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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ESG 세계관 정리_ "돈"이냐 "인류"냐?

by Mr Yoo 2021. 10. 10.

 

ESG 세계관 정리

 

세계관의 뜻을 잘못알고 있었나?

 

올해 고3인 아들과 대학 수시면접을 준비하면서 단어 사용에 이견이 있었다. "세계관"이라는 단어다. 아들이 사용하는 세계관이라는 단어는 내가 알고있는 세계(world) 또는 우주(universe)의 뜻에 가깝다. 나는 세계관이라는 단어를 세계를 보는 관점, 즉 worldview, 世界觀 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아들은 '마블의 세계관, BTS의 세계관' 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나는 '마블이 창조한 세계(또는 우주)', 'BTS가 창조한 세계'로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오늘은 'ESG 세계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오늘의 세계관은 내가 사용하는 세계관의 의미, 즉 'ESG를 바라보는 관점'을 의미한다.

 

 

ESG 너무 혼란스러워요.

 

지난 1년 동안 일로 만나는 사람들의 90% 이상은 ESG 관련 교육, 컨설팅 때문이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ESG에 대한 언론보도나 강의를 들으면 ESG를 좀 알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보면 볼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혼란스러워요, 어떤 사람은 ESG는 평가가 전부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ESG 투자가 중요하다고 하고, 어떤 신문은 ESG가 규제라고 하고, 어떤 유명 유튜버는 ESG가 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해요. 도대체 어떤게 맞는거죠?"

 

이런 혼란은 ESG를 바라보는 세계관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세계관 이전에 ESG에 관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혼란이 일어나는 가장 주요한 원인은 언론사의 정리되지 않은 보도 때문이다. ESG를 보도하는 언론사들이 ESG를 전체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파악하고 보도하기 보다는 각 언론사의 이해관계나 관점에 따라 ESG의 부분적인 면을 강조해서 기사를 내보낸다.

 

그리고 책이나 유튜브 콘텐츠도 ESG에 관해 제대로 공부 하지도 않고 실무 경험도 없는 직업 작가들나 강사들이 언론 기사들을 짜집기하여 책을 내거나 동영상을 만들게 되면서 이런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물 들어왔을때 배 띄워야한다'는 말이 일상생활의 지혜이기는 하지만, 지금 ESG 열풍에는 평소에 물과 배에 관해 전혀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그저 '돈'이나 '명성'을 얻기위해 말도 안되는 배를 띄우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물이 좀 빠지면 이런 엉터리 배의 주인들은 금방 ESG란 배를 버릴 것이 분명하다. 

 

엉터리 배와 엉터리 배 주인을 구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ESG와 관련된 개념과 용어들을 정확히 알고 이 개념들의 상호관계를 역사적, 맥락적으로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CSR을 자선에 기반한 기업사회공헌으로 말하거나, CSV를 CSR 다음 단계로 설명하고, 지속가능경영은 환경경영을 의미하기 때문에 ESG와 서로 다른 것이다라고 설명하는 사람은 공부가 부족하거나, 지난 10년 동안 이 영역에 대해서 공부를 게을리 한 사람이다. 서울시내 명문대학의 교수라도 마찬가지다.  

 

또, ESG의 출발점을 2020년 블랙록 래리핑크회장의 연례서한으로 설명하며 갑작스러운 광풍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ESG의 길고긴 역사적 전통과 맥락을 모르는 사람이다. 한편, ESG가 현재 전세계적인 열풍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글로벌 ESG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다.

 

ESG를 '착한기업' 이나 '선한 영향력'이란 단어로 포장하는 언론이나 사람은 ESG 이전에 자본주의와 기업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한 사람이나 언론이다. 착한기업, 선한 영향력은 기업에게 있어 지극히 마케팅적 용어에 지나지 않는다.

 

ISO26000, UN SDGs, GRI STANDARDS 와 같은 ESG 관련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인증'을 해주겠다는 사람이나 몇개월만에 ESG를 '완성'시켜주겠다는 컨설팅 회사는 100% 사기꾼이다.   

 

 

 

"돈"과 "지구환경/사회공동체" 사이의 어디 쯤....

 

ESG를 바라보는 세계관의 양쪽 끝은 "돈" 과 "지구환경/사회공동체"이다.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체계의 우월성을 주장하며 "돈"이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언론과 사람들은 ESG 또한 돈의 도구로 본다. 반면, 자본주의 시스템의 병폐를 해결하고 사회혁신의 정신을 가진 언론과 사람들은 ESG를 '거짓' 아니면 '혁신의 도구'로 본다.

 

2018년 미국 벤추라에 있는 파타고니아 본사를 방문했을때 ESR(파타고니아에선 CSR이 아니라 ESR이라고 한다. 환경(E)을 기업(C)보다 우선에 두기 때문이다)팀의 매니저와 저녁을 먹으며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파타고니아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지 않는 제품이 있나요?" , "많죠. 대표적으로 골프 웨어와 모터스포츠 웨어는 만들지 않아요. 알다시피 골프는 환경을 망가뜨리는 대표적인 스포츠죠. 모터사이클이나 자동차경주도 마찬가지고요" 

 

만일, 파타고니아가 돈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기업이었다고 하면 골프웨어도 만들고 모터 사이클 장비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이 골프웨어는 재생플라스틱 섬유로 만들었다고 광고했을 것이다. 그런데 파타고니아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옷을 팔면서 광고도 하지 않는다. 가능한 돈 보다는 지구환경과 사회공동체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 셔츠를 입고 골프를 치고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을 막지는 못하겠지만 파나고니아는 골프웨어와 모터 스포츠 의류를 만들지 않는 선택을 했다.

 

 

 

ESG로 돈 버세요.

 

돈의 세계에 붙잡혀 있는 언론과 사람들은 ESG도 돈 벌이 도구로 본다. 그런 언론과 사람들은 ESG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을 돈과 연관지어 생각하고 가치 판단을 한다. 돈이 되면 좋은 것이고 돈이 되지 않으면 가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지를 대표한다는 'H, M 경제'는 ESG를 돈 벌이 도구로 사용하는 대표주자이다. 

 

H와 M경제지의 ESG 관련 기사를 보다가 복장이 터지는 일이 자주있다. 이 두 신문에 기고를 하는 서울시내 명문대학 교수들의 글 또한 마찬가지다. "돈"을 중심에 두고 ESG를 분석하고 판단한다. 기업에게 돈을 벌어다주는 ESG는 좋은 것이라고 칭송하고, 돈을 벌어다주지 못하는 ESG는 "과도한 규제"라고 성토한다.

 

유튜브를 봐도 마찬가지다. ESG의 개념을 제대로 설명하고 CSR, 지속가능경영, ESG를 잘 연결해서 강의하는 제대로된 콘텐츠는 조회수가 겨우 몇백회에 불과한 반면, ESG로 돈을 벌고 ESG 투자를 하는 방법에 관한 콘텐츠는 수만, 수십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넘쳐나는 ESG 콘텐츠.... 세계관에 따라 옥석이 달라진다.  

 

지난 1년간 교보문고에 새로 등록된 ESG 제목을 단 책은 26권에 이른다. 저자와 목차를 살펴보고 그중 열 권을 구입해서 시시때때로 읽고 있다. 이 책들의 ESG 세계관도 차이가 크다. 

 

어떤 책은 지구환경과 사회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세계"를 열기위해 기업들이 ESG 경영을 진정성있게 해야한다는 주장을 하는가 하면, 어떤 책은 ESG라는 새로운 "글로벌 규제"에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경쟁에서 승리하고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를 얘기하고 있다.

 

돈의 관점에서 ESG를 보면 환경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업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다는 주장은 세상물정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순진한 이상주의자들의 말장난에 불과할 것이다. 반대로 환경이나 사회공동체 관점에서 보면 ESG 투자수익과 경쟁전략을 주장하는 이들은 돈 벌레, 자본주의의 노예처럼 보일 것이다.

 

어떤 관점이 옳고 그르냐의 문제는 아니다. 각자의 세계관이 있고 그 세계관에 따라 세상을 보고 의사결정을 한다. 돈을 중심이 둔 사람들은 아무래도 ESG를 이용해서 돈을 더 많이 벌 것이다. 환경과 사회공동체를 중심에 둔 사람들은 ESG를 사회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활용하고 싶을 것이다. 뜻대로 잘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나는 어디쯤에 있을까? ESG를 이용해서 돈을 벌어 먹고 살고 있으니 완전히 돈의 관점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ESG로 번 돈을 가지고 골프나 모터 스포츠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정도의 선에서 나의 관점과 위치를 정하려고 한다. 

 

Balanced CSR & ESG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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