립과 관리감독, 운영개선을 위한 통합된 제도, 정부부처와 전문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공익재단의 발전을 위해서 2012년에도 토론을 한 적이 있습니다. 관련기사를 링크합니다. (클릭☞ 바로가기) .. 그 이후 바뀐게 하나도 없습니다.
3. CSR 국제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CSR 수준은 가장 기초적인 사회공헌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따라서 CSR에 국제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 국내기업 중 기업사회공헌을 포함한 CSR을 잘한다는 기업들은 대부분 해외 선진국시장에 진출하면서 그 나라의 CSR 기준을 충족하기위해 노력하다 보니.. 국내에서도 잘한다는 소리를 듣게 된 것입니다. 유럽연합에 속한 나라들과 같이 앞서가는 국가들은 CSR을 주관하는 정부부처를 설립하고 관련된 법을 제정하고, 외국 기업들이 자국시장에 들어올 때 그 기준을 충족하도록 제도화하고 있습니다. 즉.. CSR이 무역장벽의 역할을 어느정도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것을 거꾸로 해석하면.. 국내기업이 CSR을 점점 제도화하고 있는 선진국 시장, 신흥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CSR에 대한 준비를 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개별 기업이 스스로 알아서 하기보다는, 정부에서 CSR 국제기준을 국내법으로 제도화하고 이것을 실천하기 쉽도록 뒷받침해준다면, 수출 의존형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가 해외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 입니다. 기업공익재단을 통합관리하는 부처도 필요하지만, CSR에 대응하고 제도적으로 발전시킬 정부 부처도 필요하다는 겁니다.
4. 이런 일들을 하기 위한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합니다.
뭔가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기업사회공헌, CSR과 관련된 전문교육과정이나 학과가 없습니다. 대학, 대학원의 학위과정도 없습니다. 인*대 지속가능경영대학원이 있기는 합니다만.. 환경경영중심이어서, 포괄적인 CSR을 배우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유럽, 미국, 일본, 중국, 싱가폴, 인도 등에는 이미 10년전부터 CSR을 교육하는 대학원 과정이 생겨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업사회공헌, CSR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한걸음 더 나아가 기업과 사회, 기업과 시민이 서로 사이좋게 공존하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더 많은 전문가를 길러내고, 더 좋은 제도와 기준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20년 뒤로 후퇴한 기업사회공헌, CSR을 다시 원위치로 되돌리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관심과 올바른 정책방향제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직.. 안타깝게도 이번 대선 후보자들은 CSR이나 기업사회공헌에 대해서 어떤 구체적인 공약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대선 후 당선자가 이 부분에 관심을 갖고 올바른 정책을 펴나갔으면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다음주엔 기업사회공헌실무자 아카데미 초급 4기 4,5,6강 강의리뷰를 싣도록 하겠습니다. 징검다리 연휴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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