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를 마주하는 다양한 입장
만나고 또 만나고...
스마트 폰 어플로 명함을 정리하다보니 지난 3~4개월 동안 ESG 때문에 처음 받은 명함이 한 통이 넘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ESG가 큰 파도로 다가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오늘은 그 사람들로부터 전해들은 'ESG를 마주하는 다양한 입장'을 간단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나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ESG를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면 ESG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폭이 조금 더 넓어질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아래의 내용은 특정 1인의 인터뷰가 아니라 해당 업계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하고 요약한 것입니다. ESG가 회자된 초기보다는 최근 이야기에 조금 더 비중을 두었습니다.
투자사/평가사 : ESG 평가지표 만드느라 바쁨.
글로벌 리딩 투자/평가사들의 ESG 평가지표를 열심히 모으고, 우리회사 것도 새로 만들고 있어요. 우리회사도 기존에 ESG 평가를 안한 것은 아닌데, 외국 투자/평가사들이 평가내용을 디테일하게 더 다듬고 있고 가중치도 계속 높이고 있는 중이라 우리도 그 수준에 맞춰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요.
회사 내부에는 두 가지 입장이 있어요. 하나는 글로벌 리딩 투자/평가사들의 지표수준을 맞춰야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우리 회사의 수익률을 위해 전략적 조정이 가능해야한다는 입장이예요.
전자는 글로벌 리딩 투자/평가사들과 우리 회사의 평가결과가 다르게 나왔을 경우 설명할 근거가 빈약하면 곤란하니까 가능한 안전하게 글로벌 수준에 맞추자는 의견이고요. 후자는 글로벌 기준에 맞추자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국내 투자 중심인 우리 회사가 글로벌 단위로 투자하는 회사를 따라가다가 수익률을 놓치게 되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이냐는 우려가 반영된 의견이예요.
두 의견 모두 틀린 것이 아니니까, 두 의견 모두를 반영한 평가지표 세트 1. 2. 3, 가중치 세트 1. 2. 3 을 만들고 있어요. 평가지표 세트 1. 2. 3과 가중치 세트 1. 2. 3 을 펀드 매니저들이 이리저리 잘 조합해서 투자 상품을 만들 것 같고요. 당연히 지표와 가중치는 글로벌 트렌드에 따라 계속 업그레이드 되겠죠.
국민연금과 한국지배구조원의 ESG 공개/평가지표가 나오면 아무래도 더 구체화되겠지만, 국민연금을 위탁 운용하지 않거나 위탁양이 얼마되지 않는 투자사들은 무조건 국민연금 평가지표를 따라갈 수 만은 없는 업계 사정이 있거든요. 채권이나 연기금과 같은 중장기투자는 어느정도 국민연금을 따라 갈테지만, 나머지는 개별 투자사 나름대로의 ESG 평가 기준을 세울 수 밖에 없을 거예요.
................
언론 : ESG는 아직 실체가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ESG가 하도 이슈라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데, 다들 비슷하지만 다른 얘기들을 하네요. 그렇다는 얘기는 ESG에 대한 우리 시장의 개념합의가 아직 안됐다는 말이겠죠.
투자회사 쪽은 공통적으로 ESG 리스크 대응과 평가를 중심으로 얘기하고요. 교수님들이나 관련 전문가들은 얘기가 많이 갈려요. 어떤 교수님은 ESG를 새로운 경영전략이라고 하고, 어떤 교수님은 지속가능경영이 ESG라고 하고, 어떤 전문가는 기후변화, 친환경에너지가 핵심이라고 하고, 어떤 전문가는 ESG도 트렌드라고 보기 때문에 다른 이슈가 나오면 금방 사라질 것이라고 하고, 기업쪽 사람들을 만나면 평가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해야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것 같고요.
그래도, ESG가 핫 이슈이니까 기사를 쓰긴 써야하는데 기자마다 담당분야가 다르고 각자 보는 관점도 다르고 자기 이해관계도 달라서 'ESG가 이거다, 앞으로 ESG는 이렇게 될 것이다' 라고 확신에 찬 기사를 쓰기는 어려워요.
ESG에 대한 개념정리가 어느정도 끝나면 실제 실행방안에 대한 얘기가 나올텐데,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나 전문가가 있을까요. 그런 기업이나 전문가가 있으면 소개 좀 해주세요.
..............
교수/전문가 : 지속가능경영과 ESG를 연결하지 못하는 지금 상황이 안타깝다.
교수 : 아무리 찾아봐도 ESG는 지속가능경영에서 나온 개념인데 뭐가 다르다고 하는지 도통 모르겠네요.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도 아니고 ESG 개념이 나온게 1970년대부터인데... 벌써 50년이나 된 걸 이제와서 호들갑 떠는 것도 새삼스러운 일이고, 이러다가 다른게 나오면 또 그쪽으로 우루루 몰려 가려나... 지속가능경영이나 잘하면 될 것을 언론이 너무 오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예요.
진짜 전문가 : ESG를 지속가능경영과 자꾸 다르다고 해석하는 것은 우리나라 투자사들과 언론들이 관련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요. 지속가능경영의 기본 바탕이 CSR인데 투자회사나 언론 쪽에서는 CSR을 기업사회공헌 정도로만 좁게 알고 있으니까... CSR, 지속가능경영, ESG를 같은 선상에 놓고 연결해서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죠.
게다가 투자회사쪽에서는 그동안 지속가능경영을 개별 기업의 지속가능성으로만 이해하고 사용했기 때문에 일반 경영에서 얘기하는 지속가능경영, 즉,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하는 경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이 ESG에 대한 이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은 사람 (ESG관련 온라인 세미나에서 본 일) : ESG는 확실히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해요. 친환경에너지분야나 리사이클 비즈니스 같은 영역이 미래산업으로 유망합니다. 그 영역에 투자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한다면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이 될 것입니다. (질문 : ESG가 기존의 지속가능경영이나 CSR, CSV 랑 어떤 차이가 있나요?) 아.. CSR은 알다시피 기업사회공헌이니까 이제 한물 갔다고 보면 되고요. 지속가능경영은 UN SDGs를 실현하는 경영인데 기업에서 실행하기 구체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죠. CSV도 ESG랑 큰 의미에서는 같다고 보면 됩니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셨죠? ㅎㅎㅎ;;
.............
기업 : ESG 파도는 인정, 그래서 뭘 해야하는지 알려주세요.
CEO : 경영의 스펙트럼이 확실히 확장되는 것 같아요. 기후변화대응과 같은 환경경영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것 같고요. 우리나라가 ESG의 파도를 크게 맞고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글로벌 투자사들이 한국 기업에 관심이 많은 것을 체감할 수 있어요. ESG 때문에 CEO들의 고민거리가 늘었어요. 내수시장만 보면 큰 변화가 없는데 글로벌 시장은 ESG 파도가 커요. 계속 밀려올 것 같아요. 허둥대지 말고 파도를 잘 타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ESG 관련 임원 : 아무래도 당장은 ESG 평가를 잘 받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투자사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고 ESG를 투자중심으로 보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평가에 우선 순위를 둘 수 밖에 없어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원칙은 잘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당장의 평가를 잘 받지 못하면 그것도 문제가 되니까, 단기와 중장기 대응 전략을 균형있게 잘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실무진들이 잘 따라줘야 할텐데 전문성도 부족하고 관련 역량도 충분하지 않네요. 괜찮은 친구있으면 소개시켜 주세요.
ESG 실무책임자 / 실무자 : ESG가 처음 막 밀어닥칠때는 회사에서 개념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대표님도 그렇고 임원들도 CSR을 사회공헌으로만 알고 있으니까 CSR과 ESG를 연결시키는 것이 힘들었어요. 그리고, 회사에서 ESG팀을 새로 만든다고 하는데 ESG팀의 R&R을 ESG 평가 대응으로만 잡고 있어서 큰 고민이예요. 평가도 평가지만 큰 방향을 잡아줘야하는데 지금 그 역할을 하고 있는 부서도 없고 사람이 없고, CSR팀에서 뭔가 얘기를 하면 사회공헌은 나서지말라고 면박주고... 이런 골치아픈 상황이죠.
조금 지나면 개념정리는 될 것 같고,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예요. 메이크업이나 워싱으로 오래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고, 2025년이 되면 ESG 공시를 해야하는데 준비는 하나도 되어있지 않고, 회사내에서 총대를 메고 나서는 부서나 사람은 당연히 없고... 홍보팀은 보도자료를 계속내고 있는데 회사내부 상황은 다르고...
구체적인 실천방법이 필요합니다. 실제적인 벤치마킹 사례도 필요하고요. 뜬 구름 잡는 개념 설명보다는 당장 실무부서들이 뭘해야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템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알려주세요.
일반 임직원 : 회사에서 ESG에 대한 얘기를 계속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담당 부서에서 명확한 개념을 정리해주지도 않고 구체적으로 실무부서에서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정보공유나 지시가 없어요. 개념 교육 정도만 가지고 실무에 적용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고요. 실제 무엇(아이템)을 어떻게, 언제까지, 얼마만큼해야한다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줘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없네요. 답답하네요.
..............
컨설팅 회사
제대로 된 컨설팅 회사 : ESG가 하루 아침에 뚝딱 되는 것이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해줘도, 당장 올해 ESG 평가등급을 올릴 방법을 내놓으라고 요구해요. 주요 고객사가 그런 요구를 하니까 이런 저런 제안을 하기는 하는데, 아직 구체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된 기업은 없어요. 올해 처음으로 지속가능보고서를 만들겠다는 회사들은 좀 있고요. 기존에 하던 일들을 ESG로 포장하고 메이크업하는 정도로 일단 급하게 대응하고 있기는 한데... 고객사 중에 확실히 ESG 경영을 하겠다고 의사결정을 한 기업은 몇 곳 없고요. 다들 남들 눈치만 살피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ESG 경영을 내재화하는 일은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요. 특히, S영역의 인권, 노동권, 안전, 협력업체 상생경영 등은 당장 내부 이슈도 많고 돈도 많이 들어가는 일이니까.. 오너가 특단의 결정을 내리지 않는한 월급 CEO 입장에서는 쉽게 손을 대려고 하지 않을 것 같고요. 환경영역은 기존의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쪽에 먼저인데, 그건 안하고 손 쉬운 재생에너지 투자만 생각하고 있고요.
요즘, 우리회사 M&A 컨설팅 파트에 ESG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온데요. ESG 잘하는 회사 중에 M&A 건수가 없냐고 말이예요. M&A를 해서라도 ESG 평가등급을 빨리 올리고 싶은 회사들이 좀 있는가봐요.
상장을 앞두고 있는 회사들도 ESG 문의가 들어오는데 대부분 단기 프로젝트 컨설팅을 원하고 근본적인 ESG 경영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오너가 확실히 방향을 잡아줘야 하는데, 오너는 뒷짐지고 있고 임원들이 단기 해결방법을 찾고 있기는 한데.... 쉬운 방법이 어디 있나요. 기왕 할거면 제대로 해야지요.
일반적인 컨설팅 회사 : 요즘, ESG 컨설팅 제안서를 열심히 쓰고 있어요. 보통은 지속가능보고서 제작이나 평가 컨설팅이고요. 빠른 시간안에 ESG 등급을 확실히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는 일이니까, 그것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희가 지속가능보고서 제작 인력이 부족해서 말인데요, 하청을 드릴 수 있을까요?
.............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SG를 맞이하는 입장들이 모두 제각각이어서 아직은 제대로된 한 방향을 향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입장정리가 되가는 것 같습니다. 개념과 입장 정리가 어느정도 되면, 이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이야기할텐데요. 여기서부터가 진짜인거죠^^!!
다음 주에는 아래 그림의 'ESG 적용 3대 영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E(환경), S(사회), G(의사결정) 자체에 대한 설명은 이미 많이 했고요. ESG가 적용되는 3대 영역에 대한 내용입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Balanced CSR 유승권
(이노소셜랩 이사)
...............................
이노소셜랩 신간 발간 안내
ESG의 한계를 넘어서는 담대한 도전
지구와 인류를 위한 비즈니스에 나서는, 행동주의기업
#ESG가 기업경영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ESG는 각각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의 경영상의 결정, 기업투자에서 고려하는 비재무요소를 뜻한다. 이전부터 존재했던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나 지속가능경영과 불가분의 관계이면서도 다르다.
ESG가 기업경영의 핵심요소로 부상하면서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은 다양한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환경을 훼손하면서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 노동자와 소비자, 협력사의 희생 위에서 성장하는 기업들이 투자자의 외면을 받게 되고, 이에 따라 이런 기업들의 성장 그래프가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책이 있다.
도서출판 획의 첫번째 단행본 『행동주의기업』(서진석)은 “ESG 관리로 충분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ESG관리는 지구적인 수준의 환경 위기, 극단적인 빈부의 격차로 인해 위협받는 지구와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환경과 사회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이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기업들에게 ESG가 신념과 실천의 한계선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기업들이 이 한계선 안에 머무르는 동안, 우리는 더 많은 위기에 노출되는 것 아닐까?
『행동주의기업』은 담대하게 선을 넘어설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이렇게 선을 넘는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이 책이 소개하는 대표적인 행동주의기업 #파타고니아, #러쉬, #닥터브로너스, #바디샵은 시스템 변화를 목표로 비즈니스를 가속화한다. 사회를 바꾸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때로는 제도의 바깥에서 이루어지기도 하고, “우리 제품을 사지 마라”는 극단적인 캠페인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회사에서 일해야 할 직원이 업무 시간에 환경단체에서 일하기도 하고,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인 매장이 캠페인의 근거지가 되기도 한다.
『행동주의기업』의 저자 서진석은 “모든 기업이 이런 행동주의기업처럼 비즈니스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항해에 나서는 이들이 북극성을 통해 자신의 위치와 목적지를 알아내는 것처럼, 기업들에게도 기업의 비즈니스가 존재하는 이유와 비즈니스가 전개되어야 할 방향성을 보여주는 북극성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이들 행동주의기업들이 먼저 경험하고 헤치며 나간 길이 지구와 인류를 위한 비즈니스의 좁은 오솔길이다. 더 많은 기업과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이 길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목차
[서문] 지속가능성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침묵하지 않는 기업들
대표적인 행동주의 기업들
행동주의 기업이 던지는 문제제기
행동주의 기업의 특징 10가지
비즈니스를 넘어 사회시스템 변화로
저자소개
서진석
SK그룹에서 2005년부터 CSR관련 업무를 해오고 있으며 이노소셜랩의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착한 기업을 넘어』, 『넥스트 CSR, 파타고니아』(공저) 등이 있다.
온라인주문(아래 링크를 누르세요)
'Balanced CSR & ESG' 카테고리의 다른 글
ESG 경영, 주의해야할 점 5가지 (0) | 2021.03.07 |
---|---|
(인터뷰) ESG, 족집게 강사 찾지마라 (0) | 2021.02.28 |
ESG 정보 공개 가이던스 해설 (3) _지속가능보고서 (0) | 2021.02.14 |
ESG,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ESG 평가 등 (0) | 2021.02.07 |
ESG 정보 공개 가이던스 해설(2)_중요성 평가 (1) | 2021.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