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_CSR 유럽투어 후기(6)
THE BODY SHOP
Beyond cosmetics
개선과 혁신의 차이?
지난 9월 13일 오전, 런던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더바디샵의 CSR 매니저를 만났습니다. 매우 안타깝게도 스위스로 넘어가는 비행일정 때문에 런던 남부 외각에 위치한 더바디샵 본사를 방문하지 못하고, 런던 시내 회의장소를 빌려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미팅을 하는 내내.. 그리고 후기를 정리하는 지금 이순간에도 더바디샵은 단순한 화장품 회사가 아니라, 화장품 업계를 '혁신'한 브랜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오늘 후기의 제목을 조금 유치하지만.. 'Beyond cosmetics' 라고 붙여봤습니다.
우리가 무언가 새롭게 하고자 할 때 많이 쓰는 단어가 '혁신, 革新, Innovation' 이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방식과 방법을 '완전히 바꾸어 새롭게 하는' 진정한 혁신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혁신은 완전한 탈바꿈이 아닌, 그저 기존의 잘못된 것이나 부족한 것을 조금 더 보완해서 좋게 만드는 '개선, 改善, Improvement' 정도에서 그칠 때가 많습니다.
더바디샵은 그런면에서 개선이 아니라 화장품 업계의 판도를 바꾼 혁신적인 브랜드라 할 수 있습니다.
영적인 비지니스를 꿈꾸었던 '아니타 로딕'
더바디샵의 창업자인 아니타 로딕(1942~2007)은 20세기 가장 성공한 여성 사업가로 꼽히기도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영국의 작은 항구도시 리틀 햄프턴 출신답게 시골스러운 털털한 성격에 소박한 삶을 즐겼다고 합니다. 고향에서 가정을 이룬 후 아이들을 낳고 식당과 숙박업을 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새로운 꿈을 찾기위한 세계여행을 떠났고, 여행 중 아프리카 원주민으로부터 배운 천연 화장품 제조방법을 활용해서 1976년 처음 '더 바디샵'을 열었습니다.
화려한 상업광고를 앞세워 여성들을 유혹했지만 정작 화학물질 투성이었던 기존의 화장품 시장에 천연재료만 사용한 더바디샵은 고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돌풍을 일으켰고, 빠른 시간내에 영국내 유명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1980년 사업이 성공가도에 오르고 브랜드가 알려지자 아니타 로딕은 다른 화장품회사들이 화학약품의 독성을 알아보기 위해 일상적으로 시행하던 동물실험에 대한 반대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수십만명의 고객과 동물 보호자들로부터 동물실험 반대 서명을 받았고, 이로 인해 다른 화장품회사들과 격렬한 갈등과 소송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1986년에는 화장품의 재료로 많이 사용되던 향유고래 기름을 사용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향유고래 포획 반대 운동에 앞장섰고, 1993년에서 1998년까지는 다국적 석유기업 "쉘"의 횡포로 생활 터전을 잃게 된 '오코니 부족'을 돕기위한 캠페인과 원주민의 삶을 파괴하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1997년에는 당시 바비인형과 같은 슈퍼 모델이 대세였던 시기에, 일반 여성의 체형과 모습을 가진 '루비' 인형을 등장시킨 광고를 만들어 슈퍼 모델과 다른 평범한 여성들이 스스로 자신의 아름다움에 자신감을 가지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자아존중 캠페인을 시작하였습니다.
2003년에는 더바디샵을 통해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한 공로로 영국여왕으로 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아니타 로딕은 더바디샵 재단을 만들어 본격적인 인권과 환경, 사회운동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C형 간염으로 인한 간경변 진단을 받은 아니타는 2005년 전 재산을 기부하고, 2006년 로레알에 더 바디샵을 매각 후 2007년 10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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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제품, 지구를 풍요롭게..
더 바디샵은 '사람을 풍요롭게, 제품을 풍요롭게, 지구를 풍요롭게' 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2020년까지 실행해야 할 기업의 목표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전략적 CSR의 중요한 지표 중의 하나가 기업의 전략과 CSR을 결합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중장기 목표에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것인데, 역시.. 더 바디샵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첫째, '사람을 풍요롭게(ENRICH OUR PEOPLE)'는 사람과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정형화된 아름다움을 거부하며, 함께 협력하고 있는 지역사회 파트너들에게 공정한 대가를 지불하는 공정무역거래를 통해 실천하고 있습니다. 2020년까지 현재 19개인 공정무역원료를 40개로 2배 이상 확대할 예정이며, 원재료를 공급하는 저개발 국가의 경제적으로 취약한 4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희생 없는 풍요로운 세상을 위한 더 바디샵 캠페인'에 8백만명의 동참을 이끌어낼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러한 지역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활동에 더바디샵의 기술과 노하우를 25만시간 이상 투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둘째, '제품을 풍요롭게(ENRICH OUR PRODUCTS)' 는 더바디샵의 제품은 피부에 영양을 주고 풍요롭게 하며 행복을 주지만 결코 거짓된 약속을 하지 않는다는 제품제조원칙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더바디샵의 모든 제품은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은 제품이며, 모든 천연 원료는 100% 추적 가능하도록 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공급받아 숲과 서식지 1만 헥타르(약 3천만평)를 보호하고, 제품의 원재료, 생산, 판매, 폐기의 전 과정에서 환경에 유해한 요소를 줄이기 위한 환경발자국을 추적,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환경발자국 관리는 천연 성분 원료의 사용, 친환경제조기술, 제품의 생물분해성 및 물사용량 관련 자료를 기록 및 공개하는 활동입니다. 또한 생물다양성 과열점(Biodiversity Hotspots. 다양한 생물이 가장 왕성하게 분포되어 있는 지점, 인공적으로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자연상태를 유지하는 지역)이 보호되고 그곳에서 얻은 새롭고 획기적인 화장품 원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혁신적인 공급망을 개척하여 해당 지역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고 합니다.
책임의 시대(2011)의 저자 웨인 비서는 궁극적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그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더바디샵은 바로 그런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지구를 풍요롭게(ENRICH OUR PLANET)는 급속한 환경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기반으로 제품 원료 재배 지역 내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호 가치가 높은 주요 지역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 캠페인과 활동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2020년까지 7천5백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바이오 브릿지(Bio-Bridges, 천연상태의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특별 관리지역)를 조성하여 동식물 서식지를 보호, 재건하고, 해당지역의 지역사회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경제활동과 생활을 영위해 가는데에 기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매장 인테리어와 집기의 변경시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환경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하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신규 포장 패키지 3종을 개발 및 사용할 계획이며,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포장 패키지 비율을 전체 제품의 70%로 달성하고 전 매장 에너지 사용률을 10% 감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더바디샵의 진보적인 사회운동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인도에서는 사람들의 주목을 많이 받는 관광용 코끼리를 이용하여 코끼리 몸통에 에이즈 예방하는 광고판을 걸기도 하고, 영국에서는 버스 12대에 반전 포스터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인종차별과 산성비를 경고하는 광고와 캠페인을 오랫동안 펼치기도 하였습니다.
로레알에 인수된 후 경영철학을 지키기 힘들지 않았나?
우리 일행은 더바디샵 CSR매니저인 케이트(Kate Levine)에게 질문했습니다. 2006년 세계에서 가장 상업적인 프랑스 화장품회사 로레알에게 인수된 후 바디샵의 정체성과 경영철학을 지키기 힘들지 않았냐고 말입니다. 케이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로레알은 더바디샵의 경영원칙을 대부분 수용하고 인정해주었다. 그것이 아니타 로딕이 로레알에 매각할 때 약속이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더바디샵의 경영원칙을 지키는 것 뿐만 아니라 더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였다. 더바디샵의 정책이나 사회운동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영자나 임원이 왔을때에도 '시간과 인내심'을 가지고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주인이 바뀌는 어떤 회사든 그런 어려움이 있고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 더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 더바디샵은 로레알을 떠나 브라질 화장품 기업 내츄라코스매틱에 다시 매각되었다" 라고 말입니다.
올해 6월 더바디샵을 인수한 내츄라코스매틱은 더바디샵과 같이 천연주의화장품을 지향하는 곳으로 내츄라의 CSE 요아토 파울로 페레이라는 "자연성분사용을 추구하고 동일한 비전을 공유하는 내츄라코스매틱과 더바디샵은 쌍둥이 같은 존재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한번 천연주의 화장품 돌풍을 일으킬 것이다"라고 인수 소감과 비전을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
세상의 모든 성공한 화장품 회사들이 더 싼 원료를 찾기 위해 화학실험을 하고 동물실험을 할 때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가난한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그들이 경작한 천연원료를 비싼 값에 사오고, 다른 고급 화장품 브랜드들이 슈퍼 모델을 내세워 화려한 광고를 할 때.. "뷰티"라는 표현을 사내에서 아예 쓰지 못하게 하고, 평범한 외모와 체형을 가진 여성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능력을 높여주기 위해 전 직원의 8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용하는 회사, 내용물인 화장품보다 더 비싸고 화려한 포장용기와 포장재로 다른 브랜드가 고객을 현혹할 때, 재활용이 가능하고 자연분해가 되는 실용적인 용기와 포장을 최소화하는 회사....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것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길을 꾸준히 열어갈때 우리는 그 사람들을 선구자라고 하고, 그런 회사와 브랜드를 혁신적인 기업과 브랜드라고 합니다. 세상을 좀더 아름답고 가치있는 곳으로 만드는 혁신은 그냥 행운처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끝이 보이지 않더라고 시간과 인내를 가지고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힘을다해 나아갈때 비로소 달성되는 것입니다.
이번 투어에서 만난 더바디샵에서 혁신의 변치않는 원칙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2년 후에는 꼭 본사에서 만나자고 케이트와 약속했습니다.
** 사진과 이미지는 더바디샵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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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영국투어 후 무심코 사용했던 화장품들을 더바디샵제품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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