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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해외 사회공헌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by Mr Yoo 2017. 5. 22.




해외 사회공헌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캄보디아 다녀왔습니다.


지난 주에 말씀드린데로, 캄보디아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JB금융그룹의 계열사 중에 PPCB(프놈펜 상업은행)가 있습니다. 작년부터 JB금융그룹 해외봉사단이 정기적으로 캄보디아 PPCB직원들과 함께 현지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기업사회공헌, 기업의 해외봉사활동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만 해보려고 합니다.


KOICA 나, 해외사회공헌사업을 정말 많이, 열심히, 오래 전 부터 하고 있는 아주 큰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고민하고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 개선,발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회공헌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중견, 중소기업들이 처음 해외에 진출한 후 그곳에서 사회공헌사업을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할 때 한번 쯤 짚고 넘어가면 좋을 것 몇가지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당찬 표정의 캄보디아 아이들, 똘망 똘망 합니다 -




불쌍하다는 우월감을 버려야 오래갑니다.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이 한해에 3조가 넘는 돈을 쓰면서도 이렇다할 사회적 성과나 가치를 내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 중에 하나가.... "사회공헌 = 불우이웃돕기" 라는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사회공헌은 불쌍한 사람을 돕는 일이야...' 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기업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더 좋은..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찾지 못하고, 그저 구제활동에만 매달려 있는 상황입니다.


인류의 지난 오랜 역사를 돌아보아도 자선과 구제의 방법만으로는 절대 가난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가난의 문제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경제구조와 부의 분배시스템의 문제입니다. 그것을 기업사회공헌을 통해 일회성, 휘발성, 금전적, 물질적 지원으로 어떻게 해보려고 하니.. 절대 해결도 되지 않을 뿐더러, 가시적인 성과도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기업이 진짜로.. 빈곤 문제에 관심이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생색내는 후원금, 장학금이 아니라 기업을 발전시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그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해외 사회공헌활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진출을 할 때 대부분 우리나라 보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국가에 진출합니다. 그러다보니 여기저기 우리보다 못한 상황을 보게되고, 자연스럽게 '불쌍하다' 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또... 이곳에서 사회공헌사업은 불쌍한 사람들에게 '뭔가를 주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불쌍한 사람을 돕는다는 생각은 절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나보다 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은 정말 소중한 일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공동체를 더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 돕는 문제라고 한다면 가난구제와 자선은 정말 소중하고 필요한 일이지만, 기업은 좀더 크고 넓게 봐야하지 않을까요?


또.. 남을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惻隱之心)에서 조심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우월감' 입니다. '내가 너를 돕는 이유는 나보다 못하기 때문이야.. 나는 너보다 더 나은 사람이야...' 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우월감은 단순히 해외사회공헌활동에서 뿐만 아니라, 현지 직원들을 대하는 한국직원들의 마음이나 태도에도 존재합니다. 한국에서 파견된 주재원들이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 국가차별을 하고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합니다. 예전에 일하던 기업에서 해외출장을 갔을 때 한국 주재원이 현지 직원들에 대해 '게으르다. 한번 말하면 잘 알아듣지 못한다. 한국사람들처럼 열정적으로 일하지 않는다. 금방 포기한다. 회사보다 개인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멍청하다' 이런 험담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반대로 현지직원들로 부터는 '한국에서 온 관리자들은 성격이 너무 급하다. 에티켓이 없고 무례하다. 말을 너무 막한다. 일을 시킬 때 자초지정을 설명해 주지 않고, 무조건 명령만 한다. 현지어나 영어는 배우려고 하지 않으면서 현지직원들에게 한국말만 배우라고 한다. 부하직원을 마치 하인 다루듯이 한다. 근무시간외에도 업무지시를 너무 많이 한다.' 등의 불만사항을 들었습니다. 


아마도...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중남미가 아닌.. 미국, 일본, 유럽에 진출한 한국회사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차별을 전제로한 사회공헌활동은 오래 갈 수 없을 뿐더러, 무언가 받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 차별의 마음이 알게 모르게 전달됩니다. 도움을 받는 고마움보다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나쁜 느낌이 훨씬 큽니다.


우월감은 차별을 낮고 차별이 스며든 기업사회공헌은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일을 해놓고 좋은 일, 착한 일을 했다고 착각하는 것을 어찌 사회공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경제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다른 나라에서 사회공헌사업을 할 때 제일 먼저 버리고, 걷어내야 할 것은 "불쌍하다" 라는 가면을 쓴 "우월감"입니다.


 

- 자신이 만든 에코백을 정말 좋아하는 캄보디아 남학생 -



산타가 아니라 닥터가 될 생각을 해야 오래갑니다.


이번 봉사활동은 (사)희망나무의 의사선생님들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일정내내 의사선생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의사선생님들도 해외봉사활동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의사선생님들이 말씀하신 해외의료봉사활동의 주요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일년에 한번와서 약 한봉지 주고 가는 것은 환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둘째, 질병과 질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위생과 보건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그럴려면 이런 단기 의료봉사활동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셋째, 현지 의료시스템이 자립적으로 작동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플랜과 지원이 필요하다.


어쩌면 이렇게도... 기업사회공헌에서 일하는 저의 고민과 의료봉사활동을 온 의사선생님들과의 고민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지.. 저도 깜짝 놀라고, 의사선생님들도 놀랐습니다. 그래서.. 제가 기업사회공헌 모델 중에 산타모델과 닥터모델이 있고, 현재 우리나라 기업의 사회공헌은 산타모델이어서 앞으로 닥터 모델로 가기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한 나이지긋한 의사선생님께서 무릎을 탁 치면서.... '우리 닥터들이 산타 노릇을 하고 있네'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 약보다 보건과 위생이 먼저 -


해외에서 기업사회공헌을 새롭게 시작할 때.. 우선 조급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나라에서야 경쟁기업이나 주변 기업들이 이런 저런 사회공헌사업을 많이 하고 있으니.. 그 수준을 맞춰야 한다고 하지만.. 해외에서는 기왕에 오래보고 비즈니스를 할 것이라고 한다면 단기성 행사보다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지속형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더구나, 아직 기업사회공헌이 활성화되지 않은 저개발국가의 경우 뭔가 빠르게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기 보다는, 우리회사의 비즈니스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고, 그것을 중장기적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것인가에 대한 큰 그림과 함께 연단위 단계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를들어 제가 전에 일했던 건축회사의 경우 해외 건설현장에서 현지 인부들에게 건축과 관련된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과 지역의 저소득층 가정의 집을 기술을 배운 인부들이 직접 고쳐주는 사회공헌활동을 했습니다. 보통 해외건설사업은 짧아도 3~5년인데, 그동안 기술을 배우면 건축 작업의 효율성과 퀄러티도 높아지고, 사업 종료 후에는 현지 인부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해 줄 수 있습니다.


주는 사람 마음데로 하는 '산타의 선물'이 아니라, 문제(질병)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그리고 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지속하는 '닥터의 치료' 방식의 해외사회공헌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였으면 합니다. 기업사회공헌을 통해 해외 현지에서 존경받는 기업이 되려면 산타가 아니라 닥터가 되어야 합니다. 닥터는 존경을 받지만, 산타를 존경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 봉사단원들과 손가락 게임을 하는 여학생들, 미소가 정말 예쁩니다 -



현지 직원들이 즐겁게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오래갑니다.


이번 봉사활동의 키 포인트는 현지 PPCB 직원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1년에 한번 한국직원들이 갔을 때에만 할 수 있는 규모나 방식의 사회공헌활동은  한국직원들을 돋보이게 하고 멋있어 보이게 할 수는 있지만... 지속성은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현지 직원들이 쉽게.. 그리고 현지의 사회공헌 역량과 예산에 적합하도록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현지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함께 한국직원들이 현지 봉사활동을  갔을 때 함께 준비하고 체험하면서... '아! 우리도 이정도는 할 수 있겠다' 라는 실제적인 실습경험과 자신감을 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현지 직원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하고 함께 하는 것을 통해, 현지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고, 한국에서 온 직원들과 이질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당연히 아무래도... 현지 직원들이 현지 사정을 훨씬 더 잘알기 때문에..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있어서도 더 좋은 더 필요한 프로그램을 잘 만들 수 있습니다. 


단지, 현지 수준에서만 문제를 바라보기도 하고, 해결방안에 대한 더 나은 정보나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감안하여.. 현지 직원들이 파악하고 생각하는 문제의 범위를 넓히고 보다 다양한 해결 방안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도 중요한 것이 '우월감'은 절대 금물입니다.



   

오늘은 해외사회공헌사업을 멀리, 길게하기 위한 기본자세, 원칙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우선, 우월감을 버리고 우리회사의 비즈니스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속형 사회공헌사업을 계획하고, 현지 직원들의 역량을 키워 실행한다. 간단히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날씨가 많이 더워졌습니다(라고 하는데.. 캄보디아에서 왔더니 하나도 안더워요^^). 건강유의하시고, 하루 하루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세상이 와서 정말 요즘은 기분이 좋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오늘 블로그 사진은 전북은행 홍보팀 이상영씨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