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회공헌의 "갑질"을 타파하자!!
(서울시 자원봉사센터 토론회 원고)
오늘은 서울시자원봉사센터 토론회에 투고한 기업임직원봉사활동 관련 글을 공유합니다. 토론회 원고라서 그냥 읽기에는 어색한 부분도 있고 토론회 주제와 맞추기 위해 어느정도 방향이 정해진 부분이 있습니다. 감안하여 읽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다음 주에는 '2017 유럽 CSR 투어 UBS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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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지역사회문제해결이나 지역발전을 주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기업의 홍보나 평판관리를 위해 기업의 입맛대로 이루어진다는 문제제기와 지적에 대해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을 인정합니다. 더불어, 기업이 사회공헌 프로젝트나 임직원 봉사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자원봉사센터나 복지시설, 단체 등 봉사협력기관들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동등한 입장으로 협력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마치 기업에서 하청업체(요즘은 하청업체로 부르지 않고 협력업체로 부릅니다만) 다루듯이하고 수시로 무례한 ‘갑질’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씀에도 정말 안타깝지만, ‘절대 아니다’라고 강력하게 부정할 수 없습니다.
참고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저는 경기도 안산의 아주 작은 미신고 복지시설에서 사회복지사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 동안 기업의 후원을 받고 임직원 봉사활동을 진행하면서 기업사회공헌의 갑질을 여러 차례 경험했습니다. 물론 반대로 기업사회공헌의 선량한 도움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많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때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며 저는 ‘내가 만일 기업사회공헌담당자가 된다면 저렇게 돈을 막 쓰거나 저런 식으로 재미없고 의미없게 임직원 봉사활동을 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 어쩌다가(먹고살기 위해..) 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후 십수년 동안 여러 기업을 옮겨 다니며 기업사회공헌담당자로 일하면서 깨달은 바는 저 또한 그때 뒤에서 욕했던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그동안 기업사회공헌을 한답시고 무리한 요구와 갑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다 받아주시고 양해해주신 여러 복지단체와 시설, 시민단체 실무자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기업사회공헌의 무례와 갑질이 이렇게 이런 자리에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말로 간단히 끝나면 참 좋겠지만, 그리고 앞으로 더 이상 반복되지 않으면 참 좋겠지만, 과연 그렇게 될까요? 전 절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앞으로 기업사회공헌실무자라고 명함을 내미는 저와 같은 사람들이 사회복지현장, 시민사회현장에 계신 사회복지사, 시민활동가 분들의 순수한 가슴에 못을 박고 뜨거운 열정에 찬물을 붓는 일들이 계속 일어날 것입니다.
오늘 제가 드리는 말씀의 주제는 “기업사회공헌의 갑질을 타파하자!!”입니다. 기업사회공헌의 갑질을 타파해서 진짜 지역사회에 민폐가 아니라 보탬이 되는 기업임직원봉사활동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음 세가지 제안의 말씀을 드립니다.
첫째, 기업임직원 봉사활동의 ‘갑질사례, 진상사례’를 많이 퍼트려 주십시오.
그래서 기업사회공헌을 통해 진상짓, 갑질을 하는 못된 기업과 그 기업의 사회공헌담당자들이 다시는 그러지 못하도록 사회적인 창피를 주어야 합니다. 얼마 전에 서울에 있는 모 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았습니다. 연말을 맞아 임직원 봉사활동 이벤트를 기획하기 위해 자원봉사담당 팀장님을 찾아갔습니다. 그 팀장님과 몇마디 나누는 중에 “저희 복지관은 이제 김장행사는 안합니다” 라고 선수를 치는 겁니다. ‘앗.. 김장행사를 제안하러 온 것을 어떻게 알았지, 게임 끝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팀장님이 이런 실제 사례를 말해 주었습니다.
“2년 전에 모기업에서 100여명의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김장행사를 진행하면서 복지관 식당을 온통 김장양념으로 도배하고 김장쓰레기를 치우지도 않고 가는 것도 모자라, 점심 때 돼지고기 수육이랑 막걸리를 가져와 술판을 벌이고, 직원들이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바람에 오후에 김장도 제대로 못하고 배달도 못해서, 복지관 직원들이 아주 큰 곤욕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 기업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김장행사는 절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회사로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그때 그 행사를 찾아봤더니, "OO기업 독거 어르신들에게 김장 1000포기 선물, 따뜻한 이웃나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기업사회공헌 실천“ 이라는 제목이 붙은 사진과 기사 수십개를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에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김치를 버무리는 사장님과 직원들이 모습이 잘 나와 있었습니다. 아마 그 회사 사회공헌담당자는 행사 후 홍보 잘 되었다고 칭찬 받았을 것입니다. 직원들이 막걸리 먹고 복지관에서 깽판치고 뒷정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을 겁니다.
아마 올해도 전국 방방곡곡 기업과 함께 김장행사를 하는 행사장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막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제가 방문한 노인복지관의 팀장님처럼 진상사례를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말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요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이런 게 참 좋지 않습니까? 그런 걸 이용해서 기업사회공헌의 갑질, 진상사례를 만천하에 다 알렸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직접하기 부담스러우면 여러가지 다른 좋은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업이 사회공헌, 임직원 봉사활동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기업홍보를 위한 컨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사회공헌이나 임직원 봉사활동을 하면서 진상 짓을 하고 갑질을 한 일이 SNS를 통해 전파되고 기업이 욕을 먹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 일을 저지른 사회공헌담당자도 크게 야단맞거나 책상 빼고 집에 갈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기업들로부터 후원받기가 얼마나 힘든데 그렇게 까발리면 기업들의 후원을 어떻게 다시 받을 수 있겠어요’ 라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을 줄 압니다. 그런데, 잘못된 일을 만천하에 명명백백히 알리지 않으면 기업사회공헌의 문제들은 앞으로 전혀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좋은 말로 해서는 기업들이 듣지고 않고 바뀌지도 않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일어났던 땅콩회항사건이나 우유 대리점에 대한 본사 영업사원의 횡포, 피자, 분식, 빵, 치킨 프렌차이즈 본사의 원재료와 광고비 갑질, 운전기사에 대한 폭력과 폭언, 아르바이트 청년들의 임금체불과 부당한 대우 등은 모두 SNS를 통한 고발에 의해 세상에 들어나고 그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그 이후 그 기업들은 어떻게 했나요? 사업을 접었나요? 망했나요? 아니요.. 지금도 잘하고 있습니다.
기업사회공헌의 문제, 임직원봉사활동의 갑질, 진상짓을 고발한다고 해서 그 기업들이 사회공헌이나 임직원봉사활동을 중단하지는 않을 겁니다. 잠깐 숨고르기는 할 수 있겠지만, 조만간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어떻게 하나 지켜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런 일로 기업사회공헌, 임직원 봉사활동을 중단한다고 하면 그 기업은 애초에 그런 좋은 일을 할 마음이 없었던 것이고, 이 바닥의 수질관리를 위해서도 그런 저질 기업은 퇴출시키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자원봉사센터와 협력기관에서는 좋은 사례, 우수 사례만 모아서 책자로 만들고, 홍보 할 것이 아니라, 진상사례, 갑질사례, 실패사례 등을 모아 적극적으로 알리고 그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교훈을 주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실명을 밝히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한다면, 꼭 실명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그런 나쁜 사례를 알리면 다른 기업들은 모르더라도 그런 짓을 한 당사자 기업은 알테니까요. 그런 일을 통해 본인들이 어떤 잘못을 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사회복지현장과 협력단체에서 쓴 소리를 하지 않고, 기업에서 주는 후원금이 아쉬워 그냥 좋게 좋게 넘어가면 기업이나 기업의 사회공헌담당자들은 자기들이 정말 잘하는 줄 압니다. 그런 착각이 반복되면 기업사회공헌의 갑질문제는 절대 해결될 수 없습니다.
둘째, 기업의 무리한 그리고 무례한 요구는 절대 들어주지 마십시오.
다시 기억하기 싫은 일이지만 수년전 모 국회의원이 선거에 나가면서 봉사활동하는 사진을 SNS에 올렸습니다. 장애인 복지시설을 방문해 장애인 아이들을 목욕시키는 장면이었습니다. 벌거벗은 장애인 아이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들어난 그 사진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고, 장애인의 인권을 무시한 어처구니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그 국회의원은 평소 봉사활동하는 장면을 누군가 우연히 찍어서 보내줬길래 홍보자료로 활용한 것 뿐이라고 변명했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전문사진작가 여러명을 고용하고 조명기기를 비롯한 전문 촬영장비를 활용하여 정밀하게 연출한 후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지금 인터넷에 검색해도 그 사진을 찍기 위해 연출하고 있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는 그 국회의원이 가장 큰 잘못을 했지만, 그런 장면을 촬영하도록 허락해준 사회복지시설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를 위해 존재하는 장애인복지시설이 유명한 국회의원이 부탁한다고 해서 그런 일을 허락해 주다니..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비슷한 일이 또 있었습니다. 유명한 갑질사건의 주인공이자 모 기업의 (전)임원이 사회봉사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아동복지시설에서 열심히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마지막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의 이야기가 SNS를 통해 미담으로 소개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그 SNS 미담사례는 그 기업의 홍보팀이나 PR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치 그 복지시설의 사회복지사들이 자발적으로 사진을 찍고 SNS에 미담사례로 소개한 것처럼 되어 있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어 일어날까요?
토요일만 되면 서울시내 아동복지시설의 아이들은 파김치가 됩니다. 감기에 걸리고 몸살이 납니다. 왜 그럴까요? 오전에는 A기업, 오후에는 B기업 임직원들이 봉사활동 와서 놀아준답시고 아이들을 이리저리 굴리기 때문입니다. 제 대학원 동기가 일하는 아동복지시설에서는 올해 봄에만 아이들이 롯데월드를 다섯 번이나 다녀왔다고 합니다. 아이들도 주말엔 좀 쉬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 동기가 원장님에게 토요일에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기업 임직원 토요일 봉사활동을 2주에 한번씩만 받자고 했더니, 원장님이 한 말씀 하셨다고 합니다. ‘그럼 팀장님이 그 기업들에서 주는 후원금을 다른 곳에서 모두 채워올 수 있겠어요?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상관없어요’ 라고 말이죠.
당연한 말씀이지만, 사회복지시설은 기업의 사회공헌이나 임직원봉사활동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닙니다. 기업의 임직원 봉사활동에 딸려오는 후원금이나 물품 때문에 복지시설을 이용하는 분들이나 생활인들을 봉사활동의 “재료”로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자원봉사센터, 봉사협력기관의 실무자분들이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분명히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그런데 기업의 사람들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방법을 훈련받은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현장의실무자들이 거절하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계속 설득하려고 할 겁니다. 그러나, 절대 설득 당하면 안됩니다.
사회복지단체나 시설, 시민단체가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잊지 마시고, 제발 안되는 일은 안된다, 무리한 요구, 무례한 요청에 대해서는 딱 잘라서 분명하게 안된다고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런 의사결정의 과정과 원칙이 각 단체의 내부에서 먼저 공동으로 합의가 되어야 하고(원장님과 실무자들이 서로 다른 결정을 하지 않도록..), 그 다음 지역내 자원봉사센터와 자원봉사협력기관 전체에 공유되고 전파되어 모두 똑같이 반응해 주셨으면 합니다. 무리한 요구에 대해 어떤 곳은 해주고 어떤 곳은 안해주고 하면 절대 기업사회공헌의 갑질은 고쳐지지 않을 겁니다.
셋째, 기업 임직원들이 스스로 봉사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자원봉사센터가 지역마다 있고, 자원봉사협력기관이 서울에만 해도 수천개, 전국에 수만개가 있는데 기업 임직원들이 스스로 봉사활동을 기획해서 하게 되면 자원봉사센터는 무엇을 하며, 봉사협력기관들이 그동안 기업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것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라고 반문하실 수 있겠지만, 제 말을 끝까지 잘들어 보셨으면 합니다.
저는 멀리보고 크게 볼 때 기업 임직원봉사활동은 현재 방식으로는 절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봅니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 임직원 봉사활동은 자원봉사의 원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나,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또 다른 과외 업무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임직원 스스로 원하지 않는 봉사활동에 연간 의무적으로 몇 시간 참여해야만 하고 그러다 보니 의미없게 시간만 떼우고 가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런 봉사활동을 하면서 어떻게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성과를 바라겠습니까? 지금과 같은 방식의 임직원 봉사활동을 지속하는 건 엄청난 자원낭비이고 사회적 손실이며, 자원봉사에 대한 나쁜 기억만 심어주는 최악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강제적이고 의무적인 임직원 봉사활동이 기업사회공헌 갑질의 주요원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업사회공헌담당자는 기업마다 한두명에 불과한데 수천명 임직원의 봉사활동을 실행해야 되니 무리한 일정과 무리한 활동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억지로 밀어붙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저 또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사회공헌담자와 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협력기관의 실무자들은 머리를 싸매고 좀 더 가치있는 봉사활동을 만들기 위해 피땀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봉사활동을 재미있게 한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한다. 뭔가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가족과 함께한다. 중고생 자녀들과 함께해서 자녀들의 봉사활동시간을 함께 채워준다. 해외로 봉사활동을 간다 등등등의 여러 가지 대안과 방법이 그동안 등장했고 얼마간의 효과와 성과를 본 것도 사실이고 인정해야 하지만,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문제 해결 방안은 아니라고 봅니다.
기업 임직원의 봉사활동을 정말 지역사회를 위한 가치 있는 봉사활동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진짜 ‘자원봉사’활동으로 바꾸면 됩니다. 저는 할 수 만 있다면 중고생들의 의무봉사활동시간도 없앴으면 좋겠습니다. 제 중학생 아들을 비롯해 주변의 중고생 아이들이나 그 부모들이 학교생활 중에 가장 힘들어하고 솔직히 짜증내 하는 것이 봉사활동시간을 채우는 것입니다. 청소년 시절에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책임과 역할을 배우는 아주 좋은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자원봉사가 아니라 의무봉사가 되어 봉사활동에 대한 안 좋은 기억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싶어 학부모로써 무척 걱정스럽습니다.
기업과 지역의 자원봉사센터와 자원봉사협력기관이 힘을 합쳐서 지역의 사회문제들을 해결하고 더 살기 좋은 지역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출발점이 현재 기업들이 하고 있는 강제동원방식의 봉사활동을 끝내고, 그 자리에 진정한 의미의 자원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최근 기업에서는 의무 봉사활동 시간을 점차 줄여나가는 추세입니다. 기업입장에서는 외부의 평판도 중요하지만 기업 내부 임직원의 만족도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의무봉사시간 때문에 쌓여온 불만이 이미 한계치에 이른 기업들은 의무참여 시간을 줄이고, 자발적인 임직원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기업 임직원 봉사활동의 양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봅니다. 별로 도움도 되지 않는 기업 임직원 봉사활동이 준다고 하니 현장에서는 더 좋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젠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역할과 활동을 원하는 기업의 자발적인 봉사동아리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이 원하는 봉사활동은 그동안 기업 임직원들이 주로 했던 단순한 노력봉사는 아닐 것입니다. 오래되고 보수적인 기업들은 당분간 의무 방식의 임직원 봉사활동을 이어가겠지만, 최근 설립된 신생기업이나 젊은 직원들이 많은 기업들의 경우 의무봉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오래된 기업들에서도 임직원들이 세대교체가 되면 의무봉사제도가 없어지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역의 자원봉사센터와 자원봉사협력기관들이 변해가는 기업임직원 봉사활동의 상황을 잘 주시하면서, 기업의 임직원들이 스스로 봉사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 역할을 잘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등학교 사회시간에 배운 것을 되새겨 보면, 시민사회의 수준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 중에 하나가 시민들의 자발적인 사회활동 참여라고 했습니다. 우리사회의 수준이 기업의 임직원 봉사활동으로 높아지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의무방식이 빨리 개선되어야 하고, 기업사회공헌과 임직원봉사활동의 갑질이 빨리 없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자원봉사센터와 자원봉사협력기관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합니다.
또한 기업사회공헌과 임직원 봉사활동의 갑질을 타파하기 위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시고 진상짓을 하는 나쁜 기업사회공헌과 임직원 봉사활동들을 만천하에 고발해 주십시오.
꼭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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